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플립플롭’ 신는 게 정말 더러운 행동일까?
도심에서 플립플롭을 신는 게 더러운 행동일까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해변이나 동네가 아니고선 플립플롭을 신고 도시를 걸어 다닐 생각을 못했습니다. 깨끗한 뒤꿈치나 새끼발가락이 지저분한 보도블록에 스친 채 하루를 보내야 하는 것이 싫었거든요. 맨발을 드러낸 채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는 게 조금 실례인 것처럼 느껴지는 때도 있었죠. 그런데 뉴욕에서도 플립플롭을 신고 시내를 활보하는 것에 찬반 논쟁이 벌어진다고 합니다. 글을 쓴 리아나 사텐스타인(Liana Satenstein)에 따르면, 하바이아나스의 고무 플립플롭이든, 더 로우의 가죽 ‘통’ 샌들이든, 작고 앙증맞은 발가락(제 것은 그렇지 않지만…)을 세상에 드러내도 괜찮은지에 대한 짜증 나는 의견이 오가는 거죠.
플립플롭 반대론자들은 발가락을 드러내는 행위 자체를 싫어합니다. 삐뚜빼뚤 길고 구부정한 발가락이 꿈틀거리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은 것이죠. 털이 무성한 엄지발가락이 쿵쿵거리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동네 네일 숍에서 녹차를 이용한 특별 패키지로도 해결되지 않은 굳은살도 그렇죠. 이렇게 써놓고 나니 기분이 나쁘지만요. 뉴욕에서는 지난 몇 년 동안 발가락을 드러내는 것이 엉덩이 골을 드러내는 것과 비슷한 수위로 여겨졌습니다. 발가락을 드러낸 채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길거리를 걸어 다니는 것이 범죄 행위처럼 취급받은 것이죠.

사실 맨발을 보기 싫다고 하는 고지식한 사람들을 비웃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플립플롭 착용에는 여러 안전 문제가 따릅니다. 오늘 아침 한 여성분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녀의 어머니는 여름마다 새끼발가락을 다친다고 하더군요. 플립플롭 가장자리로 삐져나온 새끼발가락이 이곳저곳에 부딪히면서 생기는 일이라고요. 하지만 그녀는 계속 플립플롭을 고수한다고요. 저도 예외는 아닙니다. 몇 년 전, 나의 러시아인 산부인과 의사는 내 플립플롭을 가리키더니 볼록한 배를 보며 ‘저런 신발’은 절대 안 된다고, 걸려 넘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죠.
맨해튼의 발 전문의 닥터 록 포지타노(Dr. Rock Positano)도 장시간 플립플롭 착용의 위험성에 대해 열정적으로 이야기합니다. 그와는 김이 서리는 PVC 슈즈가 유행하던 몇 해 전 ‘발이 뜨거워지는 현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죠. 포지타노는 이탈리아 섬으로 휴가를 간 환자들로부터 전화를 받는데, 주로 플립플롭을 신고 몇 시간씩 돌아다닌 후 걷기가 너무 고통스럽다는 내용이라고요. 그는 “휴가 중에는 걷고 서 있는 시간이 평소보다 약 네 배 늘어난다는 걸 사람들이 모릅니다. 발과 발목, 하지 근육은 이런 변화에 익숙하지 않죠”라고 설명합니다.
저 역시 최근 브루클린의 보도를 걸으며 맨발이 걱정됐습니다. 어느 해변 기념품 숍에서 산 플립플롭을 신고 지하철역을 향해 뚜벅뚜벅 걷다가, 발가락이 의문의 오물 웅덩이에 아슬아슬하게 닿을 뻔했거든요. 흑사병급 블랙홀을 밟을 수 있다는 생각에 저도 모르게 ‘으악’ 소리가 터져나왔습니다.
자신을 캘리포니아 감성 충만한 조지아 출신 소녀로 포장하는 디자이너 에밀리 돈 롱(Emily Dawn Long)은 뉴욕 오물에 대한 자신만의 해결책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인이라면 경악할 방법인데, 집에 돌아와 발을 깨끗이 씻는 겁니다. “집에 오면 작은 솔로 박박 문질러 씻어요. 솔직히 얼마나 더러워지는지 보면 깜짝 놀라요”라면서요. 한국인이 발 전용 샴푸에 전용 매트까지 활용한다는 걸 알면 이것이 해결책이라고 당당히 쓸 수 없었을 텐데, 닥터 포지타노의 생각은 좀 다릅니다.

역시 발 전문의답게 발의 아주 작은 찰과상도 세균의 침투 경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지요. 그러면서 충격적인 사례를 하나 들려주었는데, 화창한 뉴욕의 어느 날, 한 여성 환자가 센트럴 파크를 맨발로 걷다가 8주나 치료를 받았다는 거죠. “작은 상처가 있다는 걸 모른 채 걷다가 심각한 감염이 생겨 결국 감염병 전문의에게 의뢰해야 했어요.”
어릴 적부터 쯔쯔가무시병에 대한 확실한 경고를 들으며 자란 한국인은 쉽사리 도전하지 않을 테지만요. 결론은 이겁니다. 시각적으로 플립플롭은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맨발을 드러내는 것이 조금은 부끄럽지만, 해가 갈수록 기온이 높아지는 여름에는 어디라도 드러내서 체온을 낮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게다가 집에 오면 당연하게 발을 빡빡 씻으니 잘만 다니면 걱정할 일은 없겠죠. 하지만 몇 시간씩 신고 다니는 건 건강에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여행을 가서는 더더욱이요. 그러니 저는 다음 주 화창한 토요일 아침, 제일 좋아하는 레더 플립플롭을 신고 커피를 사서 산책을 나가볼까 합니다. 제 울퉁불퉁한 발가락을 누가 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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