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지금은 AR 패션 시대!

2021.10.21

by VOGUE

    지금은 AR 패션 시대!

    많은 IT 회사의 목표 중 하나인 ‘디지털 의상 시착’. 이제 여러분은 <보그 비즈니스>의 취재를 통해 낯선 단어에 익숙해져야 한다.

    화장품과 액세서리에 비해 더 복잡하지만 수익성이 높은 ‘AR 의상 시착’이라는 것은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기술이었다. 하지만 수년간의 개발 끝에 빠르게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 최근 파일럿 테스트나 투자가 잦아지면서, 더 현실감 있는 AR 의상이 실현되며 그 속도 역시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의 평가다. 패션 브랜드는 이를 통해 디지털 의류 판매를 활성화하고, 고객 전환율을 높이며, 인터넷 구매 반품률을 낮추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또한 AR 의상 시착은 AR 안경의 궁극적인 비전을 향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AR 의류란 3차원 디지털 의류가 휴대전화뿐 아니라 노트북이나 다른 장치를 통해 실시간으로 움직이고 사람에게 자동으로 옷을 입히는 기능을 말한다. 과거에 디지털 의류 하면 떠오르는 정적인 이미지와 달리, AR 의류는 스냅챗 페이스 필터 같은 방식으로 동작한다. 즉 몸이 움직이면 의상 아이템이 동기화된 상태로 반응해 착용하는 사람의 움직임, 측정 및 환경에 현실적인 방식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스타트업 투자자와 거대 기술 기업 모두가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스냅챗의 모회사인 스냅(Snap Inc.)은 파슬(Fossil), 허쉘(Herschel)과 유럽 고급 브랜드 제품의 3D 버전을 제작하는 협력사 버티브레이(Vertebrae)를 인수했으며 그 금액은 밝혀지지 않았다. 스냅은 인수 작업으로 스냅이 AR 쇼핑과 AR 의류 계획을 더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전했다. 스냅은 최근 3D 형태를 지정하고 정의하는 3D 보디 메시와 물리적 옷감이 동작하는 방식을 모방하는 옷감 시뮬레이션을 포함한 업데이트로 의류 시착 기능을 개선했다. 지난 7월 초 디지털 전용 패션 플랫폼 드레스엑스(DressX)는 아르테미스 펀드(Artemis Fund)로부터 200만 달러를 투자 받았으며, 사람들이 디지털 의류를 착용하기 위해 사진을 보내는 대신, 실시간으로 디지털 옷을 입어볼 수 있는 앱을 테스트했다.

    최근 사례는 AR 시착이 디자인 측면에서 얼마나 발전해왔는지 보여준다. 지난 7월 파리 꾸뛰르 위크에 디자이너 클라라 다귄(Clara Daguin)은 디지털 패션 플랫폼 드레스엑스와 파트너십을 통해 제작한 자카드 의상 디자인의 디지털 버전을 인스타그램에서 착용했다. 의상엔 구글이 내장돼 있었다. ‘디지털 슈프림’으로 불리는 인터넷 스니커즈 브랜드 ‘Rtfkt’가 포스팅한 바이럴 영상에는 붐비는 파리 거리에서 독특한 모피 코트를 입은 여러 사람의 모습이 담겼다. 3월에 디자이너 다마라 잉글레스(Damara Inglês)는 원래 가상현실 패션쇼를 위해 제작된 룩을 착용한 실제 인물을 보여주었고, 파페치는 스냅챗에서 오프화이트 재킷 몇 벌로 AR 의류 시착을 테스트했다.

    Rtfkt 스튜디오의 공동 설립자 브누아 파고토(Benoit Pagotto)는 지난 몇 개월 동안 “큰 도약이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최근 소셜 미디어에 뜬 많은 AR 의류 동영상은 스냅챗과 애플을 포함한 회사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한 결과이며 더 나은 카메라 기능과 3차원 공간을 인지하는 기술을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런던 칼리지 오브 패션의 패션 혁신 에이전시(Fashion Innovation Agency) 매튜 드링크워터(Matthew Drinkwater) 소장은 “라이다 카메라(Lidar Camera) 외에도 마커리스 보디 트래킹(물리적 마커 없이 신체 움직임을 감지하는 기능), 보디 분할(사람과 환경을 구분하는 기능)과 포즈 예측(사람이 움직일 만한 위치 예측) 기술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러 대기업이 연구를 추진하고 있으며 수많은 오픈 소스 자원이 테스트에 불을 붙이고 있다고 전하며, “이는 가상의 시착 및 디지털 패션 경험을 개선하는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의류 시착 앱 ‘Clo-Z’의 CEO이자 설립자 블라드 보돌라조프(Vlad Vodolazov)는 이런 진전이 코로나 시국으로 인한 자발성 저하로 이루어진 거라고 말한다. 그는 “집에 틀어박히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쇼핑 방식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에 브랜드는 커뮤니티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기술과 온라인 도구 면에서 덜 보수적인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고 전했다. 드레스엑스의 공동 설립자 나탈리아 모데노바(Natalia Modenova) 역시 실제 사례와 사용자 환경이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난해에 비해 많은 사람이 디지털 패션에 빠져들었습니다. 전에는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말이죠.”

    브누아 파고토는 AR 시착에 고급 브랜드가 뛰어들기까지는 여전히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한다. Rtfkt 스튜디오는 원래 디지털 신발이었던 물건의 실물 버전을 판매하기 위해 스톡엑스(StockX)와 협력했다. 지난 5월 실리콘밸리의 벤처 캐피털 앤드리슨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는 Rtfkt에 800만 달러를 투자했다. “기술이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는 있지만, 좋은 수준에 도달했다고 말하기는 여전히 어렵습니다. 대중이 그 방향성을 이해하기엔 충분하지만, 콘텐츠라는 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브랜드 가이드라인을 존중해야 하는 대부분의 패션 브랜드에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에게 동기와 추진력이 있기에 이는 결국 시간문제일 뿐입니다.” 파고토는 전했다.

    투자자와 거대 테크 기업은 AR 의류의 여러 이점을 보고 있으며, 이 기술은 단순히 소셜 미디어에서 유행하는 쿨한 콘텐츠로서의 가치를 넘어 점차 확장되고 있다. 무엇보다 스냅챗은 패션 브랜드 제품의 반품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여긴다. 스냅 CEO이자 공동 창업자 에반 슈피겔(Evan Spiegel)은 “온라인 쇼핑 경험을 개선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적절한 사이즈를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시험 사용 경험을 개선하면 고객 전환율을 높일 뿐 아니라 반품률도 낮출 수 있다고 봅니다.”

    드링크워터 소장은 “가상 세계에서 시착할 패션 제품을 좀 더 신뢰감 있게 제작할 수 있다면, 이는 고객 전환율과 반품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쇼피파이(Shopify)의 연구에 따르면 3D와 AR을 사용하면 반품률이 최대 40% 감소하고 고객 전환율이 97%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분야의 개선은 소매업자에게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발자들 또한 사람들이 디지털 의류를 구입하고 입는 메타버스에서 수익을 낼 수 있길 바란다. 예를 들어 Clo-Z의 보돌라조프가 본사가 있는 러시아에서는 트래비스 스캇 관련 MD를 찾기 어려워서, 아티스트와 브랜드는 해외 구매가 쉬운 디지털 버전의 제품을 판매한다고 그는 말한다. 이미 포트나이트에서 열린 트래비스 스캇의 콘서트는 유례없는 기록을 세웠고, 상품도 판매했다. 보돌라조프는 이미 저명한 러시아 랩 아티스트들과 파트너십을 맺는 데 성공했다. 얼마 전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어느 인터뷰에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가상 의상과 다른 메타버스를 위한 콘텐츠를 만들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는 거대한 경제가 될 것이며 솔직히 존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 기술은 많은 배를 떠밀어줄 밀물이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모데노바는 드레스엑스가 궁극적으로 “온라인에서 서로 다른 세계를 넘나들며 호환되도록 디자인한 의류 판매업체 중 하나”라고 말한다. 아르테미스 펀드의 파트너이자 공동 창립자, 드레스엑스 투자자이자 이사회 멤버인 레슬리 골드만은 드레스엑스와 다른 작업복의 헤드샷을 테스트했으며, 줌에서 입을 수 있는 디지털 의류와 디지털 웨딩드레스도 테스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골드만은 “드레스엑스는 목표를 향해 계속 나아가고 있습니다. 가상 세계에는 패션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믿습니다”라고 전했다.

    그 밖에도 스냅챗, 페이스북, 애플 등이 개발 중인 AR 안경을 통해 디지털 의류를 착용하고 확인할 수 있는 잠재력도 존재한다. 드링크워터는 “디지털 제품이 모든 패션 소매업체의 중요한 수입원이 될 것이라는 점은 한동안 분명했다”고 말했다. “Rtfkt, 파브리칸트(The Fabricant), 디머티리얼라이즈드(The Dematerialised), 드레스엑스 등은 차세대 웨어러블을 통해 기술이 대중적인 시장에 잘 안착해 기회를 잡는다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AR 의류 시착 사례는 퍼프 재킷, 형태가 잡혀 있지 않거나 단단한 구조를 가진 의류로 실제처럼 몸에 입히기 쉬운 옷이었다. 수많은 체형, 물리법칙을 따르는 몸에 꼭 맞는 AR 의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보돌라조프는 그중에서도 이상적인 ‘추적 정확도’에 다다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전하며, 이 경우 결국 옷이 몸에 맞지 않고 위에 놓인 것처럼 보인다고 설명했다.

    드링크워터는 “아직도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전하며, “실시간 의류 시뮬레이션은 이런 경험을 더 사실적으로 느끼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패션 혁신 에이전시는 비주얼 이펙트 회사인 디지털 도메인(Digital Domain)과 함께 머신 러닝을 사용해 초현실적인 옷감 재질을 시뮬레이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스냅챗의 슈피겔 대표는 신발, 시계, 선글라스 같은 것은 이미 현실적으로 보이기에 스냅챗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의류는 여전히 회사가 연구하는 문제라고 말한다. “티셔츠를 입어보고 옷감이 정말 사실적으로 보이고 어깨에 제대로 걸쳐지는지 확인하는 것은 기술적 관점에서 훨씬 더 복잡합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우리는 좋은 수준의 진전을 이루어왔지만 아직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풀 착장 의류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릴 수 있지만, 그럼에도 이 옷이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할 겁니다.”

    여기에는 접근성 문제도 있는데, 바로 모든 사람이 최신 스마트폰을 소유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보돌라조프의 회사 Clo-Z는 곧 사람들이 노트북 카메라를 사용해 디지털 의류를 입어볼 수 있게 하는 의류 시착 기술의 웹 버전을 도입할 예정이다. Rtfkt의 파고토는 이런 도전이 새로운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결국 문제는 기술 노하우에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늘 똑같습니다. 패션 브랜드는 ‘우리 이런 거 해요, 혁신하고 있어요’라고 할 뿐 장기적으로 역량을 위해 투자하지 않습니다. 결국 회사 내부 인재가 필요한 겁니다. 그리고 이런 역량은 게임 업계의 사람들에게 있지만 게임 업계 종사자들은 패션계에서 일하길 원치 않습니다.” 보돌라조프는 이것이 기술이나 장치의 문제가 아니라고 반박한다. “시간문제입니다. 테스트를 시작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신경망을 더 정확하게 만들기 위해 트레이닝하는 중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더 정확하게 추적할 수 있을 겁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느냐에 대해서도 의견은 분분하다. 드레스엑스 설립자들은 AR 시착이 몇 개월 안에 정말 현실적으로 보이는 수준으로 구현될 테고, 1년 후에는 자동화를 예측한다. 모데노바는 “현실적인 지점에 도달하는 데는 여전히 약간의 시간이 걸리겠지만, 도달하게 될 비전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말했다. 파고토는 고객 친화적인 AR 안경이 5년 안에 준비될 테고, 사람들은 아바타와 가상 옷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실제 패션 아이템보다 디지털 아이템을 더 많이 소유하게 될 거라고 예측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경쟁이 도움이 된다고 보돌라조프는 말한다. “경쟁자가 많을수록 업계는 완벽한 AR 시착 경험에 더 빨리 도달하게 될 겁니다.” (VK)

      MAGHAN McDO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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