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근교의 숨은 보물, 캉을 즐기는 다섯 가지 방법
파리를 반복 방문하는 한국인이 많다 보니 요즘은 지베르니, 몽생미셸 등 근교 여행 정보도 풍성해졌다. 그렇지만 남들 다 가는 관광지는 성에 안 찬다? 다음으로 눈을 돌릴 곳은 캉(Caen)이다. 캉은 노르망디 칼바도스주의 주도다. 여기에는 역사 ‘덕후’들을 흥분시키는 스토리, 찬란한 해변, 걷기 좋고 활기찬 도심, 풍부한 음식 문화가 있다. 여유로운 유럽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 저평가된 휴양지를 놓치지 말 것.
중세로의 시간 여행
캉은 도시 전체가 ‘정복왕 윌리엄’의 유적지나 마찬가지다. 서기 911년 프랑스 왕은 이 일대를 자꾸 침략하는 북쪽, 즉 ‘노르만’ 바이킹을 쫓아내는 대신 영토를 주고 봉신으로 만드는 유화정책을 취했는데, 그렇게 설립된 노르만족의 공국이 노르망디였다. 그로부터 155년 후, 이 공국의 6대 통치자가 바다 건너 잉글랜드를 정복하고 노르만 왕조를 세웠다. 프랑스의 공작이자 영국 왕이라는 묘한 정치적 입지를 가진 남자, 그가 바로 ‘정복자 기욤’ 혹은 ‘정복왕 윌리엄’이라 불리는 인물이다. 노르망디의 기원과 자부심을 대변하는 이 인물은 캉을 자신의 정치, 군사 거점으로 집중 육성했다. 그가 세운 궁전, 성, 교회, 수도원, 탑은 아직도 정성껏 보존되고 있다. 캉 관광업체들이 왜 경복궁 한복 투어 같은 코스튬 투어를 기획하지 않는지 의문인데, 아쉬운 대로 이 건축물들을 둘러보고 나면 서양 중세 드라마를 이해하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도심 산책
캉 도심의 건물들은 이 지역에서 나는 베이지색 석회암으로 통일성 있게 마감되었다. 흙과 나무로 만든 중세 주택도 간간이 섞여 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캉 산책이 유독 즐거울 것이다. 개성 있게 큐레이팅된 독립 서점이 골목마다 숨어 있기 때문다. 중고책은 물론이고 그래픽 노블, 레코드, 피규어 등을 구경할 곳도 많다. 특히 ‘칼바도스 종합 서점(Librairie générale du Calvados)’이 그 이름처럼 취급 품목이 다양하니까 이곳을 중심으로 도심 투어를 시작해도 좋다. 캉의 패션, 인테리어 숍 역시 대형 브랜드보다 로컬 디자이너 부티크 위주다. 길이 편해서 하루 종일 걸어도 힘들지 않은 곳이니 천천히 거닐면서 발견의 기쁨을 느껴볼 것.



미식 여행
프랑스 샹파뉴 지역에서 나는 스파클링 와인을 샴페인이라 부르듯, 칼바도스 지역에서 원산지명 보호 체계를 지키며 만든 사과 증류주는 칼바도스라 부른다. 칼바도스가 속한 노르망디는 워낙 버터와 치즈로 유명하고, 프랑스 북서쪽 끝단인 만큼 바다 수온이 낮아서 해산물 품질도 훌륭하다. 요컨대 이 일대는 미식가들의 천국이다. 신선한 노르망디 버터를 듬뿍 넣어 만든 촉촉한 페이스트리는 세상 모든 페이스트리가 이것의 모상이었구나라는 충격적인 깨달음을 안겨줄 것이다. 해산물을 작정하고 즐기겠다면 교외의 라 레제르브 페셰 이오데(La Réserve Péché Iodé)를 추천한다. 지역 사람들이 특별한 외식을 위해 찾는 해변 레스토랑이다.



선데이 마켓
캉의 라이프스타일을 한눈에 감상하려면 일요일마다 윌리엄 타워 주변에서 열리는 마켓에 참가해볼 것. 농작물, 유제품, 빵, 세계 음식, 중고 의류, 빈티지 가구 등 구경거리가 쏟아지는 곳이다. 음식을 테이크아웃한 후 마켓 끝 공원에 가서 요트 선착장을 조망하면서 피크닉을 즐겨보자.



메르빌 프랑스빌 해변
캉 도심에서 멀지 않은 메르빌 프랑스빌 해변(Merville-Franceville-Plage)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어 들어가다 보면 그라피티로 장식된 콘크리트 구조물들이 나온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이 지은 참호다. 한국인이라면 모를 수 없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이 일대 해변에서 벌어졌다. 이 역사적인 조형물이 메르빌 프랑스빌 해변을 더 특별하게 만든다.
참호에서 야생화 군락을 따라 2~3분 더 걸으면 부드러운 백사장이 끝없이 펼쳐진 아름다운 해변에 당도한다. 일대가 자연보호구역이어서 상업시설이 없고 깨끗하다는 건 장점, 그늘과 먹거리를 직접 준비해가야 하는 건 단점이다. 해변 입구에 ‘누드 금지’라는 푯말이 붙어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그만큼 자유로운 분위기다. 조수간만의 차이가 크니까 물때를 확인하고 방문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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