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뉴스

니콜라 제스키에르가 창조한 ‘아마존 여전사’

2022.11.08

by 허보연

    니콜라 제스키에르가 창조한 ‘아마존 여전사’

    캘리포니아, 루이스 칸, 일몰… 2023년의 태양을 미리 볼 수 있었던 샌디에이고의 늦은 오후.

    2023년 루이 비통 크루즈 컬렉션의 모델들은 슈퍼히어로 같았다. 몇몇 모델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아마존의 여전사를 연상시켰다. 니콜라 제스키에르 자신이 ‘여신’이라는 수식어를 덧붙일 정도였으니까.

    팬데믹 이후 파리에서 선보인 두 번의 쇼를 제외하면 그가 이토록 과감한 시도를 한 적이 있었나.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열린 이번 크루즈 컬렉션과 지난 두 번의 쇼는 3부작 영화 시리즈처럼 이어지는 스토리라인을 형성한다. 19세기에서 시작해 디자이너 자신이 1990년대에 겪은 사춘기에 잠시 머문 뒤 유토피아적 미래를 향해 떠나가는 3부작 시리즈 말이다. 세 번의 쇼에 걸쳐 제스키에르는 드레스 코드에 관한 관념을 허물었고, 낯설면서도 신선한 실루엣을 선보였다. 그는 이번 쇼의 프리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모두가 몇 년 동안 정말 많은 일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 많은 가능성이 열리기도 했죠. 역설적이지만, 지금 저는 매우 자유롭습니다.”

    제스키에르는 경이로운 건축물에서 자신의 크루즈 컬렉션을 선보이는 자기만의 전통을 이어갔다. 존 로트너가 팜스프링스에 지은 밥 앤 돌로레스 호프 에스테이트부터 오스카 니마이어가 지은 리우데자네이루의 니테로이 현대미술관, 교토 교외에 자리한 I.M. 페이의 미호 박물관, 그리고 이번 크루즈 컬렉션이 열린 샌디에이고 라호이아가 자랑하는 루이스 칸의 소크 연구소까지. 루이스 칸의 대표작인 소크 연구소는 본래 그 장엄함과 인간적인 온화함으로 유명하지만, 제스키에르는 브루탈리즘 건축물을 연상시키는 연구소의 콘크리트 파사드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번 쇼의 메인 게스트는 태양과 햇빛입니다.” 제스키에르가 다분히 시적인 설명을 남겼다.

    그의 말처럼 이번 크루즈 컬렉션은 자연적인 레퍼런스로 넘쳐났다. 몇몇 룩은 태양광을 반사할 수 있는 소재로 만들었고, 여러 모델들은 내리쬐는 햇볕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려는 듯 신체의 대부분을 리넨으로 가린 채 런웨이에 등장했다. 에어브러시 색상의 하프 톱과 펑퍼짐한 실루엣의 스커트는 제트스키 같은 수상 스포츠에서 영감을 얻은 듯했다. 자신의 컬렉션을 세밀히 검토하고 연구하기로 유명한 제스키에르는 절제되고 미니멀하던 자신의 과거 디자인을 맥시멀하게, 매우 성공적으로 되살려냈다.

    쇼의 흐름 역시 매우 흥미로웠다. 초반의 자카드 드레스(제스키에르 자신은 드레스의 형상을 흘러내리는 용암에 비유했다) 실루엣은 쇼가 진행될수록 점점 과감해졌고, 포탄도 막아낼 듯 보였다. 쇼의 피날레를 장식한 재킷의 칼라는 중세 시대 갑옷처럼 견고하게 반짝였다. 이번 컬렉션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제스키에르의 아마존 여전사’가 되고 싶을 것이다. (VK)

    에디터
    허보연
    NICOLE PHEL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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