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패션계에 다가올 큰 흐름은?

문화와 패션은 시대에 따라 새로운 스타일에 자리를 내어줍니다. 호세 크리알레스 운수에타(José Criales-Unzueta)가 앞으로 패션계의 큰 흐름은 무엇이 될지, 그 흐름이 럭셔리 패션을 살릴지 예견해봤습니다.
패션계의 분위기가 바뀌는 게 느껴지시나요?
우선, 지난 2024년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의 세계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빠르게 살펴보겠습니다. 마티유 블라지가 샤넬 패션 분야의 새로운 아티스틱 디렉터가 됐고, 그가 맡았던 보테가 베네타의 빈 디렉터 자리는 루이스 트로터가 이어받았습니다. 에디 슬리먼이 셀린느를 떠났고, 대신 마이클 라이더가 합류했습니다. 피터 코핑은 올해 초부터 랑방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지난해 9월 발렌티노에서 데뷔 컬렉션을 치른 후 올해부터 꾸뛰르 컬렉션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지방시의 사라 버튼과 톰 포드의 하이더 아커만은 2025 가을/겨울 쇼부터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킴 존스는 100주년을 맞은 펜디를 떠났으며, 그 자리는 여전히 공석으로 남아 있습니다.
위에 등장한 디자이너들과 그들이 만들어낸 미학 사이에는 공통분모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그들의 옷이, 달리 표현할 말이 없을 정도로 ‘원숙하다’는 겁니다. 이들은 디자이너들의 디자이너입니다. 이 점을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토록 많은 자리 이동이 있기 전 럭셔리 업계는 ‘젊음’에 집중했습니다. 알려지지 않은 2인자급 인물이 디렉터가 된다면 브랜드에 참신함과 함께 젊은 관점을 주입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알렉산더 맥퀸이 션 맥기르를 임명한 것과 구찌의 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사바토 데 사르노의 경우가 특히 그렇습니다.) 디자인 자체보다는 크리에이티브 방향을 감독할 인물이 필요해 젊은 디자이너들을 찾기도 합니다. 브루노 시아렐리가 떠난 후, 랑방이 퓨처에게 캡슐 컬렉션 디렉팅을 제안한 것이 그 예죠. 하지만 요즘의 추세는 다릅니다. 특히나 코핑, 버튼, 아커만의 기용은, 업계가 이제 참신함보다는 이미 검증된 고급스러움과 정교함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 디자이너들의 미학은 모두 다릅니다. 아커만은 더 날카롭고 슬림합니다. 버튼은 진정한 낭만주의자고, 코핑은 쓸쓸한 감성이 묻어나면서 클래식합니다. 그럼에도 미켈레의 장식적인 화려함과 펄럭이는 스커트, 또 블라지의 정교한 손길이 닿은, 이들의 결과물은 2025년 패션계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지에 대한 밑그림을 보여줍니다. 이에 대해 도버 스트리트 마켓 파리(Dover Street Market Paris)의 구매 및 판촉 책임자 닉 트랜(Nick Tran)은 “개성이 돌아왔다”고 말합니다.
단순함, 혹은 단일함
때때로 문화와 패션은 하나로 수렴하여, 시대를 정의하는 새로운 스타일에 자리를 내어줍니다. 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올 때 Y2K가 있었습니다. Y2K는 2022년, 소셜 미디어가 존재하기 전 시대에 대한 노스탤지어의 대표적인 형태로 돌아왔습니다. 스트리트 웨어는 버질 아블로의 손에 의해 럭셔리 패션이 되었으며, 팬데믹이 시작되기 전까지 가장 인기 있는 스타일이었습니다. 그러다 애슬레저가 부상했습니다. 요가 바지와 운동할 때 외에 밖에서도 입을 수 있는 운동복은 이전에도 유행했습니다. 하지만 이 옷들이 출근 룩은 물론, 저녁 식사 자리에서도 입는 일상복으로 자리 잡은 것은 팬데믹 이후였습니다. 미우미우, 구찌, 발렌시아가 등 하이 패션 브랜드들의 런웨이에 등장한 것도 그때부터였죠.
그 후 2년 동안은 ‘조용한 럭셔리(Quiet Luxury)’가 압도적인 미적 트렌드로 떠올랐습니다. ‘조용한 럭셔리’라는 용어 자체는 틱톡을 통해 유명해졌습니다. 절제된 미니멀리즘(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다고 하죠)이 이 트렌드의 특징입니다. 2023년 4월 화제가 된 소피아 리치의 결혼식은 Z세대 사이에서 단순하지만 잘 연출된 ‘올드 머니’ 룩의 표상으로 떠올랐습니다. 그런 다음에는 HBO 맥스의 인기 드라마 <석세션(Succession)>의 마지막 시즌이 방영됐습니다. 드라마 속 인물들은 다양한 톤의 그레이, 네이비, 베이지 컬러 로로피아나, 브리오니, 아르마니를 입고 등장했습니다. 그중 한 인물은 버버리 가방을 보고 ‘터무니 없이 크다’며 질색했습니다. 그 인물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를 드러내기 위한 장면이었습니다. 2024년, ‘조용한 럭셔리’라는 개념은 새로운 주류 트렌드가 되었습니다. 유니클로에서 제이크루에 이르는 중간급 브랜드들이 파이의 한 부분을 차지하였고, 비싼 명품 대신 대체품을 소비하는 ‘듀프 문화(Dupe Culture)’를 완전히 바꾸어놓았습니다.

‘조용한 럭셔리’가 압도적인 트렌드가 되면서, 사람들의 스타일은 획일화되었습니다. 이제 거의 모든 사람들이 똑같이 옷을 입습니다. 아마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겁니다. 네이비나 그레이, 레드 크루넥 스웨터 아래 흰 티셔츠를 입고, 하의는 슬랙스로, 신발은 단순한 블랙 컬러나 아디다스 삼바를 신은 모습을 말이죠. 모두가 알고 있듯, 패션이 한 방향으로 너무 치우치면 반동이 일어납니다.
“요즘은 지나치게 많은 정보에 노출되잖아요. 어떤 걸 좋아하라든지, 어떤 걸 사람들이 좋아한다든지, 그런 이야기도 계속 듣고요. 그러다 보니 직접 무언가를 느끼고 싶어 하는 심리가 생긴 듯해요.” 트랜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그런 것들이 이어져서 개성 있는 스타일을 찾는 것으로 나타난 거죠. 그동안 느끼지 못한 것들을 스스로에게 보상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그는 말합니다.
알고리즘의 피로
알고리즘 때문에 개성 있는 스타일이 사라지게 됐다면, 이 상황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할 겁니다. (페드로 파스칼(Pedro Pascal) 같은 스타나 제냐 등의 브랜드를 고객으로 두고 있는) 스타일리스트 겸 컨설턴트 줄리 라골리아(Julie Ragolia)의 분석은 이렇습니다. “과거에는 트렌드에 맞게 입으려면 모두 새것이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어요. 그게 문제였어요. 누구도 자기 자신을 위한 스타일을 입지 않았어요. 오직 남들을 위한 옷을 입었죠. 남들을 따라잡기 위해 옷을 빠르게 소비하기 시작했고, 로고도 그래서 중요해졌어요.” ‘조용한 럭셔리’가 급속도로 인기를 얻은 이유도 여기에 있었습니다. 이 스타일은 ‘ㅇㅇ코어’나 마이크로 트렌드, 바이럴되는 이미지에 따라 굴러가던 패션에 대한 일종의 반문화적 반응이었습니다. 옷의 ‘팔레트 클렌징’, 말하자면 스타일을 리셋한다는 의미가 있었던 겁니다.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가 알고리즘을 통해 우리에게 획일적인 감각을 훈련시키고 있어요.” 라골리아는 바로 마케팅이 ‘조용한 럭셔리’ 같은 개념을 포장하고 팔면서 획일적인 감각을 널리 퍼뜨리는 주범이라고 지목합니다. 최근의 구매 둔화 추세는 사람들이 덜 사는 대신 더 좋은 것을 구매한다는 의미이며, 그런 행동 자체도 트렌드에 부합하기 때문에 이런 추세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마이크로 트렌드가 포화 상태에 이르고 분열하면서 피로를 느낀 소비자는 무심한 태도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런 현상은 제품 단계에서 일종의 획일화가 이루어지는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트렌드 예측 기관 WGSN은 이런 ‘치유적 게으름(Therapeutic Laziness)’을 2025년의 톱 트렌드 중 하나로 꼽았습니다.
WGSN 여성복 부문 책임자인 사라 마지오니(Sara Maggioni)는 “복잡함을 최소화하고 극단적으로 단순한 형태를 받아들이는 것은 패션에서 매우 중요하게 눈여겨봐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합니다. “(제품, 정보, 소셜 미디어 트렌드 등이) 넘쳐나는 환경에선, 차분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며 마이크로 트렌드를 초월하는 ‘팔레트 클렌징’을 해주는 제품이 필요하게 되죠.” 그녀는 생계비 위기나 소비 우선순위 변화 같은 거대 사회 의제 역시 이런 트렌드를 한몫 거든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매일 ‘ㅇㅇ코어’ 같은 마이크로 트렌드의 홍수 속에 살고 있잖아요. 단순하고, 꾸밈없고, 친숙한 디자인의 제품이 공감을 얻는 걸 보면 알 수 있죠.”
‘조용한 럭셔리’가 모든 걸 획일화시킨 상황에서, 개성은 어떻게 새로운 흐름으로 끼어들 수 있을까요?
혼란 겪는 럭셔리 업계
그 문제는 아직 지켜봐야 알 수 있습니다. 올해 초 프리폴(Pre-Fall) 시장을 준비하기 위해 브랜드들과 함께한 미팅에서 트랜은 현 흐름을 “모든 게 뒤죽박죽인 듯한 느낌”이라고 말합니다. 자신이 만난 디자이너들에 대해서는 “모두가 혼란스러워하며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 고심 중이다”라고 전합니다. “지금 일어나는 모든 문화적 변화로 인해 앞으로는 독창적이면서도 감정을 건드리는 것들이 가장 눈에 띌 겁니다.”
트랜은 이런 변화의 스펙트럼에서 미니멀리즘에 근접한 브랜드로는 에르메스, 보테가 베네타, 더 로우 등이, 컨셉을 중심에 둔 브랜드로는 릭 오웬스와 꼼데가르송이 있다고 말합니다. 양쪽 모두 지금 가장 잘 통하는 것들을 보여주는 브랜드입니다. “아이디어에 집중하는 것, 항상 많은 것을 내놓기보다는 명확한 의도를 가지고 사려 깊게 만드는 것들이 중요하다”고 그는 말합니다. “작은 신생 브랜드들 사이에서도 이런 흐름이 보입니다. 자신의 의도를 반영해 자기 손으로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있죠.”
트랜은 이런 브랜드들이 대부분 럭셔리 업계의 판매 부진을 경험하지 않은 이유가 틈새시장 공략 덕이라고 말합니다. 이들은 구체적이고, 개성이 있으며, 시장의 획일성과는 반대됩니다. 화제가 된 릭 오웬스의 풍선처럼 부푼 부츠가 그랬고, 애플 마틴이 ‘르 발 데 데뷔탕트(Le Bal des Débutantes, 매년 11월 파리에서 열리는 패션 행사)’에 입고 나타나 그녀를 행사에 참석한 또래 여성들 사이에서 돋보이게 만든 미켈레의 발렌티노가 그랬습니다.

2025년에는 지금까지 중심에 있던 ’조용한 럭셔리’ 룩과 럭셔리 브랜드들의 우선순위 변화라는 두 요소가 합쳐질 것으로 보입니다. “‘조용한 럭셔리’라는 용어 자체는 지금까지 지나치게 많이 사용된 탓에 어느 정도 뒤로 물러나겠지만, 단순하면서 시대와 계절을 초월하는 디자인은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마지오니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녀는 여기에 몇 가지 요인이 있는데, 그중 쇼핑과 소비 습관 변화를 중요한 요인으로 꼽습니다. 이제는 사람들이 더 이상 과소비를 하지 않을 거라고 예측합니다. “더 적은 수의 더 나은 물건, 즉 오래가는 최고의 디자인과 내구성 좋은 품질을 갖춘 제품들을 생산하자는 발상과 핵심에 집중하는 디자인은 앞으로도 중요하게 여길 겁니다.”
단, 이 흐름으로 인해 사람들이 오직 트렌드를 거스르는 미니멀한 디자인의 옷만을 사지는 않을 거라고 마지오니는 말합니다. 개성 있는 스타일 역시 다시 돌아오게 될 거라는 예측이죠. “친숙함과 편안함은 계속 중요한 요소로 남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앞으로 더욱 정교하고, 과거 트렌드에서 레퍼런스를 찾을 수 있으며, 더 밝은 색상의 룩들이 눈에 띌 겁니다. 자기표현을 할 수 있고, 개성을 더욱 드러내는 ‘맥시멀리즘’적인 룩과 제품에 사람들이 다시금 관심을 갖게 될 거고요.” 라골리아나 트랜과 마찬가지로, 그녀 역시 지금의 구매 둔화 흐름이 이어질수록 기교와 품질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며, 다만 그것이 실제로는 개인적인 방식으로 드러날 것이라고 말합니다.
긍정적 전망
2024년은 럭셔리 브랜드에는 복잡한 한 해였습니다. 하지만 2025년은 ‘희미한 빛이 보이는’, 혹은 ‘미세한 기쁨의 순간’이 있는 희망적인 해가 될 것이라는 게 마지오니를 비롯한 WGSN 여성복 부문 팀의 예측입니다. “참신함이나,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성 제품이나, 무책임하게 도파민을 자극해 충동구매하게 만들던 트렌드와는 다르다”라고 마지오니는 말합니다. “앞서 제가 언급한 ‘오래가는 디자인’을 실제로 구현하는 게 중요합니다. 의식적이고 책임감 있는 접근법을 갖추는 것 역시 정말 중요하고요.”
트랜은 지난해 1월 공개된 존 갈리아노의 2024년 봄 메종 마르지엘라의 아티저널(Artisanal) 컬렉션이 이러한 방향 전환의 첫 신호탄이었다고 말합니다. “의도가 분명하면서 모든 각도에서 노력과 고민을 거친 무언가를 모두 갈망해왔다”고 그는 풀이합니다. “그래서 그 쇼가 그토록 세상을 매료시키고 폭넓은 공감을 얻은 것이죠.” 이 컬렉션이 보여준 미학은 매우 구체적이었으며, 그 시즌이나 그 후 1년 동안 남성복 런웨이에서 선보인 다른 컬렉션들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보그> 런웨이가 업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2024년 최고의 컬렉션이 무엇인지 물어본 설문에서, 갈리아노의 역작은 공개한 지 11개월이 지났음에도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제 시작된 럭셔리 패션계의 변화는 앞으로 기교, 품질, 시대 초월성, 그리고 무엇보다도 개성이 우선시되리라는 것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트랜과 라골리아는 이것이 진정한 개성적 스타일의 회귀라고 해석합니다. 그리고 이 회귀는 알고리즘이 주는 피로나 ‘조용한 럭셔리’에 대한 반발, 혹은 단순히 디자이너들이 기존의 고루한 패션 브랜드를 뒤흔들어놓은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흐름은 트렌드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우리는 어쩌면 트렌드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을 모두 버려야 할지도 모릅니다. 앞으로 패션계에는 개성 있는 ‘희미한 빛’들이 이룬 큰 흐름이 다가올 것 같습니다. 희미한 빛들이 모이면, 결국에는 아주 강렬한 빛이 되게 마련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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