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lective Intelligence – ③ 케이 니노미야
꼼데가르쏭은 현재 패션계에서 가장 독립적이고 순수하며 고집스러운 레이블이다. 그들은 스스로를 온전히 이윤 추구를 위한 패션 회사라고 말하지만, 사람들은 그들에게서 가장 이상적인 창조 집단을 본다. 레이 가와쿠보 의 지휘 아래 이 집단을 이끄는 지성 4인을 만났다. ▷ ③ 케이 니노미야
케이 니노미야, Kei Ninomiya
케이 니노미야는 최근 꼼데가르쏭에서 자신의 라인 ‘누아’를 론칭했고 디자이너 다섯 명 중 가장 나이가 어리다. 펑크 록 뮤지션 같은 외모와 달리 영문학과 일본 문학, 프랑스 문학에 관심이 많아 아오야마 가쿠인 대학에서 불문학을 전공했다. 학교 근처의 꼼데가르쏭 매장을 들락거리며 패션에 대한 관심을 키웠고 졸업 후 앤트워프 왕립 예술학교에 등록했다. 1년을 다니고 여름방학 때 잠시 귀국해 꼼데가르쏭에 지원했는데, 세 번의 면접(그중 준야 와타나베, 레이 가와쿠보와의 면접도 있었다)을 거쳐 당일 합격해 학업을 중단했다.
Vogue Korea (이하 VK) 앤트워프에서 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꼼데가르쏭에 지원했다. 실력이 부족할지도 모른다거나 학교에서 기본기를 더 배워야 할 것 같은 불안감 같은 건 없었나?
Kei Ninomiya(이하 KN) 나는 학교에서 공부만 하기보다 일을 하고 싶었다. 학교에서 얼마나 오래 공부하는지보다 무엇을 어떻게 공부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VK 꼼데가르쏭에 들어가 처음에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식으로 실력이 늘었는지 궁금하다.
KN 꼼데가르쏭에 들어와 패턴사로 일을 시작했고 일하면서 옷이 무엇이고 옷을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해 가장 많이 배웠다. 내 옷을 만들려면 패턴 메이킹은 필수적인데, 제조 공장에 내가 디자인한 옷의 복잡한 구조를 설명하려면 간단하고 이해하기 쉬운 패턴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패턴사로 일한 경험이 여러모로 내게 큰 의미였다. 그리고 여러 인재들 사이에서 일한 경험 또한 무엇보다 소중하다.
VK 꼼데가르쏭의 디자인 팀 구성원은 어떤 사람들인가? 서로 경쟁적인 분위기인가?
KN 주로 나이 어린 디자이너들로 꾸려진 작은 그룹이다. 모두 작업에 헌신하고 전념하는 분위기다.
VK 가와쿠보 여사가 브랜드 이름을 지어줬다고 하던데, 어떻게 ‘누아’라는 이름을 짓게 됐나.
KN 레이 가와쿠보 여사와 상의하는 도중 나온 아이디어다. ‘누아’는 프랑스어로 검은색이라는 뜻이고, 의미 그대로 컬렉션은 늘 블랙 컬러에 기반한다. 사실 모든 룩이 검은색이다. 내게 검은색은 결정적인 색이자 끊임없는 재탄생을 의미한다. 그래서 그것을 테크닉과 과정으로 채우고자 하는 열망을 불러일으킨다.
VK 꼼데가르쏭에 입사해 자신의 라인을 론칭하기까지 꽤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KN 나는 디자인할 때 언제나 놀라운 요소, 나를 매혹시키는 요소를 찾는다. 그것을 만들어나가는 과정 혹은 놀라움을 일으키는 요소가 실제 결과물로 표현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나는 끊임없이 새로운 형태와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을 탐구하며, 접근하는 방식이나 디테일, 테크닉에 있어 매 시즌 다른 것을 시도한다. 이처럼 ‘가와쿠보의 제자’라는 타이틀을 가진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정신은 예상을 뛰어넘는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바로 아방가르드 정신이기도 하고.
VK 당신은 자신의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새로운 것을 만들고, 새로운 제조 방식을 찾거나 새로운 실루엣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 적 있다. ‘새로운 것’이라는 판단의 기준은 주관적이라고 생각하는데, 당신에게 ‘새로운 것’이란 뭔가?
KN 나는 디자인할 때 컨셉을 갖고 일하며 그 컨셉을 ‘만드는 방법’ 또는 ’철학’을 포함한다. 그 총체적 개념은 옷을 완성할 때까지 유지되는데, 그 컨셉을 이루는 요소가 반드시 새로워야 하며 그동안 시도한 적 없는 것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얻는 우연성과 즉흥성, 기대하지 않은 결과 또한 중요한 산물이다. 무엇보다 나 자신이 내가 만든 것에 놀라야 한다.
VK 솔기 부분을 잇는 방식, 2D 원단을 가지고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게 누아 컬렉션의 가장 큰 포인트다. 어떤 식으로 아이디어를 짜내고 작업하나.
KN 테스트를 거치지 않은 아이디어는 없다. 아무리 단순한 아이디어라도 우리 팀은 제안한 모든 아이디어를 직접 실험하고 그중 해볼 만한 가치가 있고 사업성도 뛰어난 아이디어를 골라 실제 컬렉션에 적용한다.
VK 당신의 독특한 디자인을 보면 3D 프린팅 제작 방식에도 관심이 있을 것 같다.
KN 3D 프린팅이 분명 제작 방법 중 하나가 될 수는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이를 활용할 특별한 계획은 없고 현재 나의 작업 과정에 적합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VK 지금까지 사용한 대표적인 솔기 이음 방식과 2016 F/W 컬렉션에 새로 시도한 방식에 대해 설명해달라.
KN 바느질 대신 코킹(Caulking 틈새를 메워 잇는 방식), 스터드, 그로밋(Grommets 옷감, 가죽에 구멍 부분을 튼튼히 하기 위해 끼우는 쇠고리), 나사, 볼 체인, 끈과 고리, 자수, 진주로 잇는 방식 등을 썼다. 각각의 기법은 독특한 가능성만큼 사용이 제한적이지만 모두 재봉틀을 쓰는 기법과 거리가 멀었다. 특히 마크라메(Macramé)나 니트, 꽃 모티브는 전부 수작업으로 완성한 것이다. 2016 F/W 컬렉션에는 모피를 응용해 표현력의 범위를 넓혔다.
VK 입은 사람의 움직임, 착용감은 어떻게 고려하나?
KN 착용감 역시 바느질이 아닌 다른 테크닉으로 깊이와 공간감을 만든다. 예를 들어 2015 S/S 컬렉션의 경우 스터드와 진주로 옷을 만들거나 장식했는데, 스터드로 된 룩은 그 소재가 입은 사람의 몸에 따라 움직이도록 그 공간을 계산한 것이다. 진주로 된 룩에서는 다른 사이즈의 진주를 사용해서 몸의 곡선에 맞는 형태를 만들었다. 2014 F/W 컬렉션은 뜨개질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원단을 엮어서 형태를 만들거나, 원단을 옷의 각 부위에 따라 각기 폭이 다른 테이프 형태로 길게 잘라 체인과 고리로 연결했다. 각각의 테이프는 서로 이어 붙인 것이 아니라 이음매에 사용된 금속에 의해 독립적으로 공중에 떠 있는 형태로, 옷에 풍부한 입체감을 연출했다. 이러한 여러 층은 깊이감을 만들어낼 뿐 아니라 실제로 입었을 때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움직여 우리를 놀라게 한다. 테이프가 몸의 곡선을 따라 흐르면서 팔 부위에서 물결처럼 움직이거나 하는 식으로.
VK 상당 부분 수작업으로 제작해야 할 것 같다. 가격이나 제작 방식으로 인해 누아 컬렉션이 상업성을 잃을 위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KN 오랜 시간에 거쳐 작업해야 하는 제품은 가격이 비싸지고, 쉽게 만들 수 있는 제품은 더 저렴한 가격에 팔 수 있다. 간단한 사실이지만, 결국 모든 것은 컬렉션이 담고 있는 내용에 달렸다.
- 에디터
- 송보라
- 포토그래퍼
- LEE SHIN G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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