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ckin chair
제2의 뇌로 불리는 ‘등’에 대하여.
서점 신간 코너에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등면역>. 옛날부터 “등 좀 펴라”는 어르신들 말씀은 익히 들어왔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등과 ‘면역’은 어딘지 어색한 조합이다. “10년 전 우연히 환자의 뭉친 어깨와 등을 풀어줬는데 통증이 완화되는 것을 목격하고 건강의 비밀이 여기에 숨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산부인과 전문의에서 면역의 중요성을 깨닫고 하버드대에서 동양의학을 수련한 뒤, 한반도에 ‘장면역’ 신드롬을 일으킨 주역 서재걸 박사가 ‘등’에 대해 입을 연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등을 관통하는 척추는 우리 몸의 내장 기관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호흡, 소화, 체온 유지와 같은 생명 유지 활동을 관장하는 자율신경이 지나갑니다. 굽은 자세나 등 근육이 뭉쳐 이 신경 다발을 누르면 신체 적재적소에 전해져야 할 ‘시그널’에 버퍼링이 생기죠. 그로 인한 전반적인 면역 기능 저하는 당연한 수순이고요.” 다시 말해 등을 바르게 폈을 때 비로소 몸속 기관이 제 역할을 이상적으로 해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몸은 척추에 둘러싸인 척수신경의 반응으로 그 역할을 수행한다. 등이 제2의 뇌로 불리는 것도 이런 이유다. 하지만 등을 바로 세워 병을 예방했거나 극복했다는 가슴 찡한 후일담은 들어본 적 없다. 수수께끼를 해소하기 위해 어느 대학 병원에 들렀다. 재활의학과? 아니면 척추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정형외과나 신경외과? 선택의 기로에서 헤매다 등과 통증의 상관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재활의학과를 찾았다. 국내 최초 신경외과 전문 병원으로 시작한 봉생병원에서 척추와 통증 재활을 담당하는 최용석 진료과장은 우려를 표했다. “등의 중요성은 인정하지만 만병의 원인을 등으로 오인해선 안 됩니다. 건강한 사람도 허리 근육이 극도로 긴장하면 디스크와 동일한 통증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디스크 판정을 받진 않죠. 100가지 통증에는 100가지 원인이 있어요. 그렇기에 현대 의학에서 증명된 올바른 검진 단계를 거쳐 통증 원인을 밝히는 과정을 우선시해야 합니다.” 아울러 등에서 뻗어 나오는 신경 다발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하기엔 연구 결과가 충분치 않다고 덧붙였다. “면밀히 검진했음에도 통증의 원인을 찾을 수 없을 때 등을 의심해도 늦지 않죠.”
등에 대한 집착은 나를 체형 교정 센터로 이끌었다. 정바른자세연구소 정섬결 연구소장은 사진 한 장을 흔들며 말했다. “체형 교정 후에 두통이나 만성피로, 소화불량처럼 일상적 통증이 완화되는 환자들이 종종 있어요. 신경 가동 범위를 정상으로 돌려놓는 것만으로도 건강의 청신호가 켜지는 거죠.” 수많은 신경이 33개 척추뼈 마디마다 뻗어 나와 내장 기관으로 이어지는 광경을 목격하는 순간, 이런 의문이 생겼다. 필라테스, 요가를 배우거나 전용 벨트 하나면 척추, 골반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SNPE 운동 혹은 유튜브에 떠다니는 자세 교정 영상은 등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노! “근육 형태는 길게 땋은 매듭 같아서 국소 부위 스트레칭만으로는 통증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워요. 한번 균형을 잃은 몸은 잘못된 호흡법만으로도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죠.” 산소와 영양분이 온몸을 제대로 순회하려면 배와 등 근육에 붙어 있는 ‘횡격막’을 이용한 복식호흡이 필수적인데 가슴으로 숨을 쉬면? 등 근육은 점차 퇴보한다.
‘호모 체어쿠스’로 불리는 현대인의 승모근을 우뚝 세운 ‘스트레스’ 역시 간과해선 안 된다. 몸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는데, ‘교감신경의 밭’이라 불리는 승모근은 스트레스가 지속될수록 긴장 모드에 돌입한다. 그러니 돌덩이를 얹은 듯 딱딱하게 굳은 등은 날 선 마음을 둥글게 연마하고 일상에서 여유를 찾으라 외치는 신체의 아우성인 셈이다.
“그저 등을 쓰다듬는 것만으로도 근육의 긴장이 풀립니다.” 서재걸 박사의 설명이다. 그러니 거창할 필요 없다. 가족, 친구, 연인, 하다못해 옆자리 동료의 등이 새우처럼 둥글게 말려 있다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가만히 쓰다듬어주길. 바른 자세와 유연한 근육으로 등을 곧게 세우는 것이야말로 건강한 백세 시대의 첫걸음이니까.
- 패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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