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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폼 1.5 시대

2022.05.09

by 김나랑

    쇼트폼 1.5 시대

    쇼트폼 1.5 세대가 열렸다. 기존 대형 플랫폼에 맞선 바운드와 트릴러의 차별화 방식은 무엇일까?

    쇼트폼 플랫폼의 1.5 세대, 트릴러와 바운드.

    쇼트폼, 그러니까 짧은 길이의 세로 단위 동영상이 대세다. 어느 채널이나 쇼트폼으로 콘텐츠를 유통한다. 틱톡에서 시작해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쇼츠까지 이미 거대한 규모를 지닌 기존 사회 연결망 서비스(SNS)도 쇼트폼을 안착시켰고, 이제는 네이버와 같은 국내 대형 포털에서도 짧은 길이 세로 동영상을 만날 수 있다. 특히 네이버 스포츠 탭에서는 쇼트폼 콘텐츠를 꾸준히 전면에 내세우며 각종 스포츠의 짧은 영상을 선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쇼트폼의 종류와 장르도 다양하다. 과거 바인(Vine) 시절부터 유행하던 각종 밈이나 코믹한 연출은 물론 각종 상황극, 이전부터 이어져온 댄스 챌린지까지 콘텐츠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TV 프로그램이나 유튜브 콘텐츠도 이제는 쇼트폼에 맞게 변형해 제작하기도 한다. 쇼트폼에는 많은 품이 들어간, 잘 짜인 콘텐츠도 있지만 일상에서 손쉽게 찍은 영상도 있다. 어떤 콘텐츠가 어디서 터질지는 쉽게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여러 콘텐츠를 동일 선상에서 전달한다는 점에서 더 매력이 있다.

    이탈리아의 록 밴드 모네스킨(Måneskin)은 ‘Beggin’’이 틱톡에서 주목받아 유명해졌다.

    쇼트폼 콘텐츠가 초기에 지닌 매력 중 하나는 앞서 언급한 챌린지 형태의 댄스 영상이다. 실제로 아직도 댄스 챌린지는 꾸준히 진행되며, 그 효과도 유효하기 때문에 계속 이어진다. 그만큼 쇼트폼은 음악 유통과 홍보에서 중요하다. 미국 팝 음악 중 일부도 틱톡에서 성공적으로 바이럴이 되어 차트 상위권에 진입하고 많은 사랑을 받은 경우가 많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이탈리아의 록 밴드 모네스킨(Måneskin) 역시 ‘Beggin’’이 틱톡에서 많은 사랑을 받으며 더 크게 알려졌고, 북미 시장 진입에도 성공했다. 래퍼 마스크드 울프(Masked Wolf)의 ‘Astronaut in the Ocean’ 역시 발매 이후 시간이 지나 틱톡에서 인기를 끌며 뒤늦게 빛을 보았다. 여전히 쇼트폼은 음악 홍보나 바이럴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음악과 춤으로 구성된 쇼트폼도 상당수다.

    틱톡이 규제를 받던 시기 급상승한 플랫폼, 트릴러.

    이러한 환경을 의식하고 뛰어든 두 후발 주자가 있다. 하나는 미국의 트릴러, 다른 하나는 한국의 바운드다. 우선 트릴러는 트럼프 전 대통령 시기에 미국 내에서 틱톡이 규제를 받으며 급상승한 플랫폼인데, 독특하게도 장르 음악을 우선적으로 표방한다. 힙합과 EDM을 메인으로 삼는 이 플랫폼에는 실제로 쇼트폼을 업로드하는 래퍼와 DJ가 많다. 처음 트릴러를 오픈하던 시기부터 트릴러는 저스틴 비버를 비롯해 많은 유명 인사를 영입했고 그들이 오리지널 콘텐츠를 남기기도 했다. 이후 틱톡 규제와 시기가 맞물렸고, 여기에 팀발랜드(Timbaland)와 스위즈 비츠(Swizz Beatz)라는 두 프로듀서가 만든 인터넷 방송국 벌저즈 티비(Verzuz TV)와 손잡는 등 한쪽 성향의 팬들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지금은 플랫폼이 커져서 개인의 운동 영상이나 일상 영상이 공존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트릴러는 많은 인플루언서를 보유한 힙합, EDM 계열의 이미지가 강한 채널이다.

    힙합, R&B, 댄스를 기반으로 한 한국의 쇼트폼 플랫폼, 바운드.

    트릴러가 인플루언서를 처음부터 유치해 제작했다면 한국의 바운드는 그 방식이 조금 다르다. 바운드 역시 힙합, R&B, 댄스를 기반으로 한 쇼트폼 플랫폼이지만 유저들이 좀 더 뛰어놀 수 있는 분위기를 장려하는 식이다. 물론 바운드에도 대형 이벤트는 있다. 던밀스부터 허클베리피, 쿤디판다, 언오피셜보이, 재하 등 내로라하는 래퍼와 함께 음원을 발매할 수 있고, 오리지널 음원도 발매할 수 있다. 꽤 많은 사람이 기회를 얻기 위해 지원하고, 자연스럽게 서로의 실력을 드러내고 공유하며 하나의 장이 형성되었다. 자연스럽게 랩을 하는 이들이 모여들었고, 쇼트폼 플랫폼 바운드는 특정 시장을 겨냥했음에도 빠르고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으며 자연스럽게 랩, 보컬, 댄스 콘텐츠가 이곳에 모여드는 중이다. 여기에 유저가 직접 본인의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을 보유할 수 있다는 점, 저작권 수익을 유저와 비트메이커 모두에게 제공한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초기 틱톡이 음원이 쓰이는 것에 대해 정산하지 못한 점, 그리고 트릴러가 음원 정산이 가능하다는 점을 어필한 것을 생각하면 바운드는 그보다 훨씬 진화된 형태의 음악 친화적 쇼트폼이다.

    바운드에서 발매한 오리지널 음원.

    쇼트폼은 기본적으로 유저가 콘텐츠를 제작하는 UCC 기반의 플랫폼이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알아서 좋은 콘텐츠가 나올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그럴수록 내부 큐레이션과 가이드가 더 많이 필요하다. 그래서인지 바운드와 트릴러는 플랫폼에 올라오는 콘텐츠를 SNS 채널에 공유하기도 한다. 방식은 비슷한 듯 보이지만, 여기서도 트릴러는 좀 더 이목을 끌 만한 콘텐츠나 유명한 이의 콘텐츠를 공유하는 반면 바운드는 좋은 아티스트, 좋은 콘텐츠를 발굴해 소개한다. 그래서 플랫폼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며, 쇼트폼이 가진 음악적 기능 중 좋은 뭔가를 찾아내는 데 잘 맞춰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힙합, R&B 커뮤니티 사이에서 점차 화제가 되는 중이다.

    쇼트 비디오 천국에서 후발 주자가 살아남기 위해 차별화된 방식을 선보이는 중인데, 비슷한 듯 다른 두 곳이 선보이는 이 상황이 매우 흥미롭다. 기존 쇼트폼 플랫폼이 코미디 느낌의 영상이 많아졌고 스펙트럼이 넓어지다 보니 바운드나 트릴러 같은 곳이 오히려 음악적 영감을 얻기 좋은 곳이 되었다. 아직은 쇼트폼의 넥스트를 쉽게 상상하고 예측하기 어렵지만 두 플랫폼은 쇼트폼 2.0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좋은 힌트가 되지 않을까, 어쩌면 지금은 후발 주자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멀리 봤을 때 선두 주자가 되지는 않을까, 감히 상상해본다.

      블럭(음악 칼럼니스트)
      사진
      GETTY IMAGES,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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