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온라인에서 빈티지 쇼핑 잘하는 법

2022.02.22

by 신은지

    온라인에서 빈티지 쇼핑 잘하는 법

    사랑받던 최고의 패션을 오프라인에서만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요령 있는 팬들이 빈티지 알라이아부터 자라까지 모든 것을 디지털 쇼핑 숍 곳곳에서 발굴 중이다.

    최고의 광고 캠페인은 사람들이 광고판에 나오는 여성이 되고 싶게 만든다. 나는 2013 S/S 셀린느 광고에 등장한 다리아 워보위가 되고 싶었다. 그녀는 아무것도 입지 않은 채 라인스톤이 박힌 핑크색 깃 목걸이와 팔찌만 착용하고 롤톱 욕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당시 나는 몇 달 동안 딱 그 목걸이를 꿈에 그렸다. 목에 꼭 맞는 반짝이는 목걸이 가격이 2,000파운드가 넘는 바람에, 쥐꼬리만 한 패션지 기자 월급으로는 어림없었지만.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2017년 셀린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비 파일로가 브랜드를 떠나겠다고 발표했을 때, 그 목걸이가 다시 기억났다. 그래서 찾아낼 수 있을지 궁금해하며 구글을 검색했다. 15분 후 프랑스 중고 명품 온라인 거래 숍 베스티에르 콜렉티브(Vestiaire Collective)에서 어느 독일 판매자를 찾아냈다. 그는 481.37파운드에 더스트 백과 오리지널 박스까지 완비한 그 물건과 작별을 고하고자 했다. 독자 여러분, 그 물건이 내 것이 됐답니다! 그다음 나는 그것을 뽐내고 다녔다. 그리고 <보그> 파티에서 목걸이에 감탄해 마지않으며 그 태생을 묻는 사람들에게 “2013년 S/S예요”라고 말했다.
    한때는 시즌이 지난 럭셔리 의상을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던 순간이 지난 후 옷장 한쪽에 놓아두거나 원하는 사람에게 기부하곤 했다. 하지만 과거에 사랑받았고(Pre-loved), 한때 입었고(Pre-worn), 사용한 적 있는(Used), 중고(Thrifted) 그리고 리세일 의류와 액세서리가 어느 때보다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빈티지’는 까다로운 사람들을 전율하게 만드는 것을 뜻하지만, 기본적인 것을 모두 아우르는 용어다. 엄밀히 말하자면, 그것은 과거 1920~1999년 사이에 만든 의류에 적용되어야 하는 말이다. 어쨌든 오늘날 중고 시장은 ‘빈티지’가 의미하는 두 가지 카테고리로, 경매 하우스에서 확보한 산 성분 없는 티슈로 감싼 꾸뛰르 드레스와 벼룩시장 좌판에서 득템한 나프탈렌 냄새 밴 슬립 드레스 카테고리에서 진화를 거듭한다.

    우선, 요즘 현명한 쇼핑족이 찾아 헤매는 과거에 사랑받았던 품목이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경우도 종종 있다. 그리고 그런 추적이 휑뎅그렁한 창고나 경매장이 아니라 온라인을 통해 진행된다. 오늘날 감각이 뛰어난 패션 마니아들은 온라인 중고 거래 서비스 더 리얼리얼(The RealReal)에서 중고 알라이아 드레스, 베스티에르 콜렉티브에서 중고 보테가 베네타 카세트 백, 휴이(HEWI)에서 빈티지 샤넬 부클레 재킷, 콜렉터 스퀘어(Collector Square)에서 에르메스 버킨 백을 힘들이지 않고 손에 넣고 있다. 그들은 매진된 BNWT(Bought New With Tags, 인터넷 용어로 태그가 부착된 채로 새로 구매하는) 자라 레깅스를 디팝(Depop)에서, 중고 장 폴 고티에의 사이버 도트 메시 톱을 이베이에서 덥석 낚아채기도 한다. 그들은 자녀를 위한 미니 로디니(Mini Rodini) 중고 제품을 사기 위해 잠깐 도트(Dotte)에 들른 후, 새 제품이나 다름없는 디올 에어 조던을 사기 위해 스탁엑스(StockX)로, 누군가가 계속 사용해온 까르띠에 탱크를 사기 위해 크로노24(Chrono24)로 향하기도 한다.

    그들은 제품 구매만 하는 것이 아니라 판매도 한다. 결국 그들의 2000 S/S 컬렉션 오리지널 디올 새들 백은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가 2018년에 그것을 재해석해 발표하면서 더 큰 가치를 지녔다. 수익성이 지나치게 좋아지는 바람에 후손에게 물려주지 못할 정도가 된 것이다. “사람들의 주인 의식이 바뀌었어요.” 레이첼 리블리(Rachel Reavley)가 말했다. <보그>에서 일했던 그녀는 현재 부유층 고객을 확보한 영국 소재 가족 경영 리세일 사이트 휴이에서 이사로 재직 중이다(HEWI는 ‘Hardly Ever Worn It(거의 입지 않은)’의 두문자. 그 사이트 판매 제품의 30% 이상이 한 번도 착용하지 않은 것이다). “명품 리커머스(Recommerce) 공간에서 쇼핑을 경험하게 되면, 소비자 기대 수준에 눈뜨게 되죠. 그러면 이제 자신의 옷장 속 물건을 살펴보고 ‘나도 저 디올 부츠를 다시 신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온라인에 들어가면, 그 물건을 잘 관리해왔다면, 그 제품은 나름의 가치를 지니죠. 그것은 윈윈이에요. 금전적 보상을 받게 되니까요. 게다가 순환 경제에 참여하게 만드는 기분 좋은 요인입니다. 그다음 다른 뭔가를 사게 될지도 모르죠. 그러면 죄책감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리세일은 규모가 큰 산업이다. 글로벌데이터(GlobalData)와 스레드업(ThredUp)의 보고에 따르면, 2025년까지 향후 5년간 중고 제품 거래 시장은 더 폭넓은 리테일 의류 시장보다 11배나 빠르게 성장해 670억 파운드 규모에 달함으로써 두 배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붐이 일어나는 이유는 뭘까? 여자들은 분명 수십 년간 중고 패션 제품을 구매해왔다. 이를테면 1928년 <영국 보그>는 중고 의류 딜러 22곳의 광고를 게재했다. 그들은 지난 시즌의 샤넬 수트를 조심스럽게 처분할 수 있는 신뢰받는 업체가 대부분이었다. 그렇지만 여기서 ‘조심스러운’이라는 말이 키워드다.

    중고 시장의 성장세를 주로 주도하는 Z세대는 ‘중고’라는 해당 제품의 상태에 대해 비밀을 유지하기보다 소셜 미디어에서 그들이 찾은 물건을 자랑할 가능성이 더 높다. “우리가 디팝과 함께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가장 어린 세대를 분석해보면, 그들은 더 이상 그런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지 않아요.” 경영 컨설팅 기업 베인앤컴퍼니(Bain&Company)의 럭셔리 패션 담당 전문가 클라우디아 다르피치오(Claudia D’Arpizio)가 말했다. “그들은 새 제품도 많이 구매하고 있어요. 하지만 제 생각에 그런 부정적 인식은 과거 세대와 더 많이 결부된 것 같아요.” 결국 새 제품을 피하는 것은 런던 본드 스트리트 또는 뉴욕 매디슨 애비뉴를 돌아다니는 것보다 럭셔리 제품의 경우 더 저렴하고 덜 위협적이다. 그리고 더 많은 지속 가능성을 지닌다. 파페치(Farfetch)의 보고에 따르면 중고 제품을 구매할 경우 새 제품 구매에 비해 쓰레기 1kg, 물 3,040리터, 이산화탄소 22kg을 절약하거나 줄일 수 있다.

    그리고 그 물건을 찾아다니는 스릴이 있다. 120만여 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자랑하는 인플루언서이자 저널리스트이며, 지난 시즌의 작품을 찾기 위해 리세일 플랫폼에서 쇼핑하는 카미유 샤리에르(Camille Charrière)는 이렇게 말한다. “저는 다른 누구에게도 없는 옷을 입는 것을 굉장히 즐겨요.” 그녀가 가장 높이 평가하는 작품은 2000년대(2000년부터 2009년까지) 존 갈리아노의 특별한 디올 드레스로, 최근 생일 선물로 받은 것이었다. 그녀는 한정판 작품을 손에 넣기 위해 쏟는 시간을 즐긴다. “잘 차려입으려고 굳이 최근 출시된 신제품을 살 필요가 없어요.”

    팬데믹이 무수히 많은 방법으로 세상을 바꿔놓았다. 그렇지만 패션업계에 미친 팬데믹의 가장 큰 영향은 중고 제품에 대한 사고방식의 변화일 것이다. 예를 들어 파페치는 2010년 이후 생산된 명품의 재고품과 더불어 예전에 사랑받았던 중고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그렇지만 2020년은 분명한 터닝 포인트가 됐다. 전년 대비 중고 제품을 찾아본 횟수가 바로 팬데믹이 맹렬해지기 시작한 2020년 3월부터 현저한 상승세를 보이면서 전년 대비 151% 늘었다. 또 중고 제품 매출이 506%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2020년 1/4분기부터 4/4분기까지 1만 달러 이상에 이른다. 파페치의 지속 가능 비즈니스 부문 글로벌 책임자 톰 베리(Tom Berry)가 말했다. “우리의 중고 제품 큐레이션이 반드시 저가 제품을 타깃으로 하지는 않아요. 사람들은 유니크한 제품과 멋진 패션을 찾기 위해 우리에게 오죠. 게다가 그런 제품이 지속 가능하기 때문에 기분이 더 좋아집니다.” 소비자는 또한 명품 백을 되팔아 파페치 쇼핑 크레딧을 받을 수 있는 ‘Second Life’ 서비스도 이용한다.

    네타포르테도 이에 주목해왔다. 이 업체는 리플라운트(Reflaunt)와 함께 리세일 팀워크를 결성했다고 지난가을 발표해 쇼핑몰 크레딧을 대가로 옷장에 잘 관리된 럭셔리 제품의 판매 기회를 소비자에게 제공한다. 리플라운트는 리세일 기술 제공 업체로서 H&M에 ‘Rewear’ 프로그램을 지원한 곳이다. 파리 쁘렝땅 백화점도 새로운 역구매 제도를 시작했을 뿐 아니라 1만3,000㎡에 이르는 새 공간을 빈티지와 중고 의류를 위해 할애했다. 보고에 따르면 이 공간은 백화점이 중고 패션에 할애한 역대 최대 크기라고 한다. 마리 블랑셰(Marie Blanchet)의 하이엔드 빈티지 서비스 몽 빈티지(Mon Vintage)는 오리지널 베르사체 본디지 수트, 이브 생 로랑 사파리 드레스, 심지어 장 폴 고티에 1998 S/S 오마주 아 프리다 칼로(Hommage à Frida Kahlo) 컬렉션의 한 작품으로, 마돈나가 1998년 ‘프로즌(Frozen)’ 뮤직비디오에서 착용한 카메오 목걸이까지도 판매하는 스타 명소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우리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당장 런웨이에 올려도 될 정도예요.” 블랑셰가 말했다. 그녀는 새 의류에 대해 우리가 느끼는 방식이 팬데믹 때문에 기본적으로 바뀌었다고 확신했다. “이제 쇼핑은 의미 있는 구매와 관련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빈티지는 지속 가능한 기표예요. 그 제품에 담긴 스토리를 믿고, 유니크함을 느끼고, 오래 지속되도록 만든, 즉 대체로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품질의 패브릭으로 만든 제품을 입고 있죠.”

    구찌도 그 대열에 합류하고자 한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레이디 가가가 주연으로 열연했으며, 이 패션 하우스의 피렌체 아카이브뿐 아니라 빈티지 딜러, 이베이, 엣시(Etsy)에서 가져온 듯 보이는 예스러운 것으로 가득 찬 <하우스 오브 구찌> 제작에 뒤이어 곧바로, 지난해 9월 구찌는 볼트(Vault)를 론칭했다. 온라인 컨셉 스토어인 이곳은 이탈리아의 개개인과 경매 회사로부터 매입하고, 구찌 장인이 손보고, 때로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맞춤 제작한 빈티지 제품을 확보하고 있다. 빈티지에 집착하는 미켈레에게 볼트 론칭은 어렵지 않은 결정이었다. 과거에 사랑받았던 제품은 그가 구찌 부흥의 바탕이 된 ‘시즌을 구분하지 않는 신념’을 강화하기 때문이다. 그는 볼트를 론칭하던 지난해에 어느 인터뷰에서 “올해는 구찌 100주년이죠. 그리고 가장 아름다운 오래된 것에 두 번째와 세 번째, 그 이상의 생명을 부여하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두에게 보여줄 때입니다”라고 말했다. 과거 발표된 재키, 홀스빗 1955, 뱀부 핸들 다이애나 백을 성공적으로 재발매하고 100주년 기념 아리아 컬렉션을 위해 톰 포드가 이끌던 1990년대 구찌의 히트 작품을 다시 찾아보면서, 미켈레와 CEO 마르코 비차리가 리세일 영역에 발을 딛는 일은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았을 것이다. 리백(Rebag)에 따르면 두 사람은 프라다가 최근 1990년대와 2000년대 대표 상품이었던 나일론 핸드백을 재출시하기로 결정하면서 오리지널 제품의 가치가 약 174% 상승했다는 사실도 그냥 넘길 수 없었을 것이라고 한다.

    우연히 재출시되고 아카이브에서 영감을 받은 룩이 2022 S/S 패션쇼 무대 전반에 걸쳐 존재감을 분명히 드러냈다. 샤넬 패션쇼를 나서는 게스트는 최신 컬렉션이 다양한 리세일 웹사이트에서 그들이 찜해놓은 관심 품목과 비슷하다는 농담을 들을 수 있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버지니 비아르가 1980년대풍의 살짝 높은 패션쇼 무대를 소환했고, 1990년대로부터 영감을 얻은 의상과 액세서리를 그 무대에서 소개했으며, 모델들은 클라우디아 쉬퍼 같은 인상을 풍기며 무대에 돌진했기 때문이다. 샤넬 마크가 찍힌 화이트 수영복(칼 라거펠트의 1993년 봄 언더웨어 룩에 대한 경의의 표시)부터 파스텔 톤 미니스커트 수트(1994년 봄)와 스팽글이 부착된 사이클링 쇼츠 콤보(1991년 봄 컬렉션에서 서핑보드를 들고 있던 린다 에반젤리스타가 떠오르지 않나?)에 이르기까지, 이는 1990년대 초반 처음 발표된 그 히트작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멀어지지 않게 하면서도 그 시대에 집착하는 밀레니엄 세대의 관심을 포착하는 아주 기민한 시도였다.

    발렌티노에서 피엘파올로 피촐리는 한발 더 나아갔다. 2022 S/S 컬렉션을 발표함과 더불어 아카이브 컬렉션 작품의 재생산을 발표한 것이다. 예를 들어, 꽃 자수 놓인 블라우스와 스커트는 발렌티노 가라바니의 전설적인 1968년 봄 오뜨 꾸뛰르 화이트 컬렉션 작품으로, 사이 톰블리(Cy Twombly)의 로마 아파트에서 헨리 클락(Henry Clarke)이 촬영한 광고 캠페인 속 마리사 베렌슨(Marisa Berenson)이 착용한 룩을 조금 더 노출시킨 스타일로 업데이트한 것이었다. 룩 16번 ‘타이거 프린트 맥시 코트’는 1967년 컬렉션으로, 프랑코 루바르텔리(Franco Rubartelli)가 로마 뒷골목에서 촬영한 <보그> 화보에서 모델 베루슈카가 착용했던 의상을 재창작한 것이다. “이것은 제가 어릴 때 발렌티노와 관계를 맺는 방법이었죠. 저는 패션 화보를 보면서 그것을 꿈에 그렸습니다. 옷이나 패션쇼를 직접 보지는 못했어요.” 피촐리가 지난해 10월 <보그>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올리비에 루스테잉은 발망 2022 S/S 컬렉션을 만들기 위해 굳이 1960년대만큼 오래전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는 발망에서 활동하는 동안 특히 마음에 들었던 자신의 룩을 리에디션으로 발표함으로써 이 패션 하우스에서 10주년을 맞이했다. 2012 F/W 컬렉션의 파베르제(Fabergé)에서 영감을 받은 자수 놓인 램프셰이드 미니 드레스부터 2017 S/S 컬렉션으로 킴 카다시안이 이 패션쇼 애프터 파티에서 입은 수금 체인 메일(Liquid-Gold Chain-mail) 드레스까지 말이다. 루스테잉이 왓츠앱 보이스 노트로 설명한 바에 따르면 그는 자신의 히트작을 기념하려는 자신감, 한편으로는 이 패션 하우스의 재치(Savoir Faire)를 보여주기 위해 그렇게 했다고 한다. 그러나 발망 아미가 처음 출시됐을 당시, 구매 여력이 없었을 새로운 세대가 살 수 있는 스타일을 만들고 싶었을 것이다. “발망 고객은 제 아카이브에 크게 공감하고 있어요.” 그는 빈티지 발망 허브 론칭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다. “미래는 과거를 현재로 되돌리는 것일 수도 있죠. 그것은 절대 없어지지 않을 뭔가를 사려고 우리가 지금 겪는 모든 것에 안정을 느끼게 합니다. 트렌드 이상이죠. 상징적이고,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작품이 되는 겁니다.” 심지어 현존하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만들어진 제품이라 할지라도, 유산은 핫하다!

    그것은 수익성도 좋다. 아주 많은 브랜드가 아카이브 스타일을 재출시하다 보니, 그들이 오리지널 제품을 재판매하는 것은 이제 그저 시간문제가 됐다. “럭셔리 브랜드가 전에는 지금보다 더 회의적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 그 기회를 받아들이고 있죠.” 다르피치오가 말했다. “그들은 리세일을 더 어린 이 세대와 연결 짓는, 더 오래된 생명력을 부여하는 브랜드 주변의 열정적인 사람으로 구성된 더 큰 커뮤니티를 형성하기 위한 강력한 유인책으로 보고 있어요.” 경영진은 이에 대한 영감의 대상으로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 파타고니아를 지켜봐야 한다. 그 브랜드의 리세일 프로그램 ‘Worn Wear’는 중고품을 포인트로 거래하고, 그것을 수선하고, 오랫동안 애지중지하던 제품의 이야기와 사진을 공유하고, 또 그것의 마이크로사이트에서 중고 제품 및 업사이클링 제품을 판매하도록 소비자를 유인한다. 2023년까지 원 웨어가 파타고니아의 총수익에서 두 자릿수 퍼센트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르피치오는 리세일에 참여하지 않는 브랜드는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여길까? “저는 그렇다고 생각해요. 자동차, 보석, 시계 등 럭셔리 제품의 중고 시장은 늘 존재했어요. 내구성 좋은 제품 사이에서 구현된 거죠. 사전적인 정의에 따르면 ‘명품’은 오래 생명력을 지녀야 하는 물건이잖아요.”

    리한나부터 벨라 하디드까지 새로운 세대의 트렌드 메이커들이 빈티지와 지나간 시즌 작품을 자신의 주요 룩으로 만들어온 것도 리세일 시장 확대에 도움을 준다. 미국에 본사를 둔 빈티지 웹사이트 쉬림튼 꾸뛰르(Shrimpton Couture)의 셰리 바크(Cherie Balch)는 리한나에게 1980년대 홀스턴과 1990년대 이브 생 로랑을 공급하고, 심지어 케이티 페리가 1978년 피에르 가르뎅 꾸뛰르를 입고 이탈리아 카프리에서 최근 열린 유니세프 갈라에 참석하도록 설득했다. “그녀는 절대 빈티지를 입지 않아요. 그래서 그 스타일을 입게 만드는 것 자체가 그녀의 팬들과 추종자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죠.” 바크가 말했다. 팝 스타 올리비아 로드리고에게는 빈티지를 굳이 강요할 필요가 없다. 그녀는 2021년 7월 백악관을 방문할 때 1995년 샤넬 봄 컬렉션의 핑크 & 블랙 트위드 수트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Z세대 팬들처럼 로드리고는 자신의 옷을 디팝에서 사고판다. 그곳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유저 중 90%가 26세 미만이다. 밀레니엄 세대도 활동하고 있다. 릴리 알렌(Lily Allen)의 중고 구찌 슬리퍼와 셀린느 카바스 토트백도 판매품 리스트에 올라 있다(그녀는 희망 가격으로 ‘110파운드’를 제시했고, ‘사진에서 보이는 것과 같은 상태이며, 앞으로 더 오랫동안 사용 가능함’이라는 설명을 달아놓았다). 2020년 중고 의류 시장에서 처음 활동한 사람만 3,600만이 넘는다니, 이런 상황에 놀랄 것도 없다. “건강뿐 아니라 재정 측면에서 불확실성에 직면하자, 판매자는 그들의 옷을 현금화하는 방법을 생각하게 됐죠.” 베스티에르 콜렉티브의 공동 창립자 패니 모아존트(Fanny Moizant)가 말했다. 파리에 소재한 이 패션 리세일 플랫폼에서는 1,100만 명의 회원이 활발히 활동하고 매주 2만여 점의 품목이 판매 리스트에 올라온다. “그들은 자신의 옷장에 많은 돈이 잠재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죠.”

    아마 리세일 마켓에서 받을 수 있는 가격이 명품 브랜드의 궁극적인 성공 표식으로 비칠 수도 있다. 루이 비통의 니콜라 제스키에르는 지난해 9월 <뉴욕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상당 부분 인정했다. “아티스틱 디렉터로서 제 임무는 ‘새로운’ 것을 하는 거죠. 정말 영감 넘치는 그런 도전을 저는 즐깁니다. 물론 아티스틱 디렉터라면 모두가 그렇겠지만, 제 꿈은 한 시즌 이상 지속되고 사람들이 영원히 입을 만한 시간을 초월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거죠.” 자신이 15년 동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이끌었던 발렌시아가에서 그가 탄생시킨 초기 컬렉션에 쏟아지는 Z세대 컬렉터의 폭발하는 관심을 언급하면서, 이렇게 말을 이었다. “이제 충분히 나이도 먹고 충분히 운도 좋은 사람입니다. 20년 넘게 활동을 이어갈 정도로 경험을 쌓았으니까요. 리세일 마켓 덕분에 젊은 사람들로부터 높이 평가받으며 제 작품이 수집 가치를 지니게 되었고, 심지어 다시 ‘트렌디’해졌으니까요.”

    제스키에르의 오래도록 멋을 이어가는 2008 S/S 네오프렌 플로럴 의상을 놓친 사람들에게는 좋은 뉴스일까? 클릭 몇 번이면 충분하다. 그렇지만 주의하시길. 검색에 중독될 수 있다. 아이티계 미국인 디자이너이자 광적인 꼼데가르송 컬렉터 미셸 엘리(Michelle Elie)는 출시 당시 구매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는 레이 가와쿠보의 작품을 찾아다니며 시간을 보냈다. 그녀는 ‘서울에서 김 서방 찾기’ 같은 이 과정을 ‘고문’ 같다고 묘사했다. 그렇지만 가끔 중고 시장에서 노다지를 캐기도 한다. 그녀는 이메일로 “이번 주말 새로운 아가를 데리러 파리로 차를 몰 예정이랍니다”라고 알리며, 많이 참조하는 1997년 꼼데가르송 S/S ‘Lumps and Bumps’ 컬렉션의 튜브 드레스 사진 몇 장을 첨부했다. 얼마 전 경매를 통해 그 작품을 낙찰받은 것이다. “정말 흥분돼요! 진짜 희귀하고, 귀한 보물이죠!” (VK)

    에디터
    신은지
    포토그래퍼
    레스
    Ellie Pithers
    모델
    엘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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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혜연
    메이크업
    황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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