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인 디자이너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
전설적인 디자이너,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 창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런던의 빅토리아 앤 알버트 박물관(Victoria and Albert Museum).
![](https://img.vogue.co.kr/vogue/2017/05/style_5927d0cbcbb7a.jpg)
왼쪽은 엑스레이로 촬영한 “라 튤립(La Tulipe)” 이브닝 드레스. 피치색 실크 가자르로장식 되어있다(Balenciaga for EISA, Spain, 1965). 오른쪽은 빨간 실크 소재의 태피터 드레스(Cristóbal Balenciaga, Paris, 1954). 엑스레이는 닉 베세이(Nick Veasey, 2016).
이 빨간 드레스 아래엔 무엇이 숨겨져 있을까? 엑스레이로 촬영한 이 드레스들은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작품들을 가장 드라마틱한 방식으로 전시한 것이다.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는 크리스찬 디올에게 ‘우리 모두의 마스터’라 불릴 정도로 전설적인 디자이너였다.
엑스레이로 촬영한 또 하나의 드레스는 동전 크기의 추로 완벽한 모양이 잡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https://img.vogue.co.kr/vogue/2017/05/style_5927d2327ba61.jpg)
Cristóbal Balenciaga, Paris, 1954
![Front and back view of "La Tulipe" evening dress in silk gazar by Balenciaga for EISA, Spain, 1965](https://img.vogue.co.kr/vogue/2017/05/style_5927d23e9139e.jpg)
Balenciaga for EISA, Spain, 1965
런던의 빅토리아 앤 알버트(V&A)박물관은 내년 2월 18일까지 열리는 <Balenciaga: Shaping Fashion>에 엑스레이 아티스트 닉 베세이(Nick Veasey)를 초대해 발렌시아가의 조각같은 디자인 아래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 관객들에게 공개한다.
하지만 큐레이터 캐시 데이비스-스트로더(Cassie Davies-Strodder)가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작품을 연구하면서 배운 것은, 엑스레이로 촬영한 사진만으로 이 전시를 살아 숨쉬게 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파리 의상장식박물관(Palais Galliera)에서 큐레이팅해 7월 16일까지 브루델 미술관에서 열리는 발렌시아가 전시<Balenciaga, l’oeuvre au noir>와 비교했을 때, 발렌시아가 전시의 영국 버전은 잘못 통역된 듯하다. 하지만 이건 런던 전시의 큐레이터만의 탓이라고 할 수는 없다.
문제는 바로 V&A 박물관에서 주어진 공간에 있다. 전시 공간은 천장이 낮고 비좁아 발렌시아가의 작업들을 전시하기에 굉장히 제한적이다.
![The upstairs section of the "Balenciaga: Shaping Fashion" exhibition at the V&A](https://img.vogue.co.kr/vogue/2017/05/style_5927d26d173d7.jpg)
V&A박물관에서 열리는 “Balenciaga: Shaping Fashion”의 2층 공간
전시가 진행되는 기간 안에 전시 공간을 늘리길 바랄 뿐이다. 이곳에 열렸던 알렉산더 맥퀸 전시 <Savage Beauty>가 호평과 찬사로 가득했던 이유도 널찍한 전시 공간 덕분이었다.
발렌시아가 전시 입구에서 세 개의 둥근 공 형태로 만들어진 잔디색 드레스를 가장 먼저 볼 수 있다. 이 희귀한 드레스는 V&A 박물관의 아카이브가 아닌, 시카고 역사 박물관에서 대여해온 작품이다.
“1961년에 제작한 드레스인데, 이 드레스 하나만으로 발렌시아가가 얼마나 모던하고 특이했는지 볼 수 있죠. 그 당시에 인체를 추상적으로 표현했다는 건 획기적이었죠.” 전시 큐레이터인 데이비스-스트로더는 이 드레스를 보고 90년대 초를 연상시켜 ‘꼼 데 가르송스럽다’는 평을 남기는 관객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View of an installation at the "Balenciaga: Shaping Fashion" exhibition, showing his influence on generations of designers including Rei Kawakubo of Comme des Garçons (front left, in pink)](https://img.vogue.co.kr/vogue/2017/05/style_5927d28867768.jpg)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가 꼼 데 가르송의 레이 가와쿠보를 비롯한 디자이너들에게 미친 영향을 보여주는 작품들.
발렌시아가가 고객들을 위해 제작했던 우아한 옷과 모자들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 초반부에는 그가 다른 패션 디자이너들에게 미친 영향이 크게 느껴지진 않는다. 발렌시아가의 고객 중 가장 유명한 인물은 바로 영화 배우 에바 가드너(Ava Gardner). 전시장에서는 옛날의 발렌시아가 패션 프레젠테이션 모습을 담은 짧은 영상도 감상할 수 있다.
전시장의 2층에서는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을거라 예상했지만, 대신 발렌시아가에게 영향을 받고 영감을 얻은 디자이너들의 작품들이 자리해있다.
![Skirt suit in wool tweed lined with silk by Cristobal-Balenciaga, Paris, 1954](https://img.vogue.co.kr/vogue/2017/05/style_5927d2a7b906d-683x1024.jpg)
Cristobal-Balenciaga, Paris, 1954
![Skirt suit in wool and silk by Demna Gvasalia for Balenciaga, Paris, Autumn/Winter 2016, ready-to-wear, look 1](https://img.vogue.co.kr/vogue/2017/05/style_5927d2b9eeadf-683x1024.jpg)
Demna Gvasalia for Balenciaga, Paris, Autumn/Winter 2016, ready-to-wear, look 1
발렌시아가에서 일했던 엠마누엘 웅가로(Emanuel Ungaro)와 패턴사로 경력을 쌓은 앙드레 꾸레쥬(André Courrèges)는 물론, 발렌시아가른 21세기식으로 재해석한 니콜라 게스키에르(Nicolas Ghesquière)와 뎀나 바잘리아(Demna Gvasalia)의 작업들도 전시되어 있다.
![Cape, dress and boots by Nicolas Ghesquière for Balenciaga, Paris, Autumn/Winter 2006. On loan from the Balenciaga Archives, Paris](https://img.vogue.co.kr/vogue/2017/05/style_5927d2cbba5b9-683x1024.jpg)
Nicolas Ghesquière for Balenciaga, Paris, Autumn/Winter 2006. On loan from the Balenciaga Archives, Paris
![Evening cape in silk gazar lined with silk satin by Cristóbal Balenciaga, Paris, 1963](https://img.vogue.co.kr/vogue/2017/05/style_5927d2e0c76a9-683x1024.jpg)
Cristóbal Balenciaga, Paris, 1963
발렌시아가의 제자들 오스카 드 라 렌타(Oscar de la Renta)와 위베르 드 지방시(Hubert de Givenchy)의 작업도 만나볼 수 있다.
![Evening dress in wild silk with embroidery by Lesage, Cristóbal Balenciaga, Paris, 1960-1962](https://img.vogue.co.kr/vogue/2017/05/style_5927d2f21aedb-683x1024.jpg)
Lesage, Cristóbal Balenciaga, Paris, 1960-1962
![Oscar de la Renta, Spring/Summer 2015 ready-to-wear, look 37](https://img.vogue.co.kr/vogue/2017/05/style_5927d2fd47bc7-683x1024.jpg)
Oscar de la Renta, Spring/Summer 2015 ready-to-wear, look 37
1968년에 하우스 문을 닫은 꾸뛰리에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작품들, 그리고 몰리 고다드와 같이 젊은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어떻게 매칭시켰을까? 전시와 함께 만나볼 수 있는 책, 레슬리 엘리스 밀러(Lesley Ellis Miller)의 <Balenciaga: Shaping Fashion>에서 지방시와 게스키에르를 비롯한 디자이너들의 작업들을 볼 수 있다.
“발렌시아가의 기술은 여러 면에서 선구자인 동시에 전통주의자에요. 레디투웨어로 전환하지 않았지만, 그가 창조해내는 실루엣과 소재로 벌써 시대를 앞서 나가고 있었죠. 모순적인 면도 있었어요.” 데이비스-스트로더가 설명했다.
![Elise Daniels with street performers, Le Marais, Paris, 1948. Suit by Balenciaga](https://img.vogue.co.kr/vogue/2017/05/style_5927d3310318b.jpg)
1948년, 파리 르 마레 거리의 공연가들과 함께 있는 엘리스 다니엘스. 수트는 발렌시아가.
여기서 중요한 질문 한 가지를 빼놓을 순 없다. 발렌시아가의 스타일과 연결고리가 거의 없는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전시하기 위해 이 정도로 전시장의 큰 공간을 차지해야만 했을까? 발렌시아가는 영국에서 전시를 한 적도 없었고, 대중적으로도 샤넬이나 디올만큼 잘 알려지지도 않은 브랜드다.
![Lisa Fonssagrives-Penn wearing a coat by Cristóbal Balenciaga, Paris, 1950](https://img.vogue.co.kr/vogue/2017/05/style_5927d3411eda3-683x1024.jpg)
1950년,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코트를 입은 리사 폰사그리브스-펜
정보 전달 면에서는 이번 전시는 훌륭하다. 발렌시아가 옷들을 알맞은 카테고리를 나눠서 각 시대의 라이프스타일을 파악하기 쉽게 전시했기 때문이다.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는 어린 나이부터 바느질을 배웠고, 스페인 북부 바스크주(Basque)의 작은 어촌 헤따리아(Getaria)에서 재봉사로 일하던 어머니 일을 돕곤 했다. 12살에 한 재단사 밑에서 일을 배우기 시작했으며, 1937년도 파리에 아뜰리에를 오픈했을 때엔 벌써 30년 경력이 쌓여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발렌시아가 1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가 몇 개 열리고 있다. 파리에 열리는 전시에서는 배경에 세워진 조각품들이 옷의 구조와 조화를 이루어 보는 이의 넋을 잃게 한다. 특히 검정색 옷에 중점을 둬 다양한 텍스처와 톤을 직접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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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델 미술관에 전시(“Balenciaga, l’oeuvre au noir”)된 발렌시아가의 이브닝 드레스. 이 전시에는 발렌시아가의 검정색 옷들만 모았다.
파리 의상 박물관의 큐레이터 올리비에 사야르(Olivier Saillard)의 상상력은 그의 패션에 대한 지식처럼 광활하다. 조각품으로 가득한 이 박물관은 발렌시아가의 작품에 잘 어울리는 파트너이기도 하다.
레이스, 실크, 반짝이는 소재와 다양한 텍스처는 실루엣, 부피, 드레이프와 어우러져 검정색 옷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검정 레이스 드레스에 포인트로 핑크색 리본을 넣은 발렌시아가의 색 사용에 집중할 수 있다.
전시와 함께 만나볼 수 있는 책 <Balenciaga, l’oeuvre au noir>(파리 의상 박물관과 브루델 미술관이 함께 출판한 책이다)은 심플하면서도 고귀하다.
이 두 전시는 같은 질문을 던진다: 관객들은 전시를 보고 시각적으로 단순히 만족감을 느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현시대 관객들의 시점에서 몇 십년 전에 만들어진 발렌시아가의 옷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옷들에 대한 자세한 분석과 설명이 필요한 것일까?
둘 다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파리에서 열린 발렌시아가 전시를 보고 눈물이 났다. 물론 런던에서 열린 전시에 선보인 엑스레이 사진들도 흥미롭고 매력적이었지만, 나는 크리스찬 디올의 말을 듣기로 했다: “오뜨꾸뛰르는 발렌시아가의 지휘 하에 연주되는 하나의 오케스트라와 같다. 다른 꾸뛰리에들은 그의 지휘에 따라 연주하는 뮤지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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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파리 아틀리에에서 작업 중인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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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후반, 파리 에비뉴 마르소에 위치한 스튜디오에 앉아 있는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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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년, 파리 카페 드 두 마고(Café des Deux Magots)에 앉아 있는 모델 도비마(Dovima)와 사샤(Sacha). 모자와 수트는 발렌시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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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검정 태피터 드레스를 입은 발렌시아가 하우스 모델 콜레트(Colet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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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를 입은 발렌시아가의 하우스 모델 타이가(Tai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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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58년, 발렌시아가의 화이트 린넨 톱과 쇼츠를 입은 모나 비스마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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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이브닝
드레스.
포토그래퍼: Cecil Beaton, 1971
![](https://img.vogue.co.kr/vogue/2017/05/style_5927d58451b6f.jpg)
1967년,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실크 이브닝 드레스.
포토그래퍼: Cecil Beaton, 1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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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미국 백화점 아이 매그닌(I. Magnin)의 바이어들 앞에서 발렌시아가의 오렌지 코트를 입은 모델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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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이브닝 드레스. 브로케이드 실크는 레너드(Leonard), 비딩 장식은 르사주(Les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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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이브닝 드레스(뒷모습). 브로케이드 실크는 레너드(Leonard), 비딩 장식은 르사주(Les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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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mg.vogue.co.kr/vogue/2017/05/style_5927d5ae9a878.jpg)
1967년, 메탈과 시퀸으로 장식된 파코 라반의 미니 이브닝 드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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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플라멩코 스타일의 이브닝 드레스.
포토그래퍼: Cecil Beaton, 1971
![](https://img.vogue.co.kr/vogue/2017/05/style_5927d5be861d0.jpg)
1955년,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실크 가자르와 레이스 장식이 들어간 무똥 느와르(Mouton noir, '검정색 양') 이브닝 코트와 새틴 소재의 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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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모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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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가죽 소재로 된 필박스 모자.
- 글
- 수지 멘키스
- 포토그래퍼
- NICK VEASEY, CATWALKING, COURTESY OF THE VICTORIA AND ALBERT MUSEUM, CECIL BEATON STUDIO ARCHIVE AT SOTHEBY'S, RICHARD AVEDON, IRVING PENN, HENRI CARTIER-BRESSON, CECIL BEATON, RICHARD AVEDON, THOMAS KUBLIN, MARK SHAW/MPTVIMAG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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