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의 캐리 멀리건

3D 효과와 제이 지가 프로듀싱한 사운드트랙, 그리고 스타들이 총출동한 위대한 개츠비. 바즈 루어만은 개츠비가 집착하는 매혹적인 데이지 부캐넌 역으로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캐리 멀리건을 캐스팅했다.

깃털 장식 시폰과 튤 소재 드레스는샤넬 오뜨 꾸뛰르(Chanel HauteCouture), 머리띠는 뉴욕 빈티지(NewYork Vintage).

구슬 장식 톱과 스커트는 오스카드 라 렌타(Oscar de la Renta).

“이 부분이에요.” 캐리 멀리건(Carey Mulligan)은 손때 묻은 젤다 피츠제럴드의 전기 한 페이지를 펼치며 말했다. 흥분한 그녀의 눈은 반짝거렸다. “‘그녀는 강아지나 새끼 고양이처럼 걱정이 없었다…’ 그게 젤다예요. 그게 데이지죠.” 우리는 코벤트 가든에 있는 한 카페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스물입곱 살의 이 여배우는 바즈 루어만의 <위대한 개츠비>에서 자신이 맡은 데이지 역을 위해 조사한 것들을 보여줬다. 최근 금발머리가 자란 멀리건은 낡은 레깅스와 아끼는 갈색 스웨터(팔꿈치에 구멍이 나고 너무 많이 빨아서 줄어든)를 입고 있었다. 지난밤 그녀는 부모님 집에 머물렀다. 뒤늦은 크리스마스 선물로 어머니를 요리 교실에 모시고 가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5시간에 걸친 파스타 요리를 막 끝내고 돌아온 참이었다. “커다란 테이블에서 모두가 힘을 합쳐 요리를 만든 다음 다 같이 맛을 봤어요.” 그래서 되는대로 아무 옷이나 걸치고 온 것이다. “아직 모든 짐을 제 집으로 옮기지 못했어요”라고 그녀는 말했다. 그녀는 얼마 전 남편 마커스 멈포드-그래미상을 수상한 영국 포크 밴드 멈포드&선스(Mumford & Sons)의 멤버-와 런던에 집을 구했다.

프린스턴 대학 도서관은 멀리건을 위해 출판되지 않은 자료 전체를 복사해줬다. 그녀는 그것을 침대 옆에 두고 빨아들이듯 읽어 내려갔다. “세상에 대한 그녀의 생각, 그녀가 말하는 방식을 흡수했죠”라고 그녀는 편지들 중 하나를 보며 말했다. “‘지옥의 작은 악마들이 스케이트를 타러 갈 때까지 당신의 것.’ 저는 이 글귀를 좋아해요. ‘내겐 너무 하찮아서 빨리 잊어버리는 게 어렵지 않아요.’ 데이지의 그런 태도와 실은 정반대인 그녀의 진심 사이의 그런 이분법….” 그녀는 다시 피츠제럴드의 전기속으로 빠져들었다. “‘나는 늘 내 자신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한 발 떨어져 나를 지켜보는 게 아주 재미있다….’ 그건 이런 느낌이죠. 나는 너무 작고 내겐 아무것도 없는데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은 나를 지켜보는 그런 느낌. 그녀는 삶이라는 영화 속에서 살고 있는 것 처럼 느낍니다. 그녀는 늘 연기를 하면서 사람들에게 자신을 보여줍니다. 꿈속에선 어떤 나쁜 일도 일어날 수 없어요. 꿈속에서는 죽을 수 없죠. 그녀는 자신만의 TV쇼 속에서 삽니다. 카다시안처럼 말이에요.”

멀리건은 전혀 그렇지 않다. 2009년 <언 에듀케이션(An Education)>으로 오스카 후보에 오른 이후 프라이버시가 전혀 없는 할리우드 유명세를 대하는 그녀의 태도는 첫 콘서트에서 관객들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이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게 무얼까 궁금해 하는 어린 천재의 어리둥절함과 비슷했다. “한번은 레드 카펫 위에서 한 손을 힙에 얹었다가 곧 후회하고 말았어요”라고 그녀는 말했다. <브라더스(Brothers)>에서 그녀의 상대역으로 출연한 후 가까운 친구가 된 제이크 질렌할은 “그녀는 자기답게 느껴지지 않는 건 하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그녀의 지명도가 “제로에서 60으로 급상승한 직후 사람들은 그녀에게 홍보 담당자를 두라고 했어요. 그러자 그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왜 내게 홍보 담당자가 필요한지 이해할 수 없군요.’ 그녀의 관심사는 언제나 작품이었습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장식 드레스와메리 제인 구두는 미우미우(Miu Miu).

연기 재능과 이제 막 시작된 셀러브리티라는 두 세계는 루어만의 <위대한 개츠비> 개봉과 함께 극적으로 충돌할 것이다(이 영화에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토비 맥과이어, 조엘 에저튼, 아일라 피셔, 제이슨 클락도 출연한다). “미치도록 정신없고, 피곤하고, 굉장히 압도적이었어요. 제가 참여했던 작품 중 가장 규모가 크고 가장 미친 작품이었죠.” 다시 말해 바즈 루어만의 작품이라는 얘기다.

은발의 호주 감독이 피츠제럴드의 고전을 5곳의 방음 스튜디오와 시드니의 여러 장소(그는 파티가 열리는 개츠비의 롱아일랜드 저택을 시드니에 재현했다)에서 3D로 촬영하겠다고 발표한 순간부터 이 작품은 거의 개츠비라는 인물만큼이나 아연실색할 만한 가십들을 양산했다. 비로 촬영 연기! 재촬영! 격분한 문학 순수주의자들! “고전 소설을 이 굉장한 배우들과 함께 3D로 찍는다는 것, 그건 실현하기 힘든 일입니다. 거의 불가능하죠”라고 시드니에 있는 편집실에서 루어만은 말했다. 그는 5월 15일 칸 영화제 개막식 때 이 영화의 첫 시사회를 위해 편집과 사운드의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제가 모든 사람들이 뮤지컬이 죽었다고 말했을 때 뮤지컬을 만들었던 사람이라는 걸 기억하십시오. ‘볼룸 댄스는 미국에서 절대 인기가 없을 거야!’란 말도 들었습니다.” 지금도 루어만의 과거 작품들인 <댄싱 히어로>와 <물랑 루즈>를 따라잡으려고 애쓰는 TV 프로그램들 -<댄싱 위드 더 스타스(Dancing with the Stars)>와 <글리(Glee)>-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 분위기는 새로운 <개츠비>에 딱 맞는 것처럼 보인다. 피츠제럴드의 재즈 시대 연인들을 재포장해 현대 셀러브리티 세계를 빗댄 작품! “제가 보기에 개츠비와 데이지의 관계는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리처드 버튼 같은 유명인사들의 위험한 관계와 비슷한 것 같아요”라고 루어만은 말했다. “개츠비는 자신의 유명세 때문에 괴롭습니다. 셀러브리티 가십과 신문들이 새로운 발명품이라는 걸 기억하세요. 셀러브리티는 20년대에 탄생했고, 피츠제럴드는 그것에 매혹됐습니다.”

루어만의 아내이자 의상 디자이너인 캐더린 마틴-<물랑 루즈>로 오스카 의상상을 수상했다-은 이 영화를 위해 미우치아 프라다와 손을 잡고 40여 가지 룩을 탄생시켰다. 여기에는 열렬한 갈채를 받은 멀리건의 파티 드레스도 포함돼 있다. 메탈 고리들로 연결된 크리스털 물방울이 반짝이는 샹들리에 드레스로, 2010년 프라다 봄 컬렉션에 등장했던 룩에서 영감을 얻은 것. 제이 지가 프로듀싱한 사운드 트랙은 플로렌스 앤 더 머신, 라나 델 레이, 더 엑스엑스 등이 부른 재즈, 랩, 팝을 총망라 하고 있다. “바즈는 이 소설이 본질적으로 모던하며, 시대 배경인 20년대에 대해선 모든 사람들이 20세기를 정면으로 마주한 시대라고 생각했어요”라고 마틴은 말했다. “전쟁 전에는 한 주에 몇 달러를 벌던 사람이 갑자기 100달러를 버는, 아주 역동적인 변화의 시기를 경험하죠. 미국에선 처음으로 여성들이 직장에 나가게 됩니다. 스트랩리스, 원숄더, 브이넥 등 드레스들의 네크라인과 관련해 얘기하자면 1920년대엔 모든 종류의 네크라인들이 있었어요. 에르테(Erte, 20세기 초 패션 디자이너 겸 무대디자이너)가 디자인한 모든 실루엣의 드레스들도 등장했고요. 길고 나른한 실루엣, 바이어스 컷, 로브 드 스타일 같은 것들 말이에요. 시프트 드레스, 저지 드레스, 셔츠 드레스들도 이 시대에 탄생했습니다.”

루어만은 개츠비로 디카프리오를 캐스팅함으로써 자신이 만든 <로미오와 줄리엣>의 주인공과 재회했다. 디카프리오는 루어만이 내게 보여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필름의 25분 부분부터 이야기 중심에 등장해 데이지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역할에 깊이 빠져든다. 개츠비의 부드러운 외모와 달리 그의 내부에선 그가 연기한 <애비에이터>의 하워드 휴즈와 똑같은, 단단하게 뒤얽힌 분노가 소용돌이치고 있다. 로버트 레드포드와 미아 패로가 출연했던 1974년 버전-하얀 테니스복과 잔디가 나른함을 불러일으키며 차분한 분위기를 풍겼던 작품-과 비교하면 루어만의 버전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총천연색 스펙터클뿐만 아니라, 루어만이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무대에 올렸던 <한여름 밤의 꿈>과 <라보엠>에 뿌리를 둔, 엄청난 관객을 열광시킬 팝 오페라가 될 것이다.

“레드포드의 영화를 본 게 기억납니다. 아주 멋졌어요. 하지만 모든 내용을 이해하진 못했습니다. 개츠비가 어떤 사람인지 이해할 수 없었어요”라고 루어만은 말한다. 그는 제임스 카메론이 자신에게 <아바타> 촬영 필름을 보여주고 난 후 이 작품을 3D로 찍기로 결심했다. 그 후 그는 오리지널 3D 프로젝터로 히치콕의 <다이얼 M을 돌려라>를 봤다. “저를 놀라게 한 건 모든 것이 스크린에서 튀어나온다는 사실이 아니었어요. 제가 놀란 건 카메라가 움직이지 않는 공간에서 그레이스 켈리가 움직이는 모습이었어요. 그것은 연극에 가까웠습니다. 바로 그런 부분이 연기에 힘을 실어줬지요. 당시엔 배우들이 드라마를 더 많이 지배했어요. 카메라는 에너지를 발산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 사실이 저를 흥분시켰고 저는 어쩔 줄 몰랐어요. <개츠비>에서 진짜 특수 효과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배우들이 플라자 호텔의 한 방에서 시나리오 10페이지에 달하는 장면을 연기하는 걸 지켜보는 것일 수도 있어요. 그런 것이 진정한 시각 효과일 수 있습니다.”

플라워 아플리케가 특징인 실크 새틴드레스는 니나 리치(Nina Ricci),다이아몬드와 오닉스 귀고리는 샤넬 파인주얼리(Chanel Fine Jewelry), 팔찌는그레이앤데이비스(Gray&Davis).

<위대한 개츠비>는 다섯 번이나 영화화됐다. 그것이 뉴스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뭔가를 말해준다. 제작 과정에서 루어만은 사람들의 말처럼 피츠제럴드 소설을 영화화하는 것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상황을 여러 번 만났다. 한 예로, 라니냐 현상으로 인한 폭우로 호주 해안이 엉망이 됐고, 롱 아일랜드를 재현해 놓은 세트장으로 가는 도로가 파괴되면서 촬영이 멈췄다. “그냥 모든 게 휩쓸려가 버렸어요”라고 루어만은 말했다. 나중에 재촬영을 위해 돌아왔지만 다시 비 때문에 중단됐다. 촬영이 끝나고선 거의 1년에 걸친 사후 작업이 있었다. 멀리건은 루어만이 아직 영화를 찍고 있지 않은 유일한 이유가 3D 카메라를 매단 크레인 중 하나가 쓰러지면서 그의 머리를 “정말 끔찍하게” 내리쳤을 때 남은 상처 때문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피를 철철 흘렸지만 누군가 ‘병원에 가야해요’라고 할 때까지 계속 촬영했어요. 그래서 우리는 촬영을 중단했습니다. 그렇지 않았으면 그는 멈추지 않았을 거예요. 그는 제가 만나본 어떤 사람보다 에너지가 넘칩니다. 세트 전체를 책임지고 있지요.”

데이지 역을 위해 루어만은 거의 모든 A급 여배우들을 만나 봤다. “레오나르도 때문에 데이지는 많은 여배우들이 갈망하는 역할이 됐었죠”라고 감독은 말했다. 소문에 따르면 스칼렛 요한슨, 미셸 윌리엄스, 블레이크 라이블리, 키이라 나이틀리, 나탈리 포트만 등이 오디션을 봤다고 한다.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데이지 부캐넌이 살고 있습니다. 스칼렛 오하라처럼 말이에요. 정말 민감한 주제지요. 저는 스칼렛이 아주 귀하신 아역 스타 같은 여자라고 생각해요. 그녀는 평생 스타였습니다. 그리고 데이지에게도 그런 면이 있습니다. 그녀는 일종의 사교계 초신성입니다. 너무나 매력적이고 눈부시죠. 그녀는 당신을 이 세상 유일한 존재처럼 느끼게 해줍니다.” 멀리건은 오디션을 비교적 늦게 봤다. “우리는 식당 장면 바로 앞부분, 그러니까 데이지와 개츠비가 키스하는 장면을 연기하게 했어요. ‘제가 그에게 키스해야 하나요?’ 라고 그녀가 묻더군요. ‘맞아요. 한번 해봐요.’ 그녀는 몸을 기울이더니 레오나르도에게 키스를 했습니다.”

그 장면이 끝난 후 루어만은 디카프리오의 의견을 듣기 위해 그녀를 밖으로 내보내면서 작별 인사도 제대로 못했다. “레오나르도가 저를 보더니 이렇게 말하더군요. ‘글쎄요… 연기 분야의 차세대 스타인 것 같은데요. 우린 많은 훌륭한 배우들을 만나 봤어요. 하지만 데이지는 일종의 온실 속의 꽃이어야 해요. 개츠비가 이전에 한 번도 만나 본 적이 없는 그런 여성. 그가 보호해야 한다는 강박감을 느낄 만한 그런 여자여야 해요’라고 그는 말했고, 저는 그 생각이 아주 예리하다고 생각했어요. 그 후 결정은 아주 빠르게 내렸습니다.’”

루어만이 멀리건에게 데이지 역할을 맡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하기 위해 전화했을 때 그녀는 CFDA/VOGUE 패션 펀드 시상식에 참석해 무대 위에서 칼 라거펠트와 수상자들을 발표하고 있었다. 우연히도 캐더린 마틴이 멀리건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저는 침착하려고 애썼어요. 하지만 정말 끔찍했습니다”라고 몇 주 동안 피가 말랐던 멀리건은 회상했다. “무서웠어요. 초조하게 마음을 졸였지요. 당시 <드라이브> 촬영이 끝나가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에 일이 그렇게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 전화가 걸려와 실망하는 일만 기다리고 있었어요.” 멀리건이 무대에서 내려온 후 마틴은 그녀에게 휴대폰을 건네며 말했다. “누군가 당신과 얘기하고 싶어 하는군요.” 그 다음 그녀가 들은 말은 루어만의 느릿느릿하고 따뜻한 호주 악센트였다. “안녕, 데이지…” 그가 “부캐넌”이라는 단어를 발음하기도 전에 멀리건은 냅킨에 대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정말 흐느꼈어요. 모두 무슨 일이지? 하고 수근거렸죠.” 마틴은 멀리건의 친구인 메리 케이트 올슨과 애슐리 올슨과 함께 축하하러 가기 위해 그녀를 차에 태웠다. 그들은 새벽까지 파티를 벌였다. “자세한 얘기는 생략할게요. 그녀가 데이지에서 젤다 피츠제럴드에 조금 더 가까워졌다고만 해두죠”라고 루어만은 말했다. “멀리건의 특별한 점은 그녀가 신체적으로 아주 소년 같다는 거예요. 그녀의 얼굴엔 그런 아름다운 순수함이 있습니다. 하지만 약간 거친 면도 있지요. 젤다처럼요. 엉뚱한 구석이 있어요.”

2008년 브로드웨이 연극 <갈매기>를 위한 멀리건의 워크북-이 작품에서 그녀는 니나 역으로 극찬을 받았다-에는 샤갈의 풍경화, 함께 출연한 매켄지 크룩이 그린 그림 몇 점, 그리고 예이츠의 시가 담겨 있다. 그녀는 뒤셀도르프와 런던의 여러 호텔에서 보낸 성장기 영향으로 덧없음을 표현한 글귀들에 감동을 받는다(그녀의 아버지는 뒤셀도르프와 런던의 호텔들에서 지배인으로 일했고, 그녀는 식당 카트 밑에서 손님들을 관찰하곤 했다). 그녀는 새로운 역할을 맡을 때마다 이런 스크랩 북을 만든다. 그녀가 2007년 런던에서 이 연극을 위해 준비했던 스크랩 북과 완전히 다른. “같은 스크랩 북을 봤다면 연기를 그대로 반복하려고 했을 거예요. 저는 그때보다 나이가 들었고, 같은 연기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어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연기한제디 개츠비와 토비 맥과이어가 분한닉 캐러웨이가 함께 개츠비의노란 자동차를 타고 가는 영화 속 한 장면.

멀리건은 현재에 충실하다. “그것이 그녀가 예측 불가능한 이유예요. 영화 속에서 그녀는 그런 예측 불가능한 모습을 보여줍니다”라고 질렌할은 말했다. 그녀는 영국 여배우들이 으레 이력서에 덧붙이는 시대극 경력이 확실히 부족하지만, 대신 올리버 스톤의 <월 스트리트 2>, 스티브 맥퀸의 <셰임>, 그리고 니콜라스 윈딩 레픈의 <드라이브>에 출연해 현재에 울컥함을 느끼거나 그 덧없음에 괴로워하는 역할들을 통해 생생한 불안감을 표현하는 재능을 발휘했다. 그녀는 <네버 렛 미 고(Never Let Me Go)>에서 불운한 젊은이 중 한 명으로 나와 깊은 슬픔을 불러 일으켰다. 반면 그녀가 연기한 데이지는 과거를 돌이키려는 개츠비의 집착에 대한 살아 숨 쉬는 비난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그녀가 영화에 등장하기 전, 데이지의 집에서 안이 비치는 하얀 커튼을 통해 거대한 소파에서부터 올라오는 그녀의 웃음소리를 듣는다. 바로 그런 장식이 저항할 수 없는 농담과 연관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촬영 중 디카프리오가 멀리건이 푹 빠져 있는 프로틴 바(영양식)를 선물로 준 후 두 사람은 서로 메모를 주고받았다. “그는 제게 프로틴 바를 주면서 이런 작은 메모를 적어 줬어요. ‘사랑하는 데이지…,’ 그리고 ‘제이(Jay)’라고 서명했습니다. 그는 그 앞에 작은 데이지 꽃을 그렸어요”라고 그녀는 회상했다.

물론 피츠제럴드 소설 속에서 데이지는 목소리로 대략 어떤 성격인지 규정지어진다. 예를 들어 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황홀한” “즐거운 잔물결”이 느껴지는, “변덕스럽고 열정적인 따뜻함”이 넘치는, “돈 냄새가 가득한”-가장 유명한 특징- 등으로 묘사된다. 멀리건의 목소리 음역대는 선천적으로 낮다. 둥글고 보조개가 들어간 그녀의 얼굴은 어려 보이지만, 과거 BBC에서 들을 수 있었던 감미로운 영국 상류층의 그것 같은 그녀의 목소리에서는 기대하지 않았던 낙관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육체적으로 볼 때 그녀는 거의 아이 같은 특징을 지녔어요”라고 루어만은 말했다. “하지만 목소리는 리타 헤이워드 같습니다.” <언 에듀케이션>을 통해 할리우드에서 그녀에 대한 열병이 처음 시작된 봄(당시 어느 평론가는 그녀를 선댄스 영화제의 꽃으로 불렀고, 그녀가 LA에서 미팅하러 버스를 타고 왔다는 사실을 안 워렌 비티는 운전기사 역할을 자처했다), 그녀가 끊임없이 비교당하던 오드리 헵번의 귀여움보다는 젊은 시절 셜리 매클레인의 풍미 넘치는 차분함에 더 가까웠던 건 이런 역설적인 특징 때문이다.

“그녀는 작은 밤비 같지만 할리우드의 허상을 꿰뚫어볼 줄 압니다”라고 <드라이브> 감독인 니콜라스 윈딩 레핀은 말했다. 그와 그의 아내는 멀리건이 <드라이브>를 찍는 동안 살 곳이 없다는 걸 알고 그녀를 자신들의 집에 묵게 했다. “그녀는 기막히게 맛있는 당근 케이크를 구웠어요. 그녀는 필요할 땐 아주 실용적인 태도를 취합니다. 한번은 세트장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 경찰들이 차를 세우게 했어요. 그녀가 레드불을 너무 많이 마신 상태였거든요. 저는 생각했어요. ‘오 맙소사! 이제 큰일 났군. 하지만 멀리건은 아주 매력적이었고 영국식으로 정중히 사과했어요. 그러자 경찰은 그냥 우리를 보내주었습니다. 당신이라면 그녀와 사랑에 빠지지 않고 배길 수 있겠어요?”

데이지 역할의 캐리 멀리건과개츠비 역을 맡은 디카프리오가 나누는소중한 밀회의 순간.

<언 에듀케이션>에서 관객들은 자유롭게 그녀와 사랑에 빠졌다. 반면 <개츠비>에서는 반드시 사랑에 빠져야 한다. 그녀로선 이해할 수 없는 점이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어마어마한 제작과정(5개의 방음 스튜디오, 찰스턴 장면에 등장하는 수백 명의 엑스트라들)을 둘러보던 순간들이 있었다. “대본을 보면 그녀가 얼마나 공주 같고, 얼마나 아름다운 천사인지 적혀 있는 거예요. 그러면 휴, 하고 한숨을 쉬게 됩니다. 그저 그 장면을 끝내고 싶다는 생각뿐이지요.” 그녀는 이렇게 덧붙였다. “저는 완전히 갈가리 찢길 준비가 돼 있어요. 아니, 준비가 안 됐어요. 그게 문제예요. 저는 갈가리 찢기고 싶지 않아요. 우리는 모두 무언가를 시도했습니다. 즐거운 시간을 가졌고, 뭔가 흥미롭고 신나는 것을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멀리건이 스크린에 등장한 자신을 보고 거의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것에 비하면, 그녀를 자신의 작품에 대한 맹렬한 비평가라고 부르는 건 약과다. 그녀는 어떤 영화든 촬영을 하는 동안 모니터들을 피했다. 그리고 머리를 가슴에 묻고 수많은 영화관을 빠져 나왔다. <언 에듀케이션>을 본 후 그녀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했다. “그게 한계인 것 같아요.” 얼마 전에는 코엔 형제의 새 영화 <인사이드 르윈 데이비스(Inside Llewyn Davis)>-여기서 그녀는 성격이 불같은 포크 가수를 연기했다-의 상영 때 밖으로 나와 울음을 터뜨렸다. 자신의 연기가 너무나 불만족스러웠던 것이다. 그러나 질렌할은 그 작품에서 멀리건의 연기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훌륭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그녀가 했던 어떤 역할과도 정반대였어요. 정말 훌륭한 배우는 주머니에 15장의 카드를 갖고 있어요. 위대한 배우는 150장을 갖고 있고요. 그녀는 사람들을 속여 자신이 15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당신이 그것을 알아차렸을 때 그녀는 당신보다 이미 150걸음 앞서가고 있지요.”

멀리건은 가끔 자신의 행운에 놀란다. 그녀는 <드라이브>의 사운드 트랙을 틀거나 LA나 뉴욕에 살던 시절의 노래를 들을 때면 지금의 결과에 압도된다. 심지어 겁이 나기도 한다. “자신이 원하던 것을 얻으면 불안합니다. 그것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약간 부족한 것이 아니라, 원하던 바로 그것을 얻었을 때 말입니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죠. 정말 이상해요.” 코엔 형제의 영화를 촬영한 이후 그녀는 거의 1년을 쉬었다. 몇 년 전이었다면 불안했을 것이다. “어디로 떠나서 우물을 파거나 했어야 한다고 느꼈을 거예요”라고 그녀는 말했다. “하지만 연기는 더 이상 제 삶의 중심이 아닙니다. 그건 제가 하고 싶은 일이지만 제 전부는 아니에요.”

진주로 휘감긴 타조 깃털 장식 드레스는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귀고리는 티파니(Tiffany&Co.),보석 장식의 구두는 미우미우(Miu Miu),핸드백은 프레드 레이톤(Fred Leighton).

그녀는 멈포드와 집을 꾸미고 가구를 비치하며 시간을 보냈다. 멈포드는 사실 그녀의 어린 시절 친구다. 그녀는 2년 전 질렌할이 내시빌에서 열린 멈포드&선스의 개인 콘서트에 그녀를 데려갔을 때 그와 재회했다. 그들은 그녀가 <개츠비> 촬영을 위해 호주로 떠나기 직전 약혼했고, 그녀가 돌아오자마자 서머셋에 있는 개조된 헛간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웨딩 텐트는 건초 더미로 장식되었다. “마커스는 사랑스러운 남자예요”라고 질렌할은 말했다. “캐리는 진국이고요. 제 눈에 그들은 완벽한 커플입니다.” 그들은 런던에 있지 않을 때는 시골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곳에서 “제게 딱 맞는 것, 제가 읽고 싶고, 연기하게 해달라고 애원하기 위해 8000km를 날아가고 싶은 그런 작품”이 있는지 늘 살피면서 책을 읽는다고 그녀는 말했다. 그녀의 다음 역할은 토마스 빈터베르 그가 새롭게 각색한 토마스 하디의 <성난 군중으로부터 멀리(Far from the Madding Crowd)>에 등장하는 배스시바(Bathsheba)다. “시대극과 싸우는 건 그만뒀어요”라고 그녀는 말했다. “그는 아주 흥미로운 감독입니다. 저는 그가 멋진 작품을 만들 거라고 생각해요. 줄거리를 보면 제정신이 아니에요.”

‘미친(Crazy)’은 ‘이상한(Weird)’과 함께 그녀가 지나치게 많이 쓰는 단어다. 여러분은 멀리건이 미국 모험을 통해 겪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적인 요소와 자기 자신에게 충실하고자 하는 단호한 결심을 그 단어 속에서 포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을 매료시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두 가지로 상반된 매력을 지닌 이 단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스스로에게서 벗어나고 싶은 강렬한 욕망, 그녀를 반복해서 수심 깊은 곳으로 몰아넣는 불안함. “그녀는 예측하기 힘든 사람이에요.” <개츠비>에 출연한 토비 맥과이어는 말했다. “거기에는 정말 부서지기 쉬운 연약함이 있지만 동시에 엄청난 힘, 진정한 힘이 있습니다.”

옥스퍼드 서커스 모퉁이에서 포옹을 하고 그녀가 자동차들의 헤드라이트와 경적 소리 속으로 떠났을 때, 그녀가 데이지에 대해 했던 말이 떠올랐다. “개츠비와 관련된 일은 멋지지만 무모한 장난입니다. 그것은 현실이 아니에요. 데이지는 집으로 돌아가야 할 때를 알만큼 똑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