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0순위 쇼핑 아이템, 에스파드류

7세기 전, 피레네 산맥을 누비던 신발은 이제 전 세계 멋쟁이들의 필수품이 됐다.
올여름 쇼핑 리스트 0순위에 올려야 할 바로 그 아이템, 에스파드류!

연보랏빛 플리츠 스커트는 로우 클래식(Low Classic), 에스파드류는 위부터 크리스찬 루부탱(Christian Louboutin), H&M, 캠퍼(Camper), 카스타네르(Castañer at Beaker), 미쏘니(Missoni), 루이 비통(Louis Vuitton), 알도(Aldo).

지난 4월 말, 일거수일투족이 화젯거리인 영국 왕세손 가족이 시드니를 방문했다. 생후 8개월 된 조지 왕자의 귀여운 미소가 앞다퉈 보도되긴 했지만, 여전히 최고의 관심사는 케이트 미들턴의 옷차림. 맨리 해변에서 수많은 팬들과 악수를 나눌 때 그녀가 입은 짐머만의 흰색 아일릿 드레스가 삽시간에 ‘완판’될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미들턴이 신고 있었던 것은? 스튜어트 와이츠만의 에스파드류 웨지힐! 왕세손비께서 몸소 해변 룩의 정석을 보여준 셈이다.

스니커즈, 테바 슈즈, 뮬, 버켄스탁···, 올여름 슈즈 트렌드로 꼽히는 다양한 아이템 중 에스파드류를 빼놓을 수 없다. 왕세손비가 보여준 것처럼 해변에 가장 어울리는 신발이기도 하지만, 그 유래를 거슬러 올라가면 피레네 산맥에 도달하게 된다.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에서 14세기부터 농부들이 신었던 신발이 바로 에스파드류의 근원. 억새(espart)로 밑창을 만들었다는 의미에서 에스파드류(espadrille)란 이름이 탄생했다. 스페인을 중심으로 유럽에서 즐겨 신던 에스파드류가 전 세계로 퍼져나간 것은 40년대부터다. 48년 영화 <Key Largo>에서 험프리 보가트의 상대역으로 출연한 글래머 스타 로렌 바콜의 앵클 스트랩 에스파드류가 유행의 시작에 한몫했다. 이후 오드리 헵번, 그레이스 켈리 같은 할리우드 최고 멋쟁이 여배우들의 사랑을 받으며 에스파드류의 신분은 단숨에 수직 상승했다.

흔히 에스파드류 하면 떠오르는 건 캔버스 소재의 슬립온이다. 캔버스와 밑창을 꿰맨 자국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신발. 플랫 에스파드류라고 해서 ‘플레스파드류(flespadrilles)’라고도 불리는 이 디자인의 대표 주자는 단연 샤넬이다. 발등에 샤넬 로고를 살포시 얹은 슬립온은 알레산드라 앰브로시오, 켄달 제너, 케이티 페리 등 패피들로부터 절대적 지지를 받는 것은 물론, 인스타그램에서 ‘슈피(신발을 찍은 사진)’의 주인공으로 가장 인기 있는 아이템 중 하나. 캔버스로 시작했지만 매 시즌 가죽, 메시, 데님 버전으로 진화 중(컬러 블록 버전 역시 근사하다)이다.

아닌 게 아니라 올여름 에스파드류의 특징은 가죽, 리넨, 스웨이드, 레이스, 송치, 데님 등 캔버스 외에 다양한 소재를 사용했다는 것. 레이스로 뒤덮인 토리 버치의 슬립온, 킬힐을 포기할 수 없는 여자들을 위한 크리스찬 루부탱의 가죽 앵클 스트랩 웨지힐(178cm의 블레이크 라이블리조차 즐겨 신는다), 노네임의 플랫폼 스니커즈(3cm 플랫폼이 통째로 에스파드류 소재), 밑창부터 스트랩까지 모든 부분에 천연 소재를 사용한 캠퍼의 플랫 샌들 등등. 한편 스튜어트 와이츠만의 ‘SW×YOU’는 나만의 스웨이드 에스파드류를 디자인할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다. 15가지 색상의 스웨이드 중 하나를 고르고 뒤꿈치 금속 장식을 선택한 다음, 스터드 장식 유무를 결정하면 끝! 올여름만큼은 에스파드류의 변신은 무죄다.

게다가 이번 시즌 루이 비통 런웨이에 등장한 보이프렌드 핏의 낡은 청바지, 알렉산더 왕의 발목을 훤히 드러내는 큐롯 팬츠, 크리스토퍼 케인의 하늘하늘한 맥시 드레스, 여러 SPA 브랜드의 스키니 진까지 에스파드류와 잘 어울릴 만한 룩을 꼽아보자면 한도 끝도 없다. 편하고 예쁜 데다 스타일링까지 수월하니 이보다 더 멋진 신발이 또 있을까! 단, 주의할 점이 하나 있다. 밑창은 주로 삼베와 마 소재 노끈을 땋아 만드는데, 천연섬유인 만큼 물에 약하다. 물에 젖으면 딱딱하게 굳기 때문에 밑창 형태가 변형될 수 있다. 노끈이 쉽게 변색되고 틀어지는 것도 단점이다. 해변에서 가장 빛나지만 바닷물이 닿으면 신발을 포기할 수도 있는 아이러니한 신발인 셈. 그렇다면 에스파드류 관리법은? 슬립온 타입의 경우, 신축성이 좋기에 조금 끼는 듯한 사이즈가 좋다. 오래 신어서 늘어났다면, 밑창을 제외한 부분을 뜨거운 물에 2~3분 정도 담근 뒤 자연 건조시키면 다시 줄어든다. 또 웨지힐의 경우 보통 천연섬유 안에 코르크나 나무를 넣으니 발목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가벼운 것을 골라야 한다. 밑창이 젖었도 드라이어나 건조기를 사용하면 안된다. 자연 바람에 천천히 말려줄 것! 마지막으로 천연섬유 부분이 틀어지면 갈라진 부분을 정확히 맞춰 강력 접착제로 붙여주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