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 마스카라와 렌즈로 완성하는 가을 뷰티
강렬한 아름다움을 넘어 은밀한 눈속임까지. 컬러 마스카라와 컬러 렌즈라는 가을 뷰티 치트 키.
COLOR MASCARA
나는 컬러 마스카라 트렌드를 비교적 일찍부터 좇았다. 학창 시절부터 메이블린 뉴욕 로얄 블루 마스카라를 바르기 시작했다. 강렬한 청록색 마스카라를 대학 입학 전부터 시도하기도 했다. 나는 입생로랑 뷰티의 색조 라인인 ‘바이닐 꾸뛰르’ 청록색 마스카라 샘플을 수년간 모아두었다. 그 제품의 공급이 꽤 오랫동안 중단되었기 때문이다. 그 마스카라는 이름에 걸맞게 속눈썹에 래커 칠을 해주는 느낌이었다. 그 시절 밝은 컬러 마스카라는 뜻밖의 충격을 선사하는 용도였다면, 오늘날은 미묘한 변화를 목적으로 하며 뷰티 월드에서 립스틱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에르메스 2024 가을/겨울 패션쇼에 발랄한 모델들 열댓 명과 런웨이를 누빈 모델 아메리카 곤잘레스(América González). 그녀는 ‘트레 데르메스 리바이탈라이징 케어 마스카라’의 체리 브라운 컬러를 바른 눈을 깜박이며 말했다. “아주 마음에 들어요. 버건디나 테라코타와 거의 비슷한 굉장히 부드러운 레드죠. 바르면 눈이 정말 우아하게 보여요.” 칸영화제에 참석한 배우 릴리 글래드스톤(Lily Gladstone)은 ‘르 루즈 프랑세(Le Rouge Français)’의 네이비 래시 틴트를 발랐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닉 바로스(Nick Barose)는 컬러 마스카라를 일컬어 “지나치게 꾸미지 않아도 돋보이게 해준다”고 말한다. 그의 말마따나 은은한 밤색의 마룬 컬러 마스카라는 홍채를 부각시키는 시각 효과 덕분에 전 세계적으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요즘 사람들은 페이스 메이크업을 과하게 하지 않아요.” 메이크업 아티스트 샘 바이서(Sam Visser)가 말했다. “남들 모두 하는 메이크업을 그대로 따라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이 많아요. 그들은 차별화된 아름다움을 원하죠.” 그는 최근 팝 스타 두아 리파의 속눈썹을 갈색으로 칠했다. 그리고 디올쇼 아이코닉 오버컬의 블루 컬러를 두툼하게 바르는 것을 좋아한다. ‘콰이어트 럭셔리’와 ‘드뮤어’라는 트렌드도 컬러 마스카라 열풍에 한몫한다. “아이라이너로 눈꼬리를 길고 두껍게 그리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사람들을 몸서리치게 만들죠.” 바이서가 웃으며 말했다. “반면 컬러 마스카라는 정교한 메이크업 기술을 연마하지 않아도 한 번쯤 도전해볼 수 있죠.”
그리고 이제 그런 욕망을 자극하는 신제품이 당신의 선택을 기다린다. 앞서 말한 에르메스 ‘트레 데르메스 리바이탈라이징 케어 마스카라’의 라피스라줄리(청금석), 모스 그린, 바이올렛 컬러, 라반 ‘페이머스 탑코트’의 실버 컬러, 샤넬 뷰티 ‘느와르 알뤼르’의 라일락, 토마토 레드, 러스트 오렌지 컬러 등 선택의 폭이 넓다. 컬트 수준의 인기를 누린 메이블린 뉴욕 ‘스카이 하이 마스카라’는 최근 쿨 브라운(Cool Brown) 색조를 더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크리니크 ‘하이 임팩트 마스카라 #블랙 허니’는 이들의 상징적인 ‘올모스트 립스틱 #블랙 허니’의 플럼 컬러에서 힌트를 얻어 탄생한 것으로, 누구나 돋보이게 한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검붉은 립스틱이 입술을 돋보이게 했다면, 이젠 그 색을 속눈썹에 채색할 차례다.
COLOR LENS
무대 위 아티스트와 시선이 마주친다. 화려한 조명 아래 반짝이는 두 눈동자는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 원초적인 아름다움의 표본이다. 이처럼 신비로운 눈빛을 탑재하기 위해 다수의 아티스트들이 컬러 렌즈를 활용한다. 컬러 렌즈가 대한민국에서 대중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 컬러 렌즈를 착용하고 대중 앞에 선 트렌드세터는 이본이다. 사회 문화적으로 다소 보수적인 색채를 지닌 당시, 까무잡잡한 피부에 컬러 렌즈를 더해 남다른 개성을 표출하며 대중에게 각광받은 것이다. 이후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K-팝 그리고 아이돌과 함께 컬러 렌즈는 무대화장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는데, 이는 2010년대 중반부터 더 유행했다. 특히 블랙핑크의 제니는 2017년 ‘마지막처럼’ 활동 당시 그레이 톤의 컬러 렌즈를, 선미 역시 ‘가시나’ 무대에서 그레이 렌즈로 몽환적이면서도 강렬한 이미지를 연출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그리고 이들의 메이크업 하우투 영상을 제작하는 디지털 크리에이터의 증가로 대중적인 뷰티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무대 메이크업에서 컬러 렌즈의 시너지는 상상을 초월한다. 눈동자 색을 바꾸는 것 이상으로, 전혀 다른 이미지를 창출하니까. 특히 그레이나 브라운 계열의 렌즈는 몽환적인 느낌을 더한다. 일례로, 제니가 착용한 렌즈는 작은 지름 덕분에 자연스러우면서도 눈을 강조하는 효과를 주었고, 에스파 윈터는 밝고 시원한 그레이 컬러로 여름 무대의 청량함을 표현하는 식이다. 이런 렌즈는 메이크업의 완성도를 높이는 일등 공신이다. 남자 아이돌 역시 컬러 렌즈를 자주 착용하며 무대에서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대표 주자인 방탄소년단의 뷔는 그레이나 블루 계열의 렌즈를 자주 착용해 그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고, 특히 ‘피 땀 눈물’ 무대에서 몽환적인 분위기와 어우러지며 그 매력은 배가됐다. 엔하이픈의 제이크 역시 컬러 렌즈의 최대 수혜자다. 평소 단정한 인상이지만, 그가 그레이, 블루 계열의 렌즈를 착용했을 때 ‘브로트 더 히트 백’과 같은 강렬한 퍼포먼스는 아티스트를 한층 돋보이게 만든다. 눈동자 색을 바꿔 얼굴의 전체적인 인상이 달라지고, 곡의 분위기와 무대 연출을 강화한 시너지 사례다.
눈의 크기와 윤곽을 강조할 수 있어 또렷한 인상을 주는 역할은 보너스다. 그래서 아이돌은 무대에서 조명과 카메라 각도에 따라 눈이 어떻게 보일지 신경 쓰며, 이들의 눈빛을 더욱 강렬하고 생동감 있게 표출할 수 있는 컬러를 선택한다. 대중도 이런 시류에 편승해 컬러 렌즈를 이용한 스타일 변신에 한창이다. 다시 말해 컬러 렌즈는 은밀하되, 강렬하게 시선을 사로잡는 방법인 것이다.
효과적인 메이크오버를 위해 살펴야 할 체크리스트가 있다. 먼저, 렌즈 색에 맞춘 메이크업이다. 섀도, 라이너, 립스틱 컬러를 조화롭게 선택하자. 과하게 꾸민 것이 컨셉이 아니라면 렌즈 컬러와 아이 메이크업의 톤을 맞추고, 립 메이크업도 눈빛이 돋보이는 정도로 조절할 것. 청결은 기본이다. 눈 관리를 위해 렌즈 착용 전후로 손을 깨끗이 씻고, 렌즈는 눈에 직접 닿는 제품이므로 화장을 마치기 전에 착용할 것을 권한다. 프리랜스 메이크업 아티스트 오미영 역시 반드시 베이스 메이크업을 마친 뒤 컬러 렌즈를 바로 착용하는데, 이는 눈동자 색에 맞춰 색조를 조율하기 위함이다. 메이크업 후 렌즈를 끼면 화장품이 묻을 수 있으며, 이는 눈을 자극할 수 있으므로 렌즈를 끼기 전 메이크업을 모두 끝내는 것이 안전하다고 권한다. 너무 복잡하거나 비현실적인 패턴의 렌즈는 자연스러운 미적 효과를 해칠 수 있으니, 자신의 눈동자 색과 얼굴형에 어울리는 렌즈를 선택해 메이크업이 부담스럽지 않도록 하라는 조언도 더했다.
결국 자연스럽게,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며, 타고난 이미지를 바꿔주는 컬러 렌즈 유행은 계속될 전망이다. 먼저 홍채의 자연스러운 패턴을 모방한 디자인부터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과거처럼 극적으로 눈동자 색을 바꾸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눈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렌즈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선택지도 늘었다. 브라운, 라이트 그레이, 오렌지 브라운 같은 미묘한 색상을 비롯해, 자신의 헤어 컬러와 유사한 톤을 선택해 실패 확률을 낮출 것. 또 산소 투과율을 높인 고급 소재를 사용했는지, 4시간 이상 착용해도 눈이 편안한지 사전 점검은 필수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점차 새로운 기술과 소재의 도입으로 더없이 발전할 컬러 렌즈의 열기 속에서 당신은 어떤 눈빛을 뽐내고 싶은가? (VK)
- 글
- ARDEN FANNING ANDREWS, DAHYE O
- 아트워크
- JIM LAMB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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