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시멀리스트 크리스찬 루부탱이 직접 꾸민 파리 아파트
크리스찬 루부탱이 수년 동안 직접 리모델링한 파리 아파트. 〈보그 리빙〉의 단골손님인 그에게 아파트는 쇼케이스 그 자체다.

크리스찬 루부탱(Christian Louboutin)은 집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다. 포르투갈, 프랑스 브르타뉴와 방데, 이집트, 시리아 다마스쿠스 등에 여러 채의 집이 있다. 화창한 여름날 그는 파리 아파트의 주방에서 “로스앤젤레스에도 집이 있어요”라고 유쾌하게 말했다.

그가 직접 디자인한 포르투갈의 부티크 호텔 베르멜류 멜리드스(Vermelho Melides)는 2023년 문을 열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의 손길이 닿은 새로운 해변 리조트도 올여름 개장을 앞두고 있다. 크리스찬 루부탱은 단순히 집을 소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개조에 모든 열정을 쏟는다. “집에 광적으로 미쳐 있어요”라고 농담을 건네며 골무 모양의 독특한 컵에 담긴 에스프레소를 한 모금 마셨다. “건축물과 육체적으로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 같아요. 지난 28년 동안 쉬지 않고 공사 프로젝트를 진행해왔으니까요. 지금은 포르투갈에 두 번째 호텔을 짓고, 이집트 룩소르의 집을 리모델링할 계획이에요.” 그의 열정이 담긴 프로젝트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

루부탱이 집 꾸미는 데 필요한 물건을 사들이는 과정은 정말 ‘루부탱’답다. 그는 파리 외곽과 포르투갈에 각각 하나씩, 창고가 두 개나 있다. 창고는 여행 중 직접 발견하거나 경매를 통해 구입한 가구, 카펫, 바닥재, 문, 예술품으로 가득 차 있다. 1990년대 말 이집트에서 발견한 파란색 대형 주방 문이나 2009년 이란에서 가져온 화려한 석조 벽난로 장식이 대표적인 예다. 누군가는 그를 ‘골동품 수집가’라 부른다. 수집품이 하나같이 이국적이고 고급스럽기 때문에 매우 강박적인 수집가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방대한 양의 수집품을 관리하고 활용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가 서 있는 주방 대리석 바닥만 하더라도 긴 사연을 품고 있다. 검은색, 아이보리색, 회색, 벽돌색으로 이루어진 정교한 기하학무늬가 눈길을 사로잡는데,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의 어느 궁전에서 온 것이다. 친구인 피에르 파스봉(Pierre Passebon)이 운영하는 골동품 가게 ‘갤러리 뒤 파사주(Galerie du Passage)’에서 구입했는데, 가게는 1991년에 문을 연 루부탱의 첫 번째 부티크에서 몇 걸음 떨어진 ‘갤러리 베로 도다(Galerie Véro-Dodat)’에 위치한다.


크리스찬 루부탱은 주방을 어떻게 꾸밀지 구상하다 특정 마루 바닥재를 떠올렸다. 그는 파리에 있는 창고에서 비슷한 바닥재를 열심히 찾았지만 “결국 원하는 제품을 찾지 못했어요”라고 회상하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에피소드는 영화 <인디아나 존스: 레이더스>의 마지막 장면을 연상시킨다. 미국 정부의 창고 안 성궤가 담긴 나무 상자가 수많은 비슷한 상자 사이에 섞인 장면처럼 크리스찬 루부탱 역시 난감한 처지였다. 그러나 그는 마음에 드는 바닥재를 직접 디자인하는 디자이너의 면모를 드러냈다. “제작한 바닥재를 설치하기로 한 날, 갑자기 창고 관리자에게서 전화 한 통을 받았어요. 글쎄, 시리아산 마루 바닥재를 찾았다는 거예요!”

2010년 크리스찬 루부탱은 여러 개의 다락방을 매입해 2년에 걸쳐 하나로 합치는 대대적인 공사를 진행했고, 갖은 노력 끝에 개성 넘치는 원룸형 아파트가 완성되었다. 시리아산 타일이 깔린 주방 외에도 1930년대 체육관에서 영감을 받아 높은 층고의 거실이 탄생했다. (당시 그는 열정적인 아마추어 공중그네 트래피즈 선수였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흑백 대리석으로 마감된 욕실 딸린 스위트룸, 남동향과 남서향 채광이 좋은 창의 서재도 자리한다. 서재는 아니스, 세이지 컬러로 꾸며 아늑한 분위기를 낸다. 한쪽 벽에는 직접 디자인한 남성용 이브닝 슈즈가 길게 진열된 쇼케이스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선반 위에는 그가 애지중지하는 웨지우드(Wedgwood) 컬렉션 일부를 전시 중이다.


약 10년 전 크리스찬 루부탱은 자신의 아파트 옆 또 다른 다락방을 추가로 사들였다. 8년에 걸친 리모델링 공사 후, 면적이 두 배로 늘며 현재 약 300㎡에 이르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아끼는 공간이라 밝힌 두 번째 거실에는 새로운 마스터 스위트룸과 반짝이는 마이카(Mica, 운모)로 마감한 원형 구조의 드레스 룸이 자리한다. (기존 스위트룸은 영화 감상실 겸 게스트 룸으로 활용하고 있다.) 새로 확장된 공간을 채우기 위해 그는 창고에서 더 많은 가구, 조명, 미술품, 가면, 조각품을 가져왔다. 거실에는 낮고 긴 빈티지 윌리 리조(Willy Rizzo) 소파, 오스카 니마이어(Oscar Niemeyer) 의자와 정교하게 조각된 협탁 두 개가 놓여 있다. 협탁은 온라인으로 구매했는데 “처음에 살 때만 해도 작은 크기인 줄 알았어요”라고 그가 말했다. 하지만 실제 크기는 상상 이상이었다. “남자 여섯 명이 힘을 합쳐야 겨우 옮길 수 있었죠!”
두 번째 거실에 놓인 래커 패널을 비롯한 몇몇 작품은 그가 나폴리 출신 예술가 클라우디오 마시니(Claudio Massini)에게 특별히 의뢰한 것이다. 그는 클라우디오 마시니를 “마음속을 여행하는 시적인 화가”라고 묘사했다. 클라우디오 마시니는 이집트의 피라미드, 배, 커피잔 등 루부탱의 삶에서 영감을 받은 상징적 요소로 벽을 장식하고, 옅은 파란색과 흰색 톤으로 마감했다. “웨지우드 스타일 같죠!”라며 크리스찬 루부탱이 만족감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드레스 룸 중앙에는 프랑스 예술가 파트리스 당젤(Patrice Dangel)이 특별히 디자인한 청동과 목재 나선형 계단이 있다. 계단은 루프톱의 작은 휴식 공간으로 이어지는데, 크리스찬 루부탱은 매일 밤 잠자리에 들기 전 이곳에서 허브티를 즐겨 마신다. 바로 옆에는 파리의 지붕들이 내려다보이는 아담한 크기의 테라스가 있는데 현재 공사가 한창이다. “여기서 뭘 할지 이미 다 구상해두었어요.” 그가 한구석에 쌓여 있는 가티(Gatti) 카페 의자를 가리키며 다시 말을 이었다. “여기에 하늘 위 파리지앵 비스트로를 만들 거예요!”라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물론 모든 공사가 다 끝난 후에 말이다. VL
- 컨트리뷰팅 에디터
- 유승현
- 글
- Dana Thomas
- 사진
- Ambroise Tézenas, Louis Canadas
- 스타일리스트
- Sarah de Beaum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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