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패션 펫 ⑤ – 칼 라거펠트

KARL LAGERFELD + BIRMAN CAT

EWGGERGR

구멍 뚫린 루이 비통 캐리어, 그리고 인공 눈물과 장난감과 브러시와 은식기로 구색을 맞춘 고야드 블랙 트렁크 없인 여행을 위해 한 발자국도 꿈쩍하지 않는 고양이. 하루 빗질 두 번과 눈 트리트먼트를 수시로 발라주며 주인님이 볼 수 있도록 업무 일지에 모든 걸 낱낱이 기입하는 하녀 두 명과 운전기사가 밀착 수비하는 고양이. 안전을 책임지는 우람한 경호원과 전속 주치의가 달라붙는 고양이. 응석받이 공주 같은 태도를 기본으로 결코 경박하게 야옹대거나 갸르렁거리지 않고 오직 눈빛으로 말하는 고양이. 부엌이나 바닥에서 음식을 먹지 않고 음식이 담긴 고야드 접시를 테이블에 놓으면 살금살금 기어와 맛보는 고양이. 메뉴로 치면 물그릇 하나와 작은 크로켓 하나와 고기파이 파테 하나 가운데 골라 먹는 고양이. 주인이 쓰는 끌로랑 헤어 파우더는 사절이며 방향제나 스프레이와 향수는 질색인 고양이. 앤티크 레이스나 앤티크 리넨을 갖고 꼴레뜨 쇼핑백에서 노는 고양이. 물에 젖기라도 하면 짜증 내는 고양이… 당신이 방송에 출연할 만큼 이름난 애묘가라고 해도 이런 고양이들이 곁에 있다면? 심지어 이 모든 기질을 고양이 한 마리가 갖고 있다면? 2015년 6월 집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 약 65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채, 역시 자신만의 위키피디아 페이지마저 지닌 ‘슈페트’가 그 주인공이다.

REHY

이제 당신은 요 암고양이를 향해 ‘프린세스 슈페트’, 혹은 ‘미스 슈페트’라고 불러도 되지만, 얼마 전에 아빠의 성까지 붙였으니 슈페트 라거펠트로 호명하는 게 옳다(그녀의 사생활이 오죽 대단하면 다음 생애에 슈페트로 태어나고 싶다는 패피들의 농담이 떠돌 정도). 칼 라거펠트는 2주 동안 친구네 고양이를 대신 봐주면서 슈페트와 처음 만났다. 슈페트를 향한 그의 마음은 세상의 모든 딸 바보들이 봐도 혀를 내두를 정도. “슈페트는 인간 같지만 말을 하지 못해서 좋아요. 굳이 불편하게 대화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미얀마 출신의 신성한 품종으로 알려진 버만 고양이 암컷 슈페트는 2011년 8월 15일생. 패션 루이 14세라고 지칭해도 부족함 없는 ‘아빠’덕분에 지젤, 린다 등과 함께 <보그> 표지에 등장하는 슈퍼 캣으로 어여쁘게 성장하고 있다. 심지어 슈에무라와 협업하며 ‘Shupette’라는 화장품 이름마저 탄생시킨 브랜드 파워를 지녔다. 또 <Choupette: The Private Life of a High-Flying Fashion Cat>이란 책까지 발간했으며, 독일 자동차 회사 ‘오펠’을 위해 아빠와 함께 달력을 제작해 무려 38억원쯤 벌어들였다. 그야말로 슈퍼 울트라 ‘갑’ 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