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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를 위한 ‘보그’의 기록

2023.05.05

by 김나랑

다문화를 위한 ‘보그’의 기록

V 로고가 돋보이는 골드 이어링은 발렌티노(Valentino).

다문화. 〈보그〉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 흐름인 다문화를 기록하고 싶었다. 1980년대 후반 이주 노동자들이 유입된 후로 결혼 이민자, 유학생이 늘면서 국내 체류 외국인은 230만 명. 그들의 자녀까지 포함하면 그 인구는 약 300만 명이다. 이주민이 전체 인구의 5%면 다문화 사회로 진입했다고 보는데, 우리나라는 2040년으로 예상된다. 다인종, 다문화는 우리를 새로운 시대로 이끌 것이다. 팬데믹 이후 갈등과 불평등은 더 심해졌고, 경기 침체로 삶이 더 퍽퍽해지며 그로 인해 포용력은 줄어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린 새로운 시대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을 버리고 그것이 주는 가능성에 설렐 때다. 제도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2007년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 제정, 2008년 다문화가정지원법을 제정해 시행했으나, 전체를 관할하는 컨트롤 타워는 없다. 다양한 민족과 인종이 어울려 살면서 서로의 방식은 존중하고 보편적인 정서는 공유하며 그것을 뒷받침하는 제도가 함께하길. 뉴욕은 ‘멜팅 포트(뜨거운 냄비)’로 불린다. 전 세계의 여러 인종이 서로 화합하거나 충돌하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뚜껑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태가 아니라 보글보글 맛있게 끓는 ‘딜리셔스 포트’가 될 것이다. 그 주인공들을 소개한다.

데님 후드 보디수트는 알라이아(Alaïa), 스티치 디테일 데님 팬츠, 로고 장식 포인티드 슬링백은 디젤(Diesel), 볼드한 드롭 이어커프는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네크리스로 연출한 메탈 마스크는 구찌(Gucci), 네 개가 이어진 반지는 돌체앤가바나(Dolce&Gabbana).

이미쉘
MICHELLE LEE

폭발적 소울, 디바, 애절한 목소리. <K팝스타 시즌 1>, <싱어게인-무명가수전>, <복면가왕>, <힙합의 민족 2> 등에 출연하는 동안 미쉘이 얻은 수식어다. 방송 활동만 열심히 한 건 아니다. 2014년에 데뷔 앨범 <Without You>를 발표했고, 개인 유튜브 채널 ‘이미쉘 요즘뭐해?’를 통해 자주 노래를 들려주었고, 피처링도 많이 했다. 아이들에게 노래를 가르친 지도 벌써 13년째다. 국내 다문화 정책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자리에서는 일단 노래를 부르고 강연을 시작한다. 그야말로 노래할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간다. “살고 싶은 대로 살아요. 그게 진짜 멋진 거니까.” 이는 미쉘이 누군가에게 가장 자주 건네는 조언이자 어릴 적 듣고 싶었던 말이기도 하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세상의 비난과 분노 속에서 잔뜩 안으로 움츠러들던 소녀는 열다섯 살에 교회에 다니기 시작하며 친화력 끝판왕으로 거듭난다. 대장부 스타일인 한국인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끼와 흥이 뒤늦게 발현된 것이다. “누구보다 소외되어 있던 사람이 이제는 소외된 사람들을 품을 수 있는 포용력 있는 사람이 되었어요. 이건 기적이죠. 앞으로도 그런 사람들을 위해 노래하고 싶어요.” 노래와 춤 실력은 아마 한 번도 본 적 없는 미국인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을 거라고 웃으며 말할 정도로 유쾌한 사람으로 성장한 미쉘이 자유롭게 노래하자 촬영장 분위기가 순식간에 들뜬다. 톰보이 헤어스타일과 홀가분한 옷차림으로 언제나 목청껏 노래하는 미쉘은 지금 자신의 모습이 어느 때보다 마음에 든다.

윈드브레이커는 몽클레르 컬렉션(Moncler Collection).

코퀴야드 안드레 진
ANDRE JIN COQUILLARD

“한국 국가 대표 럭비 선수였던 안드레 진입니다. 지난해부터 실업 팀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어요.”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뭉쳐야 찬다 2>에 등장할 때처럼 능숙하게 자신을 소개한 1991년생 안드레는 한국 럭비 역사의 산증인이다. 연장까지 간 치열한 경기에서 홍콩을 꺾고 한국 역사상 최초로 올림픽에 참가하게 됐을 때, 일본을 꺾고 2022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진출을 확정 지었을 때, 80분의 드라마에 항상 그가 있었다.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안드레는 초등학교 5학년 때 2002 한·일 월드컵을 뜨겁게 관전하며 국가 대표 운동선수를 꿈꿨다. 외동인 안드레는 어린 시절 축구공, 테니스공, 탱탱볼 등 온갖 공을 벽에 던지며 놀기만 하면 그저 행복했고, 고등학교 때 캐나다로 유학을 가면서 본격적으로 럭비에 몰두했다. “한국인이든, 미국인이든, 럭비 할 때는 그저 ‘럭비인’으로 인정받는 것이 좋았어요. 여기가 내 자리라는 확신이 들었죠. 처음에는 솔직히 자기만족을 위한 것이었는데 한국에 돌아와서 보니 이 스포츠가 더 많이 사랑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고질적인 무릎 부상 탓에 2022 남아프리카공화국 럭비 세븐스 월드컵 무대에 서지 못하고 결국 은퇴했지만 아쉬움은 없다. 더 많은 후배들이 세계적인 경기에서 뛸 수 있도록 돕고 싶은 새로운 꿈이 생겼기 때문이다. 안드레는 고민이 생기면 부모님을 찾는다. “냉철한 판단력이 필요하면 아버지를, 따뜻한 위로가 필요하면 어머니를 찾아가요. 두 분의 밸런스가 완벽하거든요.” 어머니 김동수는 이 집안의 또 다른 슈퍼스타다. 한국인 최초로 유럽에서 활약한 톱 모델로 오랜 시간 동덕여대에서 후배들을 양성해온 어머니처럼 안드레 역시 후배들에게 든든한 멘토가 되려고 한다.

시스루 드레스는 모스키노(Moschino), 십자가형 펜던트 초커는 돌체앤가바나(Dolce&Gabbana).

아라 LAVINIA

2003년생 아라의 ‘현재’ 직업은 모델이다. 이탈리아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아라(이탈리아에서는 라비니아라 불린다)는 한국과 이탈리아를 폴짝폴짝 오가며 스스로를 알아가고 있다. “어디에서 살아야 할지, 뭘 하고 싶은지, 매일매일 생각이 바뀌어요. 아직도 저를 잘 모르겠어요.” 열여덟 살 때까지 테니스 선수였다가 학교를 졸업한 후 밀라노에서 모델로 활약했다. “개성 있는 디자이너들의 옷을 입고, 이상한 메이크업을 하는 게 재미있었어요. 솔직히 모델 일은 자신 있어요.” 최근 프라다, 발렌티노, 미쏘니, 에르노, 설화수 등 다양한 브랜드의 사진과 영상에 등장해 개성 있는 얼굴을 알렸다. 이탈리아에서 아빠와 함께 지낸 어린 시절, 아라는 <스타워즈>와 <반지의 제왕> 시리즈, 히치콕의 영화 등을 즐겨 봤다. 해리슨 포드와 실베스터 스탤론 같은 멋진 배우들을 보며 영어와 연기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어느 순간 배우가 되고 싶어 런던이나 LA에서의 유학 생활을 잠시 고민하다가 지난해 10월 한국으로 돌아왔다. 할머니 집에서 지내며 미술 학원에도 다니고, 동생과 함께 자유롭게 뛰놀던 한국에서의 추억은 영원한 방학처럼 행복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엄마를 의지해 조곤조곤 말하던 아라가 처음으로 웃은 건 애니메이션 이야기가 나왔을 때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과 협업한 로에베 캡슐 컬렉션의 토트백과 카드 지갑은 최근 산 것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아이템이다. “한국에 있는 게 좋지만 가끔 이탈리아에 있는 반려묘 하루가 보고 싶긴 해요. 하루 옆에 누워 좋아하는 만화책을 읽을 때 가장 행복하거든요.”

블랙 앤 화이트 퍼프 슬리브 재킷은 로샤스(Rochas).

김소피야 SOFIYA KIM

100만 유튜버인 어머니의 피를 물려받은 2005년생 유튜버. 러시아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동생 안젤리나까지, 네 가족의 한국 생활을 소개하는 엄마의 유튜브 채널 ‘Love Korea’에 자주 출연하며 자연스럽게 유튜브에 관심을 갖게 됐다. “가족 모두 독립심이 강해요. 빨래도, 청소도, 요리도, 설거지도, 다 각자 하죠. 꼭 필요한 이야기가 아니면 대화도 잘 안 하는데 그래도 엄마가 유튜브를 시작한 후로 바다에도 가고, 캠핑도 가고, 액티비티도 하며 추억이 많이 생겨서 좋아요.” 어느덧 15만 구독자를 얻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 ‘Sofiya’에서 소피야는 블랙핑크 콘서트에 가고, 친구들도 만나고, 메이크업을 하는 평범한 일상을 자기만의 스타일로 공유한다. 학교에서는 말 없고 시크한 친구로 통하지만 유튜브에서는 에너지가 넘친다. “하고 싶은 게 많아요. 친구들에게 이국적인 외모가 부럽다는 말을 자주 듣는데 저 역시 다양한 스타일에 도전해볼 수 있는 제 외모가 마음에 들어요.” 소피야는 도전을 사랑한다. 7년 동안 리듬체조를 배웠고, 키즈 아이돌 ‘비타민’으로도 활동했으며, 아이돌 연습생 생활도 했다. 유튜브와 별개로 지금은 피아노와 드럼, 기타를 열심히 배운다. 빌리 아일리시 같은 싱어송라이터가 되는 것이 소피야의 또 다른 꿈이기 때문이다. “모든 순간이 다 의미 있어요! <보그>와 함께 생애 첫 화보를 촬영하게 됐는데 메이크업이 독특해 아주 마음에 듭니다. 앞으로도 새로운 경험을 많이 쌓고 싶어요.”

블랙 바인딩 탱크 톱은 텅스텐(Tungsten), 메탈릭 봄버 재킷과 레오퍼드 타이츠, 레드 포인티드 슬링백은 구찌(Gucci), 메탈 반지는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배유진 YUJIN BAE

한국인 어머니와 나이지리아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2002년생 모델 겸 배우. 아름다운 도시 그리스 테살로니키에서 태어났으며 지금은 집안의 가장으로 어머니와 둘이서 마곡동에 살고 있다. 성악을 오래 배워서 가수를 꿈꾸기도 했지만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모델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2018 S/S 서울 패션 위크에서 14개 브랜드의 런웨이에 올랐으며 여러 패션·뷰티 브랜드의 광고에 등장했다. “지금은 화보 촬영이 제일 재미있어요. 매번 달라지는 컨셉에 따라 변신하는 스스로를 보는 게 재미있거든요.” 오랜 시간 타이라 뱅크스를 동경했지만 요즘은 ‘아이린 언니’에 푹 빠졌다. “하지만 저의 롤모델은 저예요! 세상에 멋진 사람은 많지만 누구를 따라 하고 싶진 않거든요.” 유진의 꿈은 또 한 번 확장 중이다. EBS 청춘 드라마 <하트가 빛나는 순간>에서 똑똑하고 속 깊은 고등학생 이서우를 연기한 유진은 최근 또 한 편의 드라마 오디션에 합격했다. 에너지가 소진됐을 때는 책을 읽거나 혼자만의 여행을 떠난다. 최근에는 김상현의 에세이 <당신은 결국 무엇이든 해내는 사람>을 읽으며 용기를 얻었다. 비슷한 가정에서 성장한 10년, 20년 지기 친구들과 함께 즉흥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엄마로부터 예의와 겸손이 중요하다고 배운 유진은 긍정적인 마인드로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왼쪽부터 세종, 순신, 주몽. 스트라이프 피케 셔츠, 컬러 포인트 볼캡은 아이스비스킷(Icebiscuit at Kary Market).

세종 · 순신 · 주몽
ALEX · MARCUS · JOSH

2013년생 세쌍둥이, 세종(알렉스)·순신(마커스)·주몽(조시). 사극을 좋아하는 미국인 아빠 브라이언과 한국인 엄마 배민지는 영어 교사와 학생으로 처음 만났다. 수년 뒤, 군인 브라이언이 2003년 <청춘! 신고합니다>란 TV 프로그램에 출연했고, 이를 본 제자가 연락하면서 재회해 연인으로 발전했다. 아버지는 1988년부터 양국을 오갔기에 한국어와 영어로 아이들과 소통한다. 아빠 브라이언은 세쌍둥이의 이름을 한국 역사에서 가져왔다.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위인들의 문제 해결 능력을 아이들이 닮길 바랐기 때문이다. 세종·순신·주몽은 키즈 브랜드 웁스마이보이(Oops My Boy)의 캠페인에서 처음 봤는데 벌써 5년 차 모델이다. 코로나가 극심할 때 잠시 활동을 멈췄지만 지난해 여름부터 여러 광고, 특히 패션 브랜드에서 활동하고 있다. 세쌍둥이는 모델 일을 놀이처럼 즐긴다. 늘 함께 촬영하기에 더 그렇다. <보그> 촬영에도 주몽은 “더 하고 싶어요!”라고 외쳤고, 순신은 “모델은 멋진 옷을 입고 사진 찍어서 좋아요”라며 수줍게 웃었다. 순신은 하고 싶은 것이 정말 많다. 메달도 딴 수영과 풋볼로 올림픽에 출전하고, 이집트로 유학 가서 박물관에서 일하고, 아빠를 따라 군인도 되고 싶다. 호기심 넘치는 주몽은 엄마의 표현을 빌리면 ‘자유로운 영혼’이다. 맏형 세종은 역시 의젓하다. 어딜 가나 동생들을 챙긴다. <해리 포터> 영문판을 읽으며 촬영을 기다릴 만큼 책을 좋아해 꿈이 작가인지 물었다. “벌써 정해요? 아직 모르겠어요. 너무 많거든요!”

V 로고 이어링과 플리츠 드레스, 레드 타이츠는 발렌티노(Valentino), 레드 펌프스는 발렌티노 가라바니(Valentino Garavani).

수현
SUHYUN

러시아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를 둔 2004년생 모델이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외가에 종종 방문한다. “외가에 가면 힙한 카페나 갤러리에서 시간을 보내곤 해요. 서커스도 자주 봐요. 특히 공중그네는 언제나 넋 놓고 보게 되죠.” 노래하는 걸 좋아해서 중학생 때부터 아이돌 연습생을 하다가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모델 일을 제안받았다. 현재 <보그>를 비롯해 여러 패션 잡지와 브랜드에서 모델로 활동한다. “모델은 항상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해서 재미있어요. 나의 여러 모습을 발견하는 것 같거든요. 처음엔 포즈를 제대로 취하지 못해서 속상했어요. 노력만이 살길이다 싶어 촬영 없는 날에도 혼자 집에서 화보 컨셉을 정해서 연습해요. 워킹도 마찬가지예요. 첫 런웨이 때의 긴장감이 지금도 생생해요.” 수현은 패션쇼 무대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 짜릿하다고 말한다. 평소에도 옷 입기를 즐기는 스무 살이다. 요즘엔 엄마의 젊은 시절 사진에서도 본 Y2K 패션에 꽂혀 있다. 모델 수현의 목표는 “브랜드의 분위기를 완벽히 표현해내는 모델이 되는 것”. 언젠가 블라디보스토크 말고도 해외 여러 곳에서 살아보고 싶다. “여행과 도전을 좋아하거든요. 어디든 열려 있어요.”

복서 팬츠는 개인 소장품.

오일학 ILHAK OH

필리핀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2002년생 이종격투기 선수. 종종 ‘투닥거리는’ 형이 있고,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의 빈자리를 든든하게 채워주는 친척 형들도 많다. 중학생 때 봉사 활동을 위해 자신의 집을 방문했던 이종격투기 박정은 선수의 어머니에게 운동을 좋아한다고 말씀드렸고, 바로 다음 해인 2019년 열일곱 살의 나이로 로드 FC 데뷔전을 치렀다. “아주 재미있었어요. 이종격투기의 매력에 제대로 빠졌죠. 지금도 운동하는 게 정말 재미있어요. 스트레스도 운동으로 풀어요.” 한 경기당 400번도 더 본 자신의 경기 영상 중 가장 먼저 소개하고 싶은 건 경기 시작 7초 만에 KO승을 거둔 김은수 선수와의 경기. 해병대에 입대하기 전 마지막 경기였던 황인수 선수와의 경기 역시 2라운드에 아쉽게 패했지만 배움이 컸다. 마크 헌트, 존 존스, 프란시스 은가노를 존경하는 오일학은 전역을 앞두고 몸과 마음을 치열하게 갈고닦는 중이다. “헬스도 하고, 이미지 트레이닝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복귀전은 무조건 승리하고 싶거든요. 올해 목표는 딱 두 번 이기는 겁니다.” 애니메이션 영화 <모아나>의 캐릭터 ‘마우이’를 닮았다는 친근함 때문에 한동안 <모아나>의 OST ‘How Far I’ll Go’를 등장곡으로 사용한 오일학은 올가을을 겨냥 중인 복귀전부터는 사이먼 도미닉의 ‘Win’을 배경으로 링 위에 오를 생각이다. 로드 FC 챔피언이 되고, UFC에 도전할 때까지 승리를 차곡차곡 모으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참 장식이 유니크한 화이트 수트는 루이 비통(Louis Vuitton), 첼시 부츠는 프라다(Prada).

직접 증언한 바에 따르면 한국에서 가장 ‘힙한’ 난민. 이란인 아버지의 일 때문에 2011년 한국을 방문했다가 개종을 근거로 난민 신청을 한 후 3년 반에 걸친 재심사 과정 끝에 2018년 10월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화이트 해커가 꿈이었는데 난민 심사 때문에 법원을 드나드느라 학업에 집중할 수가 없었어요. 체험 학습 신청이 일상이었고, 불성실을 이유로 교내 선도위원회에도 자주 불려갔죠. 그런데 힘들다고 주눅 들고, 우울해하고만 있으면 얻는 게 없잖아요. 꿈을 이루려면 빛을 향해 걸어가야죠.” 사연은 한 보따리지만 김민혁은 이 모든 이야기를 밝게 건넸다. 재심사에서도 난민 불인정 판정을 받은 아버지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도 그였다. 결국 2021년 5월 극적으로 아빠 토니까지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지난해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신입생이 된 김민혁에게 지치지 않는 힘의 동력을 묻자 그는 “나를 도와준 사람들”이라고 답했다. 백성 민(民)에 빛날 혁(爀). ‘빛나는 한국인’이라는 뜻의 새 이름을 지어준 중학교 친구들과 도움을 주고 싶다며 학교로 찾아와준 변호사들, 시민 단체 관계자들과 서명 운동에 동참해준 다른 학교 선생님들까지. 모델을 꿈꾸던 그가 모델 아카데미에 다닐 수 있도록 지원해준 교육감님도 잊을 수 없다. 덕분에 2018 부천국제만화축제 만화 패션쇼, 고교패션콘테스트, 비욘드클로젯 패션쇼 등의 무대에도 설 수 있었다. 그의 모든 행보가 하나의 인권 운동과 다름없기에 국가인권위원회, 유엔난민기구와도 긴밀히 교류하며 목소리를 낸다. “최근 유엔에서 주최한 리더십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캐나다에 다녀왔어요. 여권 대신 갖고 다니는 ‘여행 증명서’에 첫 번째 도장이 찍혔는데 감회가 새롭더라고요. 신용카드를 발급받는 것도, 집을 구하는 것도 무엇 하나 쉬운 일이 없지만 앞으로도 세상을 더 활보하고 다니려고요. 저를 도와준 분들을 위해서라도요.”

집업 디테일 데님 팬츠는 블랙비자칼(Black B Jackal), 슬리브리스 톱과 슈즈, 네크리스는 빈티지 제품.

쵸프라까야 KAYA CHOPRA

고등학생 시절 <슈퍼밴드 2>에 출연해 긴 머리의 리드미컬한 드러머로 주목받았다. 인도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이국적인 외모와 자유로운 분위기 덕분에 팬이 많았다. “제 고향인 인도의 고아(Goa)와 제주도 모두 바다를 낀 아름다운 휴양지예요. 태어나면서부터 자연을 획득한 셈이죠. 고아는 고아 트랜스라는 음악 장르가 발현된 곳이기도 하죠. 저 역시 자유롭게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그루브의 음악을 추구합니다.” 고향의 기운뿐 아니라 화가인 어머니와 노래를 좋아하는 아버지의 예술적인 끼도 물려받았다. 어릴 때부터 냄비 뚜껑, 쓰레기통 등을 두드리고 다녀, 그 모습을 본 부모님이 네 살 때 음악 학원에 보냈다. “처음 드럼과 만난 순간이 선명해요. ‘따가따가 두구두구 땅’이라는 리듬까지 정확히 기억할 정도죠. 드럼에 첫눈에 반했고 지금도 행복하게 음악을 하고 있어요.” 그의 또 다른 아버지는 밥 말리다. “단순히 음악을 만든 것이 아니라 메시지를 전하고 서로 사랑하게 만들었죠.” 쵸프라까야는 인생이 의미 있는 이유가 “혼자가 아니기 때문”이라며 사람들과 공감하고 교류하고자 한다. “언젠가는 밴드 활동뿐 아니라 방송 등 여러 예술 영역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영감을 주고받으며 활약하고 싶어요.”

민지 · 민선 · 민주
MINJI · MINSUN · MINJOO

‘배구 세 자매’로 통하는 2007년생 민지, 2010년생 민선, 2012년생 민주는 광주광역시에서 무럭무럭 자라는 중이다. 초등학생 때 수영으로 남다른 운동신경을 뽐낸 민지가 맨 처음 배구를 하겠다고 선언하자 동생들도 따라나섰다. 광주체고 1학년인 맏언니 민지는 기복이 심하지 않고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김연경 선수를 존경해요. 2단 연결과 어택 커버, 디그가 정말 뛰어나거든요.” 광주체중 1학년인 민선이의 롤모델은 언니 김민지 선수다. “언니처럼 힘들어도 내색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해서 목표를 이루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치평초 5학년인 막내 민주는 언니들의 경기를 보러 갈 때마다 대신 긴장한다. “제가 경기를 뛰는 느낌이에요. 하지만 커서는 언니들보다 수비를 더 잘할 수 있을 거예요!” 한국인 아빠 김윤환과 카자흐스탄 출신의 엄마 이엘레나는 아이들의 든든한 서포터다. 이동부터 식단, 응원까지 부족함 없이 채워준다. 카자흐스탄 알마티와 광주에 사는 할머니를 보러 가는 것도 좋지만 세 자매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뭐니 뭐니 해도 아빠가 구워주는 맛있는 고기를 먹을 수 있는 가족 캠핑이다. 다 함께 광주 페퍼스타디움을 찾은 김연경 선수의 경기를 직관하러 가기도 한다. 셋이 전부 배구를 해서 가장 좋은 점은 배우고, 가르쳐주고, 가르쳐주며 배울 수 있다는 것. 서로에게 바라는 것을 묻자 민지·민선·민주가 똑같이 대답했다. “힘들 때 서로 의지하면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운동하자!” (VK)

포토그래퍼
장덕화
컨트리뷰팅 패션 에디터
김미진
헤어
한지선, 이에녹
메이크업
김지현, 오가영
세트
최서윤(Da;r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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