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라거펠트 전시

 

패션 황제 칼 라거펠트는 ‘회고’를 극도로 혐오한다고 고백한 적 있다. 과거의 영광에 빠져 있는 것보다 미래를 떠올리는 게 훨씬 중요하다는 것. “과거에 빠져드는 건 결코 좋은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20년 가까이 그의 곁을 지켜온 스타일리스트이자 뮤즈인 아만다 할레치가 마침내 그를 설득했다. 3월 말 독일의 작은 도시 본에서 60년간 라거펠트의 모든 작업을 돌아보는 <Karl Lagerfeld. Modemethode> 전시를 기획한 것(bundeskunsthalle.de, 9월 13일까지). 큐레이터 역할을 맡은 할레치 역시 이번 전시가 결코 과거를 돌아보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클로에, 펜디, 샤넬, 그리고 자신의 라벨에서 주요 디자인과 아이템을 모아 라거펠트의 작업 방식을 보여주는 게 의도다. “저는 패션 역사학자가 아닙니다. 그렇기에 처음부터 모두 다시 점검해야 했어요.” 이 과정을 거쳐 126벌 옷과 120개 액세서리, 177개 버튼, 그리고 수백 개 스케치를 꺼냈다. 1954년 ‘인터내셔널 울마크 프라이즈’ 수상작인 노란색 코트부터 펜디 모피 코트와 가방, 샤넬 트위드 재킷과 웨딩드레스까지. 그러나 고집불통 디자이너는 결코 이 전시를 찾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사람들이 제 작업을 보는 건 흥미롭지만, 그렇다고 제가 갈 필요는 없잖아요? 저는 제 작업을 다 알고 있으니까요. 게다가 스스로 월계관을 쓰고 앉아 있으면 결코 성장할 수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