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의복의 사회적 측면을 탐구하는 전시 #퍼스널 쇼퍼

2022.11.21

by 김나랑

    의복의 사회적 측면을 탐구하는 전시 #퍼스널 쇼퍼

    More than Fashion

    토비아스 카스파(Tobias Kaspar)의 개인전 <Personal Shopper>가 파운드리 서울에서 12월 18일까지 열린다. 2007년 데뷔전을 가진 작가는 오슬로의 VI, VII, 베이징의 우르스 마일레 등의 컨템퍼러리 아트 갤러리와 스위스 주요 지역의 쿤스트할레, 파리의 팔레 드 도쿄 등에서 소개했으며, 스위스 미술상(Swiss Art Awards)을 두 차례 수상했다. 동시대 사회, 욕망, 패션, 그로 인한 정체성에 관심을 갖는 토비아스의 이번 전시명은 ‘Personal Shopper’다.

    스위스 취리히와 라트비아 리가를 기반으로 활동한다. 두 지역의 거리가 꽤 있다.

    서울에서 취리히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질문지에 답을 쓰고 있다. 정말 환상적인 한 주였고, <Personal Shopper> 전시가 드디어 열려 기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 영공에 진입할 수 없어 비행시간이 평소보다 1시간 30분 정도 길어졌다. 2019년까지는 두 지역을 오가는 데 무리 없었고 그것이 영감의 원천이었는데, 코로나19 여파 및 러시아와 라트비아가 인접해 많이 복잡해졌다. 유럽 내 전쟁을 실감하고 있는데, 정말 비극이다. 나는 스위스에서 태어났지만, 20대에 스위스를 떠나 함부르크, 프랑크푸르트, 뉴욕, 베를린, 로마, 리가에 살다가 2018년에 다시 취리히로 왔다. 2019년에는 잠시 베이징에 살았다. 지인은 내가 3년마다 사는 곳을 바꾼다고 말한 적 있다. 지금은 아홉 살인 딸이 학교에 다니는 취리히에 주로 머물며 여름이면 아이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리가의 시골로 떠나곤 한다.

    전시명이 ‘Personal Shopper’인 이유는?

    작품은 주로 욕망과 유혹의 메커니즘을 다룬다. 작품이 매혹적이면서도 시각적으로 흥미롭길 바라는데, 그러기 위해 미적 즐거움을 주는 동시에 작품을 다시 봤을 때 우리 자신과 사회에 대한 질문과 의심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지금 우리는 한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다. 내가 플로베르, 톨스토이, 폰타네 같은 19세기 작가를 되돌아보는 이유다. 그들의 작품은 당시 유럽의 변화를 잘 담았다.

    당신의 예술 세계에서 패션의 역할은?

    패션보다 직물 혹은 의복의 사회적 측면에 관심이 많다. 예를 들어 누군가 친구에게 스웨터를 빌려주는 행위가 어떻게 친밀한 순간으로 이어지는지 살핀다. 끈(String)은 결합을 형성하고, 옷감은 피부와 맞닿아 움직임을 통해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인다. 옷은 물리적으로 우리를 구성하는 일부지만, 사회적으로 개인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작품 제작을 위해 여러 직물 제조사와 협업하는데, 그들에게 옷감은 움직이는 것인 반면에 내 작품에서 옷감은 움직임 없이 벽에 걸려 전시된다. 액자에 넣거나 화면처럼 밝은 새하얀 캔버스 위에 올리곤 한다. 이를 통해 물리적 존재와 부재를 동시에 표현한다. 또 어디든 존재한다는 개념 자체를 좋아한다. 각종 기기를 통해 언제나 다른 어딘가와 연결되는 것이 현대의 우리 모습이기 때문이다. 현재 파운드리 서울에서 진행되는 <Personal Shopper> 제2전시장에는 로고 타입을 새긴 커튼이 있다. 누군가 커튼을 움직이면 갑자기 커튼 직물에 움직임이 생긴다. 누군가 커튼을 닫으면 뒤에 있는 모든 작품이 다시 사라진다.

    2009년 미술 잡지 <Provence>를 창간해 지금까지 발행하고 있다.

    개념 미술 잡지 <Provence>를 공동 창간한 후, 2018년부터는 연 2회씩 전문적으로 잡지를 발행하고 전시를 조직, 주최, 큐레이팅하면서 다른 프로젝트도 함께 진행한다. 현재 아홉 명인 팀원 모두 예술가다. <Provence>의 주축은 현대 예술이지만, 라이프스타일도 다룬다. <Provence>는 흥미로운 예술 주제를 탐구하는 훌륭한 플랫폼이자, 동료들과 함께 어느 누구도 하지 않을 뭔가를 간행물로 펴내도록 독려하는 곳이다. 파운드리 서울 전시에서 ‘퍼스널 쇼퍼’ 시리즈도 전시되는데, 그중 SSENSE, Farfetch, Moda Operandi, Dover Street Market, Net-A-Porter 같은 온라인 쇼핑 플랫폼의 스크린 샷에 그린 작품도 있다. 최근 호에 싣기 위해 이 온라인 쇼핑몰의 여러 관계자도 인터뷰했다. 특히 예술계에서 그다지 성공하지 못한 온라인 전시 공간(Online Viewing Room)과 쇼핑몰 플랫폼을 비교했다.

    2023년 프로젝트는?

    지난여름 스위스 알프스에 150년 전 염소 기르던 농부가 지은 작은 집을 샀다. 폭포 근처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웅덩이가 있어 여름에 수영하기 좋다. 단순한 건축구조와 대조적으로 정교한 가구를 두고 싶어 USM, 파우스트 리놀로임, 드세데, 레니, 비트라 등을 보고 있다. 집 이름은 ‘마운틴 에스테이트’다. 관료적 딱딱함이 없는 레지던스이자 예술을 위해 개방된 공간으로 <Provence>에서 운영한다. 올해는 많은 전시가 있었기에 몇 달간 조용히 지내고 내년에 다시 새 작품에 집중할 예정이다.

    에디터
    김나랑
    포토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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