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

카라 델레빈은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한때 스타 슈퍼모델이었던 그녀는 가수 겸 배우로서 자리를 찾고 있다. 우리는 스펙터클한 뤽 베송의 새 SF 영화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에서 처음으로 블록버스터급 주연을 맡으며, 자기 의심을 잠재우고 결코 얄팍하지 않은 재능을 펼쳐 보이는 지극히 영국적인 이 규칙 파괴자의 머릿속으로 여행을 떠났다. 이 여행엔 뤽 베송도 동참했다.

메탈 소재 슬리브리스 톱은 베르사체(Versace), 스타킹은 아츠코 쿠도(Atsuko Kudo), 슈즈는 프란체스코 루소(Francesco Russo), 헬멧은 티에리 뮈글러 아카이브(Thierry Mugler Archive).

메탈 소재 슬리브리스 톱은 베르사체(Versace), 스타킹은 아츠코 쿠도(Atsuko Kudo), 슈즈는 프란체스코 루소(Francesco Russo), 헬멧은 티에리 뮈글러 아카이브(Thierry Mugler Archive).

 

파리 중심에서 북쪽으로 6마일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시테 뒤 시네마(Cité du Cinéma)는 영화관이라기보다 도시에 가깝다. 프랑스 감독 뤽 베송(Luc Besson)이 5년 전에 세운 70만 제곱피트 크기의 이 복합 공간에는 촬영 스튜디오뿐 아니라 메이크업에서 조명과 카메라, 목공과 의상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대학도 들어서 있다. 지난 3월 <레옹>, <제5원소>, 스칼렛 요한슨이 출연한 <루시>로 유명한 베송은 카라 델레빈(Cara Delevingne)이라는 이름을 지닌 24세의 주인공, 제작팀, 몇몇 학생들이 베송의 최신 SF 서사극 <발레리안: 천개 행 성의 도시>의 무삭제판 첫 예고편을 보기 위해 모였다. 체구가 참새처럼 자그마해서 그녀가 입으면 망토처럼 보이는 큼직한 후디에 어그 부츠를 신은 델레빈은 3D 안경이 깔끔하게 정렬된 극장 입구의 테이블을 보고는 그것이 헝클어지기 전에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에 사람들이 들어가는 것을 막았다. “잠깐만요! 잠깐만요!”

이 영화에서 델레빈과 데인 드한은 28세기에 우주를 구하는 임무를 부여받은 특수 요원으로 나온다. 그리고 이 예고편은 큰 얼개를 보여준다. 판타지 세계와 멋진 외계인들이 등장하는 CGI 환상극인 이 작품을 보면 1억 7,700만 유로의 예산이 어디로 갔는지, 그리고 그것을 거둬들이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가늠하기 어렵지 않다. 예고편을 두 번 본 후 델레빈은 주인을 보고 기뻐하는 강아지처럼 들떠서 베송을 뛰어넘었다. <수어사이드 스 쿼드> 같은 영화에서 조연, 소규모 독립영화에서 주연을 두루 거친 후 출연한 이 작품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얼굴 중 한 명이자 SNS 팔로어가 수천 만(트위터 934만, 인스타그램 4,000만)인 그녀에게 ‘배우로 전향한 전직 모델’로 분류된 그 위험한 골을 뛰어넘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시사회가 끝난 후 우리는 3층에 있는 베송의 사무실로 올라가는 엘리 베이터를 탔다. 그의 사무실에선 이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한 리한나의 최신 발매 앨범이 무한 반복으로 돌아가고 있다. 우리는 사무실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면”이라고 베송은 프랑스 영화감독들이 으레 그렇듯 세련된 자유방임적 태도로 기자를 향해 말을 꺼냈다. “어젯밤에 당신이 보낸 질문을 봤어요. 정확히 말하면 제대로 읽은 건 아니고요. 자, 제가 먼저 질문할게요!” 그렇게 해서 우리의 인터뷰가 시작됐다.

LUC BESSON 제가 관심 있는 건 부모들은 언제 아들딸이 뭔가에 재능이 있는지 깨닫고 그것을 받아들이는가 하는 거예요. 제가 보기에 당신은 아주 재능 있을 뿐 아니라 음악이든 뭐든 손대는 건 거의 모두 잘하고 있어요. 당신은 기량이 넘치는 사람이에요.
CARA DELEVINGNE (기자를 보며) 그(베송)에게 돈을 줬어요.
LB 제 첫 질문은 이거예요. 당신에게 이런 재능이 있다는 걸 언제 깨닫고 인정하게 됐나요?
CD 제가 특별히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칭찬을 하면 너무 힘들어요. 그보다는 그냥 무언가를 하는 걸 좋아합니다. 어릴 때는 아무 재능도 없다고 생각했어요. 공부보다는 제가 좋아하는 것을 했죠. 학교에선 놀라울 정도로 재능이 넘치는 뮤지션과 아티스트와 배우인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있었어요. 그래서 그런 아이들과 비교해서 늘 제가 너무 형편없다고 생각했습니다.
VOGUE 늘 그렇게 생각했나요?
CD 네, 아주 어릴 때는 늘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그리고 뮤지션이 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놀라운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 학교에 가면 ‘내겐 기회가 없을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좋아서 여전히 그 일을 하긴 했지만 이 작품을 하게 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어요. 모델 일을 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건 그 때문이에요. 처음에 모델 일을 하지 않았다면 본격적으로 연기나 음악을 하지 못했을 테니까요.
LB 하지만 저는 음악, 노래, 비트박스, 사진, 영화 분야에 뛰어들 준비가 된 에너지 넘치는 사람을 보면 금방 알아볼 수 있어요. 그런데 부모님은 당신 같은 에너지 덩어리가 대단한 인물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셨나요?
CD 어릴 때는 늘 소란스러웠어요. 예를 들어 그게 뭔지 알기 전부터 비트박스를 하곤 했습니다. 부모님은 그게 짜증스럽다고 생각하셨어요. 아버지는 저를 휘파람 부는 윌리(동화책 주인공)이라고 불렀어요. 두 분은 이런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일을 하게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하지만 이런 창의적인 업계에서 생계를 유지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계셨습니다.
LB 집안의 막내로서 어떤 압박감을 느꼈나요? 그러니까 막내이기 때문에 더 많은 걸 해야 했나요?
CD 제 언니들은 천사 같았어요. 그들의 학교 성적이 기억납니다.
V 아직도 그 성적이 기억나나요?
CD 네, 중등교육 자격 시험에서 A 레벨을 받았어요. 제가 더 잘하고 싶었다 는 건 아니에요. 다만 멍청한 아이가 되거나 가족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래서 ‘나도 이런 성적을 받아야 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러지 못했고 제 자신이 엄청난 실패자처럼 느껴졌어요. 그러나 그것이 실제로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결정짓는 건 아니에요. 우린 종이로 배우고 그것을 다시 쓸 수 있다는 사실로 평가받을 뿐이니까요. 어떤 사람들은 그런 식으로 살지 않아요. 저는 그럴 수 없어요.
V 뤽, 카라에 대한 인상은 어땠나요?
LB 글쎄요, 제가 처음 한 일은 그녀가 진정성이 있는지 알아보는 거였어요.
CD 충분히 납득이 가요.
LB 그녀에 대해 다음과 같은 얘기를 들었으니까요. 그녀는 모델이다. 그녀는 영화를 찍고 싶어 한다. 처음에 제가 궁금한 건 이거였어요. “당신은 정말 배우가 되고 싶나요? 언제부터 그랬나요? 왜 그런 생각을 갖게 되었죠? 그런 욕망은 진짜인가요?” 이런 역할이 그저 몇 주 동안 그냥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가서는 안 되기 때문이죠. 첫 미팅 때 그녀는 혼자 왔어요. 시간도 정확히 지켰고 화장도 하지 않았습니다. 제겐 이 세 가지 포 인트가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오, 좋아. 그녀는 진지하군’이라고 생각했죠. 아직 물어볼 게 더 있어요.
CD 오, 하지 마세요. 제발. 이건 너무 이상해요.
LB 당신이 뭔가를 할 수 있다고 믿어준 첫 번째 사람이 기억나나요?
CD 음, 거기엔 몇 단계가 있지만 그 일은 모델 일을 할 때 처음 일어났어요. 저는 하이패션 일을 하기 전에 1년 동안 모델로 일했습니다. 카탈로그 작업을 하면서 아소스(Asos)에서 일주일에 5일씩 일했어요. 그러다 크리스토퍼 베일리를 만났는데 저를 보고 “안 돼요, 당신은 너무 키가 작아요”라거나 “안 돼요, 당신은 적절한 외모가 아니에요”라고 말하는 대신 “무얼 하고 싶죠? 당 신이 열정을 가진 일은 무엇인가요? 아침에 당신을 일어나게 하는 건 뭐죠?” 라고 물었어요. 저는 “네?”라고 되물었어요. 그는 실제로 저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했어요. 그리고 제가 따낸 첫 대형 광고가 바로 버버리였습니다.
V 그렇다면 음악은 어떤가요?
CD 음악계에선 퍼렐 윌리엄스가 음악을 시도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갖게 해 준 사람 중 한 명이었어요.
V 그가 뭐라고 했는지 기억나요?
CD 이 경우에도 모델 일을 통해 그를 만났어요. 우리는 <보그> 촬영을 함께 했고 맥도날드를 먹었습니다. 저는 그냥 음악에 대해 수다를 떨었고 그곳에 앉아 비트박스를 하고 드럼 치는 흉내를 냈을 뿐인데 그가 이렇게 말하더 군요. “오늘 밤 제 호텔 방으로 왔으면 좋겠어요. 당신 기타를 가지고 와요.” 그래서 저는 “네? 그건 너무 이상할 거예요”라고 말했어요. 저는 그의 방으로 갔고 거기엔 그의 근사한 팀이 다 모여 있었어요.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 다. “노래 한 곡 해봐요.”
V 어떤 강압도 없이.
CD 그는 제 얼굴을 보더니 ‘난 할 수 없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 렸어요. 그는 이렇게 말했어요. “눈을 감고 샤워 하면서 노래 부를 때 기분이 어떤지 떠올려봐요. 그리고 그냥 즐겨요.” 그래서 그렇게 했습니다. 저는 조지 거슈윈의 ‘Summertime’을 불렀어요. 그 과정에서 정말 대단한 멘토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V 뤽, 당신은 강인한 주연 여배우들로 유명합니다. <제5원소>의 밀라 요보비 VOGUE.COM VOGUE KOREA SEPTEMBER 2017 치를 비롯해 <루시>의 스칼렛 요한슨에 이르기까지 말이에요. 카라에게도 그런 요소를 발견했나요?
LB 사실 저는 사람들의 그런 생각과 싸우고 있어요. 왜냐하면 저는 여자 배우와 남자 배우에게 똑같은 관심을 쏟고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메탈 소재 넥 장식, 브라, 하의는 티에리 뮈글러 아카이브(Thierry Mugler Archive).

메탈 소재 넥 장식, 브라, 하의는 티에리
뮈글러 아카이브(Thierry Mugler Archive).

V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게 사실이에요. 바로 그런 점에서 당신이 차별화되기도 하고요.
LB 최근 역사, 그러니까 영화계에서 지난 50년 동안 중요한 건 남자였고 여자는 발코니에서 울고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건 불공평한 일이라고 늘 생각했어요.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를 찍을 때 여자 주인공 없이 남자 주인공을 선택할 수 없다는 게 저의 큰 걱정이었어요. 그러다 데인 드한을 만났고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좋긴 한데 두 사람이 함께 있는 걸 보고 싶군요.” 그래서 카라가 데인과 함께 있을 때 서로 전기가 통하는지 봐야겠다는 계획을 세웠어요. 어떻게 할지 정확한 상황을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카라가 제게 전화로 이렇게 말하더군요. “어젯밤 데인을 만났어요!” 오, 제길! 저는 너무 짜증이 났어요. 그래서 그녀와 그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땠어요, 느낌이 어땠나요?”
CD 아주 흥미로웠어요. 그건 저와 데인이 아주 다르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우린 아주 잘 맞았습니다. 사실 잘 맞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V 어떤 면이 다르죠?
CD 글쎄요, 그는 과거에 한 번도 클럽에 가본 적이 없는 아주 성실하고 진지한 배우입니다. 그리고 저는 약간 반대고요. 분명 저는 제 일을 사랑하고 아주 열심히 합니다. 하지만 그에게서 아주 많은 것을 배웠어요.
V 당신의 무언가가 그에게 영향을 주기도 했나요?
CD 정말 그랬다고 생각해요. 세트장에서 우리가 함께 많이 웃던 순간이 있었고 데인은 “예전엔 세트장에서 재미있었던 적이 없었어요”라고 했습니다.
LB 좋아요. 이젠 내 질문이에요. 아마도 당신은 대답하고 싶지 않겠지만.
CD 노력해볼게요.
LB 내게 당신은 아주 자유로워 보여요. 스턴트 연기처럼 무언가 시도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죠. 혹은 대사를 망쳐도 신경 쓰지 않고 다시 합니다. 당신은 열려 있고 자유롭고 별문제 없다는 식이에요. 동시에 가끔 당신의 피부는 내부의 불안감을 드러냅니다.
CD 좋은 질문이에요, 뤽. 맙소사! 더 설명하자면 저는 건선을 앓고 있어요. 그리고 이 영화를 찍는 동안 피부가 정말 좋지 않았어요. 마지막 몇 주 동안 비키니 차림으로 촬영을 했습니다. 카메라가 가까이 올수록 제 피부는 점점 더 나빠 보였어요. 저는 가끔 속으론 그렇지 않더라도 겉으론 아주 자유로운 사람처럼 보입니다.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는 아주 많은 규칙이 있어요. 저는 세상을 상자와 미로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 모든 것에 대해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건 이래야 해.” 그러면 저는 늘 이렇게 말하죠. “말 도 안 돼! 모든 규칙을 깨요. 모든 걸 부숴요!” 하지만 속으로도 그렇게 생각 한다면 저는 미칠 거예요. 현실에 뿌리내리고 있는 게 아무것도 없을 겁니다. 속으로는 많은 두려움을 느껴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 쓰는 업계에서 일하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늘 불안합니다. 제가 그런 불안감을 인정하지 않으면 그게 피부로 나타나죠. 저는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 척합니다. 그것이 실연이든 일터에서의 갈등이든 존재하지 않는 척하면 피부로 드러나요. 저는 우는 게 힘들어요. 하지만 그것을 발산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 문에 그것(피부 건선)은 제 몸이 나쁜 감정을 발산하는 나름의 방법입니다.
V 그렇다면 이번 영화에서 울어야 하는 장면이 있었나요? 그게 힘들었나요?
CD 아주 힘들었어요. 저도 이유는 모르겠어요.
LB 아니에요. 힘들지 않았어요.
CD 힘들었어요!
LB 그렇지 않았어요. 그녀는 자신을 억눌렀어요. 어떤 사람들은 마음이 메말라 울지 못합니다. 당신이 강아지 사진을 보여주면 그녀는 울기 시작할 겁니다. 그러나 사람들과 카메라 앞에서 그런 감정을 풀어놓으려면…
CD 저는 단 한 사람 앞에서도 우는 게 힘들다는 걸 깨달았어요. 운다면 혼자 울고 싶어요. 제게 운다는 건 상상 속에서 나 자신을 때려서 엿 같은 기분이 들게 해야 한다는 걸 의미해요. 하지만 그날 제가 배운 건 약해지려면 실제론 강해야 한다는 거였어요.
V 감정을 억누르지 않는 부분은 점점 나아지고 있나요?
CD 글쎄요, 삶에서 일어난 한 가지 일을 해결하고 나면 더 나쁜 일이 따라 옵니다. 하지만 말씀하신 부분은 점점 나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메탈 소재 헬멧, 넥 장식, 오른손에 낀 보석으로 장식한 글러브는 티에리 뮈글러 아카이브(Thierry Mugler Archive).

메탈 소재 헬멧, 넥 장식, 오른손에
낀 보석으로 장식한 글러브는
티에리 뮈글러 아카이브(Thierry
Mugler Archive).

LB 촬영을 시작하기 전에 당신이 그렇다는 걸 나도 알아챘어요. 그게 요가 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이 그것을 하고 나서 달라진 걸 느낄 수 있었어요.
CD 맞아요, 저는 매일 아침 요가를 합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났을 때 요가도 그만뒀어요. 영화가 끝나면 늘 문제가 생겨요. 6개월 동안 서로 가족이 되고 아주 친해지고 촬영장이 집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다 갑자기 그것이 끝나고 나면 버려졌다는 느낌이 굉장히 커지죠.
V 남녀 관계의 종말과 같군요.
CD 네, 그건 연애의 끝과 비슷해요. 그뿐 아니라 이번 영화에선 제게 아주 안정적이고 흔들림 없는 역할이 주어졌어요. 그런데 이제 더 이상 그 사람이 아니게 된 거예요. 그래서 “나는 누구인가?”라고 묻게 됩니다. 갑자기 이런 정체성 위기에 빠지게 되고 버려진 기분이 듭니다. 영화가 끝나면 회복하는 데 몇 개월이 걸려요.
V 그래서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해 요가를 하는 건가요?
CD 4~5년 전에 요가를 시작했어요. 요가를 시작했을 때가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예요.
V 요가가 어떤 효과가 있었죠?
CD 저는 전혀,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어요. 요가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소시 오패스가 됐을 거예요. 저는 제 감정과 전혀 소통을 하지 않았어요.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죠. 요가 선생님을 처음 만났을 때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 전에는 눈이 먼 느낌이었어요. 지금은 해마다 일주일 동안 요가 수행을 위해 태국을 방문합니다. 이 영화를 계약하기 전에도 저는 이렇게 말했어요. “요가 수행을 가야 해요.” 그러니까 이 작품은 제 커리어에서 가장 예산이 많이 투입된 작품 중 하나입니다. 그러자 뤽은 “좋아 요, 그게 도움이 된다면 가야죠”라고 말했어요.
LB 그곳이 스위스였으면 했어요! 절 괴롭힌 건 요가가 아닌, 그 거리였어요!
V 그래서 요가를 며칠 동안 하지 않으면…
CD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기 시작해요. 잘못된 결정을 내립니다. 이상해요. 정말 이상해요.
LB 마지막 질문이 있는데. 내게 당신은 정말…
CD 냄새가 나나요?
LB 당신은 세계적인 사람이에요.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을 알고 있고, 세상 모든 곳을 여행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글로벌한 당신을 영국인답게 만들 어주는 건 무엇인가요?
CD 제 주량이죠. 아니, 농담이에요. 정말 농담이에요!
LB 그건 프랑스 사람도 마찬가지니까 걱정 말아요.
CD 저는 미안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것 같아요. 아버지는 매너가 너를 멀리 데려다줄 거라고 가르치셨어요. 음, 어떤 날씨에나 적응하고 그것에 만 족할 줄 아는 능력?(웃음) 또 무엇이 되었든, 목까지 진흙에 잠기고 모든 것 이 잘 풀리지 않는다 해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게 제 스타일인 것 같아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죠. “자, 불굴의 정신으로 앞으로 앞으로. 계속 나아가 라.” 이걸 명심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울고 싶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