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그리고 영원히, 루이 비통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
루이 비통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은 피에르 르그랭에 대한 헌사와 현대 디자이너들의 영감, 유구한 헤리티지 아카이브를 융합했다. 시간을 거스르는 연결에 가슴이 뛴다.

이탈리아 밀라노는 <보그>에 매우 중요한 도시 중 하나다. 패션 팀의 프라다, 구찌, 보테가 베네타 등의 패션 위크 취재처럼, 피처 디렉터인 나에게도 중요한 ‘위크’가 이 도시에서 열린다. 매년 4월 전 세계 산업 디자이너와 리빙 브랜드는 물론 패션 하우스가 참여하는 밀라노 디자인 위크다. 메인 전시장 로 피에라(Rho Fiera)에는 올해 1,900여 개 업체가 참여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각 부스에서 나눠주는 자료를 담은 캐리어를 끌고 미팅을 다니던 바이어와 나의 양손은 QR 코드 덕분에 가벼워졌지만, 여전히 정보와 이미지가 차고 넘쳐 손가락 사이로 세어나갈 정도다. 밀라노 디자인 위크를 더 전시처럼 즐기고 싶은 관람객은 브레라 지구를 중심으로 시내 곳곳에서 열리는 행사에 집중한다. 컬렉션 자체도 중요하지만 어떤 장소에서 얼마만큼 창의적으로 보여줄지가 관건이기에 각 스튜디오와 하우스는 그만큼 스트레스가 크다. 패션 위크에서도 그렇듯 그해 회자되는 쇼는 손에 꼽으니 말이다.
몇 해 전부터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도 패션 하우스의 홈 컬렉션과 전시가 대대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머지않아 패션 위크처럼 셀러브리티가 특정 브랜드의 공간에 초대되지 않을까 싶은 상상이 들 정도다. 그중 하나가 루이 비통이다(지난해 11월 서울 명동 신세계백화점에 ‘루이 비통 비저너리 저니 서울’이라는 어마어마한 공간을 열며 4층을 홈 컬렉션, 초콜릿 숍, 기프트 숍 등으로 구성했다). 오브제에 대한 이 하우스의 비전은 1837년 한 소년이 파리에 입성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루이 비통이란 이름의 소년은 견습공으로서 가죽과 직물을 다루는 법을 배우고, 1854년 자신의 아틀리에를 열며 여행을 예술로 격상시키는 여정을 시작했다. 1885년 선보인 베드 트렁크를 시작으로 트렁크 컬렉션은 기능적인 물건이 아니라 예술적인 오브제로 격상되었다. 그 정신이 2012년 루이 비통 오브제 노마드 출시로 이어지는 중이다. 당대 최고의 디자이너, 장인들과 협력해 소파, 탁자, 테이블웨어 등의 한정판 제품을 선보여온 것이다.

지난해에도 루이 비통은 디자인계의 슈퍼볼인 밀라노 디자인 위크의 슈퍼스타였다. 팔라초 세르벨로니(Palazzo Serbelloni)에서 발표한 대규모 홈 컬렉션은 총 5개 영역으로 구성되었다. 루이 비통 시그니처 컬렉션,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 익셉셔널 게임, 홈 데커레이션 & 텍스타일, 테이블 아트. 오프닝 때부터 디자인에 참여한 세계적인 작가들, 또 그들을 보러 온 관람객으로 인산인해였다. 올해 역시 이 궁전에서 루이 비통의 상징적인 트렁크와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이 공개됐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과 죽마고우인 에스투디오 캄파나의 움베르토 캄파나(Humberto Campana)가 로우 에지스의 빈다(Binda) 암체어에 앉아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있었다. 가죽과 빨간색 벨벳으로 감싼 동그란 의자가 마음에 든 것 같다. 그는 새로운 코쿤 에디션과 풋볼 테이블 베이비풋(Babyfoot), 이국적인 가죽 마케트리를 적용한 캐비닛 칼레이도스코프(Kaléidoscope)를 관람객에게 설명하기 위해 일어났다. “이 코쿤을 보세요.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같지 않나요?” 정말 반짝반짝 빛이 났다. 아티스트 제랄딘 곤잘레스(Géraldine Gonzalez)와 3개월에 걸쳐 깃털 하나하나 제작한 것이다. 매번 다른 소재와 기법으로 선보이는 코쿤 체어만 수집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로 하나의 아이콘이다. 빈다 체어의 주인공인 로우 에지스는 이번에 스텔라(Stella) 암체어를 재해석했다. 입체적인 패턴의 스텔라 체어는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 ‘무한 거울 방(Infinity Mirror Rooms)’ 같은 공간을 독차지하며 특별 대우를 받고 있었다. 전시장은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과 인연을 맺은 디자이너로 붐볐다. 후에 루이 비통이 보내온 ‘가족사진’에는 팔라초 세르벨로니의 중정에 그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에스투디오 캄파나, 패트릭 주앙(Patrick Jouin), 크리스티안 모아데드(Cristián Mohaded), 아틀리에 오이(Atelier Oï), 로우 에지스 등 현대 디자인을 이끌어가는 인물들이다.


사진 속 배경은 색색의 아르데코 스타일 대형 설치물이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이자 제본가, 일러스트레이터였던 피에르 르그랭(Pierre Legrain, 1888~1929)의 작품 세계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것이다. 그는 아르데코 양식을 정립한 선구자이자, 장식 예술과 현대적 미학을 융합한 예술가다. 특히 북바인딩 분야에서 큰 변화를 이끌어냈다. 당시 정형화된 책 표지를 거부하고 추상적이고 기하학적인 디자인을 도입했다. 중정의 설치물 역시 르그랭 특유의 기하학무늬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됐다. 이는 아카데미아 디 벨레 아르티 디 브레라(Accademia di Belle Arti di Brera)와의 협업 아래, 학생들이 디자인과 제작 과정에 참여해 현장에서 만들었다. 이번 루이 비통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 역시 르그랭의 그래픽 언어를 재해석해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1920년대 기차 안처럼 꾸민 궁전 입구의 잔갈레아초 룸(Giangaleazzo Room)에는 루이 비통 헤리티지 컬렉션에서 선별한 트렁크, 일러스트가 전시됐다. 트렁크 제작에 대한 장인 정신을 기리는 구역이다. 특히 물감과 캔버스 등을 수납할 수 있는 트렁크가 일품이었다. 다음에 나오는 가브리오 룸(Gabrio Room)은 짙은 미드나잇 블루와 브라운 컬러로 꾸몄는데, 피에르 르그랭 오마주 컬렉션(Pierre Legrain Homage Collection)의 티칼(Tikal) 러그 위에 프랑크 장세(Franck Genser)의 아쿠아(Aqua) 테이블이 놓였다. 테이블은 블랙 스톤이 물결처럼 재단된 디자인이다. “보고 있으면 호수 같아서 명상이 가능하죠. 선을 바라보고만 있어도 빠져들어요.” 검정 벨벳 수트에 연분홍 가죽 와펜을 가슴에 장식한 프랑크 장세가 설명했다. 한쪽에는 지난해 공개한 포르투나토 데페로 오마주 컬렉션(Fortunato Depero Homage Collection)을 비롯해 기존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이 배치됐다. 나폴레오니카 룸(Napoleonica Room)에선 1921년 르그랭이 루이 비통을 위해 제작한 리비에라 세즈 롱그(Riviera Chaise Longue)와 오메가 형태의 디자인이 특징인 셀레스트(Céleste) 드레싱 테이블을 새로운 버전으로 선보였다. 이어지는 보아르네 룸(Beauharnais Room), 파리니 룸(Parini Room) 등 각 공간마다 르그랭에 대한 루이 비통의 헌사와 새로운 해석이 펼쳐졌다. 그중 집에 들이고 싶었던 것은 로우 에지스가 피에르 르그랭의 북바인딩에서 가져온 기하학무늬의 벨벳 원단과 파란색 가죽으로 만든 돌스(Dolls) 체어다.



말하자면, 이번 루이 비통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은 전설적인 디자이너에 대한 헌사, 풍성한 아카이브와 실험적 시도의 통합 버전이다. V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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