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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대표 작가, 은희경 추천 도서 5

2026.03.19

우리나라 대표 작가, 은희경 추천 도서 5

“<새의 선물>을 읽으면서 100번쯤 감탄했다고 하셔서 처음으로 사봤어요.”
은희경의 소설을 읽어봤는지 20대 하솔휘 에디터에게 물으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에디터들의 마음속 여자를 소개하는 <보그> 3월호 기사에서 은희경의 이름을 보고 읽어볼 마음이 처음 들었단 거다. 왜 그토록 극찬했는지 궁금해서. 은희경 작가가 28일에 진행할 ‘보그 리더’의 연사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소리를 꽥 지른 나의 반응과는 사뭇 달랐다. 곰곰 생각해보니 산문 <또 못 버린 물건들>이 있었지만, 소설은 <빛의 과거> 이후 7년 만이다. 나와 띠동갑인 20대에게는 낯설 만도 하다.

은희경 작가 ⓒ정멜멜

은희경, 신경숙, 공지영. 나는 이른바 1990년대 문단 트로이카의 소설을 읽으며 자랐다. 그중 은희경은 내겐 가장 어려운 작가였다. 그녀의 주인공들은 세련된 도시 여자였고, 냉소와 고독을 묵묵히 받아들이면서 티도 내지 않는 조숙한 어른 여자이기도 했다. 도달할 수 없는 이라 여겨 더 좋아했는지도 모른다. 하 에디터는 1960년대 배경이 장벽처럼 느껴진다고 털어놨다. 교과서에서 억지로 봐야 했던 이른바 입시 위주의 소설이 떠올랐다고. 그래서 이번 주에 제대로 다시 읽어볼 작정이란다. 도장 깨기 하듯 20년 전에 읽어 내려갔던 그녀의 소설들도 나이가 들었음을 체감했다.

하지만 <새의 선물>이 100쇄를 맞이하고, 2026년 은희경의 소설이 돌아오는 이 시점에 확신하듯 그녀의 소설을 추천한다. <새의 선물>의 주인공 열두 살 진희는 스스로 삶을 마감한 엄마와 사랑을 찾는 이모, 신분 상승을 꿈꾸는 미스 리, 성차별이 특기인 장군이 엄마,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광진테라 아줌마와 살림이 넉넉한 외할머니의 삶을 관찰하며 냉소적인 소녀로 성장한다. 그로 인해 서른여덟의 진희는 세상에 일말의 기대감이 없는 어른이 되었지만, 두 아이의 엄마로 35세에 등단한 후 <새의 선물>을 썼던 은희경은 이제 60대의 이야기로 돌아온다. 지독히도 냉소적이었던 소녀는 중년을 지나 노년에는 어떤 모습일까. 불신이 기본값, 냉소와 염세로 물든 쇼펜하우어의 시대에 은희경의 주인공들은 답을 내주지 않을까?

우리는 모두 주위의 여성을 보며 자라난다. 그들의 삶을 반추하며 지금의 나를 세워간다. 가까이 있는 엄마를 비롯해 거리의 여성들, 이번 3월호 커버 모델로 참여해준 100세 노라노 선생님부터 19세 미야오 엘라까지. 40대가 된 지금까지도 어떻게 살아야 할까 자문하는 걸 보면, 이 질문은 끝내 마지막 장까지 이어질 것이다. 스물에 읽고, 서른이 훌쩍 넘어서야 이해하게 됐던 은희경의 그녀들, 5권의 소설을 추천한다.

마이너리그

은희경 '마이너리그'(창비, 2001)

나는 한낮이 되면 시멘트 블록이 깔린 마당에 호스로 물을 뿌려놓고 마루의 선풍기 앞에 누워 아이스바를 씹어먹었다. 이따금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자기에게 보이는 것을 중심으로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러다 어느 한순간 멈추고 돌아보니 그렇게 의식 없이 보내버린 시간이 쌓여서 바로 자기 인생이 되었다는 걸 깨닫는다. 그때 그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뭐라고? 나는 좋은 인생이 오기를 바라고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데, 아직 인생다운 인생을 살아보지도 못했는데, 그런데 내가 무턱대고 살아왔던 그것이 바로 내 인생이었다고?

수치심을 견뎌내고 스물에 썼던 블로그를 뒤져보니 <마이너리그> 속 문장이 튀어나왔다. 수업을 째고 자취방에 누워 책만 읽던 시절, 이렇게만 살다간 인생이 망할 것 같다는 무의식이 이 문장을 끌어왔을 거다. 그 시절의 나는 민음사 김민경 편집자의 말처럼 ‘역시 난 비주류야 킥킥’ 하면서 이 책을 봤을 거다. 책에서는 메이저리거가 되지 못한 동창생 4인의 이야기를 25년에 걸쳐 좇는다. 때론 메이저가 되기 위해 발버둥을 치거나, 자연에 순응하거나, 자그마한 것에 분개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이는 보통의 우리 이야기이기도 하다. 소설은 주류와 비주류를 나누고, 딱지를 붙이고 선을 긋는 행태에 주목한다. 지금도 여전한 갖가지 허위의식과 패거리주의, 학벌주의, 연고주의, 성차별 등을 마음껏 비웃고 조롱하면서. 2026년 어떤 부분은 연해지고, 어떤 부분은 더욱 선명해지고 교묘해졌다. 은희경은 작가의 말에서 ‘이 소설은 남자들의 세계에 대한 탐문이 아니다. 그냥, 사람의 이야기이다. 사람의 삶이란 저 자신이 알게 모르게 사회 속에서 모양이 만들어지고 구부러지고 닳아가는 과정이라는 걸 말하고 싶었다. 내게 주어진 여성이라는 사회적 상황은 한때 나로 하여금 남성성에 대한 신랄함을 갖게 했다. 이제 나를 세상의 남성과 화해하게 만든 것은 삶의 마이너리티 안에서의 동료애가 아닌가 한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불완전한 도중(道中)에 있다’고 썼다. 2026년, 누가 우리로 하여금 선을 긋도록 종용하는가? 그로 인해 결정적으로 이득을 보는 이들이 누구인지 살펴봐야 한다.

그것은 꿈이었을까

은희경 '그것은 꿈이었을까'(문학동네, 2008)

어둠속에서도 알아볼 수 있는 건 빛과 물이구나. 나는 생각했다.

크게 회자되지 않은 은희경의 소설이다. 연애 소설이라서일까? 아니, 연애 소설을 가장한 고독 소설이라서일 거다. 이것도 블로그에서 찾아왔는데, 주인공의 나이대나 공감대가 비슷해서였을 거다. 요즘 20대가 사랑에 야박하다고들 하지만, 난 어쩐지 그들이 <그것은 꿈이었을까>의 주인공인 준과 닮았다 느낀다. 사고로 가족을 잃고 생명보험을 자신의 동력으로 쓰는 준은 사람을 살리는 의사가 되기로 마음먹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냉소로 가득하다. 그러다 꿈에서 만난 여성을 실제로 마주하고, 다시 사라지는 일이 반복된다. 그것이 무엇이었는지는 독자의 판단에 맡긴다. 사람은 나약한 존재라서 타인을 원하지. 따지고 보면 사랑이란 건 확고부동한 자기 편, 그러니까 또 다른 자기를 만들려는 일이잖아. 그게 귀찮아서 그냥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도 가끔 있고. 사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면 많은 문제가 해결되니까. 그러나 그들은 살아 있는 자기의 영혼을 만날 수 있다면 그런 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할 거야. 살아 있는 자기의 영혼을 만난다. 그런 일이 진짜 있을 게 뭐람. 사랑에 대한 정의는 내리기 나름이고, 상대가 내가 되길 바라는 사랑 가장 밑바닥의 욕망은 결국 고독으로 치닫는다.

새의 선물

은희경 '새의 선물'(1995, 문학동네)

사랑에 대해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사람만이 쉽게 사랑에 빠지는 것이다. 그리고 사랑을 위해 언제라도 모든 것을 버리겠다는 나의 열정은 삶에 대한 냉소에서 온다.

1995년 제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이다. 10만 부를 넘기면 당시 문학동네 강태형 대표가 차를 사주겠다고 했고, 그해에 차를 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17년이 지난 2022년 100쇄를 넘긴다. 100쇄를 넘긴 책을 꼽자면, 익히 아는 현대문학 중에서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광장>, <태백산맥>, <아리랑>, <토지> 등이 있고, 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김훈의 <남한산성>과 <칼의 노래>, 최근에는 정유정의 <7년의 밤>이 있다. 익히 아는 제목일 것이다. 책은 시대를 반영하니, 시대가 만들어준 것이기도 하지만 어떤 이야기는 때론 변하지 않는 돌림노래가 되어 고전이란 이름이 된다. <새의 선물>도 그렇다. 주인공 38세 진희는 “열두 살 이후로는 성장할 필요가 없었다”라고 말하며 어린 시절을 회고한다. 난 왜 이런 인간이 되었을까, 기억을 되짚었을 때 외할머니 댁에 살던 12세의 진희가 튀어나온다. 어머니가 목숨을 끊고, 아버지는 도망가 외가로 온 진희는 살림이 비교적 넉넉한 할머니 집에 살면서 셋방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엿보게 된다. 여성의 운명이나 삶의 굴레라는 것은 지금 보면 꽤 전형적이지만, 성장의 필요성을 배제하는 과정은 지금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성장하라 종용하려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아이들은 늘 애달프기 때문일 것이다. 12세라고는 믿을 수 없이 시니컬했던 것도, 필시 38세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전개해서일 테니까. 선물이 오기를 기다리면서도 세상에 선물이란 없다고 믿는 모든 어른을 위하여.

빛의 과거

은희경 '빛의 과거'(문학과 지성사, 2019)

그녀에게는 사람을 대할 때 미묘한 권력관계를 만드는 습성이 있었다. 끊임없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관계의 자장磁場을 만들어내고 우월감과 피해 의식을 번갈아 써가며 그것을 정당화했다. 거기에는 증인이 필요했다. 결국 나로 하여금 위성처럼 그녀의 궤도를 따라 돌며 그녀라는 일방적이고 변덕스러운 광원을 반사하도록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서른다섯, 비로소 은희경을 조금 알겠다고 생각했다. 그다지 영악하지도, 똑똑하지도 않았던 나는 <빛의 과거> 속 인물들과 비슷한 경험을 꽤 자주 했고, 그걸 서른이 넘어서야 알게 되었다. 1977년 여자대학교 기숙사에서 만난 유경과 희진의 이야기다. 두 사람은 40년간 친구로 지내지만 그다지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 그러다 2017년 유경이 작가인 희진의 소설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며 그때로 돌아간다는 게 큰 구조다. 이제 막 성년이 된 여성들이 겪게 되는 삶의 모양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고, 자기를 주인공 삼아 이야기를 편집하는 과정에선 ‘진실’의 연약함이 드러난다. 그녀는 자신의 욕망을 정당화하기 위해 상황을 왜곡하고 그에 맞춰 자의적인 논리를 갖다 붙이곤 하는데 스스로가 거기에 기꺼이 설득되었기 때문에 죄책감 같은 건 남기지 않았다라고 희진을 떠올리는 유경의 입장에 가깝긴 하지만, 방어기제 때문임을 이제는 안다. 유경 자신이 징징거리는 한낱 공주에 불과하다는 걸 소설로 마주했으니, 오죽했을까. 부당한 편집 방식을 비판하고 비관에 빠지는 건 회피와 외로움을 감추고 싶기 때문일 때도 많다. 이걸 이제 메타 인지라고 부르던가? 은희경은 누구도 과거의 자신을 폐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편집하거나 유기할 권리 정도는 있지 않을까 라는 힌트를 책 초반부에 심어두었다. 우리 모두 고유한 존재니까. 모든 삶은 편집되게 마련이다.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은희경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1998, 문학동네)

“무슨 생각 해?”
그 말을 하는데도 나는 두피와 뇌수의 접착이 헐거워진 듯 머릿속이 마구 덜컹거린다.
그가 낮게 대답한다.
“네가 병들었으면 하는 생각.”
다음 말은 더욱 느리게 흘러나온다.
“약해 보일 때만 네가 내 것 같아.”
“……”

세상에, 이런 문장을 써놓은 나 자신이 후회스럽다. 병들었으면 한다니, 지금은 안다. 헤어지더라도 그것이 나를 떠나는 형태더라도 무조건 건강해야 한다. 몸은 건강할수록 좋은데, 정신이 건강하지 않은 허울 뿐인 예쁜 몸 또한 피해야 한다. 가봐야지만 알고 마는 부족한 사람으로 태어난 이의 후회다. 나는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의 진희처럼 살고 싶었다. 진희가 3명의 남자를 동시에 사랑했기 때문은 아니다. 한번도 그렇게 살아볼 수 없어서가 정확하다.

운명적 사랑이나 특별한 존재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하는 나 같은 사람은 현실을 쉽게 받아들인다. 최상의 것을 찾아내려는 희망이나 적극성이 없기 때문에 누구라도 사랑할 수 있다. 단지 가능한 것에 대한 성실함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덕분에 나는 내게 허락되지 않았음이 분명한 행복을 추구하다가 절망하기보다는, 아예 그 행복에 의미를 두지 않는 쪽으로 생각해버리는 데에 익숙해져 있다 라고 설명하는 사람. 거리라는 말. 거리를 두고 사랑한다고? ‘해와 달까지의 거리’ 말인가. 그렇다면 그것은 거리가 아니라 단절이다. ‘아득하면 되리라’고? 그것은 거짓 그리움이다. 그리우면 몸을 던져 달려가야 한다. 거기가 지구 끝이든 남자 화장실이든, 어머니 뱃속이든 그를 만날 수 있다면 어디든지! 이토록 사랑에 적극적인 여성.

나는 사랑의 소모를 두려워했다. 마치 광합성으로 스스로 제 먹이를 만드는 녹색식물처럼, 햇빛을 받아들이고 물을 길어올려 자기 안에서 스스로 먹이를 만드는 사랑을 원했다. 내 몸속에서 혼자 사랑이라는 먹이를 만들고 그것을 먹으며 생존해가기를 말이다. 주린 배를 움켜쥐고 황량한 겨울 들판을 헤매며 타인을 찾아 울부짖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면서도 소유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그때는 쿨해 보였다. 지금은 진희가 성인 애착 유형 중 철저히 회피형이라고 보고 있지만, 소설적 인물이란 이래야 맛이니까! <새의 선물> 연작으로 알려져 있지만, 따로 봐도 괜찮다. 사랑의 본질은 무엇인지 끝의 끝까지 간다.

2026 ‘보그 리더’ 크리에이터 토크 은희경 예매하기

날짜: 2026년 3월 28일(토) 오전 11시
장소: 레이어 스튜디오 20(서울시 용산구 원효로 236)
티켓 가격 : 크리에이터 토크 세션별 2만원
티켓 포함 사항: 1개 토크 세션 참여 / <WOMEN BY WOMEN> 전시 관람

1인당 최대 2매의 티켓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한 회차의 티켓 2매를 구매하거나, 2개의 회차 티켓을 각 1매씩 구매할 수 있습니다.

황혜원

황혜원

웹 에디터

<보그> 웹 에디터로 주로 패션 트렌드를 다루며, 웹사이트 전반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쓰는 걸 좋아합니다. 돈이든 글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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