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이스트 W의 달리기
반전 드라마로 자신들의 서사를 완성한 뉴이스트 W. 그들의 마지막 달리기가 시작된다.
뉴이스트(NU’EST)에 ‘W’가 붙기 전 시절 이야기다.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들 사이에서 뉴이스트는 아픈 손가락으로 통했다. 잘나가는 아이돌의 조건을 큰 부족함없이 충족시키는 보이 그룹이었음에도 뉴이스트는 소위 말해 ‘뜨질’못했다. 안타까움은 네 번째 미니 앨범 <q>와 다섯 번째 미니 앨범 <canvas>가 나왔을 때 가장 컸다. 트렌디한 동시대 음악을 보여주면서도 자신들만의 색깔을 공고히 한 앨범이었다. ‘여왕의 기사’‘Love Paint’ 같은 타이틀곡은 이들이 로맨스 판타지 소설 같은 이야기를 섬세하고도 절도 있는 동작과 다채로운 보컬을 통해 한 편의 뮤지컬처럼 보여주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음을 보여줬다. 어떤 시공간에서 흘러나와도 편안히 들을 수 있는 팝 음악도 트랙을 채우고 있었다.아이돌 음악에 애정을 가진 음악 평론가들 사이에서 두 음반은 진가를인정받지 못한 ‘불운아’로 회자됐다.
오랜 시간 그들을 지켜본 한 셀럽 뷰티 디렉터는 뉴이스트를 두고 보면볼수록 사랑스러운 그룹이라고 했다. “음악 욕심도 많고 노력도 무척많이 하지만 사랑 받으려고 무리하지 않아요. 그저 묵묵히 활동을 해나간다고 해야 할까요. 생활은 의외로 소박하죠. ‘저희 어젯밤에 불살랐잖아요!’라고 해서 들어보면 24시간 영업하는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에서 커피 10잔 마시며 수다 떨었다는 얘기였어요.(웃음) 결속력이 참 좋은 팀이기도 해요. 의리 있고 진중한 아이들이라 주위에 사람들이 많이 머무는 편이었죠.” 종합해보자면 뉴이스트는 진짜 괜찮은그룹인데 세상이 몰라주는 보이 그룹이었고 이는 <프로듀스 101>이라는 천운이 찾아왔을 때 기회를 놓치지 않을 수 있었던 응당한 이유가 되어주었다. 대중들은 <프로듀스 101>을 지켜보며 앞서 언급한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들과 똑같은 마음이 되어버렸고 그동안 주지 못한사랑을 아낌없이 주기로 했다. 당시 팬카페에는 “이제 알아봐서 미안하다”는 글이 넘쳐났다.
이보다 극적인 성장 스토리를 가진 아이돌 그룹은 없었다. 아이돌은 산업이다. 시간과 자본 투자가 필요하고 수익이 창출되어야만 다음을기약할 수 있다. 아이돌이 내놓은 결과물은 예술이지만 이들을 존재가능하게 하는 건 산업 시스템이다. 뉴이스트는 다음을 기약할 수 없는 그룹이었다. 데뷔 6년 차,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출연한 <프로듀스 101>. 결국 황민현만 최종 11인에 들었고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이며 생이별인가 싶었을 때 음원 차트에서 뉴이스트의 노래가 역주행하는 일이 일어났다. 뉴이스트는 뉴이스트 W로 팀을 다시 꾸렸다. 그야말로 ‘자고 일어나니 스타’인 상황이 벌어졌지만 뉴이스트 W는 과거에그러했듯 변화나 유행과 타협 없이 본인들만의 음악을 정성껏 매만져서 돌아왔다. JR은 말했다. “뭐가 바뀌었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정말로 저희가 바뀐 건 없어요. 주변이 바뀐 거죠.” 뉴이스트 W는 ‘나만 아는 아이돌’에서 ‘모두 아는 아이돌’이 됐고 싱글 ‘있다면’을 비롯 미니 앨범 <W, HERE> <WHO, YOU>까지 발표하는 음악마다 화제를 몰고 왔고 큰 사랑을 받았다. 서정적인 스토리와 멜로디 그리고 멤버들의 개성 있는 보컬은 여전히 조화로웠다. 렌은 말했다. “그 당시에는 그저 성적이 좋고 안 좋고를 떠나서 열심히 했으니한 분이라도 더 들어줬으면 좋겠다는 갈증이 있었는데 그 갈증이 풀렸어요. 지금도 한 분이라도 우리 음악을 더 들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똑같아요.” 주변이 많이 바뀌긴 했다. “방송 끝나고 각자 고향에내려갔어요. 어머니랑 뷔페에 갔는데 어르신들이 ‘어머! 종현 씨 아니에요?’ 하며 알은척을 해주셔서 어머니가 되게 좋아하셨어요.(웃음)”(JR)
뉴이스트 W는 연습생과 뜨지 못한 아이돌이 그토록 걷고 싶어 하는‘꽃길’을 걷고 있다. 성장 스토리 서사의 아름다운 절정이다. 팬미팅 티켓은 오픈하자마자 2분 만에 매진됐고 보이 그룹 브랜드 평판 조사 결과 3위에 올랐다. 3월에 단독 콘서트를 열었을 때는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이 팬들로 가득 찼다. 음반 활동 기간이 아님에도 뉴이스트W의 노래는 음원 차트 톱 100위권에 꾸준히 오른다. JR은 <밤도깨비> <정글의 법칙> <랜선라이프> <러브캐처> 등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예능 막내 포지션 대세로 떠올랐고 렌도 얼마 전 <더 꼰대 라이브>를시작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요즘 예능 프로그램은 뉴이스트 W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를 선사한다. 임하는 태도 역시그렇다. JR은 그저 모두 감사하다고 말한다.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서 정말 즐겁게 촬영하고 있어요. 선배님들이 조언도 많이 해주시고 많이 도와주시거든요.”
뉴이스트 W에게는 노력으로 대변되는 정서가 있다. 얼마 전 뉴이스트W는 V LIVE에서 팬들에게 도시락을 만들어주는 미션에 도전했는데 요리를 해본 적 없는 백호는 “노력이라면 자신 있어요”라는 말로 운을뗀다. “원래 끼가 엄청 많아서 가수가 된 게 아니라 춤도 노래도 여기서 배운 거거든요. 연습해서 음치, 몸치 모두 탈출했어요. 그게 쉽진않잖아요. 누구에게나 재능은 있을 거예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죠. 열심히 하기만 하면 재능도 분명히 키워져요. 전 남들보다 재능이 뛰어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거든요.”(백호) “재능이 뛰어난 사람도 노력해요. ‘나는 재능이 없으니까 포기해야지’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재능이 있기 때문에 남들보다 10배씩 노력하시는 분들이더 많아요.”(JR)
멤버 각자가 연예계에 발을 내디딘 스토리도 극적인 구석이 있다. 다른 프로그램 오디션 현장에서, 길거리에서 우연히 관계자 눈에 띄어발탁되었다는 그런 이야기. “어릴 때부터 연예인이 되고 싶었어요. 학교에서 친구들 앞에서 춤추면 친구들이 웃고 박수 쳐줬는데 그렇게 사람들이 반응해주는 게 좋았어요.”(렌) “캐스팅되고 나서 연습하다 보니까 노래가 재미있어서 ‘가수를 하면 좋겠구나, 데뷔해보고 싶다’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됐어요.”(백호) “저도 연습생 생활을 하다 보니까재미있고 정도 많이 들었어요.”(아론)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었어요.사실 게임하고 노는 게 더 좋았죠. 그러다가 연습생이 됐는데 시험 성적이 안 나와도 부모님이 뭐라고 안 하셔서 그게 너무 좋았어요.(웃음)하지만 연습해도 춤과 노래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죠. 그만해야 하나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어? 내가 이 정도 출 수 있었어?’ 한 적이 있어요. 그날 이후로 춤이 재미있어졌어요.”(JR) 간절해진 건 오히려 데뷔 이후다. 음악과 무대로 공감하고 싶었다. 자신들이 전달할 수 있는 정서를 함께 나누고 싶었다. 그래서 데뷔 7년 차 가수가 된 지금도 콘서트 무대가 가장 좋다. 팬들과 함께 노래할 때, 같이 무대를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가장 짜릿하다.
어느덧 2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지금 뉴이스트 W로서 마지막 활동을 준비 중이다. 11월 컴백을 예고했다. 아직 공개할 수 있는 건 없지만 모든 신경은 앨범에 쏠려 있다. 뉴이스트 W는 하나의 주제를 정하고 거기서 출발해 곡을 만들고 앨범을 완성해나간다고 했다. 곡을 만들고 앨범 전체 프로듀싱을 담당하는 백호는 방향성에 대해 멤버들과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구체적인 계획 없이 노트북 하나 들고 어디든 간다. 그렇게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곡은 백호의 하드디스크 하나를 꽉 채우고 있다. “저희는 듣는 분들이 어떻게 들어줬으면 좋겠다 같은 생각을 하기보다는 공감이 되는 순간이 있길 바라죠. 저희 이야기를 했는데 자기 이야기처럼 느껴주신다면 정말 감사한 일이겠죠.”(백호) 과거 록 스타가 젊은이들을 대변했다면 지금은 아이돌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아이돌은 자신이 속한 세대의 예민하고 폭발할 듯한 감수성을 가장 미학적으로 표현하는 존재다. 뉴이스트 W의 음악에 유독 “좋은 음악을 해줘서 고맙다”는 댓글이 달리는 건 이들이 자신의 세대를 충분히 대변한다는 증거일 것이다.
뉴이스트 W 멤버들의 음악적 취향은 다양하다. 아론은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늘 들었던 R&B 음악을 좋아한다. JR은 상상할 수 있는 노래를, 렌은 공감 가는 이야기가 담긴 음악과 무대로 보여줄 수 있는 음악을 좋아한다. 백호에게 음악은 호불호로 존재하지 않는다. 화려한 장르부터 미니멀한 장르까지 일부러 찾아서 듣는다. 그는 밥 먹고 물 마시는 것과 똑같다고 표현했는데 한시도 음악이 흐르지 않는 일상의 순간이 없을 정도다. 하나의 결론으로 귀결되듯 서로 다른 음악적 취향은 뉴이스트 W 음악에도, 솔로곡에도 자연스럽게 담긴다. 뉴이스트 W 음악은 자신들을 지탱해주는 힘이다. “음악은 저희가 팬들에게 드릴 수 있는 유일한 선물인 것 같아요. 음악의 힘이 진짜 큰 걸 느껴요.”(렌)
사실 화보를 기획하며 영화 <트레인스포팅>을 떠올렸다. 93년생, 95년생인 멤버들은 정작 전혀 모를 96년 영화다. 영화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미래를, 인생을, 선택하라고? 내가 왜 선택해야 하지, 난 인생을 선택하지 않기로 선택했다.” 뉴이스트 W에게도 방황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방식은 너무나도 영화와 달랐지만. “연습생 때 단체로 짐을 싸서 나간 적이 있어요. 매니저분과 갈등이 생겼는데 ‘하기 싫으면 나가’라고 하셔서 진짜 나왔어요. 어딜 갔겠어요. 각자 고향에 갔죠.”(백호) “열일곱 살 때는 너무 힘들어서 솔직히 좀 쉬고 싶었어요. 회사에서는 그냥 귀엽게 봐주신 것 같아요. 빨리 올라오라고 전화가 왔죠. 정확히 2주 정도 있다가 올라왔어요.”(JR) 청춘의 방황과 일탈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방식일 필요는 없다. 인생의 방향성을 치열하게 고민하는 시기가 청춘이라고 한다면 멤버들은 청춘에 충실한 셈이다. “매일이 일탈이에요. 혼자 일탈해요. 만날 배추김치만 먹었으니 오늘은 파김치를 먹어볼까 이렇게요. 만날 삼다수를 마셨으니 백산수도 마셔야죠.(웃음) 사실 전 지금은 일상이 너무 좋아서 일상을 탈출하고 싶지 않아요.”(백호) “쉴 때 집에만 있어요. 바람이나 쐴까 하고 나가서 10분 동안 앉아 있다가 들어오고 그래요.”(JR) 그들 내면에서 잔잔하게 일어나는 풍파와 행복은 뉴이스트 W의 음악에 하나씩 새겨지고 있다.
뉴이스트 W답다는 것이 무엇인가 물었을 때 JR은 평범함, 길 가다가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라고 대답했다. 백호는 지금 모습 그대로를, 렌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것을 꼽았다. 8년여의 시간을 함께 보낸 넷은 자신들의 관계를 정의하는 것조차 무의미하다고 했다. 성격도 성향도 생긴 것도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싶은 사람들끼리 모였고 서로 다름을 진작에 인정한 이들은 인생의 성장기로 불리는 시기에 다 같이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일상을 함께 살았다. 그렇기에 서로를 칭찬하거나 분석하는 일은 좀 어색한 일이다. “저흰 그냥 멤버예요.(웃음)” 관계의 변화를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깊이를 가늠해볼 뿐이다. 업데이트된 멤버들의 개인사를 전해보자면 JR은 PC 게임에 꽂혀 있다가 얼마 전 플스 게임에 다시 꽂혔고, 아론은 어떻게 하면 ‘개춘기’를 통과 중인 반려견 노아가 말을 들을까 고민 중이고, 렌은 자신의 행복을 고민함과 동시에 깐돌이 아이스크림을 40개씩 구매해 매일 15개씩 먹는다. 백호는 택배 상자 뜯어보는 재미에 빠져 세상의 온갖 신기한 물건을 인터넷으로 쇼핑하는 중이다. 최근 구매 아이템은 거북목 교정기인데 JR이 열심히 사용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뉴이스트 W에게 일어난 일은 한 편의 반전 드라마였다. 멤버들은 어느 한 순간을 꼽기 힘들 정도로 매 순간 감동하고 감사했다. 꿈꾸기를 멈추지 않는다면 언젠가 어떤 방식으로든 기회가 찾아온다는 걸, 자꾸 잊히는 그 명제가 유효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 희망이 된 뉴이스트 W, 그들의 성장기를 계속 지켜보고 싶다.
- 에디터
- 조소현, 남현지(패션 에디터), 서준호
- 포토그래퍼
- 곽기곤
- 헤어
- 박옥재
- 메이크업
- 문주영
추천기사
인기기사
지금 인기 있는 뷰티 기사
PEOPLE NOW
지금, 보그가 주목하는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