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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수와 맞이하는 특별한 봄

2024.04.11

by 소희진

    설화수와 맞이하는 특별한 봄

    설화수의 봄은 부드럽다. 그리고 우아하다. 설화수의 집에서 개최된 ‘설화수 예술 & 헤리티지 클래스’에서 설화수가 빚어낸 아름다운 전통과 마주할 시간.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 가회동 대로를 천천히 걸어 올라가다 보면 만물이 소생하는 봄의 기운과 새로운 계절의 향기로 가득 채워진 곳이 나온다. 바로, 북촌에 위치한 설화수의 플래그십 스토어다. ‘북촌 설화수의 집’이라 불리는 이곳은 1930년대의 한옥과 1960년대의 양옥을 연결해서 공간을 디자인해 전통과 현대의 미감이 돋보이는 더없이 설화수적인 공간이다. 전통과 현재가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설화수의 철학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북촌 설화수의 집에서 지난 4월 2일부터 ‘설화수 예술 & 헤리티지 클래스’가 열리고 있다. 감각의 폭을 넓혀 오감이 즐거워지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이 클래스는 설화수가 지향하는 예술과 헤리티지로 빚어낸 아름다움을 느끼기에 충분한 시간을 마련해준다.

    ‘설화수 예술 & 헤리티지 클래스’는 북촌 설화수의 집 ‘도슨트 투어’를 포함해 한지 사진작가 최영무가 촬영해준 즉석 프로필 사진을 한지에 남기는 ‘한지 사진 촬영’, 설화수의 향을 오감으로 체험하는 ‘헤리티지 향 클래스’, 그리고 알찬 ‘기프트’와 함께 다과를 즐기는 풍성한 시간으로 구성된다. 특히, 헤리티지 향 클래스에서는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설화수의 향을 듣고 느끼며 룸 스프레이 & 한지 샤쉐 세트를 직접 만들 수 있는데, 한지 샤쉐는 한지로 자연을 그리는 양지윤 작가가 제작에 함께했다. 클래스는 매화차를 비롯해 약과, 연근칩과 귤칩으로 구성된 다과를 즐기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오랜 시간 긴 여운이 남을 설화수 집에서의 추억, 이를 선사해준 최영무 작가와 양지윤 작가를 만나 대화를 나눴다.

    한지로 마음을 어루만지는
    양지윤 작가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자연에서 받은 심상을 공기 중에 그려내는 작가 양지윤입니다. 따스한 질감과 투명도를 가진 한지를 주재료로 오브제를 만들고 이를 확장한 공간 설치 작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을 지나 봄이 오는 3월에 발견할 수 있는 햇살과 새순처럼 익숙하지만 새로운 것들의 의미를 담아 작업하고자 지은 ‘오! 마치(Oh! March)’라는 이름의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Q. 지금까지 해온 작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요?

    A. 그동안 한지를 활용한 행잉 오브제로 설치 작업을 주로 선보였는데요. 그중 ‘랄랄라’는 봄을 맞이해 느끼는 긍정적인 감정을 무, 당근, 민들레 등과 같은 식물로 표현한 인스톨레이션 작품입니다. 봄의 아스라한 느낌은 한지에 한복 천을 결합해 표현했고, 민화의 담채 기법을 응용해 파스텔 톤으로 그러데이션을 줬죠. 봄의 산뜻함을 가까이에 두고 간직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표현했습니다.

    Q. 한지를 사용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A. 친환경 종이를 찾다가 한지를 만났어요. 산림을 훼손하지 않고 풀처럼 성장이 빠른 1년 미만의 어린 닥나무의 껍질을 원료로 한다는 것뿐 아니라 표백 과정에서 화학 약품이 아닌 양잿물과 강한 햇빛을 이용한다는 점도 매력적이었죠. 그러다 점차 한지의 물성 자체에 매료되었는데요. 한지를 보고 만질 때 기분이 참 좋았어요. 얇은 순지는 빛을 온화하게 머금고 두툼한 삼합지는 잘 눌러 놓은 솜처럼 따뜻하죠. 제가 느끼는 한지의 아름다운 특징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었습니다.

    Q. 한지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요?

    A. 제가 생각하는 한지의 매력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아름다운 빛 투과성입니다. 한지를 양손에 펼쳐 들면 빛이 투과되면서 섬유가 얼기설기 얽힌 걸 볼 수 있어요. 그래서 낱장의 한지도 중첩되면 새로운 매력이 더해지죠. 두 번째는 닥섬유가 살아있는 테두리입니다. 부드러운 바람결을 연상시키는 이것이 한지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것 같아요. 제가 직접 한지를 뜨게 된 것도 이 두 가지 매력 때문입니다. 테두리의 닥섬유까지 한 시야로 볼 수 있도록 작고 얇게 한지를 뜨죠. 쓸모를 염두에 두지 않은 선택으로 한지는 저에게 수단이 아닌 그 자체로 조형 언어인 것 같아요.

    Q. 이번에 선보인 한지 샤쉐는 매화 형태를 지녀 더욱 특별한 것 같습니다. 매화 디자인을 사용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A. 이번 한지 샤쉐는 실용성에 가장 초점을 두고 만들었습니다. 매화는 설화수의 원료 중 계절적 특성을 표현할 수 있어 선택했습니다. 닥죽을 섞은 물에서 매화 형태의 한지를 직접 떠내는 방식으로 만들었죠. 전통적인 기법에 변주를 준 것인데요. 정해진 기간 내에 많은 수량을 일정하게 떠내야 했기 때문에 좀 힘에 부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즐거운 과정이었습니다. 반복 작업을 통해 정신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Q. 평소 설화수를 어떤 브랜드라고 생각했나요?

    A. 저에게 설화수는 그리움을 상징하는 것 같아요. 저희 엄마는 설화수가 거의 처음 론칭되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사용하고 계신데요. 어릴 때 엄마가 화장품을 바르시는 걸 구경하곤 했어요. 그래서 설화수라는 이름 그리고 그 향기를 접하면 엄마가 떠올라 애틋한 감정이 듭니다.

    Q. 특별히 좋아하는 제품이 있다면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엄마와 연결된 특별한 추억을 주는 제품이 있습니다. 바로 옥용팩인데요. 제품을 발라 갈색으로 뒤덮인 엄마 얼굴을 무서워했던 기억이 있어요. 엄마도 그걸 알아서 팩을 바른 후 ‘어흥’하며 겁을 주면서 꺄르르 하고 도망가시곤 했죠. 그리고 몇 분 뒤에 팩을 제거하고 뽀얗고 반짝이는 얼굴로 나타났는데, 그게 참 신기하고 재미있었어요.

    Q. 헤리티지 정신으로 전통의 아름다움을 이어간다는 측면에서 설화수와 작가님은 같은 행보를 걷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설화수와의 협업은 작가님께 어떤 의미인가요?

    A. ‘설화수와 언젠가 협업을 할 수도 있겠다’라고 혼자 어렴풋하게 생각해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 보통 제안을 받으면 다각도에서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을지 깊게 고민하고 결정하는 편인데요. 이번 경우는 큰 고민 없이 수락했던 것 같습니다.

    Q. 북촌 설화수의 집에서 진행되는 ‘예술과 헤리티지 클래스’를 통해 어떤 걸 전하고 싶었나요?

    A. 제 작업을 접하는 분들께 전하고 싶은 감정이 있다면 위로입니다. 살아갈수록 이 세상에서 하나의 생명체로 존재하는 것 자체가 참 고된 일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수려한 공간에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경험을 하신 후 일상으로 돌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Q. 작가님이 생각하는 ‘전통’, ‘헤리티지’는 무엇인가요?

    A. 저에게 체화된 에너지인 것 같습니다. 작업할 때 전통이라는 키워드를 의식하진 않습니다만 한지를 주재료로 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 같아요.

    Q. 사람들에게 어떤 작가라는 평을 듣고 싶으신가요?

    A. 오랜 세월이 흘러 할머니가 되어도 작업하는 게 꿈인데요. ‘꾸준하고 성실하게 성장하는 창작자’라고 기억되고 싶습니다.

    한지에 추억을 보관하는
    최영무 작가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포토라이프 스튜디오를 운영 중인 최영무입니다. 프로필, 증명사진, 가족사진 등 기본 촬영은 일반 스튜디오에서 하는 작업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만, 인화지에 대해 관심이 많은 편이라 판화지, 천 소재 등 종이 자체의 독특한 느낌을 살려 인화하고 있습니다.

    Q. ‘한지와 사진의 결합’, 생소하지만 작가님의 작품들을 보다 보면 작가님의 사진에서만 느낄 수 있는 따스함과 멋이 있더라고요. 어떻게 사진에 한지를 접목하게 되었나요?

    A. 한지에는 한국 전통의 색감과 결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재료가 사진과 만났을 때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지 사진을 시도하게 됐습니다.

    Q. 한지를 사용하게 된 특별한 계기 혹은 한지의 매력에 빠지게 된 계기가 있나요?

    A. 개인적으로 흑백 사진을 좋아하는데, 흑색과 백색 사이의 스펙트럼을 더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는 용지가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던 찰나에 한지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겹으로 이루어진 한지는 일반 서양지와 다르게 색을 흡수하면서도 투과해 깊이 있는 색 표현이 가능하죠. 그리고 말로는 쉽게 표현할 수 없는 우리나라 고유의 감성이 있습니다.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한지는 천년이 가도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 보존성도 매우 뛰어나죠. 한지 사진의 매력을 세계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Q. 한지는 다른 재료에 비해 물성이 많이 다를 것 같아요. 작업할 때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것은 무엇인가요?

    A. 한지는 다른 용지에 비해 섬세하기 때문에 프린트할 때 아주 작은 차이로도 결과에 큰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습도, 온도, 빛 등의 영향을 모두 받기 때문에 한지 자체를 보관하는 것에도 많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Q. 평소 설화수를 어떤 브랜드라고 생각했나요?

    A. 우리나라 고유의 원료를 사용해 대한민국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설화수는 원료뿐 아니라 패키지, 색감을 통해서도 우리나라의 전통을 잘 표현하는 브랜드라 한지와도 매우 잘 어울리죠.

    Q. 특별히 좋아하는 제품이 있다면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윤조에센스. 퀄리티가 높은 제품을 선호하는 아내가 매우 좋아합니다.

    Q. 헤리티지 정신으로 전통의 아름다움을 이어간다는 측면에서 설화수와 작가님은 같은 행보를 걷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설화수와의 협업은 작가님께 어떤 의미인가요?

    A. 한지 사진만이 표현할 수 있는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싶었던 제 개인적인 욕심이 설화수와 만나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사진에 어떻게 더 깊이 있게 표현해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고유의 느낌’이라는 기준을 어떻게 정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좀 더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Q. 북촌 설화수의 집에서 진행되는 ‘예술과 헤리티지 클래스’를 통해 어떤 걸 전하고 싶었나요?

    A. 전통과 예술이 만나 증폭되는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그저 단순한 한옥, 기와, 그리고 한지에 인화되는 사진이 아니라 여러 전통적인 요소들이 만났을 때 낼 수 있는 시너지의 아름다움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Q. 작가님이 생각하는 ‘전통’, ‘헤리티지’는 무엇인가요?

    A. 전통은 한 민족의 정수에 담겨있는 감성 그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선조들로부터 내려오는 것을 넘어서죠. 그 안에 담긴 가치는 그 깊이와 폭을 가늠하기가 어렵습니다. 앞으로도 전통이 이어지게 하기 위해서는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가 꾸준히 받아들이고 연구하면서 이어 나가야 한다는, 일종의 사명감을 가져야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Q. 인물 사진을 많이 찍는 입장에서 아름다움에 대해 정의한다면요?

    A. 아름다움은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기에 어떤 인물을 찍든 그 프레임 안에서 이미 완성된 상태의 아름다움이 그저 사진으로 찍혀 나오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A. 한지 사진을 더 깊게 연구하고자 합니다. 한지를 사용해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많은 사람들에게 한지 사진의 매력을 전달하고 싶습니다. 또 우리나라의 아름다움을 한지로 표현하는 작업을 이어 나가고 싶습니다.

    설화수 예술 & 헤리티지 클래스는 카카오톡 선물하기 기프트X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설화수 예술 & 헤리티지 클래스

    -운영기간: 4월 2일(화) ~ 4월 28일(일), 매일 4 타임 운영(11시, 13시, 15시, 17시) * 월요일 휴무
    -장소: 설화수의 집(서울시 종로구 북촌로 47)

      Content Editor
      소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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