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우아함을 독차지할 드레스 트렌드
실제 허리보다 한참 밑에 있는 허리선, 드롭 웨이스트 드레스입니다.
내려앉은 허리선이라, 쉽게 생각해 로우 라이즈 패션의 다음 타깃이라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Y2K 스타일로 묶고 싶진 않군요. 그보다 더 고상하고 우아하거든요. 아래 두 벌의 런웨이 룩만 봐도 감이 올 겁니다.
오로지 길어 보이는 하체를 위해 아이템 불문 허리를 바짝 끌어 올리던 노력이 어쩐지 겸연쩍게 느껴지는 순간입니다. 관능적이고 쿨한 무드를 강조한 20년 전보다는 100년 전 코코 샤넬이 창조한 플래퍼 실루엣의 아름다움을 더 닮았지요.
물론 2024년 버전만의 특징도 있습니다. 직선적인 라인이 대표적이던 1920년대와 달리 비교적 타이트한 상체 핏으로 효과를 더 드라마틱하게 강조한 하우스가 많았죠. 모래시계처럼요. 한층 센슈얼해진 겁니다.
허리선의 위치는 모두 제각각이었습니다. 골반부터 엉덩이, 심지어 그보다 한참 아래인 허벅지나 무릎 쪽에 배치한 하우스도 있었지요. 현실성을 따진다면 골반 정도가 적당하겠지만요.
그보다 재미있는 건 상체와 하체를 구분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드레이프나 플리츠를 비롯한 주름 장식만 있는 게 아니었어요. 질 샌더처럼 빽빽한 프린지 장식으로 묵직함을 더할 수도, 토브처럼 아예 소재를 달리해 투피스 효과를 낼 수도 있는 겁니다. 케이트처럼 코르셋 디테일을 더해 밑단 대신 상체에 집중할 수도 있고요.
런웨이 룩으로 눈치챘겠지만 별다른 스타일링을 추가할 필요가 없습니다. 드레스의 실루엣 자체로 이미 충분하지요. 허리선이 낮다는 건 곧 허리를 조이지 않는다는 뜻, 여기에 맞춰 느슨하고 여유로운 무드를 내는 게 관건입니다.
멋 좀 안다는 셀럽들은 진작부터 이 실루엣을 살리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에밀리 라타이코프스키는 이미 토리 버치의 드레스로 지난해 멧 갈라를 장식했습니다. 엘사 호스크는 슬립 드레스를 연상케 하는 실키한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죠. 허리선이 V 모양으로 잡힌 켄달 제너의 블랙 드레스는 여름 데일리 룩으로 제격이겠군요. 튜브 톱 스타일에 발레 플랫을 더한 알렉사 청의 스타일은 또 어떻고요. 무엇보다 모두 애쓴 느낌이 없어 참 편안합니다. 뜨거운 여름에도 마음 편히 우아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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