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이 5월의 제주를 즐기는 법

계절마다 많은 여행자에게 사랑받는 섬이지만, 어쩌면 로컬이 더 많이 사랑하는 곳이 제주가 아닐까 싶다. 햇빛이 강해지고 바닷물이 파랗게 밀려오는 5월이면 제주에 사는 로컬들은 어김없이 집을 나선다. 그들이 가는 곳은 하나, 바다다.
제주에 사는 사람들은 누굴까. 섬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도 많지만 부산, 서울, 경기 등 전국 각지에서 도시의 삶을 정리하고 내려온 이들도 많다. 나 또한 그중 하나다. 복잡하고 정신없는 도심과 늘 꽉 막히는 도로, 푸른 하늘을 보기 위해서는 굳이 고개를 들어야 하는 삶이 지겨워 무턱대고 거주지를 제주로 옮겨버렸다. 여행으로는 매년 몇 차례, 한 번 오면 길게는 한 달까지 있었던 이 섬에 실제로 살게 되니 오히려 제주를 제대로 즐기고 사랑하게 되었다.

여행자라면 제주에 와서 뷰 좋은 카페, 맛집 혹은 대표적인 관광지를 찾아가겠지만 조금 다르게 여행하고 싶다면 일단 하루는 충분히 비워두고 수영복과 돗자리, 간식거리를 챙기라고 말하고 싶다. 5월이면 기다렸다는 듯 로컬들은 바다로 간다. 조금은 차갑지만 햇빛이 뜨거우니 괜찮다는 듯 저마다 수영복을 입고 집에서 가까운, 혹은 수영하고 태닝하기 좋은 포구를 찾아 떠난다. 서귀포 구두미포구로 가면 꼭 그렇다. 바닷물이 들어오는 시간에 맞춰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모여든다. 바닥에 비치 타월을 깔고, 티셔츠를 훌렁 벗는다. 신발을 벗고 풍덩 포구의 바닷속으로 거침없이 뛰어든다. 약속한 것처럼 지인을 만나기도 한다. 다들 이곳에서 뜨거운 한낮의 햇빛을 즐기고, 또 바다의 푸르름에 몸을 던진다. 쉬는 시간, 휴식 시간 혹은 여유 시간에 이곳 사람들은 자연에서 시간을 보낸다. 누군가 가져온 스피커 속 음악을 훔쳐 들으며, 오는 길에 사온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말이다.

구두미포구는 로컬들이 포구 다이빙을 하러 오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여행자들 사이에서도 스노클링 명소로 손꼽힌다. 파도 없이 거울처럼 잔잔한 날에는 포구 바깥까지 수영을 해도 안전하다. 물론 너울이 심하고 파도가 거칠 때는 절대로 나가선 안 된다. 구두미포구에 사람이 많이 모이는 이유는 풍경 덕분도 크다. 바로 앞에 ‘섶섬’이라 불리는 숲을 닮은 모양의 섬이 있기 때문이다. 검은 돌, 푸른 바다, 그리고 섬이라니. 가만히 바라보기만 해도 좋다. 제주올레 6코스의 쉼터이기도 해 올레꾼들이 잠시 쉬어 가며 바다에 뛰어드는 이들의 삶을 엿본다. 동화의 한 장면처럼 반짝반짝 빛이 난다.

로컬들이 자주 가는 숨은 명소도 있다. 바로 백두산 천지를 축소한 모습이라 이름 붙은 ‘소천지’. 소천지는 천연 풀장으로 안전하게 물놀이하기에 딱이다. 이곳이 로컬들이 가는 장소라는 건 아니다. 소천지 바깥으로 펼쳐지는 너른 바다가 로컬들의 숨은 스노클링 명소다. 찾아오는 이가 없고, 수심이 매우 깊기 때문에 전문 다이버 자격증이 없다면 입수는 위험하다. 그러나 티 없이 맑은 바다, 그 아래 숨어 사는 말미잘, 라이언피시, 크고 작은 물고기까지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동남아 부럽지 않다. 운이 좋으면 거북이나 돌고래를 만나기도 한다.

바닷물에 푹 젖은 상태로, 해 질 무렵이 되면 각자 차를 타고 돌아가는데 몇몇은 다른 곳으로 방향을 튼다. 한라산에서 내려오는 차가운 계곡물이 흐르는 ‘정모시쉼터’로. 여름이면 서귀포 학생들은 수업이 끝난 뒤 이곳에서 시원하게 몸을 던진다. 한여름에도 온몸이 얼어버릴 정도로 차가운 물이 마르지도 않고 밀려온다. 이 찬물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지만, 바다 수영 후 이곳에 오는 이유는 하나. 바닷물의 짠 기를 빼기 위해서다. 정모시쉼터는 수심 2m가량으로 깊은 편이지만, 여름철에는 안전 요원이 상주하고 있다.
아쉽게도 2027년부터는 제주에서 포구 다이빙이 전면 금지된다. 그간 많은 사고가 발생했기에 정부가 내린 결론이다. 그러니 올해는 마지막으로나마 이들만의 낭만을 최대한 즐기지 않을까. 지금도 제주 어딘가에는 사람들이 햇빛에 몸을 그을리고, 수영을 하며 열기를 식힐 것이다. 동서남북, 제주시, 서귀포시 할 것 없이.
- 포토
- 엄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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