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TAIL)’로 돌아온 선미와의 티키타카
“꼬리를 높이 세워 더 예민하게!” 신곡 ‘꼬리(TAIL)’로 돌아온 선미와 <보그>의 티키타카.
촬영 중에 슬픈 음악을 들으니 눈물을 흘리는군요. 눈물보다 콧물이 더 많네요. 으하하.
‘찐’ 눈물이네요. 사진 컨셉에 따라 감정을 확 바꿔요. 감정을 잘 컨트롤하는 편인가요? 평소에는 감정을 통
제하기 쉽지 않아요. 지금도 컴백을 앞둔 상태라 불안하고 좀 지쳐 있어요. 다만 일할 때는 확 몰입해서 원하는 감정을 끌어내는 거죠. 순간 집중력이 강하거든요. 감정 연기가 오래가진 않아요. 그래서 연기는 꿈을 안 꾸죠.
몰입이 눈에서 보여요. 오늘 돌아가서 앓아눕겠다 싶을 정도로 열심히 하죠. 모니터링할 때 그런 눈의 저를 보면 뿌듯해요. 일에 몰입하는 모습이 멋져요.
‘나태 지옥’의 심판관이 있다면 남자는 유노윤호, 여자는 선미? 으하하, 영광인데요? 나태해지는 자신을 늘
경계하긴 해요.
나태해지지 않는 비법이 있다면? 사실 오늘도 현관문을 나서기까지 쉽지 않았어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대신해줄 사람은 없고, 나를 기다리는 사람은 많고, 내 일이니 해내야죠. “악!” 시원하게 기합 한 번 넣고
나왔어요. 특히 스태프를 생각하면 귀찮음과 싫음을 뒤로하고 열심히 하게 돼요.
체력은 한계가 있으니 일에도 강약을 정하잖아요. 여기선 힘을 좀 빼서 나머지 일에 쏟아내야 내가 살죠. 일
의 총량은 넘치기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선미는 열 명의 패널 중 한 명으로 나온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열심히
하려는 게 보여요. 열심은 곧 진심이에요. 일의 경중을 따지지 않고 주어진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나중에 이불 속에서 ‘좀 더 해볼걸’ 후회하기 싫어요.
에너지 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매일 밤 기도하면서 평정을 찾는다고 했어요. 요즘은 기도가 잘 안 먹히네요.
하하. 의지가 중요해요. 후회하기 싫으니까 열심히 하자! 피로는 금방 풀 수 있지만 후회는 오래가잖아요. 사실 열심을 억지로 꺼내기보다 그런 근육이 이미 잡혀 있어요. 벌써 15년 차더라고요. 그간 열심히 살아서인지 최선이 익숙해요. 첫째 딸 콤플렉스도 있고. 어떤 일이든 나를 희생해서라도 책임감을 갖고 해내야 할 거 같아요.
멍하니 있기도 하나요? 그럼요. ‘멍때리기’ 대회가 있던데, 저 잘할 거 같아요. 멍하니 있는 행위가 내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라 도움이 돼요.
쉴 때도 사부작거릴 거 같은데, 언제 머리를 비우나요? 시간이 정해져 있어요. 일 끝내고 집에 가서 씻고 안마의자에 앉을 때, 약을 먹고 잠을 청할 때.
‘꼬리(TAIL)’라는 곡으로 컴백합니다. 매번 컴백과 관련한 PPT를 만들었는데, 이번엔 왠지 고양잇과 동물 사진이 많겠군요. 맞아요. 뮤직비디오부터 <캣우먼> 오마주예요. 제가 고층에서 떨어져서 죽었다가 새롭게 태어나요. PPT로 무대, 안무, 패션, 헤어 & 메이크업 등 파트별로 정리했는데 휴대전화로 보여드릴게요.
이번에도 작사, 작곡, 프로듀싱까지 본인이 했죠. 강렬하고 주체적인 저만의 꼬리를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꼬리’의 출발점은 어딘가요? 어느 날 갑자기 “꼬리에 꼬리를 물고”라는 말이 들렸어요. 뉴스였던 것 같아요. ‘꼬리’라는 키워드가 마음에 꽂혔죠. 보통 꼬리는 치다 등과 결합해 유혹적, 섹슈얼한 표현으로 쓰이지만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싶었어요. 꼬리를 예민하고 신경질적이고 날카롭게 반응하는 감정의 표현 도구로 치환했죠. 가사 중에 “꼬리를 높이 세워 더 예민하게”가 있어요. 살랑살랑하는 꼬리는 아니라는 감이 오죠? 고양잇과 동물은 사랑스럽기도 하지만 싫으면 싫다고 꼬리로 ‘타다닥’ 자기표현을 하잖아요. 그런 모습을 생각하면서 가사를 썼어요.
첫 가사는 “날 똑바로 쳐다봐. 처진 고개를 더 세워”네요. 선미의 가사 화자는 늘 강한 여자예요. 실제 저와는 거리가 멀어요.
본인이 그러지 못해 노래로 해소하나요? 제가 가장 자신 있게 표현할 수 있는 여성상이어서요. 설레고 수줍은 연기의 곡도 해봤지만, 이보다는 확 돌아버린 것 같은 무대일 때 카타르시스를 느껴요. 실제의 저도 그렇게 되고 싶은 바람이 있나 봐요.
선미의 매력은 외유내강이에요. 만인에게 웃으며 배려하지만 심지는 강하죠. 어떤 글을 읽었어요. “선미의 음악과 비디오에는 항상 양면성이 있다.” 몰랐는데 정말 그렇더라고요. 양극에서 방황하고 변화하죠. 이전에 경계성 인격 장애를 겪었어요. 이런 성향이 음악에 투영된 것 같아요. 지금은 많이 괜찮아져서 더 이상 단점이 아니에요. 오히려 장점으로 승화돼 나만의 표현력이 생겼죠. ‘꼬리’에서도 그런 감정 변화를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퍼포먼스도 예전과 결이 달라요. 더 동물적이고 원초적이죠. 비디오 클립을 보여드릴게요.
영상을 보니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20년 전에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에서 뱀을 감고 나왔을 때가 생각나요. 와, 그거 저도 어릴 때 봤어요. 그때 정말 ‘리즈’였는데 말이죠.
제가 그 MTV 무대를 봤을 때처럼 어린 팬들도 선미의 이번 무대에 신선한 충격을 받겠어요. 이전에 하지 않은 장르의 춤도 시도했어요.
선미가 안 춰본 장르도 있나요? 으하하, 많죠. 이번에 해내면 멋질 거 같았어요. 진짜 열심히 만들었어요.
‘꼬리’와 함께 ‘꽃 같네’란 곡도 함께 선보이죠. 이 노래의 영어 제목이 ‘What the Flower’예요. 관련 이미지를 찍었는데, 자세히 보면 제 가운뎃손가락에 꽃이 있어요. 으하하.
냉소적인 노랜가 봐요. 이 노래를 만든 계기가 있어요. 일하다가 굉장히 냉소적인 사람을 만났어요. 저는 어떤 분을 뵙든 ‘안녕하세요?’ 하고 반갑게 인사하는데, 그분은 ‘무엇이 저렇게 만들었을까’ 할 정도로 도도하고 차가운 태도였어요. 집에 가서도 계속 생각했어요. 이해하고 싶었거든요.
이해되던가요? ‘잘은 모르겠지만, OK! 이해해볼게’란 마음으로 가사를 썼어요. 멀리서 보면 화려한 꽃이지만, 만지려고 하면 멀어지려 한다는 내용이에요.
“쟤 왜 저래?” 하고 짜증 날 일을 곡으로 승화시켰군요. 선미는 일상의 균열, 뾰족 튀어나온 것을 지나치지 않고 영감을 받아요. 가면성 우울증을 다룬 ‘블랙펄’, 셀피 만연 사회를 다룬 ‘누아르’ 등이 그랬죠. 그런 틈을 다뤄왔죠. <싱어게인> 하면서 심사위원들께서 “약간의 틈이 있어야 매력적으로 다가온다”란 얘기를 하셨어요. 뭔지 알 것 같아요. 노래 잘하는 사람은 너무 많지만, 우리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필요해요. 노래뿐 아니라 예술 작품도 그래요. 귀를 자른 반 고흐의 작품은 관객이 개입할 틈을 주죠. 화보 촬영할 때도 잔머리를 막 내리잖아요. 그것도 틈의 일종이죠. 완벽하게 팍! 할 수 있지만 일부러 하지 않잖아요.
<싱어게인>이 2월 8일 마지막 방송을 했죠. 오디션 프로그램이 끝물이라 여겼는데, 또 잘돼서 놀랐어요. 선미가 티저 영상에서 이런 말을 했죠. “많은 좌절이 있다 보면 ‘내가 나를 너무 망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요. 결국 나만이 이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어요. 자기 연민에서 빨리 빠져나와요! 실패라는 감정에 압도돼서 나를 놔버리면 진짜 끝 같아요. 또 다른 기회가 있다고 믿어요.” 선미가 자신에게 해온 말이겠죠. 참가자들 보면서 감정이 복잡했죠? 특히 나와 같은 시기에 활동한 아이돌이 나올 때 복합적이었어요. 대체 무엇이 달랐기에 서로의 자리가 이렇게 배치됐을까, 내가 뭐라고 이 자리에 있나 싶었죠. 삶은 매정한 것 같아요. 흔한 말로 꽃피는 시기는 다르다지만, 이런 운명에 우리가 놓였다는 것 자체가 야속했어요. 하지만 그들에게 연민보단 존경심이 들었어요. 용기를 내서 지원하고, 매주 중압감 속에 무대를 소화해내는 모습은 선후배를 떠나 경이로웠죠.
오디션 심사를 또 할 생각 있어요? 글쎄요, 가봐야 알 거 같아요. 다행히 <싱어게인>은 순한 맛이었어요. 요즘 마라 맛의 편집이 익숙한데, 오디션 프로그램이 순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지난해 5월 ‘보라빛 밤’ 컴백 건으로 <보그>와 만났는데, 8월 ‘When We Disco’로 박진영과 듀엣 활동을 하고, <스튜디오 겟잇뷰티>, <싱어게인>의 심사위원을 맡았고, 이번 싱글 컴백 후에 EP 앨범 준비에 들어가죠. 공연만 못했지 코로나19 시대에 계속 바빴군요. 코로나로 다들 우울한데 우리 팬들이라고 아니겠어요. 내가 하는 최선은 TV에 자주 나오고, 좋은 음악을 들려드리는 거더라고요. 그래서 더 ‘타이트’하게 활동했어요. 나는 팬들을 직접 못 보지만 팬들이라도 저를 보시길 바라면서.
관객 없는 음악 방송을 할 때 가수들이 어색해하더라고요. 공연은 무대와 객석의 에너지가 부딪쳐야 시너지가 생겨요. 내 에너지에 충돌해주는 관객이 없으니까 허허벌판에 놓인 거 같죠. 감정 없는 기계(카메라)만 있으니 쉽지 않아요.
2021년의 계획은 뭐죠? 제가 서른이 됐어요!
축하해요. 황금기의 시작이니까. 보통 스물아홉에서 서른 넘어갈 때 심란하다는데, 아무렇지 않았어요.
전혀요? ‘1’도 없었어요. “서른부터가 진짜 재밌다”란 말을 들어서일까요? 서른이 되니 ‘나 뭔가 더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더 해봐도 되겠는데?’란 의욕이 솟아요. 세 번째 손가락 올린 사진을 ‘꽃 같네’의 이미지로 쓰다니, 이전엔 상상도 못했죠. 노래와 의미가 부합한다는 명분이 있더라도요. 결론은 올해 서른! 더 과감하게 보낼 거예요.
어떻게 과감해질 건가요? 음악도 음악이지만, 나 자신이 과감해질 거예요. 무대와 뮤직비디오의 선미, 매체 속 선미뿐 아니라 인간 선미도 과감해지고 싶어요. 그 과감의 기준은 더 고민해봐야겠죠. 요즘 이런 생각도 많이 들어요. <싱어게인>의 MC 이승기 님도 말한 적 있죠.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오래 사랑받는 연예인이 되기란 쉽지 않다.” 일부 연예인은 자극적인 사진과 말로 이목을 끌잖아요. 나도 좀 더 자극적으로 보여야 하나, 너무 순한 맛인가 고민했죠. 이제라도 변해야 할까요?
주변에 물어보면 뭐라던가요? 자극적인 건 뭐랄까, 파괴력이 있잖아요. 한 방이라고들 하죠. 하지만 그 한 방은 오래가지 못한다고 조언해주세요.
동감해요. 15년 동안 지금의 선미로 올라섰잖아요. 순한 인간 선미와 강한 뮤지션 선미의 양극성을 좋아하는 팬이 많죠. 맞아요. 음악은 강하게 밀고 나가면서도, 주변에는 늘 친절하고 배려하는 사람이고 싶어요.
- 에디터
- 김나랑
- 패션 에디터
- 남현지
- 포토그래퍼
- 윤송이
- 스타일리스트
- 이지은
- 헤어
- 다빈
- 메이크업
- 건희
- 네일
- 최지숙(브러쉬라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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