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브라운이 꼽은 최고의 패션쇼
누구나 좋아하는 패션쇼가 있습니다. <보그> 사무실에선 늘 패션쇼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의상과 무대, 특별한 퍼포먼스 또는 이 세 가지가 어우러진 패션쇼는 가장 재미있는 엔터테인먼트이기 때문이죠. 최근에 각자가 생각하는 가장 잊을 수 없는 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 질문에 가장 잘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패션 디자이너’라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시즌마다 8분 정도(톰 브라운의 경우 45분) 길이의 쇼를 선보이기 위해 의상부터 컨셉을 직접 만들어내는 사람들 말입니다.
‘가장 좋아하는 자신의 패션쇼’와 ‘최고로 꼽는 다른 디자이너의 쇼’는 어떤 것인지 두 가지 간단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찻잎 점을 보기 위해 컵 속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그들의 대답은 놀라움과 기쁨을 선사하며 ‘아, 이건 정말 말이 된다’는 생각이 들게 할 것입니다. 알렉산더 맥퀸, 헬무트 랭 등 이 목록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디자이너가 몇 있긴 하지만, 특정 컬렉션이 두 번 이상 언급된 디자이너는 3명에 불과합니다. 마크 제이콥스를 시작으로 사바토 데 사르노, 시몬 로샤, 피터 뮐리에를 비롯해 안나 수이, 이자벨 마랑, 톰 브라운 등 현재 활약하고 있는 이 시대 디자이너들이 말하는 패션쇼를 만나보세요.
톰 브라운
당신이 참여한 컬렉션 중 가장 기억나는 쇼는 어떤 것인가요?
피티 우오모에서 선보인 2009 F/W 컬렉션입니다. 유럽에서 선보인 첫 번째 쇼이기도 하죠. 일렬로 늘어선 모델들, 단순 업무를 수행하는 모습, 유니폼이 상징하는 엄격함과 반복성 등 하나의 아이디어가 컬렉션 전반을 관통하는 쇼였어요. 각자의 개성을 오히려 더 빛나게 만드는 단조성! 지금 봐도 여전히 멋집니다.
다른 디자이너의 쇼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쇼를 꼽는다면요?
크리스찬 디올 2005 F/W 꾸뛰르, 칼 라거펠트의 샤넬 2005 F/W 꾸뛰르, 그리고 크리스찬 라크루아 2005 F/W 꾸뛰르 쇼예요. 다른 디자이너의 쇼를 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제가 지금과 같은 컬렉션을 선보이게 된 이유이기도 하죠. 이 쇼들은 옷 이상의 것을 보여주었거든요. 오직 이 순간만을 위해 창조된 세계로 사람들을 데려가, 그들로 하여금 질문하고 생각하고 꿈꾸게 했죠. 순수한 창의성과 장인 정신이 담겨 있어, 쇼를 한다면 이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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