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방문한 패션 스타들

snowcat20150514

 

모두들 황금연휴의 시작을 만끽하던 5월의 첫 주말. 평소 인기 모델 목격담과 ‘인증샷’이 주로 올라오는 어느 온라인 커뮤니티는 한 장의 사진으로 인해 난리가 났다. 몹시 정겨운 동대문 평화시장과 새파란 시내버스를 배경으로 칼 라거펠트가 아이패드를 들고 서 있는 모습이 찍힌 것! 단정히 묶은 백발과 선글라스, 턱 밑까지 단추를 채운 셔츠와 가죽 장갑까지 분명 샤넬의 수장 라거펠트가 맞는데, 파리 깡봉 거리도 아닌 동대문 시장으로 유체 이동이라도 한 걸까? 생소한 그 광경을 보며 분명 포토샵을 이용한 합성일 거라는 음모론부터, 시장 곳곳에서 파는 가짜 샤넬 제품을 단속하기 위해 순찰 중이라는 웃지 못할 의견까지 제기됐다. 물론 실제로는 여러분이 아시다시피 서울 DDP에서 열리는 2015 샤넬 크루즈 컬렉션을 위해 동대문을 구경하고 있었던 것!

5월 4일, 이 역사적인 쇼 당일 이틀 전부터 세계 각지의 패션계 인사들이 인천공항에 속속 도착했다. 각국 <보그> 패션 에디터들부터 지젤 번천, 크리스틴 스튜어트, 틸다 스윈튼 등 샤넬 홍보대사들, 그리고 나탈리 웨슬링, 사샤 루스, 몰리 베어, 바바라 팔빈 등 최근 런웨이에서 맹활약하는 모델들까지(해외에서 활동 중인 한국 모델 수주, 지영, 성희, 지혜, 대혁도 귀국했다). 그리고 샤넬 공식 일정이 시작되기 전까지 그들은 서울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각자의 방식으로 한국을 체험했다. 곳곳에서 목격담이 쏟아져 나온 건 당연지사! 인스타그램에는 #chanelcruiseseoul이란 해시태그 아래 무려 1만 장이 넘는 사진이 올라왔고, 찬찬히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사진들이 한가득. 가령 오랜 비행으로 지친 크리스틴은 호텔에 짐을 풀자마자 이태원 ‘단풍나무집’으로 향했다.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반드시 들르는 그곳에서 헤어&메이크업 스태프들과 함께 한국식 바비큐와 맥주를 즐긴 것. 다음 날 오전에는 ‘Chanel’이라 적힌 스웨트셔츠와 트레이닝 팬츠 차림으로 남산을 조깅하던 중 수많은 팬들에게 붙잡혔다. 틸다는 우사단길의 카페 ‘엔트로피 커피’에서 <설국열차>로 인연을 맺은 봉준호 감독과 재회했다. 또 만두부터 봄나물까지 한국 음식의 매력에 흠뻑 빠진 지젤은 자신이 주인공으로 등장한 대형 샤넬 광고 사진이 걸린 ‘헬로 apm’ 건물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늘 샤넬 쇼 음악을 담당하는 음악 감독 미셸 고베르는 늘 그렇듯 화끈했다. 이태원 클럽 트랜스에서 ‘흥’을 즐겼다는 후문(크로스드레싱 무희들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한국 전통 문화유산 역시 글로벌 패피들의 맘을 사로잡았다. 가장 인기를 누린 세 곳은 경복궁, 광화문, 그리고 조계사! 경복궁 수문장들과 한 컷, 광화문을 배경으로 한 컷, 석가탄신일을 기념해 연등을 화려하게 장식한 조계사에서 한 컷! 다들 똑같은 서울 관광 책자를 본 것처럼 같은 장소에서 기념사진을 남겼다. 그 가운데 평소 중성적인 매력으로 사랑받는 모델 빙스 왈튼은 궁중 의상을 체험하러 가서 화사한 한복을 입고 고운 듯 우스꽝스러운 자태를 뽐냈다. 이 밖에도 광장시장, 명동, 한강까지. DDP에서 열린 20분의 샤넬 크루즈 쇼가 라거펠트의 시각으로 재해석된 한국의 전통 미학을 세상에 알렸다면, 그들은 서울 시내 곳곳에서 ‘서울라이트’들의 생기발랄한 현재를 느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