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INTO ATELIER – ④ LAURENT GRASSO (로랑 그라소)

아틀리에는 한 예술가의 모든 것이 시작되는 비밀스러운 공간인 동시에 한 인간의 열정과 고독, 자유와 욕망을 품은 일상의 통로이다. 창간 20주년을 맞이한 〈보그〉가 파리, 브뤼셀, 베를린, 도쿄, 뉴욕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작가 10인의 작업실을 찾아 ‘오늘의 예술’을 포착했다. 예술가의 시공간에서 출발한 패션 모먼트는 동시대성의 또 다른 기록이다. ▷ ④ LAURENT GRASSO (로랑 그라소)

 

LAURENT GRASSO in Paris

 로랑 그라소의 작품을 즐기기 위해 필요한 건 단 한 가지다. 다르게 생각하는 자유를 만끽할 것!  동서고금의 질서를 재편성해온 권력의 미학은 그렇게 현대인의 일상을 뒤흔든다.

로랑 그라소의 작품을 즐기기 위해 필요한 건 단 한 가지다. 다르게 생각하는 자유를 만끽할 것! 동서고금의 질서를 재편성해온 권력의 미학은 그렇게 현대인의 일상을 뒤흔든다.
화려한 패턴의 니트 톱과 스웨이드 스커트는 발렌티노(Valentino), 스퀘어 백과 화려한 레이스업 웨지 힐은 프라다(Prada), 헤드피스로 연출한 골드 초커는 달루이(Dallui).

몇 해 전 이사하기까지, 이곳은 로랑 그라소의 아틀리에이자 집이었다. 오랫동안 작업과 생활을 함께 영위한 공간인 만큼, 작가의 작품 세계와 호기심, 취향이 고루 묻어난다. 단단한 호두나무로 만든 가구들, 운석 조각, 아카이브 문서, 앤티크 소품 등 ‘출처를 알 수 없는’ 물건들이 직사각의 모던한 공간에 초현실적인 호흡을 불어넣는다. 다른 도시로 여행을 준비 중이거나 혹은 돌아온 작품이 담긴 큰 나무 상자들이 1층을 가득 채우고 있지 않다면 이곳에서 현재를 느끼기란 힘들지도 모른다. 이 공간이야말로 “요즘 예술가들에게 가장 흥미로운 소재는 시간”이라 단언하는 작가에게 어울리는, 현대에서 미래 혹은 거꾸로 과거로 뻗어가는 그의 ‘미래적 고고학’의 아이디어가 태동하는 요람인 셈이다.

Photo : Cha Hye Kyung

Photo : Cha Hye Kyung

로랑 그라소는 한 작품에 몰두하는 예술가가 아니다. 회화부터 조각, 영상까지 자유자재로 활용하며 과학과 미스터리, 현실과 신화 등의 스토리를 파헤치고 관계를 밝혀내는 매우 현대적인 예술가다. ‘개념으로 예술’하는 이의 아틀리에가 뭐 특별할 게 있겠나 위악을 떤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공간은 그의 작품이 그렇듯 ‘본다(Watch)’는 것과 ‘본다(See)’는 것의 미묘한 차이를 품고 있다. 16세기 그림인지, 21세기 그림인지 가늠할 수 없는(지난 4월 28일부터 한 달간 페로탱 갤러리 서울 분관에서 열린 개인전에서도 선보인) 대표작 ‘Studies into the Past’가 줄지어 선 걸 보니, “이것은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역사와 시간을 녹여낸 현실의 조각에 가깝다”던 작가의 말이 실감 났다.


“예술 작품처럼 보이지 않는 걸 만들어내는 것이 제 작업이에요. 영화 속 색다른 기술과 예술의 역사, 이상한 기능을 가진 과학 물건을 복제하지요. 그 과정에서 무언가가 왜곡됩니다. 그것들의 정체를 파악하기 힘들다는 점이 매우 마음에 듭니다.” 지난 4월 말 <보그>와의 인터뷰에서 로랑 그라소가 말했다. 보는 이로 하여금 심리적인 동요를 불러일으키고 익숙한 것들에 물음을 던지는 작업이야말로 현대미술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꽤 동분서주한다. 교황의 장례식을 촬영하고, 화산에서 드론을 날리고, 대도시의 밤거리에 거대한 네온을 설치하고, 알래스카의 군사시설을 연구하며, 엘리제 궁의 대통령 집무실을 카메라로 훑는다. 세상이 곧 캔버스다.

“진짜 예술을 하기 위해서는 다르게 생각하는 자유가 필요합니다. 난 다른 방법으로 현실을 보여주기 위해 직감과 감각을 더 많이 다루고자 해요. 이를 통해 권력의 미학과 그것이 인간의 인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작을 이어가고 싶어요. 그래서 지금은 새로운
대통령 집무실의 허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명백한 갈등이 없는 지금의 세계에서 예술가로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도전이라는 로랑 그라소에게 아틀리에는 시공간적으로든, 개념적으로든 새로운 차원으로 통하는 문이다.

몇 해 전 이사하기까지, 이곳은 로랑 그라소의 아틀리 에이자 집이었다. 오랫동안 작업과 생활을 함께 영위한 공간인 만큼, 작가의 작품 세계 와 호기심, 취향이 고루 묻어난다. 단단한 호두나무로 만든 가구들, 운석 조각, 아카이 브 문서, 앤티크 소품 등 ‘출처를 알 수 없는’ 물건들이 직사각의 모던한 공간에 초현실적 인 호흡을 불어넣는다. 다른 도시로 여행을 준비 중이거나 혹은 돌아온 작품이 담긴 큰 나무 상자들이 1층을 가득 채우고 있지 않다면 이곳에서 현재를 느끼기란 힘들지도 모른다.

>로즈 골드 세퀸 장식 드레스, 롱 글러브는 구찌(Gucci), 글리터링한 싸이 하이 부츠는 로저 비비에(Roger Vivier), 헤드피스로 연출한 골드 초커는 달루이(Dallu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