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와 보석이 완성한 어떤 영화

2026.06.24

여자와 보석이 완성한 어떤 영화

여자와 영화, 그리고 반짝이는 순간을 담은 장면들.

꽤 확고한 영화 취향을 지닌 나로서는 세상의 모든 영화를 보았다고 단언할 순 없다. 그러나 오래 기억에 남는 영화에는 교집합이 생긴다. 서사의 중심에 여성이 존재하는 것, 그리고 그 아름다움이 단순히 배우의 외모를 넘어 어떤 태도와 분위기로도 남는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여자와 보석과 영화라는 세계에 자연스럽게 끌린 것이 그때부터였는지 모른다.

그 감각을 가장 선명히 느낀 영화 중 하나는 <엘르>다. 이자벨 위페르 주연으로 폴 버호벤 감독은 극단적이고 불편한 상황을 쉼 없이 밀어붙인다. 하지만 위페르는 후프 귀고리와 금빛 반지를 절대 빼지 않는다. 투박한 듯 과감한 액세서리는 인물의 냉소와 결심을 드러내는 장치처럼 보였다. 보석으로 치장한 그녀는 무심하고 꼿꼿한 태도로 상황을 돌파해나간다. 그 모습을 보며 깨달았다. 영화 속 여성과 액세서리는 단순히 프레임의 장식 요소가 아니라는 걸 말이다. 때로 장신구 하나는 인물의 감정과 태도, 서사를 설명하는 언어다.

이렇듯 여성, 영화, 보석은 오래전부터 서로의 존재를 비추며 하나의 장면을 완성해왔다. 그레타 가르보의 아르데코 스타일,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다이아몬드 컬렉션, 오드리 헵번과 티파니앤코가 함께 구현한 이미지는 단순한 스타일을 초월해 시대의 여성상을 보여주는 결정적 순간이다. ‘은막의 보석’은 인물을 더 선명하게 각인시켜왔다. 덕분에 나는 영화 관람 후에도 배우의 연기보다 귀고리와 반지를 떠올리게 되었다. 어떤 장면은 대사보다 그런 작은 반짝임으로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그 관계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특히 올해 칸영화제에서 유난히 도드라졌다. 영화제는 공식 포스터로 <델마와 루이스>를 선택하며 여성 서사의 상징성을 환기했다. 아울러 정주리 감독은 올해까지 장편 연출작을 출품하며 여성 창작자의 존재감을 보여줬다. 그리하여 어느 해보다 많은 여성의 시선과 이야기로 빛났음은 물론이다. 당연히 그 장면과 장면 사이에 주얼리가 함께했다. 레드 카펫에 오른 수많은 셀러브리티 중에도 한소희의 등장은 강렬했다. 부쉐론(Boucheron) 글로벌 앰배서더 자격으로 참석한 한소희는 메종의 발원지 방돔 광장 26번가에서 영감을 받은 ‘2026 이스뚜아 드 스틸(Histoire de Style)’ 컬렉션을 착용했다. 창립자 프레데릭 부쉐론이 바라보던 파리의 시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목선을 따라 유려하게 흐르던 ‘스파크(The Spark)’ 네크리스는 일품이었다. 1879년 프레데릭이 선보인 세계 최초의 잠금장치 없는 ‘퀘스천마크’ 네크리스를 재해석한 디자인으로, 프린세스 컷 다이아몬드가 유기적으로 이어지며 빛이 퍼지는 순간을 포착한 듯했다. 함께 착용한 ‘어드레스(The Address)’ 반지와 2025 이스뚜아 드 스틸 하이 주얼리 컬렉션 ‘길들여지지 않은 자연(Untamed Nature)’의 ‘로지에(Rosier)’ 귀고리 역시 함께 어우러져 발걸음과 손짓 하나하나에 우아함을 더했다. 그렇다고 보석이 배우를 압도하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그의 동작과 표정, 찰나의 분위기를 더 돋보이게 했을 뿐이다.

칸에서의 존재감은 레드 카펫에 머물지 않았다. 한소희는 오는 9월 론칭하는 부쉐론 네이처 트리옹팡(Nature Triomphante) 컬렉션의 ‘리에르 드 파리(Lierre de Paris)’ 액세서리를 착용하고 케어링 그룹이 주최한 ‘우먼 인 모션 어워즈(Women in Motion Awards)’ 디너에도 참석하며 여성 아티스트를 존중하고 조명하는 자리에 큰 의미를 더했다. 영화 산업 전반에서 여성의 목소리와 다양성을 확대하는 데 기여하는 ‘우먼 인 모션 어워즈’는 매년 영화 산업에 기여한 두 명의 여성을 선정해 시상하는 권위 있는 행사다. 부쉐론은 매년 이 행사에 함께하며 여성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조명하고자 한다. 메종의 또 다른 앰배서더 데이지 에드가 존스와 샬롯 르 본 등도 같은 공간에서 비슷한 조도의 빛을 발산했다. 부쉐론과 혼연일체가 된 한소희를 보며 나는 주얼리가 단순한 스타일링 이상의 역할을 했던 이자벨 위페르가 오버랩되었다. 이윽고 배우와 보석, 영화라는 서사가 교차하던 순간 나는 패션 화보를 위한 또 하나의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 한소희 뒤에서 위페르가 부쉐론 목걸이를 채워주는 장면! VK

박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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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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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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