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로피아나, ‘패션 천국’으로 향하는 기차_보그 런웨이
패션이 선사하는 천국은 어떤 모습일까. 최고의 호사를 누리는 이들을 위한 새로운 기차가 출발한다.
모든 패션이 럭셔리는 아니며, 모든 럭셔리가 패션은 아니다. 이 소비재의 두 가지 카테고리는 한 열차 속 두 객차처럼 자주 함께 다뤄진다. 하지만 때로는 이를 다시 짚고 넘어갈 가치가 있다.
로로피아나(Loro Piana)가 밀라노 패션 위크에 맞춰 컬렉션을 선보였다. 그만큼 이 브랜드는 패션이라는 기차와 연결되어 있다. 실제로 패션계 시즌에 맞춰 컬렉션을 제작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브랜드의 핵심 매력은 ‘전문가의 안목이 필요한 고급스러운 취향’에 있다. 이 브랜드는 로열 라이트니스®(Royal Lightness®, 초미세 울∙실크 혼방), 더 기프트 오브 킹스®(The Gift of Kings®, 초초미세 메리노 울) 등과 같은 전매특허 직물 제작 기법으로 유명하다. 마찬가지로 로로피아나의 컬렉션은 문화적인 면에서 고귀함이 깃든 흥미로운 다문화적 융합을 종종 지향한다. 특이한 점은 이 같은 경향이 좀처럼 패션과 관련된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시즌 프레젠테이션은 노르망디에서 페르시아까지 대륙을 넘나드는 기차 여행이라는 컨셉이 중심이 되었다. 회귀의 여정이라 볼 수 있을 법하다. 럭셔리 기차라는 배경은 흥미로웠다. 아마도 그 기차는 1970년대부터 카탈로그에 실린 고대 페르시아 전통 페이즐리 무늬가 그려진 많은 스카프, 숄, 의류로 장식되었을 것이다. 숄이 가미된 여성용 긴소매 셔츠와 주름치마는 아름다운 붉은색 울과 실크 자카드 패브릭으로 완성했고, 같은 패턴 가방과 함께 선보였다. 공간 앞쪽에는 풍성한 스커트와 벨트로 포인트를 가미한 톤을 맞춘 페이즐리 자카드 실크 드레스, 양털 내장재의 저킨 수트, 주름 장식 스웨이드 부츠, 그리고 어딘가 중앙아시아풍이 느껴지는 원통형 펠트 모자를 매치한 룩이 배치되었다. 오른쪽에는 루스 핏 로브 코트, 편안한 바지, 부츠, 그로그랭 리본 장식이 부착된 페이즐리 이캇 슬리퍼, 또 다른 원통형 펠트 모자와 헤드 커버링으로 매치한 넓게 드레이핑된 스카프로 멋을 낸 마네킹이 놓여 있었다.
이 의상은 민속적인 느낌보다는 낭만적인 느낌이 더 강해 영화 <닥터 지바고>의 줄리 크리스티(Julie Christie)가 떠올랐다. 상상 속 여행자 같은 이 느낌은 캐시미어 숄을 본떠 제작되고 울 자수가 놓인 옷깃의 황토색 맞춤 코트에서도 이어졌다. 이 코트 속 페이즐리 무늬에는 진홍색, 청록색, 아이보리색, 사프란색이 소용돌이치듯 어우러져 있었다. 이번 컬렉션 제작 과정에서 지역의 직물 전통과 건축양식을 가미했지만, 지나치게 사실적으로 재현하지 않을 정도였다.
로로피아나 컬렉션은 중부 유럽의 정취를 풍부하게 담아냈고, 특히 티롤(Tirol) 지방의 감성이 묻어나는 컨트리풍 남녀 아우터에서 가장 매력적으로 빛을 발했다. 테일러링은 편안한 루스 핏에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대체로 20세기 중반 스타일이었다. 마지막 종착지는 파리와 그 주변 지역인 듯 보였다. 노르망디 어부들의 전통적인 보온 방식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숄 칼라 셔닐 캐시미어∙울 니트에서 그 흔적이 엿보였다.
이른바 ‘조용한 럭셔리’라 불리는 유행이 최근 널리 퍼지고 있지만, 로로피아나는 엄밀히 말하면 패션 브랜드가 아니다. 대대로 이어진, 혹은 더 정확히 말하면 타고난 취향을 옷으로 표현하는 럭셔리 섬유 브랜드다. 이 취향은 다양한 지역에서 통한다. 이번 컬렉션은 바로 그런 특징이 가득했다. VK
- 패션 에디터
- 손기호
- 글
- LUKE LEITCH
- 사진
- COURTESY OF LORO PIANA
- SPONSORED BY
- LORO PIANA
추천기사
-
패션 뉴스
피티 우오모 게스트 디자이너로 선정된 시몬 로샤, 첫 남성복 쇼 선보인다
2026.03.19by 오기쁨
-
패션 뉴스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 우리 모두의 펜디_보그 런웨이
2026.03.20by 신은지
-
패션 아이템
한달음에 봄으로 가는 '레몬 스웨터', 생각보다 쉽습니다
2026.03.18by 하솔휘, Laura Sandroni
-
아트
당신의 마음에 밑줄 그을 문장, 한 줄로 기억될 책 4
2026.03.05by 조아란
-
푸드
불에 그을린 요리와 데킬라, 그 환상적인 페어링의 세계
2025.04.03by VOGUE
-
패션 뉴스
셀린느, 새로운 클래식_보그 런웨이
2026.03.20by 손기호
인기기사
지금 인기 있는 뷰티 기사
PEOPLE NOW
지금, 보그가 주목하는 인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