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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시상식을 사로잡은 릴리 글래드스톤의 구찌 드레스

2024.03.12

아카데미 시상식을 사로잡은 릴리 글래드스톤의 구찌 드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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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모두의 시선은 영화 <플라워 킬링 문(Killers of the Flower Moon)>의 스타 릴리 글래드스톤(Lily Galdstone)에게 쏠렸습니다. 글래드스톤은 여우 주연상 후보에 오른 최초의 아메리카 원주민입니다.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식시카이트시타피(Siksikaitsitapi)와 니미푸(NiMíiPuu) 출신 배우에게는 더욱 기념비적인 순간일 수밖에 없었죠. 글래드스톤은 <보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금 이 감동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오직 저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알아요”라고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것에 대한 소감을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저뿐 아니라 훨씬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의미가 있어요”라고 덧붙였죠. 그녀는 올해 자신을 전 세계가 주목하는 배우로 만든 마틴 스콜세지의 작품을 떠올리며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준 주변 사람들에게 가장 감사하다고 전했습니다. “제 새로운 오세이지(Osage)족 출신 친구들과 가족들은 모두 이 영화가 이어준 인연이죠. 이번 시즌 내내 서로에게 힘을 실어준 아티스트와 디자이너, 스타일리스트, 그리고 작가들 말이에요”라고 말했습니다.

글래드스톤이 아카데미 시상식 레드 카펫 룩을 통해 원주민 공동체에 경의를 표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녀와 그녀의 스타일리스트 제이슨 램버트(Jason Lambert)는 이번 시상식 의상 제작에 사려 깊게 접근했습니다. 할리우드에서 가장 주목받는 레드 카펫 위에서 아메리카 원주민을 조명하는 디자인을 선택한 겁니다. 이번 의상은 구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사바토 데 사르노와 퀼워크 주얼리로 유명한 모호크(Mohawk), 크리(Cree), 코만치(Comanche)족 출신의 원주민 예술가인 조 빅 마운틴(Joe Big Mountain), 아이언호스 퀼워크(Ironhorse Quillwork)의 협업으로 탄생했습니다. 사르노는 “릴리는 놀라운 재능을 지니고 있어요. 이 역사적인 순간을 위해 구찌를 선택하다니, 영광이었죠”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여러 세대에 걸쳐 전해 내려온 원주민 디자인과 예술성을 담은 드레스를 제작한다는 건 그 자체로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어요. 이탈리아에서 이루어진 조와 그의 아내, 선샤인과의 협업은 저에게도 매우 특별한 순간이었습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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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토 데 사르노는 조 빅 마운틴과 함께 미드나잇 블루 컬러가 빛나는 벨벳 소재의 의상을 제작했습니다. 조 빅 마운틴은 “제가 활용하고 싶었던 건 릴리가 중요하게 생각한 색상이었어요”라며 뒷면의 정교한 장식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파랑과 초록, 빨강은 그녀에게 개인적으로 중요한 색깔이었죠. 그래서 더더욱 이번 의상에 담아내고 싶었습니다”라면서요. 글래드스톤이 피팅을 위해 드레스를 입어본 순간 손수 공들여 제작한 디테일이 더욱 빛났습니다. 글래드스톤은 “깃털과 비즈 하나하나에서 이들이 쏟은 사랑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어요. 구찌와 아이언호스가 지닌 각각의 럭셔리함이 한데 어우러진 드레스를 입는 건 제 오랜 꿈이었습니다. 너무 근사했어요. 감격했죠”라고 말했습니다.

릴리 글래드스톤의 아카데미 시상식 드레스 스케치. Courtesy of Gucci

빅 마운틴은 가운의 벨벳 케이프를 수작업하기 위해 위스콘신의 오네이다(Oneida) 보호구역 원주민 아티스트 팀을 모집했어요. 그리고 함께 216개의 퀼워크 꽃잎을 제작했죠. 프로젝트에 참여한 아티스트는 켄드릭 파울리스 크라우치(Kendrick Powless-Crouch), 조살린 메톡센(Jossalyn Metoxen), 세븐 오쉬카베위센스(Seven Oshkabewisens), 디온 제이콥스(Dionne Jacobs), 페이지 스케난도어(Paige Skenandore), 아리엔 스티븐스(Aryien Stevens) 등입니다. 선샤인은 “릴리, 구찌와 함께한 협업은 우리 가족을 비롯해 커뮤니티 전체에도 큰 의미가 있어요. 이들에게 원주민 예술가로서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건 엄청난 일이죠. 이번 기회는 우리가 그동안 꾸지 못했던 꿈을 꾸게 해주었습니다.”

원주민의 관점을 녹여낸 아카데미 시상식 드레스는 글래드스톤이 이전부터 계획했던 일입니다. 그녀는 “후보에 오른 것 자체가 역사적인 일이고, 그 순간은 모든 원주민이 공유할 테니까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오랜 전통을 지닌 퀼워크가 이브닝드레스에 특히 적합했다고 덧붙였죠. “퀼워크는 제가 사는 지역에서 가장 오랜 전통과 장인 정신을 지녔어요. 블랙피트(Blackfeet)족을 포함한 많은 부족들에게 문화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죠. 저는 머리 장식과 예복 등 다양한 형태의 퀼워크를 보며 자랐어요. 제가 처음으로 직접 산 귀걸이도 제 고향의 밥 테일피더스(Bob Tailfeathers)가 만든 퀼워크 귀걸이고요”라고 강조했습니다.

퀼워크 장식 작업 과정. Courtesy of Gucci

이 특별한 협업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지난 5월, 글래드스톤이 케어링 우먼 인 모션(Kering Women in Motion) 행사에 구찌와 조 빅 마운틴의 의상을 모두 입고 참석한 것이 불씨가 됐죠. 이후 이들은 의상을 함께 만들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이패션 럭셔리 브랜드와 원주민 아티스트가 아카데미 시상식을 위해 최초로 손을 잡게 된 겁니다. 글래드스톤은 “저는 항상 조의 멋진 작품을 중심으로 의상이 완성되길 바랐어요. 그의 손재주는 흠잡을 데 없고, 색에 대한 감각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신선하고 독특하죠. 그의 정교한 작품에서는 생명력이 느껴져요”라고 말했습니다.

아카데미 시상식 의상 제작 기회를 얻게 된 건, 빅 마운틴의 인생과 커리어에 중요한 이정표가 되어주었습니다. “릴리는 드레스를 디자인할 사람으로 누구든 선택할 수 있었어요. 인생의 기념비적인 순간을 위해서요. 하지만 저를 선택했죠.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며 예술가가 되고 싶어 했던, 그저 작은 원주민 꼬마였던 저를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원주민으로서 우리가 누구인지 잘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해요. 어떤 상황이든 우리는 여전히 모든 사람에게 우리에 대해 알리고 싶습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사바토 데 사르노와 조 빅 마운틴. Courtesy of Gucci
선샤인 빅 마운틴, 사바토 데 사르노 그리고 조 빅 마운틴. Courtesy of Gucci

이 인상적인 아카데미 시상식 룩은 제이미 오쿠마(Jamie Okuma), 케리 아타움비(Keri Ataumbi) 같은 현대 원주민 디자이너를 조명하려는 글래드스톤의 끊임없는 노력을 이어갔습니다. 그간 원주민 디자이너가 할리우드에서 주목받은 경우는 거의 없었기에 그녀의 행보는 더욱 뜻깊죠. 스타일리스트 램버트는 지금까지 해온 그 어떤 언론 홍보 활동보다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말합니다. “이번 시상식 시즌, 릴리와의 협업은 제 커리어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챕터 중 하나로 기록될 만큼 풍성하고 혁신적이었어요. 재능 있는 원주민 아티스트들과 장인들이 릴리의 룩에 생명을 불어넣는 데 도움을 주었죠”라고 말했습니다.

구찌와 조 빅 마운틴이 협업해 완성한 릴리 글래드스톤의 애프터 파티 드레스. Courtesy of Gucci

구찌와 조 빅 마운틴이 글래드스톤을 위해 제작한 드레스는 여기서 다가 아닙니다. 시상식의 공식 애프터 파티인 베니티 페어 아카데미 애프터 파티에서는 블랙 드레스를 선보였어요. 반짝이는 비즈 프린지와 퀼워크 네크라인이 특징이죠. 사바토 데 사르노는 “저와 팀 모두 릴리가 레드 카펫에서 빛나는 모습을 고대했어요”라며 감격스러워했죠.

구찌와 조 빅 마운틴이 협업해 완성한 릴리 글래드스톤의 애프터 파티 드레스. Courtesy of Gucci
Christian Allaire
사진
Getty Images, Gucci
출처
www.vogu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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