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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깅스가 권력과 사회적 지위의 상징이 된 까닭

2026.04.22

레깅스가 권력과 사회적 지위의 상징이 된 까닭

운동 욕구 자극하는 레깅스 스타일 뒤에 숨겨진 애슬레저 열풍이 궁금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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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의 아침. 한 손에 에러헌 스무디를 든 채 브라 톱과 하이 웨이스트 레깅스에, 스웨트셔츠를 어깨에 슬쩍 걸친 여성을 마주치는 건 이제 일상이 되었습니다. 켄달 제너, 벨라 하디드, 헤일리 비버가 베벌리힐스와 베니스 비치를 가로지르며 보여주는 ‘웰니스 걸’ 이미지는 캘리포니아 라이프스타일의 정점과도 같습니다. 온(On) 러닝화를 신고 필라테스로 땀 흘릴 준비가 된 듯싶지만, 운동복을 입는다고 진짜 운동을 하는 건 아니죠. 애슬레저 룩은 요가를 하느냐 마느냐와 관계없이 특유의 에포트리스 시크 미학과 편안함을 앞세운 일상의 유니폼이 됐으니까요.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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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하리만치 명상적이고 지극히 정적인 요가가 주연으로 급부상한 건 2000년대 초반입니다. 알로 요가의 부사장 서머 나세위츠(Summer Nacewicz)는 “당시 파파라치 컷에 포착된 셀러브리티들이 이 트렌드 확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말합니다. 물론 지금도 알로는 SNS를 통한 폭발적인 마케팅으로 그 명성을 이어나가는데요. 그보다 훨씬 앞서서 요가를 자신의 시그니처 스포츠로 만든 제니퍼 애니스톤도 있었죠.

@kendalljenner

@rosiehw

@naomigenes

열풍은 곧 거대한 비즈니스로 이어졌습니다. 2005년 조디 구버 브러프스키(Jodi Guber Brufsky)가 론칭한 비욘드 요가는 모두를 위한 편안함이라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제안했고, 1998년 탄생한 룰루레몬은 요가 팬츠 전문 브랜드에서 스포츠웨어 제국으로 격상했어요. 2007년 로스앤젤레스에서 탄생한 알로 요가는 전 세계 인플루언서들의 프리미엄 배지가 됐고요. 서머 나세위츠는 “스튜디오에서 거리까지, 어디서든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스타일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였다”고 말합니다. 운동복은 단순히 운동을 위한 기능적 도구가 아니라 러닝이나 요가 같은 웰빙의 가치를 일상으로 끌어들인 상징이죠.

흥미로운 지점은 이 스타일이 이제 웰빙을 넘어 권력과 사회적 지위의 상징이 되었다는 점이에요. 정신적 풍요만큼 외적인 가치가 중시되는 미국 서부에서, 애슬레저 룩은 굳이 럭셔리 하우스의 로고를 드러내지 않고도 ‘나는 완벽하게 균형 잡힌 삶을 살고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는 도구로 작용합니다. 운동복을 입는다는 것은 곧 균형 잡힌 인생을 누리며 패션에 동참하고 있다는 일종의 ‘자격증’과도 같죠.

Balenciaga 2026 Pre-Fall

Balenciaga 2026 Pre-Fall

Willy Chavarria 2025 F/W Menswear

Miu Miu 2026 S/S RTW

Ferragamo 2025 S/S RTW

패션 하우스 역시 애슬레저 광풍에 올라탔습니다. 발렌시아가 프리폴 컬렉션은 아예 체육관을 배경으로 레깅스를 비롯한 다양한 하이패션식 애슬레저 룩을 선보였죠. 윌리 차바리아와 디올 옴므의 실루엣엔 테크니컬한 소재가 내려앉았고, 미우미우는 트랙 재킷에 스쿨걸 무드의 플리츠 스커트를 매치했고요. 페라가모는 보디수트와 레깅스 조합을 제안했어요. 유난히 속도감 넘치는 2026년의 일상 속에서 옷의 역할은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움직임의 뒤편에 머무는 대신 그 움직임을 예측하고 포용하며, 정체성을 당당히 정의하고 있으니까요.

소피아

소피아

프리랜스 에디터

컨트리뷰팅 에디터입니다. 패션 매거진 <더블유>, <하퍼스 바자>, <엘르>에서 근무했으며, 패션 하우스 홍보 담당과 비주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거쳐 17년 이상 패션 기사를 집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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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xandre Marain
사진
Backgrid, Getty Images, Instagram, GoRunway
출처
www.vogue.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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