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성 피부의 진실

대한민국 여자들의 90%가 자신의 피부가 민감하다고 말한다. 요즘 여자들의 최대 고민거리가 된 민감성 피부의 원인과 해결책이 과연 있기나 한 걸까? 화장품 회사들도 알려주지 않는 민감성 피부의 진실.

왼쪽 광대 아래, 왼쪽 볼, 오른쪽 팔자주름 위가 불룩하니 붉게 부풀어 올랐다. 얼굴뿐 아니라 몸도 마찬가지. 얼룩덜룩하게 붉은 반점이 도드라져 보이고 가렵고 열이 났다. 햇볕? 스트레스? 음식? 더위? 수많은 원인과 뷰티 지식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지만 거울을 마주한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지며 패닉에 빠졌다.“원장님, 큰일났어요. 얼굴이, 얼굴이!” 과로와 스트레스로 좌초 직전의 여기자들 피부를 살려내는 것으로 유명한 미엘의 이경희 원장에게 SOS를 외치며 달려갔다. 치료 후 부풀어 올랐던 피부는 한결 진정됐지만 붉은 반점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순한 클렌저, 보습 크림과 자외선 차단제만 사용하세요. 붉은 반점 위에 각질이 생기더라도 절대 떼어내면 안 됩니다!” 곧바로 나는 예민한 피부를 위한 ‘저자극 화장품’ 쇼핑에 나섰다. 클렌저는 키엘의 ‘센텔라 스킨 카밍 훼이셜 클렌저’로 바꾸고, 보습을 위해 지루성 피부염에도 사용할 수 있다는 라로슈포제의 ‘똘러리앙 울트라’ , 그리고 보디 케어로는 바이 오더마의 ‘아토픽스’가 최종 선택됐다. 피부 화장도 라로슈포제의 ‘유비데아 BB크림’으로 국한했다. 과거의 향기로운 화장품들이 그립긴 했지만, 자칫 또 피부에 트러블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간소해진 스킨 케어를 고수했다. 며칠 후 다시 이경희 원장을 찾았다. 한결 깨끗해진 피부에 의기양양해져 나만의 저자극 화장품 셀렉션을 펼쳐놓자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원래 민감성 피부는 아니에요. 오히려 이것저것 많이 발라서 잠시 민감해지고 트러블이 생겼던 것뿐이고 나머지는 여드름이었는데 많이 좋아졌네요. 요즘은 다들 자신이 민감성 피부라고 믿는데 대다수는 아니에요. 그렇지만 그거 아세요? 진짜 피부가 예민해진 이들 중 반 이상의 원인은 본인에게 있다는 것.”

민감성 피부의 원인은 나?

민감성 피부의 원인을 스스로 제공했다고? 서울의대 피부과 교수이자 보라매 병원 피부과의 조소연 과장 또한 이 의견에 동의한다. 며칠만 피부를 쉬게 해도 정상으로 돌아올 피부를 너무 혹사함으로써(잦은 스크럽이나 마사지, 피부 미용 시술, 스테로이드 연고의 장기간 도포, 격심한 스트레스, 너무 많은 종류의 화장품, 심한 접촉피부염 등) 차츰 민감성 피부가 돼가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세안 후 로션만 발라도 따갑고 자극적이라면 민감성 피부일 가능성이 높지만, 피부염이 있을 경우에도 같은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반드시 병원에서 진단을 받아야 합니다. 화장품을 바꿀 때 증세가 나타난다면 민감성 피부라기보다 맞지 않는 화장품이 자극이 돼 발생한 접촉성 피부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난 민감성 피부야’라면서도 병원에 갈 생각을 안 한다면(이런 경우가 대부분!) 정말 민감성 피부일지 의문이 생기는군요. 사실 민감성 피부라면 뭘 발라도 자극이 심해서 거의 아무것도 못 바르죠. 그런데 앞의 경우는 오히려 피부 미용에 시간, 돈, 정성을 과하게 쏟다 보니 각종 시술과 화장품 틈바구니에서 피부가 스스로 회복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예민하다가고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민감성 피부가 무슨 트렌드처럼 보이게끔 화장품 회사들이 마케팅 하는 것도 소위 민감성 피부를 가졌다고 믿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원인입니다.”

즉, 당신이 걱정하는 것만큼 당신은 민감성 피부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것. 그러니 작은 트러블을 지나치게 걱정하며 비싼 화장품을 사들이거나 피부과 시술에 집착하기보다는 일상적인 생활 습관부터 고쳐야 한다고 이경희 원장은 조언한다. “첫째, 여자들이 생각보다 정말 안 씻습니다. 우습게도 긴 연휴 후 피부가 안 좋아져서 찾아오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어차피 집에 있을 텐데’라며 세수도 잘 안하고, 피부가 번들거리니까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채 하루를 보내는 이들이 부지기수기 때문이죠. 결국 노폐물이 쌓이고 트러블 원인을 제공하게 됩니다. 비싼 화장품을 사야겠다고 하면 전 세수나 잘하라고 할 정도예요. 또 워낙 정보들이 많다 보니 자신의 짐작대로 뷰티 노하우를 쌓게 되는 것도 문제입니다. ‘아침에는 물로만 세안한다’ ‘각질 제거는 주 3회’ 등등. 물론 피부 타입에 따라선 맞을 수도 있지만 그걸 본인이 정해선 안 된다는 거죠. 물로만 세안했는데 의외로 피지량이 많으면 트러블의 원인이 될 수 있고, 지나친 각질 제거도 문제입니다. 피부는 28일을 주기로 스스로 손상을 복구하는데 과도한 스크럽, 필링 등으로 각질층이 비정상적으로 떨어져 나가면 피부는 더 두꺼운 각질을 만들어내는 악순환을 반복하며 민감한 피부를 자초하게 되죠. 그 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적은 ‘자신의 손’입니다. 무엇보다 얼굴에 손을 대선 안 돼요! 피부가 예민하다는 이들은 맨얼굴로 다니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오히려 피부 화장을 열심히 하라고 권합니다. 과거에 비해 지금은 환경이 너무 좋지 않잖아요. 맨얼굴은 여기에 무방비 상태인 셈입니다. 또 압축 파우더 컴팩트(가령 시세이도의 ‘블루 컴팩트’)로 피부를 보송하게 유지하면 피부에 먼지가 잘 붙지 않아 덜 가렵고 자극도 줄어들뿐 아니라, 화장을 했다는 것만으로 얼굴을 덜 만지게 됩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예방 차원으로서의 습관, 또는 병원을 다녀온 후의 일들입니다. 붓고 따갑다면 병원부터 먼저 찾아 피부를 정상화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칫 만성이 되면 훨씬 치료가 힘들어지니까요.”

민감한 피부엔 화장품 세 개면 충분하다

그렇다면 민감해진 피부에는 무엇을 발라야 할까. “최소한의 성분이 들어 있는 보습제만으로 피부를 진정시키고 피부의 장벽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항노화니, 화이트닝이니 하는 기능성은 훨씬 나중에 피부가 정상화된 후에 한 가지씩 조심스럽게 시도해야 합니다. 장벽 기능이 정상이 아닌데 이런 제품만 많이 바르면 기초 공사도 안 하고 고층 건물을 지으려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민감성 피부는 피부 가장 표면에 있는 각질층의 문제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1차적으로 피부 장벽 기능을 회복시키면 다른 모든 현상이 정상화됩니다. 그러면 피부 표면의 pH가 정상화되면서 홍반도 감소하고 덜 건조하며 화장도 잘 받게 되죠. 그러나 민감성 피부가 아니라 피부염이라면 일시적으로 각질이 더 생기고 남의 피부같이 뻣뻣해지는 시기가 지난 후 비로소 정상 피부로 돌아갑니다. 결론은 자신의 피부에 대한 올바른 진단이 가장 중요하다는 거죠.” 조소연 교수에 따르면 피부가 예민하다고 느낄 때 필요한 화장품은 세 개면 족하다. 순한 액상 클렌저, 기능성이 뛰어나면서도 최소한의 성분만 함유한 보습제(수분 크림), SPF 50 이상의 자외선 차단제! 여기서 세 가지 필수 화장품들이 갖춰야 하는 자격조건에 대해 알아보자.

클렌져 pH가 중성(7.0)이거나 그 이하의 약산성(5.0~6.0) 제품을 선택하자. 알칼리성일수록 정상 pH(5.5 정도)와 차이가 커서 자극이 심하고 피부 장벽을 손상시키는데, 특히 고형 비누는 모두 알칼리성이므로 피한다. 순한 포밍 클렌저나 액상 클렌저를 추천하며 계면활성제는 클렌저의 필수 요소지만 피부 장벽을 손상시키는 주범인 만큼 순한 계면활성제인 비이온성 성분(polysorbate)과 실리콘을 함유한 제품을 선택한다.

보습 크림/로션 오일 성분과 습윤제 성분이 무엇인지 확인하자. 오일 성분으로는 미네랄 오일, 페트로라툼이 가장 효과적이고, 실리콤 유도체(dimethicone, cyclomethicone) 성분들도 안전하다. 습윤제 성분으로는 글리세린과 글리세롤이 안전하고 효과적이다. 라놀린, 프로필린 글리콜, AHA, 유레아 성분은 자극과 접촉 피부염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피하도록 한다.

자외선 차단제 자외선 A, B, 적외선을 모두 차단시키는 제품을 선택하자. 징크 옥사이드, 티타늄 디옥사이드가 들어간 제품이 좋은데, 대개 디메시콘 혹은 실리카 성분이 함께 들어있다. 옥시벤존 성분은 광알레르기 접촉피부염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피한다.

‘저자극’이란 말에 속지 말자

이렇게 꼼꼼하게 따져 잘 고른 화장품만큼 민감한 피부에 도움과 위안이 되는 것도 없다. 특히 좋은 보습제는 탈락 중인 각질층 세포들 간의 공간을 채워(들뜬 세포들을 가라앉히는 효과) 피부 표면을 매끄럽게 해 마찰을 줄이며, 외부 유해 물질의 피부 투과를 막아 장벽 기능을 회복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산병원 피부과 이미우 교수는 이에 관한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워낙 피부가 좋은 편이었는데 40대가 넘어서면서 민감성 피부의 징후가 나타났습니다. 얼룩덜룩 붉어진 얼굴을 한 채 피부과 의사로서 환자 앞에 설 수도 없었어요. 뭘 발라도 피부가 편안하지 않아 아무것도 바를 수 없다는 건 정말 큰 고통이어서, 피부를 편안하게 하는 수분 크림(그녀의 경우는 ‘크림 라메르’)을 찾아냈을 땐 얼마나 고맙던지. 그래서 지금은 아토피, 지루성 피부염, 악건성, 레이저 시술 후 피부를 치료할 때는 제가 사용했던 크림을 함께 처방합니다. 피부과 치료와 약만 쓰는 것보다 환자들의 경과도 훨씬 좋더라구요.” 이렇듯 민감성 피부를 지닌 이들에게 호평을 받는 골든 리스트들이 있다. 이들은 피부 질환과 알레르기 유발을 막기 위해 최소한의 성분만 포함하는데, 세타필, 바이오더마, 라로슈포제, 아벤느 등이 그렇다. 특히 아토피 등 극민감성의 경우에는 무균 생산 시스템과 100% 밀폐 멸균 용기(가령 아벤느의 ‘똘레랑스 엑스크렘, ’, 라로슈포제의 ‘똘러리앙 울트라’)를 이용한 제품들이 믿음직스럽다.

그렇다고 ‘저자극성’이란 딱지가 붙은 화장품을 무조건 믿어선 안 된다. <오리지널 뷰티 바이블>의 저자 폴라 비가운은 ‘저자극성‘이란 단어 자체가 넌센스라고 일침을 가한다. 어떤 제품이 저자극성의 자격이 있는지 유무를 결정하는 정확한 가이드라인이나 테스트 방법은 세상에 없으며, 따라서 화장품 회사들은 자신들의 제품에 저자극성이라는 라벨을 아무런 증거나 법적인 제재 없이 자유롭게 표기할 수 있다는 것. ‘피부과 전문의가 테스트한’이라는 표현이나 ‘민감성 테스트 완료’ ‘알레르기 테스트 완료’ 등의 표현들도 마찬가지다. 결국 이 제품을 사용하면 피부 트러블을 적게 발생시키므로 피부나 여드름 피부에 좋다는 주장을 ‘함축’하기 위한 화장품 광고 전략에 불과하기 때문에 ‘저자극성’이라는 라벨을 맹신해 덥석 집어 들진 말라는 것! 결국 스스로 성분을 살피고 제품을 선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설령 안전한 화장품을 찾아냈다 하더라도 평소 생활습관이 엉망이면 도로아미타불이라는 진실! 무엇보다 피부가 민감할 때는 얼굴이 달아오르는 일은 피해야 한다. 싸움, 스트레스, 음주, 반신욕 등은 모두 금물이다. 조소연 교수는 특히 스트레스가 많으면 염증성 싸이토카인이 몸에서 많이 분비돼 염증이 유발된다는 사실은 이미 과학적으로도 증명된 바 있으니 특히 주의하라고 설명했다. “매일 규칙적이고 균형 잡힌 식생활과 충분한 수면, 다량의 물 섭취, 비타민 C와 E 같은 항산화제 복용, 평생 자외선 차단제 사용, 청결한 신체 유지, 적당한 운동, 금주와 금연 모두 중요합니다. 밤낮이 뒤바뀐 생활, 장시간의 컴퓨터 업무, 다이어트 모두 건강한 피부의 적입니다. 무엇보다 화를 내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하면 면역력이 강해져 피부염이나 기타 모든 염증이 잘 안 생기죠.” 전문가들은 선천적인 민감성 피부가 존재하는지 확실하지 않다고 말한다. 즉 민감성 피부는 대부분 후천적 요인으로 생긴다는 것. 그러니 자신의 ‘민감성 피부’란 결과물 뒤에는 스킨 케어의 지나침과 부족함, 그리고 무엇보다 스트레스로 가득 찬 자신의 생활 습관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민감한 피부에 도움이 되는 성분들
판테놀 (비타민 B5): 표피 장벽 기능을 튼튼하게 해주고 항염 작용도 있으며 자극이 전혀 없음.
토코페롤 (비타민 E): 대표적인 항산화제 성분으로 자외선에 의한 산화 손상을 막아줌.
세라마이드: 각질층의 중요 지방 성분으로, 장벽 기능을 호전시키고 홍반을 감소시킴
아연, 구리, 셀레늄, 마그네슘 등 소량 금속 성분: 피부 항산화 효소들의 활성에 필수적인 성분으로, 특히 아연은 염증을 감소시키고 항산화 기능이 뛰어남.

반드시 피해야 할 제품 색소, 살균제 성분, 음이온성/나트륨 함유 계면활성제(sodium lauryl sulfate, SLS), 레티놀 함유 제품, AHA 함유 제품 (글리콜산, 젖산 등), BHA (살리살산), 방부제 (benzoic acid, sorbic acid, bronopol, quaternium 15,formaldehyde, paraben), 향료, propylene glycol, 유레아, 스크럽, 박피 제품들, 비타민 C 제품, 알루미늄 옥사이드 크리스털(aluminum oxide crystals), 호두 껍질 혹은 부석(pumice) 등을 포함한 강한 스크럽, 자극적인 성분의 아스트린젠트(알코올과 멘톨(menthol)이 주범들이다), 자극적인 성분의 토너(알코올과 멘톨을 피하라), 스크럽 장갑, 너무 차갑거나 뜨거운 물, 자극적인 성분의 페이셜 마스크(향이 첨가된 에센셜 오일들과 폴리비닐 알코올을 주의하자), 바 타입의 비누와 클렌저, 알코올 혹은 뒤에 숫자가 함께 표시되는 SD 알코올(다만 세틸 알코올이나 스테아릴 알코올은 무해하다. 특정 성분 혼합물의 경우처럼 아주 소량만 사용되었을 시에는 SD 알코올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