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치&주얼리

주얼리 디자이너가 사는 18세기 아파트

2022.10.19

by 신은지

    주얼리 디자이너가 사는 18세기 아파트

    파리 집에서 딸과 함께한 오렐리 비더만. 유리 장식은 지오 폰티, 회화는 토니 콕스(Tony Cox), 의자는 샤를 타생(Charles Tassin).

    다양한 꽃에서 영감을 받은 반지는 오렐리 비더만(Aurélie Bidermann).

    주얼리 디자이너 오렐리 비더만의 아름다운 집을 찾았다. 미술사에 대한 오랜 사랑을 담은 18세기 아파트 속으로.

    빈티지 모로코산 러그 위에 놓인 마이 갤러리(Galerie May)에서 구입한 트윈 소파가 벽난로 옆을 장식한다. 스윙암 램프는 마티유 마테고(Mathieu Matégot), 칵테일 테이블은 알레산드로 스코토(Alessandro Scotto)와 비더만의 협업 제품.

    레이어드한 목걸이는 오렐리 비더만(Aurélie Bidermann).

    뱀 모티브로 완성한 뱅글과 반지는 오렐리 비더만(Aurélie Bidermann).

    에마뉘엘 마크롱 총리가 2020년 코로나 록다운을 시행하기 3주 전, 프랑스 출신의 주얼리 디자이너 오렐리 비더만(Aurélie Bidermann)은 딸과 함께 파리의 센강 좌안에 있는 18세기 아파트로 이사했다. 이 록다운 기간에 비더만은 297㎡에 달하는 남향 아파트의 빛과 흐름, 에너지를 곱씹으며 시간을 보냈다. 비더만에 따르면 “록다운 기간은 내가 원하는 아파트를 만들 수 있게 해준” 시간이었다.

    유난히 힘들었던 그 무렵, 비더만은 자신의 직업처럼 좋아해 마지않는 뭔가를 찾길 바랐다. 20여 년 동안 비더만은 재치 넘치면서도 기발한 주얼리를 디자인해왔다. 최근에 만났을 때는 가장 좋아하는 작업물인 작은 루비와 페일 핑크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가닛 귀고리, 소프트 핑크 사파이어로 제작한 클로버 귀고리, 강렬한 그린 차보라이트 가닛으로 제작한 풍뎅이 모양의 귀고리를 보여주기도 했다. 비더만은 기네스 팰트로, 소피아 코폴라, 비욘세 같은 셀러브리티뿐 아니라, 뉴욕 패션 디자이너 제이슨 우를 위해 런웨이용 주얼리를 제작한 경험도 있다.

    최근 비더만은 테이블웨어 작업도 하고 있다. 프렌치 스타일의 플랫폼 홀리데이 파리(Holiday Paris)와의 협업으로, 비더만은 폴 안홀드 글라스웨어(Paul Arnhold Glassware)를 벚꽃 잎 같은 작은 핑크 점박이로 꾸미기도 했다. 또 프렌치 데커레이션 스타트업 ‘Waww La Table’에서는 자신의 시그니처인 평화로운 장식 모티브, 이를테면 사과가 열린 나무라든가 꿀벌이 날아다니는 황금색 보리밭, 무당벌레가 앉아 있는 클로버 자수를 놓은 리넨을 디자인했다.

    이브 생 로랑, 앙드레 꾸레주, 캘빈 클라인과 랄프 로렌에서 남성복을 제작한 아버지와 삼촌을 둔 프랑스의 유서 깊은 패션계 가족의 일원으로 태어난 파리지엔 비더만은 센강 건너편 부촌인 16구에서 성장했다. 특히 아르누보, 아르데코 가구와 상징주의 회화 작품에 둘러싸여 자랐다. 비더만의 부모님은 그야말로 ‘대단한 수집가’였으며 갤러리, 경매장뿐 아니라 파리의 벼룩시장을 뒤지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비더만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주말에는 아침 8시까지 벼룩시장에 갔어요. 그때까지 상인들이 트럭에서 물건을 내리고 있더군요. 미리 가서 구경했죠.” 일요일 오후에 비더만 가족은 친구들을 곧잘 초대하곤 했다. “대부분 갤러리를 운영하는 분들이거나, 예술 작품 딜러들이었어요. 저는 그런 곳에서 자랐어요.”

    비더만은 런던과 파리에서 예술사를 전공했고, 뉴욕과 파리의 소더비에서 일했다. “엄청난 작품이 오가는 것을 봤죠.” 그리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 앤트워프에서 보석학을 공부했으며, 파리의 명문 고등 보석 학교(Haute École de Joaillerie)에서 주얼리 디자인을 공부했다. 2000년대 초에는 프랑스인 동료이자 주얼리 디자이너인 마리 엘렌 드 타이약(Marie-Hélène de Taillac)의 조언에 따라 인도의 자이푸르로 건너가 첫 컬렉션 ‘Gem Palace’를 완성했다. 이윽고 파리에 부티크 두 군데를 열었으며 뉴욕에도 매장 두 곳을 잠시 운영하며 빠르게 명성을 얻었다. 2015년에는 소량의 지분을 개인 투자자에게 팔았고, 그 후 브랜드가 인수된 뒤에는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났다.

    비더만의 장식은 모든 시대와 무드를 망라한다. 마호가니로 제작한 네 기둥 침대는 유년 시절 기억에서 온 것이다. 식탁 옆에 놓인 경쾌한 무드의 플로어 램프는 미드 센추리 디자이너 조르주 주브(Georges Jouve) 제품으로, 컬러풀한 선인장 화분과 이국적인 바에서나 볼 법한 짚 소재의 램프 덮개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열대를 떠올리면서도 재미있죠.” 거실은 전체적으로 바닐라 색상으로, 더스티 핑크 컬러 벨벳 소파가 놓여 있고 지오 폰티(Gio Ponti)가 디자인한 유리 장식이 세 개 있으며, 명랑한 분위기의 그림과 함께 프랑스 현대 예술가 자크 아드네(Jacques Adnet)의 거울 달린 캐비닛 역시 찾아볼 수 있다. 사무실에는 한참 전에 뉴욕에서 구한 코럴 핑크 색상의 래커로 칠한 거대한 책상이 있는데, 데이비드 힉스(David Hicks)의 진홍색 램프가 함께한다. 복도에는 친구인 포토그래퍼 파멜라 핸슨(Pamela Hanson)이 촬영해준 정직한 흑백 가족사진이 줄지어 있다. 이 모든 것을 비더만은 이렇게 설명했다. “기분 좋으면서도 편안한 분위기를 내는 게 목표였어요. 좋아 보이지 않나요?” (VK)

    터콰이즈로 장식한 이어링과 브레이슬릿은 오렐리 비더만(Aurélie Bidermann).

    식당 전경.

    메인 침실의 사진. 벽지는 줄스앤짐(Jules&Jim).

    사파이어 네크리스와 다이아몬드 링, 골드 브레이슬릿은 오렐리 비더만(Aurélie Bidermann).

    나뭇잎 모티브의 네크리스와 뱅글은 오렐리 비더만(Aurélie Bidermann).

    비더만의 딸이 잠을 청하는 침실. 브라크니에(Braquenié)의 커튼과 벽지의 아름다운 색채와 패턴이 멜로디를 자아낸다.

    스테인리스 스틸로 꾸민 주방. 식당 전경.

    에디터
    신은지
    DANA THOMAS
    사진
    MATTHIEU SALVA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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