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각본가, 휴고 기네스와의 10문 10답
<보그>, <뉴욕 타임스>, <뉴요커> 등의 언론 매체 그리고 다양한 패션 브랜드와 협업해온 아티스트이자 시나리오 작가. 휴고 기네스의 국내 첫 개인전이 아스티에 드 빌라트 서울에서 6월 16일부터 8월까지 열린다. 이를 기념해 그와 나눈 10문 10답.
전시에서는 판화 작품 50여 점을 소개하는데요. 일상의 물건을 피사체로 한 작품이 주를 이룹니다. 이를 그림 소재로 삼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일상에서 사용하는 물건이 매우 아름답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추억이 쌓이는 것들이니까요.
판화 작업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한때 도공으로 일했습니다. 가마 문을 열 때의 긴장감과 기대감을 좋아했어요. 정확한 결과물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죠. 이런 놀라움을 판화에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시나리오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각색을 맡아 웨스 앤더슨 감독과 함께 오스카상 각본상 후보에 올랐으며, 야생동물 보호 기금 모금을 위한 단편 애니메이션 <I Will Always Remember You>를 작업하기도 했죠. 대부분의 시간에 그림을 그리고, 가끔 글을 씁니다. 현재 웨스 앤더슨의 새로운 영화를 작업하고 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일과 글을 쓰는 일은 각각 어떤 의미가 있나요? 모든 예술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은 종이에 자신을 표현하고, 어떤 사람은 몸과 목소리로 표현합니다. 개인의 관점을 음악, 연기, 건축, 무용, 노래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들려주는 것. 그것이 예술 아닐까요?
인스타그램 프로필에 적힌 ‘심심한 주부는 가끔 낙서를 한다(Bored housewife does occasional scribble)’는 위트 있는 문장이 인상 깊었습니다. 요즘 모습을 설명하는 걸까요? 그 문장은 오래전 인스타그램이 재미있고, 광고도 없고, 친구들과의 연락 수단이던 시절에 쓴 것입니다(웃음).
아내, 두 딸과 함께 브루클린에 거주하고 있다고요. 일상적인 소재를 많이 다루는 만큼 가족 또한 영감이 되어줄 것 같습니다. 아내 엘리엇 퍼켓(Elliott Puckette)은 뉴욕 카스민 갤러리(Kasmin Gallery)에 소속된 저명한 추상미술가입니다. 그녀는 정말 최고의 화가입니다. 큰딸 이자벨라(Isabella)는 건축을 공부했고, 지금은 도자기를 만들며 제 작업실에서 저를 돕고 있습니다. 작은딸 바이올렛(Violet)은 프랑스 문학과 시, 출판에 관심이 많죠.
브루클린에 스튜디오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작업을 위해 매일 ‘출근’하나요? 출근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도 꼭 작업실로 향합니다. 출근하는 것만으로도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림의 선은 유려하고 자유로우며, 색은 따뜻합니다. 이는 삶을 살아가는 자세나 태도와도 연관이 있을까요? 여러 어지러운 뉴스에도 불구하고 항상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본질적으로 인간은 비참해지기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유머 감각은 우리를 살게 하는 힘입니다. 저는 영국인이기 때문에 미묘한 유머와 아이러니를 즐기죠.
아스티에 드 빌라트의 제품에는 장인 정신이 깃들어 있습니다. 전시에서 소개하는 판화 역시 모든 과정이 완전히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그와 결을 같이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지점도 아스티에 드 빌라트에서 전시를 개최하게 된 계기일까요? 맞습니다. 아스티에 드 빌라트의 모든 것은 수작업으로 만들어 제품 하나하나가 독특하고 고유한 매력을 지니죠. 아스티에 드 빌라트의 화병, 컵, 화분과 다양한 도구를 갖고 있어요. 이런 물건들은 저에게 매일 기쁨을 줍니다.
전시가 열리는 서울에 대해 평소 어떤 이미지를 가졌는지 궁금합니다. 마지막으로 전시를 통해 만나게 될 한국의 관람객에게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휴고 기네스는 인사말을 한글로 적어 보냈다). 서울에 가본 적은 없지만 늘 서울에 대해 많은 기대감을 품고 있습니다. 서울을 방문한 적 있는 친구들은 서울에 대해 볼거리가 많은, 멋지고 흥미롭고 미래지향적인 도시라고 설명하더군요. 산, 패션, 화랑, 예술품, 궁궐, 한옥은 물론 독특하고 맛있는 음식까지 모두 인상적이었고, 서울 사람들이 반갑게 맞아주었다고 합니다. 여기 미국에서 우리는 뛰어난 연기와 독창성 있는 각본이 돋보이는 한국의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여러분의 아름다운 조국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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