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코 옆에 난 뾰루지가 무척 신경 쓰였는데, 여드름도, 티눈도 아니었다고 합니다. 피부과 갈 시간이 없어 동서남북으로 잔뜩 짜고, 면봉으로도 눌러 짰죠. 잔뜩 힘을 주어 짜낸 후 코 전체에 감각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다음 날 자고 일어나도 여전히 감각이 없던 라뮤끄가 병원에서 받은 진단은 ‘안면 감각 신경 마비‘.

라뮤끄가 뾰루지를 짜낸 위치는 콧방울 옆. 이곳은 안와하신경이 지나는 위치입니다. 사진상 네모 칸이 그려진 구간인데요, 위턱 치아와 잇몸, 눈꺼풀과 결막, 코의 일부와 입술 전반에 퍼져 있는 신경입니다. 각각 코의 반쪽 신경과 윗입술, 앞 광대뼈의 감각을 담당하죠. 보통 양악 수술이나, 팔자 주름을 채우기 위한 귀족 수술 시에 부작용으로 이 신경 부위에 감각 이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은 있습니다. 하지만 뾰루지를 짠다고 해서 마비되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한편, 라뮤끄에게 ‘안면 감각 신경 마비‘ 진단을 내린 병원에서는 그녀가 표피 안에 있는 안와하신경을 자극해 코 주변이 마비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말초 신경이 마비된 후에는 정확한 원인을 찾기 어려운데, 현재로서는 다음 세 가지 원인을 가늠해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첫 번째, 뾰루지를 짜면서 신경을 눌렀을 경우, 두 번째, 짜고 난 후 부기가 신경을 압박했을 경우, 세 번째, 신경선에 염증이 생겼을 경우. 얼굴의  신경선은 피부 아래에 위치하고 있는데, 아주 극히 드문 경우로 심한 마사지나 뾰루지를 짜내는 등 강한 자극이 가해지면 신경이 마비될 수 있다고 합니다.

안면 마비는 보통 3~4일에 걸쳐 얼굴 신경이 마비되는 증상을 보입니다. 처음엔 귀 뒤쪽부터 통증이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주 혹은 수개월에 걸쳐 자연적으로 좋아지며 1년 이내에 거의 대부분 회복됩니다. 간혹 완전히 회복되지 않고 약간의 후유증을 남기기도 합니다. 심할 경우 증상이 주변 피부로 퍼져 나갈 수도 있고, 뇌경색이 올 수도 있죠. 한번 손상된 신경은 되돌리기 힘들기 때문에 초기에 스테로이드제나 항바이러스 약물 치료를 받습니다. 사실 이 치료도 회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며, 충분히 쉬며 마비가 회복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답니다.

라뮤끄가 겪은 일은 아주 드문 경우지만, 집에서 무작정 뾰루지를 짜내는 대신 병원을 찾는 게 좋겠죠? 혹시 집에서 뾰루지를 짰다면 염증이 번지지 않도록 반드시 소독을 하고 꼭 피부과를 찾아가야 합니다. 입술이나 코 주변의 감각이 무뎌졌다면, 가능한 한 빨리 신경외과를 찾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