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램코어의 시대

한동안 우리 여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절제된 패션 아이템들은 옷장 뒤쪽으로 밀쳐두시길! 대담한 맥시멀리즘의 시대가 돌아왔으니까. ‘놈코어’를 대신할 ‘글램코어(Glamcore)’의 시대.

 

경고! 당신이 무난한 톤을 지지한다면, 당신의 옷장이 빳빳한 흰 셔츠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당신이 현재 더 로우의 두툼한 오트밀 컬러 캐시미어 스웨터를 갈망하고 있다면, 당신이 생각하는 용감한 패션의 정의가 벨트를 두 번 묶는 것이라면, 그리고 나데주 바니 시뷸스키가 에르메스에서 다음에 뭘 만들지 기대하고 있다면 이 글을 읽을 필요가 없다. 다음 문장부터 나올 단어들이 당신의 마음에 들 리 만무하니까.

컬러! 혼돈! 세퀸! 시스루! 패션은 안전한 길을 모색하는 것을 그만뒀다. 한동안 시크하고 스마트하고 세련된 것을 추구했지만, 이젠 안구가 튀어나올 만큼 눈길을 끄는 옷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아주 강렬한 파티 드레스, 깊이 파이고 전체가 반짝거리는 드레스들이 2015 F/W 런웨이에 대거 등장했다. 생로랑에선 드레스의 한쪽 어깨에 은색 혹이 자라고 있었는데, 그 형태는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와 비슷했다. 발맹은 유리 비즈로 장식된 프린지들이 찰랑찰랑 소리를 냈고, 베르사체는 크고 다양한 컬러의 세퀸으로 ‘V-E-R-S-A-C-E’라는 철자를 아주 크고 분명하게 장식했다. 그리고 이런 파티 분위기는 대형 패션 하우스에서 끝나지 않았다. 이번 시즌에 주목할 만한 사실은 좀더 고요한 브랜드 역시 맥시멀리즘으로 180도 변신을 시도했다는 것. 조나단 앤더슨이 로에베 쇼를 위해 라메를 생각해낸 것처럼 말이다. 부드럽고 버터 같은 나파와 더 연관 있는 이 조용한 하우스에서 반짝이고 미끄러운 합성 직물이 사용된 건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또 앤더슨 자신의 레이블은 망막을 지글지글 끓게 하는 맹렬한 색깔로 뒤덮인 80년대로 변신했다(80년대는 올가을 컬렉션을 지배한 시대다). 대담한 청록, 보라, 빨강 등 모두 약간의 메탈릭한 소재와 매치됐다. 피비 파일로조차 과거 자신의 정확하고 깔끔한 라인에 싫증이 났다. 호화로운 모피 칼라와 커프스, 엉뚱한 지브라 프린트, 레드, 오렌지, 그리고 옐로의 축제에 솜털이 복슬복슬한 축구공 크기만 한 폼폼을 셀린 쇼에 등장시켰다. 그녀가 인정한 것처럼 모든 게 너무 과도하다 싶을 정도. 미니멀 드레스는 더 이상 하이패션이 추구하는 방향이 아닌 게 됐다.

 

지난해 뉴욕에서 런던까지 패션 수도들을 휩쓸었던 밋밋하고 별 특징 없는 옷 입기 운동인 ‘놈코어(Normcore)’도 마찬가지다. 눈에 띄기보다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것, 즉 익명성을 바탕으로 한 이 운동은 프린트가 포화 상태에 도달한 시점에 등장했다. 새로운 트렌드는 과거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놈코어는 그 모든 소란스러움에 대한 구강 청결제로 등장했다. “놈코어는 죽었어요. 소비자들이 금욕, 그리고 평범함에 싫증이 났기 때문이죠.” 트렌드 예측 기관인 ‘퓨처 래보러토리(Future Laboratory)’의 공동 설립자 마틴 레이먼드는 주장했다. “많은 소비자들이 ‘우리는 벨트를 졸라매는 것이 지겨워’라고 말하는 일이 벌어졌어요. 그들은 대신 ‘글램코어(Glamcore)’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글램코어가 패션 사전에 수록되기 오래전에 이미 그 단어에 익숙했던 디자이너 피터 던다스는 이런 새로운 분위기를 환영한다. “저는 겁쟁이들을 위한 패션은 만든 적이 없습니다. 저의 미학은 모든 사람이 육체를 찬양하고 삶을 찬양하는 것입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최근 푸치를 떠나 마찬가지로 컬러풀한 패션 하우스인 로베르토 카발리를 맡았다. “저는 여성을 아름답고 호감 가게 만드는 옷을 좋아합니다. 여성들이 입고 싶어 하는 옷, 그리고 남자들이 벗기고 싶어 하는 옷이야말로 제게 늘 영감을 주죠.” 올해 뉴욕 멧 갈라를 위해 그가 제작한 킴 카다시안의 드레스(하늘하늘한 하얀 깃털이 달리고 은색 비즈가 수놓인 투명하고 바닥에 길게 끌리는 쇼걸 드레스)를 떠올려보시라. “그녀는 멋진 기분을 느끼고 싶었고 그 밤이 특별한 밤이 되길 원했어요.” 그는 이 드레스가 1974년 첫 멧 갈라 때 셰어가 입었던 밥 매키(Bob Mackie)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거라고 덧붙였다. “킴은 자신의 이미지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강조할지에 대해 도움을 줬어요.” 하긴 과시적인 패션은 본질적으로 몸매를 과시하는 것과 연관이 있다. 지금 그 드레스가 어디에 있는지 궁금한가? 화려한 외출을 위해 그녀의 옷장 속에 잘 걸려 있다. “킴에게 선물했어요. 그녀는 자신의 딸 노스(North)가 그 옷을 웨딩드레스로 입길 원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거절할 수 있겠어요?”

 

멧 갈라의 레드 카펫은 패션의 경향을 보여주는 리트머스 종이와 같다. 올해는 후드가 달린 금색 칼럼 드레스를 입은 앤 해서웨이, 보디 아트 타투를 한 카라 델레빈, 크리스털로 주요 부위만 가린 비욘세와 제니퍼 로페즈, 그리고 달을 닮은 드레스를 입은 솔란지 노울스가 승자였다. 이 중 어떤 건 지나치게 과시적인 나머지 디자이너가 그 옷을 입고 자리에 앉을 경우를 대비하지 않은 듯 보였다. 사실 모든 실용성은 도로변에 던져졌다. 나는 생로랑의 실버 세퀸 톱을 갖고 있다(그 옷이 과시 경쟁에서 상당히 윗자리를 차지한다는 걸 인정한다). 그러나 이 옷을 입을 때마다 피부가 접히면 세퀸이 으스러질까 봐 팔꿈치를 구부리기가 두렵다. 심지어 음료를 들고 있는 것도 걱정이다. 팔을 90도로 굽혀야 하니 말이다. 전화를 받는 건 더 큰 문제다. 귀에 전화기를 대는 것? 그건 세퀸 아마겟돈이다.

그래서 나는 리한나가 멧 갈라에서 어떻게 그런 엄청난 드레스를 입고 이동했는지 궁금했다.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건 웨딩 관련 리얼리티 쇼 <My Big Fat Gypsy Wedding>의 장면들뿐이다. 그 자그마한 10대 신부들이 헤어스프레이로 머리를 고정하고 델마 매딘(Thelma Madine)이 디자인한 엄청난 옷 안에 갇힌 채 쭉 뻗은 하얀 자동차나 말이 끄차에 탈 때 스커트가 붉게 화장한 그들의 얼굴에 정면으로 부딪히는 장면 말이다. 누구보다 놀라는 건 그들 자신이다. 지금은 전 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듯, 리한나가 입었던 25kg쯤 되는 달걀노른자 빛깔 옷은 비교적 덜 알려진 중국 꾸뛰르 디자이너 구오 페이(Guo Pei)의 작품이다. 그녀는 리한나가 멧 갈라의 레드 카펫 계단을 올라가는 순간 패션계의 유명 인사가 됐다. 조시 오스트로프스키(Josh Ostrovsky, 일명 ‘The Fat Jewish’)가 포토샵으로 손본 리한나의 사진을 500만 팔로워가 보는 피드에 포스팅하고 난 후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은 난리가 났다(리한나의 드레스는 모피 장식을 거대한 크러스트처럼 두른 거대한 피자로 묘사됐다). 확신할 순 없지만 리한나가 피자, 혹은 오믈렛처럼 보이려고 의도한 것 같진 않다. 그러나 중요한 포인트는 그 옷 덕분에 그녀가 주목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공인들은 도발적이거나 방향성이 확실하거나 완전히 황당한 뭔가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스타일밥(stylebop.com)’의 패션 디렉터 레일라 야바리(Leila Yavari)는 설명했다. “저는 늘 특별한 의상을 과감하게 입어보고, 규칙을 깨는 것에서 스릴을 느끼는 그런 여성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그것은 개성과 반항에 대한 찬양입니다.” 스트리트 스타일과 셀피의 유행은 그것과 연관이 많다. “그러니 패션이 좀더 과감해지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라고 그녀는 말을 이었다. “이제 영향력있고 믿을 만한 스타일 선구자들은 사람들을 계속 매료시키기 위해 대담함이나 개성을 뽐내야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퓨처 래보러토리는 ‘최적화된 자아(Optimised Self. 외모, 생각, 건강, 그리고 의상을 최적화하기 위해 기술을 이용하는 것)’로 불리는 트렌드를 추적해왔다. “거기에 포스팅할 최고의 사진을 선택하는 것과 멋진 배경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찍는 것이 추가됩니다. 그 모든 게 명성을 더해주고 ‘좋아요’ 등급을 높여줍니다”라고 레이먼드는 말했다. “사람들에게 글램코어 사고방식을 강요하는 셈이죠.”

패션을 투자라고 여기던 시대는 끝났다. 그동안 우리는 “그건 유행을 타지 않을 거야, 영원히 입을 거야”라는 식의 이유를 대면서, 그렇기 때문에 구매해도 된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왔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패션은 반투자(Anti-investment)다. 과시용 패션은 딱 한 번만 입을 요란하고 멋진 의상이다. 마이테레사(mytheresa.com)의 바잉 디렉터, 저스틴 오시어(Justin O’Shea)는 2015 F/W 바잉을 위한 확실한 기준이 있었다. “제겐 새로운 규칙이 있어요. 제정신이 아닐수록 좋다는 겁니다.” 그렇게 눈에 띄는 아이템 중에는 생로랑의 이브 클랭 블루 색상의 레오퍼드 밍크 코트, 그리고 돌체앤가바나의 진주와 금이 덮인 500만원짜리 헤드폰이 포함돼 있다. 레일라 야바리는 이런 구매 형태를 ‘난 그것을 꼭 사야 해(I-have-to-have-it)’ 구매로 분류한다. “그것은 어떤 아이템이 너무 대담하거나 너무 비실용적인데도 그것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 없을 때에 해당하죠. 아마 당신은 그것을 딱 한 번만 입게 될 거예요. 하지만 그것을 입은 자신을 상상하면 전율이 느껴질 겁니다. 그런 감정은 결국 어떤 자기 의심도 이겨냅니다.”

그렇다면 글램코어 사고방식에 익숙해지려면? 무모하게 뛰어들 필요는 없다는 걸 기억하시라. 처음엔 발가락만 담가보는 것으로 시작하자. 특히 당신의 옷장이 여전히 미니멀리즘의 극심한 고통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다면 말이다. 뭐가 됐든 지나치게 무모한 것은 충격을 줄 수 있다. 가령 앞에 언급했던 세퀸이 박힌 생로랑 톱은 빳빳한 흰 셔츠와 함께 입으면 그 충격이 완화돼 무난하게 잘 어울릴 수 있다. 지난여름 나는 셀린의 네이비 팬츠를 구입했다. 뒤쪽에 밝은 빨강 패치 포켓이 달린 게 특징으로 뒤가 화려한 것은 뭐든 훨씬 쉽게 소화할 수 있다. 그것이 하루 종일 당신의 얼굴에 대고 소리를 지르진 않을 테니까. 좀더 용감해지고 싶나? 대담함의 눈금을 하나 더 올려 비교적 간결한 형태의 대담한 단색을 시도해보라. 소방차 색깔의 테일러드 셔츠나 스웨터는 좋은 선택이다. 그리고 거기에 보다 실용적이고 덜 엉뚱한 네이비나 카멜을 매치하라(프라다처럼!). 이렇게만 입어도 충분히 과시적이다. 다른 아이디어로는 로다테의 앞이 깊이 파인 화이트 실크 블라우스(덜 화려하고 보다 현실적으로 느껴지도록 파카 안에 입으시길!), 그리고 구찌의 현란한 꽃무늬 자카드 팬츠 수트가 있다. 아무도 당신에게 재킷과 팬츠를 함께 입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진에 재킷을 입는 것만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