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윤상에 대하여

2023.02.20

윤상에 대하여

윤상 남측 예술단 수석대표. 지난 며칠간 가장 많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이름과 직함일 것이다. 이 낯선 직함 대신 음악 애호가들과 대중에게 윤상은 가수, 작곡가 혹은 프로듀서로 더 친숙하다. 1990년 처음 대중에게 모습을 보인 이래로 그는 한결 같은 모습으로 치열한 자신의 세계를 보여줬다. ‘뮤지션의 뮤지션’이라는 영광스런 수식어는 그 치열한 세계를 향한 헌사다. 10곡은 너무 적지만, 윤상의 세계를 대강이나마 훑어볼 수 있는 10곡을 골라봤다. “발라드부터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 7080에서 아이돌까지 두루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정부의 수석대표 발탁 이유를 이 10곡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1. 김현식 – 여름밤의 꿈 (1988)

지금이야 ‘뮤지션의 뮤지션’이지만 이 같은 풋내기 시절도 있었다. 윤상의 데모를 들은 김현식은 4집에서 ‘여름밤의 꿈’을 부르며 윤상을 작곡가로 ‘입봉’시켰다. 거친 김현식의 목소리마저 윤상의 곡을 만나며 옅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2. 강수지 – 보랏빛 향기 (1990)

윤상은 황치훈 ‘추억속의 그대’, 변진섭 ‘로라’, 김민우 ‘입영열차 안에서’를 연달아 만들며 최고의 작곡가로 떠올랐다. 그 가운데서도 윤상과 강수지의 관계는 특별했다. 둘은 훌륭한 파트너였고, 윤상은 이 노래로 강수지를 보랏빛 요정으로 만들어주었다.

3. 윤상 – 이별의 그늘 (1990)

이른바 윤상표 ‘단조(마이너) 발라드’의 시작이다. 바이올린 연주와 낮고 쓸쓸한 목소리, 그리고 윤상의 우수에 젖은 모습 모두가 하나의 이미지로 작용했다. 작곡가 윤상에서 가수 윤상으로 성공적인 데뷔를 알렸다. 그는 곧바로 ‘인기가수’가 된다.

4. 윤상 – 새벽 (1993)

2집 ‘가려진 시간 사이로’의 성공으로 밀리언셀러가 된 윤상은 고등학교 시절 만들었던 페이퍼모드를 재결성해 [Part 2] 앨범을 만든다. 여기에는 팔릴 만한 음악보다 윤상이 하고 싶던 실험적인 음악이 가득했다. 백만 장에서 30만 장으로 판매고는 줄었지만, 그는 스스로 조금씩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5. 윤상 – 배반 (1996)

윤상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끝판왕 같은 평가를 받는 노래다. 들을수록 감탄스러운 위대한 사운드스케이프 안에서 박창학의 가사와 윤상의 목소리까지 모든 게 완벽하다. ‘배반’이 수록된 [Renacimiento]는 윤상의 기존 노래를 유럽의 샹송이나 칸초네 스타일로 바꿔 다시 부른 앨범이다. ‘월드뮤직 전도사’ 윤상의 시작을 알리는 앨범이다.

6. 노땐스 – 달리기 (1996)

전자음악이 단순히 춤을 추기 위한 음악만이 아니라는 뜻에서 또 다른 전자음악 애호가 신해철과 함께 직관적인 이름의 ‘노땐스’라는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달리기’가 오랜 시간 사랑 받았고, S.E.S.의 커버로도 많이 알려졌다.

7. 윤상 – 마지막 거짓말 (1998)

비록 6곡이 담긴 EP지만 [Insensible]은 윤상이라는 아티스트의 세계를 가장 잘 담아낸 음반으로 윤상의 많은 팬들이 이 EP를 최고작으로 꼽곤 한다. 상업적인 반응은 아예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윤상이 하고자 했던 사운드가 온전하게 담겨있다.

8. 윤상 – 재회 (2002)

캔디맨의 보컬 청안과 함께 짧은 재회 뒤 다시 각자의 길을 걷는 아쉬움을 보사노바 리듬에 담았다. 윤상은 매 앨범마다 보사노바를 비롯한 월드뮤직의 일부를 자신의 음악에 녹였다. 그 어떤 장르와 스타일의 음악을 해도 이를 윤상만의 것으로 만들 줄 안다.

9. 모텟 – What Can U Do (2009)

한 음악평론가는 모텟의 음악을 두고 ‘윤상의 기괴한 취미’라는 표현을 했다. 결코 동의할 수 없는 말이지만 모텟의 음악이 윤상의 음악 가운데 가장 극단적인 형태의 전자음악인 것만은 분명하다. 윤상은 후배 전자음악가 카입, 슈퍼드라이브와 함께 기계로 만들 수 있는 모든 소리를 들려준다.

10. 러블리즈 – Ah-Choo (2015)

모텟 반대편에 러블리즈가 있다. 가장 극단적인 형태의 전자음악부터 아이돌 음악까지 윤상의 세계는 쉽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넓다. ‘완벽주의’란 말이 따라붙을 정도로 그 어떤 곡도 허투루 만들지 않는다. ‘러블리즈의 아버지’로서 오래도록 얘기될 아이돌 명곡을 만들었다. 그 광활하고 다양한 여정은 계속 진행 중이다.

    김학선
    에디터
    김나랑
    사진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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