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의 다양성 – 이사배, 강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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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의 다양성 – 이사배, 강미아

2019-10-31T08:51:39+00:00 2019.10.29|

이사배는 SNS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면서 자신을 믿고 타인을 수용하자는 메시지를 전파한다. 100만 팔로워를 거느린 ‘미스 카멜레온’의 이토록 황홀한 뷰티 판타지.

<보그>의 연출 아래 2019년 F/W 뷰티 핵심어인 ‘그래픽 아이’를 예술적으로 승화했다. 노랑과 연두, 두 가지 섀도를 섞어 눈썹 뼈 아래까지 넓게 펴 바른 뒤 블랙 리퀴드 아이라이너를 불규칙적으로 그린 것. 붉은 벽돌 빛깔 블러셔로 광대뼈를 감싸듯 터치하고 입술엔 진한 자줏빛이 감도는 블랙 립스틱을 꽉 채워 발라 풀 립을 연출한다. 그 위에 블랙 버건디 컬러 립글로스를 얹어 강렬함을 더한 것이 포인트.

컬러풀한 인조 모피 코트는 드리스 반 노튼(Dries Van Noten).

10년 전, 스물두 살의 사회 초년생 이예지는 MBC 분장실로 출근했어요.

설레고 열정이 들끓던 시절이었죠. 연이은 새벽 출근에도 매번 풀 메이크업, 매일 다른 테크닉을 선보여 분장실 선배들을 비롯해 제게 메이크업 받는 분 모두 놀라워하던 얼굴이 지금도 눈에 선해요. 돌이켜보면 제겐 화장이 곧 준비운동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한순간도 그 과정이 피곤하다거나 귀찮다고 느껴지지 않았어요.

인생 최초의 화장을 논할 때면 늘 어머니에 관한 추억이 뒤따르곤 하죠.

저 역시 어머니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어머니 화장대엔 늘 엄청나게 많은 화장품이 줄지어 세워져 있었고 매일 조금씩 다른 화장을 하셨으니까요. 성인이 된 제게 건넨 선물도 화장품이었죠. 하늘색과 파란색 조합의 펜슬 타입 듀얼 아이섀도였는데 “블루의 다양한 느낌을 얼굴에서 한껏 즐겨보길 바란다”는 조언도 잊지 않으셨죠.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날 이후로 색을 쓰는 재미에 눈뜬 것 같아요.

크고 작은 펄 입자를 활용한 ‘메탈릭 뷰티’는 화려할수록 주목받는 연말 파티를 위한 최적의 선택이다. 먼저 짙은 녹색 펄 섀도를 눈두덩 전체에 얹는다. 펄은 문질러 바를수록 빛 반사 효과가 저하되니 툭툭 얹듯 올려주는 것이 포인트. 블랙 라이너를 이용해 언더에 아이라인을 채우듯 콕콕 찍어 발라 또렷한 눈매를 연출하고 눈썹의 빈 부분을 채운다. 입술엔 톤 다운된 레드 펄을 흩뿌려 레드 & 그린 홀리데이 룩을 연출했다. 우주를 연상케 하는 미래적 패턴의 드레스와 양손에 착용한 모노그램 패턴 링은 루이 비통(Louis Vuitton).

매일 강도 높은 화장에도 피부가 맑고 깨끗해요.

그렇게 보인다니 다행이에요. 보기보다 피부가 많이 예민하거든요. 원래도 약한 데다 분장사 시절 약물 부작용으로 인해 만성 피부염으로 발전했죠. 지금도 피부 컨디션이 썩 좋진 않아요.

지난여름 촬영할 때도 느꼈지만 몸에 해로운 것은 멀리했어요. 철저한 자기 관리에 놀랐죠.

몸은 거짓말하지 않아요. 좋은 피부를 위해선 얼굴에 국한된 일시적 노력보다 전반적 체질 개선이 우선인 것도 이런 이유죠. 자극적인 음식, 알코올 섭취를 멀리한 지 꽤 됐어요. 그 빈자리는 꾸준한 운동, 충분한 수분 섭취와 영양제로 채우죠.

오늘 아침에 뭘 먹고 왔는지 궁금해요.

사과 한 알, 베리류의 과일, 채소 위주 식단으로 가볍게 먹었어요.

눈부신 글리터 메이크업의 매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피부를 매트하게 연출한 뒤 눈 주변에 브론즈 펄 섀도를 한 겹 올린다. 그 위로 크고 작은 입자의 글리터, 펄, 네일 오브제 등을 뒤섞어 불규칙적으로 배열한다. 눈 앞머리에서 콧대, 눈 뒤쪽부터 관자놀이, 헤어라인까지 타고 가는 느낌으로 사이즈별로 적절하게 붙여주고 가벼운 질감의 펄은 얼굴 전체에 흩뿌리는 것이 그녀의 팁. 접착 단계에서 입자가 큰 글리터는 메이크업 전용 글루로, 미세한 펄 오브제는 페이스 밤으로 대체 가능하다. 골드 이어링은 루이 비통(Louis Vuitton).

 ‘이사배’란 이름은 어떻게 탄생했나요?

아주 어릴 때부터 제 이름이 아쉬웠어요. 이예지라는 이름은 개명을 고려할 필요 없을 만큼 충분히 부드러운 뉘앙스를 지니지만, 뭐랄까, 제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아쉬움이 컸죠. 개명의 이유는 단순해요. 다방면에서 강인해지길 원했고 부모님과 충분히 논의한 후 20대 중반 새 이름을 얻었어요. 작명소에서 받은 다양한 리스트 중 눈에 확 띄는 이름이었죠. 이사배. 너무 특이한데 그래서 더 마음이 가는, 아무튼 처음부터 좋았어요.

신의 한 수였군요. 얼마 전 유튜브에 올라온 아이유 커버 메이크업은 뷰티 월드에 센세이션을 일으켰어요. 두 눈을 의심할 정도로 정교했죠.

지금까지 가장 반응이 뜨거운, 효자 콘텐츠죠(웃음). 카멜레온처럼 변화무쌍한 제 얼굴이 저는 참 좋아요. 화장의 매력은 그런 것 같아요. 그날의 기분, 날씨, 패션 등 여러 요인에 의해 변화무쌍하게 대응할 수 있죠. 자유를 잃은 메이크업은 상상조차 하기 싫어요.

과감한 변신은 용기를 필요로 해요.

어려울 건 없어요. 밤에 잠들기 전, 화장대에 평소와 다른 화장품 하나만 추가해보세요. 단언컨대 다음 날 메이크업이 두 배는 즐거워질 거예요.

골드, 브론즈, 버건디, 다크 블루 섀도를 눈 앞머리부터 눈꼬리까지 연결하듯 펴 발라 그윽한 그러데이션 아이를 연출한다. 이때 눈썹과 아이라인, 마스카라를 생략해 아이 메이크업의 강약을 조절한다. 입술 외곽은 다크 버건디, 안쪽 입술은 밝은 레드로 칠해 컬러 대비를 통한 실험적 립 메이크업을 완성했다. 볼륨감 있는 플라워 프린트 패딩 코트는 드리스 반 노튼(Dries Van Noten).

화려한 비즈 프린지 디테일 원피스는 구찌(Gucci).

때는 바야흐로 유튜버 100만 시대입니다. 다른 이들과 차별화되는 유튜버 이사배의 강점은 뭘까요?

뷰티 콘텐츠의 다양성. 초보자를 위한 기본기부터 중급자를 위한 데일리 메이크업, 상급자를 위한 분장술까지 다채로운 영상을 끊임없이 업데이트하죠.

소통도 빼놓을 수 없어요.

구독자들이 제게 원하는 것이 뭔지 발 빠르게 캐치하는 편이에요. 먼저 묻기도 하고, 찾아 나서기도 하죠.

그런 당신을 괴롭히는 고민은 뭔가요?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저질 체력이요. 그래서 요즘 최대 관심사가 ‘건강’이에요. 내 몸에 좋은 습관은 뭔지 어떤 음식이 잘 맞는지 알아보고 직접 부딪혀요. 체력이 따라주지 않아 포기해버리는 것만큼 슬픈 일은 없으니까요.

당신만의 콤플렉스 극복 비법이 있나요?

콤플렉스를 콤플렉스로 여기지 않는 것! 단점에 연연하지 말고 장점에 집중해보세요.

망사 버킷 햇과 검정 가죽 재킷은 디올(Dior).

대한민국 모든 여자들이 궁금해할 질문입니다. 평생 쓰고 싶을 만큼 편애하는 뷰티 제품은?

메이크업포에버 ‘UHD 프레스드 파우더’. 정말 그 제품 없인 못 살아요.

패션에도 관심이 많아요. 지난 시즌 뉴욕 컬렉션에 이어 2020 S/S 런던, 파리 패션 위크에도 참석했죠.

돈 주고 살 수 없는 귀한 시간이었어요. 물론 패션 매거진과 웹사이트를 통해 실시간 간접 체험 가능한 디지털 시대지만, 이곳의 열기는 오직 현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죠.

그래서 백스테이지는 살아 있는 뷰티 교과서로 불려요.

전적으로 동의해요. 더 많은 걸 보고 느끼고 배울 수 있는 유의미한 시간이었죠. 쇼 시작 전 기대에 가득 찬 사람들의 얼굴, 열기 가득한 백스테이지, 쿵쾅거리는 비트 소리에 이어 눈앞에 펼쳐지는 늘씬한 모델들의 향연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으로 흡수할 수 있었어요.

언젠가 선보일 이사배의 뷰티 라인은 어떤 모습일지 마구 상상하고 싶어요.

해보고 싶은 게 정말 많아요! 아주 기본적인 베이스 제품부터 상상 초월 아이디어 상품까지. 이를 구현하기 위해선 질 좋은 메이크업 도구가 뒷받침되어야 하니 뷰티 툴 제작에 대한 욕심도 커요. 좋은 도구는 표현의 자유를 극대화하니까요.

그래픽 패턴 톱은 루이 비통(Louis Vuitton).

온 우주가 ‘다양성’을 조명하고 있어요. 창의적인 작업이 일상인 메이크업 아티스트이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뷰티 크리에이터로서 이런 사회적 흐름에 대해 어떤 생각인가요?

아주 바람직한 것 같아요. 이전엔 ‘개성’의 정의가 남과 다른, 그래서 비정상적 특징에 가까웠다면 이젠 매력의 동의어죠. 저마다의 개성이 인정받는 분위기가 된 것 같아 기뻐요. 건강하고 창의적인 개성의 표출은 나 자신에게도, 상대방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칠 테니까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이사배의 뷰티 철학은?

거창한 건 없어요. 진정한 아름다움은 건강한 심신에서 비롯됩니다. 아름다운 피부를 논할 때 언급되는 핵심어인 ‘윤기’와 ‘생기’는 건강의 다른 이름이죠. 또 화장은 무조건 즐거워야 해요. 변화된 내 모습을 받아들이고, 온몸으로 즐길수록 뷰티의 존재 가치는 상승하죠. 마지막으로 화장은 감추는 게 아니라 표현하는 것. 화장을 통해 건강한 즐거움을 만끽하세요.

 

〈보그〉 커버 걸 애슐리 그레이엄, 팔로마 엘세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플러스 사이즈 열풍의 주역 ‘미아 강’이 이상적 몸매의 기준을 재정립한다.

검정 터틀넥과 로고 앵클 부츠, 흰색 장갑, 클립 귀고리는 발렌시아가(Balenciaga).

이번 화보가 실린 뒤 당신을 궁금해할 사람들이 많을 거예요.

이름은 미아 강, 반은 한국인, 반은 영국인이죠. 뉴욕에서 모델로 일해요.

오늘 정말 다양한 얼굴을 보여줬어요.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든 메이크업은 뭔가요?

다크 립. 립스틱 안에 블루, 레드, 퍼플 세 가지 색이 들어 있는 듯했어요. 오늘 메이크업 정말 훌륭하더군요.

만족했다니 기뻐요. 시원시원한 이목구비는 어머니를 닮았나요?

저보다 훨씬 예쁘시죠(웃음). 사진 보여드릴게요. 다시 태어나면 슈퍼모델이 될지도 몰라요. 여기, 엄마와 찍은 사진이에요.

세상에, 아주 세련되셨군요.

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하셨고, 졸업 후 스튜어디스가 되셨죠. 70년대에요. 그렇게 여행하다 전남편인 아버지를 만나 결혼했고, 그때 한국을 떠나셨죠.

꼬마 숙녀의 눈에 어머니는 어떤 모습이었나요?

늘 한국이나 아시아의 전형적 미의 기준을 따르지 않았어요. 태닝한 피부, 파격적 헤어스타일… 화장도 거의 안 했죠.

 ‘모태 미인’의 여유죠.

외출 준비는 샤넬 립스틱 하나로 끝냈다니까요. 어머니가 외출하면 그 립스틱은 제 차지였어요. 거울 앞에서 예쁜 척 참 많이 했죠(웃음).

베이스 메이크업 단계를 생략하고 맥 ‘엑스트라 디멘션 스킨피니쉬 트리오’의 핑크 샴페인 컬러 #헬리오스허니로 광대뼈 위쪽으로 하이라이트를 연출한다. 강렬한 아이 메이크업은 맥 ‘프로 롱웨어 플루이드라인 #블랙트랙’으로 눈두덩에 라인을 두껍게 그린 후 메이크업포에버 ‘스타릿 파우더 #02 프로즌 골드’로 눈 앞머리에 하이라이트를 준 것. 시스루 검정 블라우스와 벨트, 골드 태슬 목걸이와 뱅글은 생로랑 바이 안토니 바카렐로(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검정 터틀넥과 더블 B 로고 장갑은 발렌시아가(Balenciaga).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매 순간! 성도 어머니 성을 따랐는걸요. 저는 서구적 측면보다 아시안, 한국인으로서의 면모를 더 강하게 느껴요. 홍콩에서 태어나 자랐고, 자라면서 한국을 자주 방문했고요. 한국인이라는 것이 늘 자랑스럽지만 요즘 특히 더 그래요. 지금의 한국은 굉장하잖아요. 자랑스러워할 만한 것이 넘쳐나죠.

최근 킴 카다시안의 보정 속옷 라인 ‘스킴스(Skims)’ 캠페인 모델로 이름과 얼굴을 알렸어요.

촬영 내내 꿈꾸는 것 같았어요. 황홀했죠. 브랜드 컨셉과 비주얼 방향성을 보고 결정했어요. 실제로 입어보니 제품도 훌륭했죠. 기술적 측면을 비롯해 기대 이상으로 공을 들였더군요.

킴은 어땠나요?

아쉽게도 그녀는 현장에 없었어요. 대신 코트니와 켄달이 있었죠.

캠페인 공개 후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한국 여성, 한국계 혼혈 여성을 비롯해 많은 인스타그램 팔로워로부터 메시지를 받았어요. 제게 대중 앞에 나서줘서 고맙다고 응원했죠. 다양한 체형에 대해 인지하고 이해하는 것이 오늘날 한국 여성에게 아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아시아에서는 날씬해야 한다는 압박이 크고, 체격이 크거나 살집이 있는 이들에겐 상당히 힘든 분야죠. 어디에도 이런 체형을 대표하는 사람이 없고, 가족 포함, 모든 이들이 편견을 갖고 바라보니까요.

베카 ‘쉬머링 스킨 퍼펙터 리퀴드’로 반짝이는 피부를 표현한다. 디올 ‘디올쇼 브로우 스타일러 울트라-파인 프리시즌 브로우 펜슬 #001 유니버셜 브라운’으로 눈썹의 빈 곳을 메우고 디올 ‘디올쇼 펌프 앤 브로우 #002 다크 브라운’으로 눈썹 결을 살린다. 입술엔 디올 ‘어딕트 립 글로우 컬러 어웨이크닝 립밤 #04 코랄’로 혈색을 살려 마무리. 네이비 뷔스티에 톱과 오른쪽 귀에 착용한 이어커프는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홍콩 <보그>와 인터뷰에서 과거 섭식 장애를 앓았다고 밝혔어요. 용기 있는 고백이었어요.

어릴 적 저는 늘 또래보다 덩치가 큰 편이었어요. 엄마는 아름답고 아주 날씬한 한국 여성이었고, 홍콩에는 저보다 마른 사람뿐이었죠. 그래서 저는 늘 뚱뚱하다, 살집이 있다, 덩치가 크다는 말을 들으며 자랐어요. 아시아권에서는 몸무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일상이잖아요. ‘살이 좀 쪘네’ 혹은 ‘너 살 빠졌구나’ 같은 말이요. 그래서 가족을 비롯해 모든 이에게 강미아는 늘 뚱뚱한 아이였죠. 당시 건강하게 살을 빼는 방법을 몰랐기에 무작정 굶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보니 엄청나게 마른 몸을 갖게 됐죠. 열세 살 무렵 제 몸무게는 44kg밖에 나가지 않았어요.

키 177cm에 44kg이라고요?

굉장히 말랐죠. 그즈음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 모델 일을 시작했어요. 모델이 되면 가능한 한 가장 마른 몸을 유지해야 하고, 마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죠. 그렇게 15년쯤 먹지 않으려고 애쓰며 살았어요. 모델 업계에서는 이러한 삶이 아주 당연해서, 당시 제가 얼마나 병들어 있는지조차 인지하지 못했어요. 모든 이들이 말랐고, 더 마르고 싶어 하는 세계에 살고 있었으니까요. 장애가 생겼다고 여기기는커녕 그저 그게 당연한 줄로만 알았어요. 하지만 나이 들면서 자연히 몸도 변하기 시작했죠. 저는 소녀에서 숙녀가 되었지만 패션계의 모든 이들은 25세 된 저를 여전히 17세 소녀처럼 보이길 원했고 26세 무렵 저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무너졌죠.

불과 4년 전 일이군요.

그때 모델 업계를 떠나 건강을 되찾기 위해 몸부림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저는 없을 거예요. 문득 의문이 들더군요. 우리가 잡지나 광고에서 보고 싶어 하는 모델은 아프고 우울한 여성이 아닌, 당연히 건강하고 행복한 여성 아닐까? 지금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사는 자신을 보면서 우리가 찬미하고 또 미디어에서 보여줘야 할 여성의 모습은 이런 것이 아닐까? 그래서 업계에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뉴욕으로 돌아갔어요. 우리가 정말 집중해야 하는 건 바로 ‘건강’이니까요.

‘마름’이 곧 아름다움인 한국에는 섭식 장애를 겪는 이들이 꽤 있어요. 그들에겐 당신의 조언이 사무치게 와닿을 겁니다.

섭식 장애 혹은 신체 변형 장애를 겪는 이들에게 제가 가장 해주고 싶은 조언은 ‘나을 수 있다’는 거예요. 충분히 나아질 수 있고, 회복할 수 있어요. 제가 그 증거죠. 물론 저도 여전히 회복하는 중이에요. 그래서 영원히 나을 수 없을 듯한 그 기분을 누구보다 잘 알아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반드시 회복할 수 있다는 거. 그 말을 꼭 전하고 싶어요.

맨 얼굴에 맥의 다크 브라운 아이라이너 ‘프로 롱웨어 아이라이너 #리치익스피리언스’로 양 볼과 콧등을 중심으로 주근깨를 표현한다. 강렬한 입술은 립 라인을 또렷하게 살린 뒤 나스 ‘립스틱 #헤로인 레드’를 꽉 채워 바른 것. 검정 터틀넥과 오버사이즈 무톤 코트, 흰색 장갑, 클립 귀고리는 발렌시아가(Balenciaga).

분위기를 전환해보죠. 모델이자 무아이타이 복서입니다.

신경쇠약 당시, 에이전시에 열흘간 휴가를 달라고 해서 태국에 갔어요. 운전하고 가던 중에 무아이타이 체육관을 발견했고, 한번 해봤는데 상상 이상으로 재미있어서 다음 날도, 그다음 날에도 체육관에 갔어요. 그러다 하루에 두 번씩 갈 만큼 무아이타이에 빠졌어요. 열흘간 떠났던 휴가는 9개월로 늘었고, 그 기간 내내 거의 체육관에서 살다시피 했어요. 제대로 먹는 법도 터득했죠. 그동안 제게 음식은 굶은 것에 대한 보상이었어요. 운동은 먹은 것에 대한 체벌이었고. 운동을 통해 건강을 되찾고 음식과 운동에 대한 사고를 재정립할 수 있었죠.

흰색 코트는 돌체앤가바나(Dolce&Gabbana).

지구 반대편에 있는 당신을 서울로 이끈 이유이자 이번 화보의 주제인 ‘다양성’을 논해보죠.

정말 중요한 이슈죠. 사이즈, 인종, 나이 등 여러 방면에서요. 제가 30세 모델이라는 것도 다양성과 깊은 관련이 있어요. 현재 잡지에 등장하는 모델은 16~17세가 대부분이죠. 저는 이 업계 기준에서 볼 때 나이가 매우 많은 편이에요. 사실 말도 안 되는 거죠. 저는 고작 서른인데 업계에서는 공룡이나 다름없거든요. 절대 정상이 아니죠.

한국에선 ‘화석’이라는 표현을 써요.

하하. 그런가요? 저는 지금껏 저와 같은 체형이 다양성에 진전을 이루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고 생각해요. 이를테면 플러스 사이즈 모델이 한 사람 생기면 이제 우리 업계는 다양성을 충족했다고 생각한다는 거죠. 0 사이즈와 16 사이즈가 전부다? 이건 다양한 게 아니에요.

미아, 지금 아주 중요한 포인트를 짚었어요.

생각해보세요. 그 사이에 얼마나 많은 사이즈가 있는데요. 저는 이제 막 여러 브랜드가 다양한 사람과 여성을 조명하려는 노력을 시작했다 생각해요.

레오퍼드 패턴 코트는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스틸레토 힐은 톰 포드(Tom Ford).

실례지만 지금 사이즈가 어떻게 되나요?

8이요. 예전엔 0 사이즈를 입었죠. 0, 4, 14 사이즈를 거쳐 8 사이즈가 되었고, 마침내 건강과 행복을 되찾았어요. 태어나 처음으로. 0 사이즈의 저는 이 세상에서 제일 비참하고 우울한 여자였죠.

이제 당신을 괴롭히는 콤플렉스는 없나요?

그럴 리가요(웃음). 누구나 내가 5kg을 빼면 혹은 10kg을 빼면 더 행복해질 거라고 여기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에요. 사람이라면 콤플렉스를 안고 살기 마련이고 이는 무엇을 해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죠. 모두가 지닌 콤플렉스가 서로 다를 뿐, 중요한 것은 콤플렉스를 없애는 게 아니라 콤플렉스를 받아들이는 거예요. 그렇게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야죠. 우리는 자신의 콤플렉스를 지적하는 데만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해요. 더 말랐으면 좋겠다, 코가 더 예뻤으면 좋겠다, 그러니 성형수술 받고 싶다… 이런 식으로 끊임없이 자책하죠.

귓바퀴에 착용한 이어커프는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닮고 싶은 뷰티 롤모델은 누구죠?

제니퍼 로페즈.

얼마 전 베르사체 쇼에서 클로징 모델로 선 그녀를 봤나요? 가슴을 훤히 드러낸 초록 드레스 차림에도 당당함 그 자체였죠.

그러니까요. 정말 멋있고 아름다워요. 뷰티 시크릿을 공유해주면 좋으련만(웃음). 그녀의 라이프스타일이 중요한 역할을 할 거예요. 운동을 많이 하고 술을 입에 대지 않는다고 들었거든요. 단순히 비싸고 좋은 크림 사용 여부가 아닌, 내면이 건강한 거죠.

당신의 삶도 그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아요.

행복한 사람은 빛난다는 말이 있잖아요. 이 말에 100% 동의해요.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제대로 안 먹거나 1일 수분 섭취량이 부족할 때, 불행할 땐 그 불안정 상태가 피부에 고스란히 드러나요.

피부는 거짓말하지 않아요. 이제 끝으로 하나만 더 물을게요. ‘강미아’를 한 단어로 표현하면?

‘진정성(Authentic)’. 인생에서 아주 오랜 시간 타인이 이야기하는 대로 살아왔어요. 외모는 이래야 하고, 행동은 저래야 하고, 말은 줄여야 하고. 지금 제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저답게 사는 거예요. 지금 보고 계신 제 모습이 진짜 제 모습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