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지엔은 잠깐 비켜줘요, 지금은 뉴욕 ‘모닝 맨해튼 걸’의 시대
뉴욕발 미니멀리즘이 새로운 판타지로 떠올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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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지 트렌치, 납작한 발레리나 슈즈, 헝클어진 헤어스타일. 아주 오랫동안 패션계의 이상형은 파리지엔이었죠. 그런데 요즘 뭔가 달라졌습니다. 틱톡 피드는 물론 패션쇼 프런트 로, 그리고 웨스트 빌리지 거리에선 새로운 실루엣이 조용히 한자리를 차지하는 모습이거든요. 이름하여 ‘모닝 맨해튼 걸’ 룩입니다! 파리지엔도 슬슬 긴장하는 눈치죠.
파리지엔, 잠깐 비켜줘요
모닝 맨해튼 시크란 이런 거예요. 준비 5분 컷으로 입고 나온 것 같은데 어딘가 완벽하게 정돈된 룩이랄까요? 야구 모자, 새하얀 탱크 톱, 와이드 블랙 팬츠 혹은 스트레이트 데님, 로퍼, 슬림한 선글라스, 어깨에 걸친 가벼운 재킷, 미니멀한 토트백, 그리고 손에는 오트 밀크 말차 라테 한 잔. 인스타그램을 위한 게 아니라 진짜 일상을 위한 옷이죠. 완벽한 핏과 소재로 무장했지만 절대 티를 내지 않는, 절제된 감각이 핵심이에요.

셀럽들이 이 트렌드를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제니퍼 로렌스가 와이드 팬츠에 트렌치 코트, 로퍼, 화이트 플립플롭 차림으로 맨해튼에 나타날 때마다 데일리 룩 기사가 쏟아지죠. 조 크라비츠는 조용한 럭셔리보다 한 박자 더 느슨하고 자유로운 방식으로 이 미니멀리즘을 표현하고요. 데이지 에드가 존스는 칸까지 가서 이 무드를 고수했고, 헤일리 비버는 블랙 레깅스에 오버사이즈 트렌치와 슬림한 선글라스 조합을 반복하고 있죠. 뉴요커 파파라치 컷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케이티 홈즈는 가장 평범한 베이식 아이템을 유니폼처럼 완성합니다. 마지막으로 한때 보헤미안 럭셔리의 아이콘이었던 올슨 자매는 지금 모닝 맨해튼 시크의 가장 강력한 레퍼런스가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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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린 베셋 케네디라는 영원한 영감
<더 컷>은 최근 웨스트 빌리지의 여성들을 두고 “화이트 탱크 톱, 라이트 데님, 레트로 스니커즈라는 비공식 유니폼을 입고 무리 지어 다닌다”고 했습니다. 사실 이 뉴요커 트렌드에는 꽤 오래된 DNA가 흐르고 있는데요. 바로 캐롤린 베셋 케네디죠. 흠잡을 데 없는 블랙 코트, 스트레이트 팬츠, 화이트 셔츠, 거의 금욕주의자에 가까운 심플함! 30년이 지났는데도 그녀의 1990년대 미니멀리즘은 여전히 패션계를 유령처럼 떠돌고 있죠. 모닝 맨해튼 걸이 상징하는 건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입니다. 팬데믹 이후 글로벌 판타지가 된 뉴욕의 일상을 상상해보세요. 이른 아침의 필라테스, 친구들과의 우아한 디너, 귀에 꽂은 이어폰, 아디다스 삼바, 어깨에 두른 스웨터, 완벽하게 뉴트럴한 오버사이즈 재킷까지. 요란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 강력한, 반복에서 오는 아름다움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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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하우스가 이 흐름을 놓칠 리 없습니다. 샤넬은 지난 공방 컬렉션을 맨해튼 지하철역에서 선보였고, 구찌는 브로드웨이 한복판에서 런웨이를 펼쳤어요. 지난 5월 20일 루이 비통은 뉴욕 프릭 컬렉션에서 2027 크루즈 컬렉션을 발표했죠. 유럽 하우스가 뉴욕을 단순한 시장이 아니라 문화적 흐름으로 적극 활용하기 시작한 거예요. 빠르게 걷고, 지하철을 타고,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미팅과 디너를 오가면서도 절대 흐트러지지 않는 도시의 에너지야말로 지금 패션이 가장 원하는 것이니까요. 마이크로 트렌드와 과잉 레퍼런스 시대가 서서히 저물면서 모닝 맨해튼 무드는 오히려 더 굳건해지고 있습니다. 2026년의 진짜 럭셔리는 이른 아침부터 완벽한 애슬레저 룩을 아무렇지 않게 완성하는 것일지도 몰라요. 파리지엔도 똑같이 시도하는데, 왠지 결과물이 다르죠. 그게 뉴욕만이 지닌 힘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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