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디올이라는 여자, 나탈리 포트만의 #WakeUpForLove
미스 디올이라는 여자 그리고 세상의 온갖 사랑. 이 모든 것의 중심에 머무는 나탈리 포트만.
‘미스(Miss)’. 미혼 또는 독신, 결혼 여부를 알 수 없는 여성의 이름 앞에 붙이는 지칭이다. ‘미스 디올(Miss Dior)’의 탄생 또한 이 곁들이는 표현으로부터 비롯됐다. 때는 1947년. 크리스찬 디올은 패션 디자이너로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할 만한 혁명적 실루엣을 공개했다. 이와 더불어 디올만의 여성성을 표현하는 향수도 론칭할 계획이었으나 마땅한 이름이 없었다. 그러던 중 여동생 카트린 디올(Catherine Dior)을 향해 그의 친구이자 뮤즈였던 미차 브리카르(Mitza Bricard)가 외쳤다. “자, 여기 바로 미스 디올이 등장합니다!”
이 한마디는 미스 디올의 세계를 구축하는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무슈 디올은 열정적이면서도 우아함을 잃지 않는 카트린에게 모티브를 얻어 비로소 9개월 뒤 ‘미스 디올’이라는 이름의 향을 세상에 퍼트렸다. 디올 하우스의 첫 번째 향수인 태초의 미스 디올은 당시 유행하던 시프레 노트와 그라스 로즈, 재스민, 오크모스를 조합해 완성했다. 젊고 세련된 숙녀를 연상시켰던 이 향수는 여러 살롱과 행사, 사교계 파티와 함께한 역사를 지닌다. “사랑의 향이 나는 향수를 만들어주세요.” 무슈 디올의 요구에 따라 낭만적이고도 현대적인 감수성을 담은 향은 지금까지 이어지는 미스 디올의 핵심이다.
탄생 후 74년을 잇는 동안 미스 디올은 극적 변화를 거듭해왔다. 향수 보틀 또한 오뜨 꾸뛰르 드레스처럼 섬세하고 정교해야 한다는 무슈 디올의 신념 아래 ‘바카라(Baccarat)’ 하우스 장인이 8자 모양 곡선 형태의 보틀을 제작하는 데 이르렀다. 그런 뒤 1950년대에 들어 지금 여러분에게 익숙한, 리본 장식이 달린 직사각형 크리스털 디자인으로 모습을 갖추었다. 게다가 단일 향수에서 하나의 세계관을 구축하며 확장된 향 컬렉션까지. 2019년 리뉴얼된 ‘미스 디올 오 드 뚜왈렛’, 2020년 큰 사랑을 받은 ‘미스 디올 로즈 앤 로지스’에 이어 2021년 디올은 완성도를 더 높인 ‘미스 디올 오 드 퍼퓸’을 발표한다.
2021년형 ‘미스 디올 오 드 퍼퓸’의 큰 변화는 보틀 넥 부분에 장식된 보타이다. 언뜻 회색빛을 띠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396가지의 실을 정교하게 엮은 형태의 자카드 리본임을 알 수 있다. 많은 꽃에서 영감을 얻은 만큼 풍부한 색채의 실을 나무 베틀을 활용해 전통 기법으로 제작한 결과물이다. 이 리본은 디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Maria Grazia Chiuri)가 디자인한 미스 디올 꾸뛰르 드레스와도 일맥상통한다. 그녀는 향이 건네는 우아하면서도 생생한 감동을 수많은 ‘밀레피오리’ 꽃 자수 장식의 드레스로 표현했다. 수작업으로 페인팅과 프린팅을 거쳐 아틀리에 재단사들에 의해 탄생한 꽃 자수 그리고 누드 톤에서 온화한 그레이로 이어지는 오묘한 컬러 스펙트럼의 실크 오간자 드레스는 1949년 무슈 디올이 카트린을 떠올리며 디자인했던 미스 디올 드레스를 현대화한 느낌이다. 이처럼 미스 디올을 완성하는 모든 요소에는 디올 가문의 장인 정신과 비법이 담겨 있다.
향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전보다 훨씬 다채로운 향기를 구현했다. 처음 분사하는 순간에는 은방울꽃의 산뜻하면서도 풀 내음처럼 싱그러운 향과 도발적인 피오니, 섬세한 아이리스가 만나 풍성한 플로럴 향이 느껴진다. 이어지는 하트 노트는 매혹적인 센티폴리아 장미 향으로 확장된다. “은방울꽃, 피오니가 장미 속살의 벨벳처럼 부드러운 매력을 끌어내면, 파우더리한 노트의 아이리스가 향을 풍부하게 피워냅니다.” 디올 퍼퓨머 크리에이터 프랑소와 드마쉬(François Demachy)의 설명이다. 끝으로 샌들우드와 머스크, 벤조인과 통카빈이 만드는 부드러운 잔향은 햇살 아래 꽃다발을 안고 있는 듯한 기분이다.
이렇듯 미스 디올의 역사를 세세히 나열하며 문득 허전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이 향수를 의인화하면 떠오르는 인물, 바로 미스 디올의 오랜 뮤즈이자 동반자 나탈리 포트만(Natalie Portman)에 대한 얘기가 빠졌기 때문이다. 2011년, 말 그대로 ‘미스 디올’이 된 그녀는 리틀 블랙 드레스를 입고 광고에 등장했다. 사랑스럽고 도발적이며 더없이 세련된 나탈리는 ‘미스 디올’ 그 자체라는 반향을 일으켰다. 결혼식장을 맨발로 뛰쳐나가, 꽃잎이 흩날리는 가운데 사다리로 헬기에 오르며, 연인과 사랑을 나누는 그녀의 모습은 우리 여자들의 판타지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2017년 ‘미스 디올 오 드 퍼퓸’ 캠페인에서 “What would you do for love?”라는 질문을 우리에게 건네고 4년 후 나탈리는 업그레이드된 ‘미스 디올 오 드 퍼퓸’과 함께 다시 한번 사랑의 감정을 표현한다. 모든 것을 끌어안을 듯 온화한 미소와 함께 영원한 사랑에 빠진 듯한 표정으로 말이다. 나탈리 포트만과 미스 디올의 인연이 벌써 10주년을 맞이했다. 새 향수가 베일에 싸여 있을 무렵인 지난 5월 말, <보그>는 그녀와 줌을 통해 은밀히 만났다.
지금 호주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군요. 영화 <토르: 러브 앤 썬더(Thor: Love and Thunder)>와 이번 미스 디올 캠페인 촬영까지 이곳에서 진행하면서 휴가도 함께 보내고 있어요.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면서요. 사람들이 친절한 멋진 나라예요.
미스 디올 뮤즈로서 10주년이 특별할 것 같군요. 제 삶의 가장 멋진 기회 중 하나일 거예요. 이제 디올은 가족 같은 존재죠. 게다가 수백 명의 뛰어난 아티스트와 협업하는 아름다운 여정이죠.
2011년 리틀 블랙 드레스를 입고 ‘미스 디올 쉐리’ 캠페인에 등장하던 때와 달라진 점이 있나요? 디올 여성상이 성장하고 진화한 것이 가장 큰 변화 같아요. 함께 성숙해가는 경험은 무엇보다 가치 있게 느껴져요. 자유롭고 당당하며 자신감 넘치는 여성상을 추구하고 있으니까요. 저 역시 그런 여성으로 살기를 바라고요.
저도 공감해요. 이전의 ‘미스 디올’이 사랑에 빠진 아가씨였다면, 이젠 더 분방한 여인이 됐어요. 그녀와 저는 같은 경험을 공유하며 성장해왔어요. ‘미스 디올’은 사랑을 찾아 헤매다 결국 쟁취하죠. 거기서 그치지 않고 기쁨, 열정, 즐거움을 추구하며 그것을 있는 힘껏 표현합니다.
변화의 계기는 무엇이었을까요? 시간이 흐르면서 여성에 대한 관념이 변화한 거죠. 예전의 여성이 사랑의 ‘객체’였다면, 지금은 사랑의 ‘주체’로 인식돼요. 단순히 타인으로부터 존중받기를 기다리는 수동적 대상이 아니에요. 더 적극적이고 자신의 행복을 온전히 누리는 주체적 여성으로 거듭났죠.
2021년형 ‘미스 디올 오 드 퍼퓸’을 처음 맡았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요? 수천 송이의 꽃밭에 누운 듯했어요. 산뜻하고 가벼운 향으로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생동감 넘치고 풍성해지더군요. 단언컨대 이전의 미스 디올 향보다 훨씬 강렬해요. 베이스 노트가 진한 여운을 남기거든요.
향은 어떤 기억을 환기하기도 해요. 2015년인가 2016년쯤 디올 퍼퓨머 크리에이터 프랑소와 드마쉬와 프랑스 남부 그라스를 방문한 적 있어요. 그때 미스 디올의 주원료인 그라스 로즈의 수확 장면을 목격했죠. 수천, 수만 송이의 장미꽃을 상상해보세요. 늦은 오후에 봤던 꽃이 가득한 들판, 정원으로 햇볕이 내리쬐던 풍경이 떠오르는군요.
이 향은 언제 뿌리는 게 좋을까요? 밤낮 상관없이 언제 어디서든! 더 큰 행복과 즐거움을 느끼고 싶은 순간이라면 언제든.
미스 디올 뮤즈로서 당신만의 향수 사용법도 궁금하군요. 공중에 한 번 분사한 뒤, 그 공간을 한 번 지나가는 식으로 제 몸에 향을 입혀요. 향수로 만들어진 비를 맞는 듯한 기분이 들죠. 어머니가 알려준 방법이에요. 머리카락 위로 향이 가볍게 내려앉아 자연스럽고 은은하게 향기를 풍길 수 있어요.
이 향을 경험한 여성들에게 어떤 감정을 전하고 싶나요? 자유, 독립심, 기쁨… 향기는 주관적이지만 이런 감정을 느꼈으면 해요. 진정한 ‘나 자신’으로 살아가려는 우리 시대 여성들이 추구해야 할 정서와 가치관이니까요.
이제 새로운 ‘미스 디올’을 위해 단어 몇 개만 골라주세요. 자신감, 열정, 사랑. 그리고 수천 송이의 꽃!
캠페인 제작 과정에 대해 들려줄 수 있나요? 처음부터 끝까지 아름다운 촬영이었어요. 환상적인 풍경의 바다와 들판, 수천 송이의 꽃이 만발한 대자연을 재현한 세트와 드론 카메라, 미스 디올 드레스까지 모든 것이 어우러졌어요.
그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제가 바다 위를 걷는 듯 보이는 장면이 있어요. 수면 아래 설치된 플랫폼을 사용해 촬영한 장면인데, 그 순간의 기분은 정말 끝내줬죠. 동화처럼 느껴지던 커다란 나무도 잊을 수 없군요. 역시 대자연이야말로 경이로운 존재라는 숭고한 생각마저 들었죠. 아, 풀이 가득한 들판을 달리는 장면도 기억나는군요. 그곳에 뱀이 있는지 미리 점검하는 스태프가 있었어요. 황금빛 노을이 지는 일몰 시간이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럴 때 뱀이 자주 나온다고 하더군요.
‘Wake up for Love’라는 캠페인 메시지는 많은 의미를 담고 있어요. 미스 디올은 여성에게 아름다움을 경험하게 하는 동시에 의식적으로 깨어 있는 존재예요. 영상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어느 여성이 주체적으로 사랑에 대한 기쁨을 찾는 여정을 표현해요. 여기서 사랑은 이전 캠페인처럼 반드시 ‘사람’을 상대로 하지는 않아요. 그 대상은 자신일 수도 있고, 자연일 수도 있어요.
당신을 일깨운 경험 역시 궁금하군요. 두 아이를 가진 순간! 전에는 상상도 해본 적 없는 열정이 마음속에 깨어난 듯했어요.
자수가 놓인 ‘밀레피오리 드레스’도 영상에서 인상적이었어요. 보자마자 사랑에 빠졌죠. 이 꾸뛰르 드레스를 장식하는 수많은 ‘밀레피오리’ 꽃은 모두 전통 방식으로 자수를 놓았어요. 더없이 우아하면서도 현대적이죠.
다시 당신과 디올의 인연으로 돌아가보죠. 프랑소와 드마쉬와도 오랜 시간 함께했죠? 10년간 프랑소와 그리고 미스 디올과 함께하면서 하나의 향수를 제작하는 과정에는 상상 이상의 전문성과 인내심, 창의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향수는 꾸뛰르 그 자체입니다. 최상의 향을 만들어내기까지 조향사의 상상력과 여러 사람의 장인 정신이 담겨 있어요. 특히 원료가 되는 꽃을 손으로 수확하는 순간은 직접 보고 있어도 믿기 어려울 정도예요. 그 노력과 기술은 정말 가치 있는 자산이죠.
프랑소와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Nose>가 기억나는군요. 그토록 예민하고 뛰어난 후각을 겸비한 인물을 만나 함께한다는 사실은 정말 흥미진진한 일입니다. 그 영상을 보고 나면 향이 얼마나 특별한 감각을 일으키는지 알게 돼요.
10여 년 동안 결코 잊지 못할 순간은 언제일까요?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와 함께한 순간이 기억에 남아요. 놀라운 재능을 지닌 예술가이며 강한 여성이죠. 동시대에 큰 영향력을 발휘한 페미니스트를 꾸준히 조명해오고 있으니까요. 마리아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다양한 의미의 새로운 목소리를 냅니다. 이 세상에 그런 영감을 지속적으로 전한다는 사실은 대단한 일이에요. 그녀를 정말 존경해요. 많은 것을 배웠고요.
당신의 평소 행보와 부합하는 부분도 많아요. 알다시피 저는 다양한 여성 인권 이슈에 관심이 많아요. ‘#DiorStandsWithWomen’ ‘#DiorChinUp’ 캠페인 역시 함께하고 있죠. 소녀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일, 안전하면서도 존엄성을 지키는 일에 종사할 여성의 권리, 소녀와 여성의 감금과 관련된 부당한 일을 끝내는 이슈 등을 널리 알려 변화를 도모하고 싶어요.
그렇다면 메이크업이나 향수가 ‘여권신장(Women’s Empowerment)’의 매개가 될 수 있을까요? 중요한 건 자신이 뭘 좋아하고 스스로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어떤 건지 정확히 인지한 뒤 그것을 선택하는 사실입니다. 메이크업과 향은 많은 여성이 개성과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수단 중 하나죠.
대화를 나눌수록 당신이야말로 ‘미스 디올’의 현신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10년간 저와 함께 변화하고 성장해온 캐릭터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저는 주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이야기를 늘 들으며 자라왔어요. 또 주변을 돕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의 정체성은 물론, 어떤 것이 행복과 기쁨을 주는지 이해해야 하는 것도.
그런 당신에게 향수가 주는 의미는 뭘까요? 인생의 첫 향수는 열두 살 때였을 거예요. 영화 <레옹> 촬영을 마친 뒤 상대역이었던 장 르노(Jean Reno)가 제게 향수를 선물했어요. 그때 어른이 된 기분이었죠. 그날 이후로 향수는 제게 ‘여성성’의 상징입니다.
일상에서 하루를 시작할 때 중요한 세 가지를 꼽는다면? 가족, 제가 속한 커뮤니티, 행운.
일상적인 뷰티 루틴을 알려주세요? 배우로 일하다 보니 메이크업이 늘 일처럼 느껴졌는데, 출산 후부터는 조금 달라졌어요. ‘뷰티’에 더 관심을 갖고 즐기게 됐죠.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디올 포에버 스킨 코렉트’와 같은 컨실러, 마스카라를 써요. 기분에 따라 ‘루즈 디올 립스틱 #999’나 누드 톤 립스틱을 입술에 바르죠.
이번 캠페인 메시지처럼 당신이 사람들에게 일깨우고 싶은 건 뭐죠? 너무 많은 시간을 휴대전화와 컴퓨터를 통해 가상 공간에서 보내고 있어요. 우리 모두 전원을 끄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감사하는 마음을 현실에서 깨달았으면 좋겠어요.
당신에게 영감을 주는 것은 뭘까요? 책, 음악, 예술, 자연 그리고 친절한 사람들.
삶의 목표는? 선하고 즐겁게 살기.
계획은? 곧 영화 <토르: 러브 앤 썬더> 촬영이 끝날 예정이에요. 2022년부터는 제가 공동 창립한 여성 프로 축구 팀 ‘엔젤 시티(Angel City)’의 경기가 LA에서 펼쳐져요.
끝으로 당신에게 ‘사랑’이란? 세심하게 관심을 갖고, 진심을 담는 것.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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