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 레오퍼드 프린트

1947년 무슈 디올이 처음 선보인 이후 변신에 변신을 거듭해온 레오퍼드 프린트. 2015년 가을엔 단풍처럼 화려한컬러를 덧입었다.

모델 그레이스 하첼(Grace Hartzel@Next)이 입은 실크 블라우스와 체크 플리츠 스커트, 초록색 레오퍼드 패턴 코트는 모두 미우미우(Miu Miu).

모델 그레이스 하첼(Grace Hartzel@Next)이 입은 실크 블라우스와 체크 플리츠 스커트, 초록색 레오퍼드 패턴 코트는 모두 미우미우(Miu Miu).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표현을 탄생시킨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소설 <재능 있는 리플리 씨(1955)>가 영화화됐을때, 매력적인 여주인공 ‘마지’ 역을 맡은 건 기네스 팰트로였다. 상류사회의 일원임을 상징이라도 하듯 그녀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화려한 차림이었지만, 그중에서도 레오퍼드 모피 코트 룩은 특히 기억 속에 강렬하게 남았다. 만약 이 영화를 2015년 가을 버전으로 리메이크한다면? 아마 여주인공의 옷장은 온갖 화사한 색감의 레오퍼드 룩으로 채워지지 않을까?

유럽 국가들이 앞다퉈 아프리카 대륙에 식민지를 개척하던 18세기 무렵부터 동물 가죽으로 만든 옷은 부와 멋의 상징이었다. 1920~30년대 은막의 스타 마리안 닉슨(Marion Nixon)은 표범 가죽 코트를 입고 레드카펫 위를 누볐고, 마릴린 먼로는 레오퍼드 모피 코트를 입고 글래머러스한 관능미를 뽐냈다. 그 후 진짜 표범 가죽이 아닌 레오퍼드 프린트가 처음 등장한 건, 1947년 봄디올 컬렉션에서. 무슈 디올은 ‘정글(Jungle)’이라 이름 붙인 드레스와 ‘아프리크(Afrique)’라 이름 붙인 이브닝 가운을 통해 자신이 개발한 획기적인 레오퍼드 프린트를 공개했고, 이때부터 수많은 하이패션 디자이너들은 레오퍼드 프린트에 대한 애정을 경쟁하듯 과시하기 시작했다(이브 생 로랑, 로베르토 카발리, 크리스찬 라크로와, 돌체앤가바나, 로저 비비에 등등!).

 

 

반세기가 넘도록 다채로운 소재와 프린트로 재해석된 레오퍼드 아이템이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올가을 레오퍼드 프린트가 특별한 이유? 그동안은 실제 레오퍼드 가죽과 비슷한 프린트와 컬러가 주를 이뤘다면, 이번 시즌에는 온갖 화사한 컬러로 등장했기 때문. 그것도 현재 패션계를 쥐락펴락하는 선두 그룹 디자이너들, 즉 니콜라 제스키에르, 미우치아 프라다, 에디 슬리먼, 그리고 라프 시몬스가 컬러풀한 레오퍼드를 선보였으니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특히 제스키에르의 루이 비통 컬렉션에는 털이 보송보송한 코트부터 아이코닉한 박스 클러치까지, 다채로운 레오퍼드 프린트 아이템이 등장했는데, 노랑과 주홍을 사용해 한결 산뜻한 느낌이었다. 미우미우 런웨이는 여러 가지 채도의 블루 레오퍼드 프린트를 가죽과 울 소재 위에 표현한 룩으로 채워졌고, 80년대 무드로 가득했던 슬리먼의 생로랑 걸들은 눈이 시릴 정도로 짜릿한 네온 컬러의 레오퍼드 모피 코트 차림이었다. 한편 디올의 라프 시몬스는 47년 무슈 디올이 선보였던 바로 그 레오퍼드 프린트를 그래픽적으로 재해석해 이번 시즌 가장 감각적인 레오퍼드 룩을 완성했다. 이 밖에도 하이더 아커만의 빨강 레오퍼드 프린트 블라우스, 막스마라의 청록색 레오퍼드 프린트 모피 코트, 모델 지혜가 입고 나온 매튜 윌리엄슨의 연보라색 레오퍼드 프린트 스커트, 스텔라 맥카트니 키즈 컬렉션의 하늘색 레오퍼드 프린트 패딩 점퍼, 비비안 웨스트우드 남성복 컬렉션에 등장한 레오퍼드 프린트 수영복 등 올가을 레오퍼드 프린트의 한계는 없었다.

 

 

그렇다면 리얼웨이의 여자들은 레오퍼드 프린트를 어떻게 소화해야할까? 레오퍼드 마니아로 알려진 카일리 미노그는 지난달 공연에서 새빨간 레오퍼드 프린트 점프수트와 플랫폼 힐을 맞춰 신고 무대에 올랐지만, 팝 스타가 아닌 평범한 우리들에겐 쉽지 않은 스타일(레오퍼드 무늬 자체도 선뜻 시도하기 어려운데 화려한 컬러까지 더했으니!).도무지 용기가 나지 않을 땐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도전하자. 컬러풀한 레오퍼드 양말이 검정 앵클 부츠 위로 살짝 보이게 신거나, 심플한 ‘LBD(리틀 블랙 드레스)’ 위에 가느다란 레오퍼드 벨트를 착용하고, 민무늬 티셔츠 위에 화사한 레오퍼드 스카프를 사뿐히 두르면 된다.

 

 

소소한 액세서리를 활용하는 것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면 다음 단계는 신발, 혹은 가방. 니콜라스 커크우드의 핫 핑크 레오퍼드 프린트 플랫폼, 혹은 맥큐의 파랑 레오퍼드 프린트 숄더백은 심심한 옷차림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줄 것이다.

 

 

그다음 단계는? 실크 블라우스, 니트 카디건, 미니스커트 등 컬러풀한 레오퍼드 프린트 옷! 이때 유의할 점은 함께 매치하는 옷은 기본적인 디자인을 선택해야 과하지 않은 스타일이 완성된다는 것. 가령 3.1 필립 림의 귀여운 하늘색 레오퍼드 니트 스웨터를 입을 때는 데님 진과 함께,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의 초록색 레오퍼드 블라우스는 H라인 가죽 스커트와 함께 매치하는 식.

그렇다면 고수의 경지에 오른 단계는? 한때 금기로 여겼지만 지금은 패셔너블하게 느껴지는 ‘더블 데님(일명 청청 패션)’처럼 ‘더블 프린트’를 시도해보면 어떨까? 선명한 컬러의 레오퍼드 패턴과 이에 못지 않게 컬러풀한 줄무늬, 하운드 투스 체크 등 다채로운 프린트를 함께 매치하는 식(이번 시즌 미우미우 런웨이를 떠올려보시라!). 화사한 컬러와 프린트의 충돌이 만들어내는 흥겨운 화음을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