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에스트라’, 차세음을 보면 떠오르는 사람들
이제 1, 2화만 방영된 드라마에 관해 이야기하는 건 조심스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tvN 드라마 <마에스트라> 1, 2화가 새삼 알게 해준 게 있었다. 우리는(시청자는) 천재에게 매혹되고, 그런 천재가 실력으로 ‘낡은 관행’을 부숴버리는 서사에 더 크게 매혹된다는 것이다. 배우 이영애가 연기하는 차세음은 전 세계에서 5%밖에 안 된다는 여성 지휘자다. 그녀는 러브콜을 보내는 최고의 오케스트라 대신 항상 해체 직전의 오케스트라를 맡아 기적을 이뤄낸 서사를 지니고 있다. 1화에서 ‘더 한강 필하모닉’ 단원들은 자신들과 상의 없이 지휘자를 불러온 것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차세음 앞에서 영화 <미션 임파서블>의 메인 테마곡을 연주한다. 차세음은 의도보다 실력을 먼저 파악한다. “김봉주 씨 7마디 첫 음이 몇 분 음표죠? 8분 음표. 그런데 16분 음표로 연주했어요. 실력이 안 되면 겸손해야죠.” 이런 캐릭터에 매혹되지 않는 건 어려운 일이다.
천재 마에스트라. 그래서 ‘차마에’로 불리는 여자. 차세음을 보면 당연히 ‘강마에’가 먼저 떠오를 것이다.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김명민) 또한 차세음 못지않은 실력 지상주의자였다. 하지만 차마에와 강마에는 매혹의 포인트가 다르다. <베토벤 바이러스> 방영 당시 강마에 신드롬이 일었던 것은 천재성보다는 리더십 때문이었다. 조직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그들을 성장시키는 리더. 그는 오합지졸이나 다름없는 단원들을 데리고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서사의 주인공이었다. 게다가 ‘똥덩어리’로 요약되는 강마에의 무자비한 사회성에 대한 매혹도 있었다. 당신들이 나를 어떻게 보든, 그리고 얼마나 자괴감을 느끼든 상관없다는 그의 태도는 대리만족의 쾌감을 일으켰다. 강마에에 비하면 차세음은 우아하게 들리는 말투에 그렇지 못한 가시를 심어놓은 정도다. 차세음 때문에 막내 단원에서 하루아침에 악장이 된 단원은 선배들의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된다. “저런 애들 조심해야 돼. 돈 없고 백 없는데 수 쓰는 애들…” 이 말을 듣게 된 차세음은 이렇게 되받아친다. “배워야 되는 게 아니고요? 아무것도 없는데 수를 써서 원하는 걸 얻는다… 그럼 알려달라고 해야지. 조심할 게 아니라.”
차세음에 대한 매혹과 포인트가 가장 가까운 인물은 음악계가 아니라 스포츠업계에 있다.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백승수 단장이다. 여러 종목의 선수단을 운영했고, 언제나 우승을 시켰으나 또 언제나 우승 다음에 해당 팀이 해체됐다는 서사도 차세음 못지않게 드라마틱하다. 팀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때마다 강한 반발에 부딪힌다는 것도 그렇다. 팀 케미에 문제가 되는 프랜차이즈 선수를 트레이드하고, 스카우트 팀장의 비리를 파헤치면서 균열을 내는 사람. 백승수는 이렇게 말했다. “박힌 돌에 이끼가 더 많을 겁니다.” 차세음 또한 1화에서 자신의 스승이기도 한 악장의 손가락에 문제가 있다는 것까지 파악하고 실력이 가장 뛰어난 막내 단원을 악장에 올린다. 전례 없는 서열 파괴에 단원들은 반발한다. 차세음은 이렇게 말한다. “계속 삼류 오케스트라로 남고 싶은 건가요? 관행대로, 순서대로 그렇게 다 타협하면 계속 이 자리겠죠.” 만년 꼴찌인 야구팀과 해체 직전의 오케스트라. 그리고 그들을 팩트 폭력으로 개혁시키는 리더의 이야기에 시청자들은 자신이 속한 조직의 모습을 빗대어 볼 것이다. 저렇게 누군가가 나서서 한번은 뒤집어야 할 텐데.
사실 <마에스트라>는 그러한 조직 개혁의 서사가 중심이 되는 드라마가 아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마에스트라>는 <필하모니아>라는 프랑스 드라마가 원작인 작품이다. 관련 정보를 찾아보니 주인공 차세음이 감추고 있는 비밀에 얽힌 이야기가 중심이고, 이를 극복하려는 주인공을 방해하는 사건이 펼쳐질 예정이다. 아무래도 ‘클래식 덕후’들이 기대할 법한 요소는 부족할 수도. 하지만 <스토브리그>를 보며 열광했던 직장인 시청자 입장에서는 차세음의 외로운 싸움이 기대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현실에서는 관행대로, 순서대로 타협하며 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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