가장 완벽한 피부 표현, 베이스 메이크업의 스펙트럼
하나로 완성할까, 나눠서 얹을까. 지금 피부 표현은 그 한 끗 차이로 나뉜다.

FULL BUT LIGHT 하나의 제품이 모두를 불러 모았다. <보그>를 비롯한 여러 매거진 뷰티 에디터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 뷰티 인플루언서, 타 브랜드 관계자까지. 익숙한 얼굴이 하나둘 모여든 곳은 다름 아닌 에스티 로더 행사장이다. 1997년 첫 출시 이후 수없이 많은 베이스 제품이 등장하고 사라지는 동안에도 굳건히 자리를 지켜온 ‘더블웨어 파운데이션’이 2026년, 새로운 얼굴로 돌아왔다. 이미 충분히 완성됐다고 여기던 파운데이션을 재정비하는 배경은 ‘이만하면 됐다고 멈추지 않는다’는 창립자 에스티 로더 여사의 신념과 정점에도 멈추지 않는 브랜드의 태도일 것이다. 현장에 모인 이들의 반응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번엔 뭐가 달라졌을까’ 그리고 ‘왜 우리는 이 질문을 파운데이션 앞에서 반복하고 있을까’다. 기능이 세분화된 베이스가 쏟아지는 지금, 선택지는 분명 다양해졌다. 그럼에도 끝까지 파운데이션을 고집하는 이들의 이유는 단순하다. 완벽한 걸작을 만났을 때 오늘 내 피부가 가장 좋아 보인다는 확신, 그리고 이는 스스로를 더 또렷이 드러내는 태도로 이어진다. 멀리서 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듯하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디테일이 살아 있는 피부. 장인이 한 겹씩 다듬은 듯 결이 정리된 이 정교함은 아직까지 다른 베이스로 대체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파운데이션은 고전처럼 자리를 지키지만 취향과 기준이 달라지는 속도는 그보다 빠르다. 뷰티 브랜드는 이런 변화에 대해 입을 모은다. 파운데이션의 경쟁력은 더 이상 커버력이 아니라 얼마나 얇고 정교하게 피부에 스며드느냐에 있다는 것. 더 똑똑해진 유저들은 SNS를 통해 메이크업 정보를 학습하고 브러시와 퍼프를 넘나들며 질감과 색을 조율하는 과정 자체를 즐긴다. 파운데이션 선택 조건이 더 이상 내게 맞는 호수를 찾는 데서 그치지 않고 피부 톤과 결, 빛의 반사까지 고려하는 영역으로 확장됐다는 얘기다. 자연스럽게 아름다운 스킨을 완성하기 위해 피부에 얼마나 얇고 투명하게 밀착되느냐가 관건. 결국 텍스처의 문제인데 가벼워질 대로 가벼워졌다고 간주하던 파운데이션 제형이 또 진화했다. 덕분에 피부가 숨을 쉬듯 결이 살아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세컨드 스킨’ 피니시는 기본값이고, 여러 번 레이어드해도 답답하지 않은 리퀴드와 세럼 포뮬러가 중심이 된다. 여기에 히알루론산, 펩타이드, PDRN 등 실제 스킨케어 제품에 사용되는 성분을 추가하면서 기능까지 살렸으니 최상의 피부 컨디션을 유지할 수밖에. 취향도 훨씬 촘촘해졌다. 그날 무드에 따라 룩을 바꾸듯 제형과 마무리 역시 상황에 맞게 달리한다. 웜과 쿨을 나누는 수준을 넘어 언더 톤과 투명도까지 세분화됐고 브랜드 역시 이에 응답하듯 더 넓고 디테일한 컬러 스펙트럼을 선보인다. 앞으로의 파운데이션은 더욱 정밀해진다. 첨단 피부 분석 기술과 스킨케어의 결합, 제형과 도구까지 변화하는 흐름 속에서 더 이상 피부 흔적을 가리는 도구만은 아니다. 본연의 피부 톤을 읽고 조율하는 하나의 퍼스널 코드다.

LESS BUT ENOUGH 울퉁불퉁한 피붓결, 얼룩덜룩한 피부 톤을 가리기에 급급했던 20대 시절, 베이스 메이크업 제품을 단계별로 덧발라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데 필요 이상으로 공을 들였다. 그랬던 내가 파운데이션에 안녕을 고한 건 한 광고를 보고 나서다. 2019년 구찌 뷰티는 첫 립스틱 컬렉션을 공개하며 결점을 감추기보다 오히려 더 드러내는 방식을 택했다. 가지런하지 않은 치아, 입술 주변의 작은 트러블까지 그대로 노출한 비주얼.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마주하지만 애써 숨겨온 결점을 매력으로 끌어올린 장면이었다. 그때 문득 ‘진짜 나다운 것’이 무엇인지 다시 돌아보게 됐다. 두꺼운 레이어와 숨 막히는 텍스처 속에서 오히려 내가 지워지고 있었던 건 아닐까.
“요즘은 도리어 다 가리지 않으려는 분이 많아요.” 이수현 퓨어피부과 원장은 며칠 전 진료실에서 나눈 한 내원객의 이야기를 꺼냈다. 50대 여성 사진가인 그녀는 눈가 기미 때문에 레이저 토닝을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베이스를 더할수록 눈 밑 주름에 파운데이션이 끼어서 더 도드라져 보여요.” 뭔가를 더하는 걸로 해결되지 않는 순간이 온 것이다.
피부를 둘러싼 환경 역시 영향을 미친다. 미세먼지가 짙은 계절에는 점도 높은 텍스처 위로 공기 중 입자가 쉽게 붙고 여름에는 피지와 뒤섞이며 피부 표면에 불필요한 막을 형성한다. 이런 상태가 반복되면 모공이 막히고 산화 스트레스가 높아지며 트러블로 이어지는 수순. 피부에 무겁게 올라앉은 막이 점점 부담으로 남는다.
지금의 베이스는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는다. 여전히 얼굴 전체를 균일하게 정리하는 파운데이션의 역할은 유효하다. 동시에 필요한 지점만 가볍게 다루는 식의 접근도 또렷해졌다. 덜어낼 곳과 남길 곳을 구분하고 밀도를 조율한다. 잡티 제거 시술 상담에서도 “이건 두고 싶어요”라는 요청이 이전보다 자주 등장한다. 점 하나, 옅게 번진 주근깨처럼 한때는 지워야 할 대상으로 여겨지던 요소를 이제는 살리고 싶은 개성으로 받아들인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아니다. 톤업 선크림, 컬러 코렉터나 틴티드 모이스처라이저로 전체적인 안색을 정돈하고, 부족한 부분에만 컨실러를 얹는다. “눈가, 콧방울, 입 주변처럼 움직임이 많은 부위는 최대한 비워두고 광대뼈 부위나 콧대처럼 빛이 닿는 지점에만 섬세하게 터치합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민 킴(Min Kim)은 얼굴 전체를 덮기보다 선택적으로 커버를 쌓는 방식이 요즘 베이스의 트렌드라 설명한다. 도구 사용도 훨씬 유연해졌다. 브러시로 얇게 베이스를 펼친 뒤 퍼프로 주변 경계를 흐린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손끝으로 눌러 고정하는 식이다. 결과는 가볍지만, 방법은 훨씬 더 치밀하다. 결국 ‘파데 프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얼굴이 아니다. 어디를 남기고 어디에만 더할지를 선택하는 일일 뿐, 피부 바탕을 다지는 또 다른 접근이다. VK
- 뷰티 에디터
- 전수연
- 포토그래퍼
- 박종원
- 프롭
- 김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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