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된 첫해에 내가 배운 10가지

제 딸아이가 지난주 첫돌을 맞았습니다. 별 탈 없이 살아남았으니 다행입니다(1년 전만 해도, 누군가 이 연약한 존재를 제 손에 쥐여줬을 때 저는 실수로 아이를 망가뜨릴까 봐 정말로 두려웠죠. 목을 제대로 받치지 못할 것 같았고, 표백제 수납장 잠그는 것도 잊을 것 같았습니다). 아이의 1년은 어른의 1년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모든 것이 처음이니까요. 저는 1년 동안 첫마디, 첫발 떼기, 첫 생일 같은 이정표를 기다리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면서 어느새 평범한 일상과 사소한 것에 푹 빠져 들었죠. 제가 있는지 확인하려 방 안을 두리번거리는 아이의 모습 같은 것이요. 1년 전만 해도 낯선 사람이었던 제 딸은 노스탤지어가 뭔지도 모르면서 가는 곳마다 추억을 만들어내는 한 살배기 인간이 되었습니다. 육아 첫해에는 모든 게 혼란스럽지만, 그 속에서 놀랍도록 선명한 깨달음을 얻게 되었습니다. 제가 알게 된, 혹은 알아차린 몇 가지를 적어보려 합니다. 물론 이것들이 사실이라 단언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1.
지금까지 ‘바쁘다’라고 생각했던 것이 얼마나 귀엽고 순진한 개념이었는지, 금방 깨닫게 됩니다. 항시 바쁘다는 것과 아기와 함께 항시 바쁘다는 것은 말 그대로 차원이 다릅니다(한 살배기 아이는 몇 개의 방 너머에서도 어른이 앉는 소리를 귀신같이 알아챕니다!). 부모가 된다는 건 동네 공원 나들이를 위해, 히말라야 장비를 꾸려 모험을 떠나는 것과 같습니다. 늘 뭔가를 빼먹죠. 때로는 분유를, 때로는 아기를. 뇌가 없어진 건 아니지만, 완전히 달라진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새내기 아빠의 ‘뇌’가 어떻게 재구성되는지 훌륭한 연구 결과를 읽은 적이 있는데, 맞아요, 내용은 전부 잊어버렸습니다.
2.
‘우리 집(Household)’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가족(Household)’이라는 단어를 아직 입에 담지 못합니다. 딸아이는 억만장자의 IT 재벌처럼 협상하는 스타일이지만, 어휘나 플랫폼은 전혀 갖추지 못했습니다. 그저 지금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표정으로 손짓하는데, 저는 그걸 알아서 해석해내야 합니다. 아이의 언어 발달을 돕기 위해 제 행동을 소리 내서 설명하는 데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저는 “아빠 신발끈 묶고 있어”, “아빠 건넌방에 있어”, “아빠 공원에서 뭐가 필요한지 필사적으로 기억하는 중이야” 등등 셰익스피어 작품 속 주인공보다 더 많은 독백을 합니다.
3.
육아 산업계는 스칸디나비아의 한 사이비 종교 단체가 디자인한 나무 무지개는 17만원짜리여야 한다고 세뇌시킵니다. 아기에게 모든 사물은 장난감인데도 말이죠. 아니면 미래의 장난감이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잠시 후 기어코 갖고 놀게 될 상상 이상으로 못된 장난감이 되어버립니다. 정리정돈? 깔끔함은 먼 세계의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상자 안에 블록을 넣는 아이 모습을 보고 손뼉을 쳤습니다. 그 순간 유체 이탈한 것처럼 저 자신이 보이더군요. 바닥은 터지지 않는 블록으로 가득한 지뢰밭이었지만, 블록 하나가 상자 안에 들어가는 순간은 세상이 조금 가벼워진 것 같은 느낌이었죠.

4.
한 살배기 생일 파티는 한때 리버틴스(The Libertines, 영국 록 밴드)를 진지하게 좋아했던 어른들의 낮 모임입니다.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에서 ‘전설’이라 불리던 사람들이 이제 셔츠 차림으로 IPA를 홀짝이는 자리죠. 첫 번째 생일 파티는 2명의 지친 부모가 나무 숟가락과 냄비로 드럼 연주를 했으면 더 즐거웠을 아이를 위해 여는 파티입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사우스 런던(교통이 불편하고 애매하게 먼 동네)에서 열리는 돌잔치에 오는 사람이라면 그는 진정한 친구라는 사실입니다.
5.
딸아이는 제가 20대와 30대를 통틀어 참석한 것보다 더 많은 파티에 다녀왔습니다. 벨몬드나 클래리지스(Claridge’s) 호텔에서 하룻밤 묵는 수준의 호화로움에 익숙해져 있죠. 경제적으로는 분명 애물단지입니다. 아빠는 더 로우 셔츠보다 아이의 작은 고무 밴드 바지에 더 많은 돈을 쓰고, 아이 발 크기와 신발 가격 사이에는 어떤 합리적인 비례관계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누군가가 딸을 7분 동안 즐겁게 해줄 때만큼 부유함을 느낀 적은 없었습니다.
6.
부모들이 잠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식은, 사형수들이 자유를 이야기하는 방식과 같습니다. 예전에는 스크린 타임을 걱정했지만, 이제는 아이가 잘 잠들었는지 확인하려 베이비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하죠. 한때 파티광이었던 제가 누군가가 잠자는 것을 이토록 자랑스러워하다니! “아빠들에게 낮잠은 기준 금리만큼 심각한 문제입니다”라고 말하며, 아이가 잘 자는 것이 인간으로서 유일한 덕목처럼 여기게 됩니다. 낮에는 귀신 들린 처키 인형처럼 보모를 때리고 커튼에 대변을 묻히는 아기라도, 밤에 푹 자기만 하면 우리는 모두 운이 좋다고 입을 모읍니다.
7.
어떤 아기는 취침 루틴이 필요하고, 외출을 좋아하지 않는 아기도 있습니다. 우리 아이는 외출에 불만을 드러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가끔 루이 서로(Louis Theroux)의 팟캐스트를 들으며 유모차에 앉아 크리스마스캐럴을 흥얼거리는 제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는데, 그 이야기를 몇 주 동안 우려먹기도 합니다. 실제 나머지 일상은 카일리 미노그(Kylie Minogue)의 다큐멘터리를 음소거 직전의 볼륨으로 조용히 틀어놓고 넋 놓고 있는 게 전부였으니까요. 저는 디너파티에서 흥미로운 사람이 되는 법을 수년간 연마했습니다. 적당히 말하고, 적당히 자랑하고, 가끔 들어주는 그 정교한 기술이요! 그런데 제 딸은 고작 숟가락을 제대로 쥐어보려고 꼬물거리는 것만으로 치명적인 매력을 가볍게 뿜어내네요.
8.
제가 아는 가장 행복한 사람은 하루 중 상당 시간을 비둘기에게 소리치며 보냅니다(거기에 분명 인생의 교훈이 있을 것입니다). 사랑이란 다른 사람이 고양이 가리키는 것을 지켜보는 일인 모양입니다. 혹은 고양이가 있던 자리를 가리키는 것, 아니면 고양이가 없었는데도 방금까지 거기 있었다는 듯이 허공을 가리키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죠(사실 ‘고양이’라는 단어를 발음하려면 치아가 필요한데, 이가 나는 건 극심한 고통을 동반하고, 몇 년 후면 어차피 다 빠질 이를 이렇게 힘들게 만들어내야 한다는 게 억울할 것도 같습니다). 고양이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집에 있는 고양이를 6개월 동안 까맣게 잊고 사는 것도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뒤늦게 깨닫고 미안한 마음에 지금은 엄청나게 쓰다듬어주고 있죠.
9.
마무리하기 전에 육아에 관한 단상을 몇 가지 더 적어볼게요. 육아 첫해는 대부분 ‘이게 정상인가?’ 구글에 검색하며 보냅니다. 모든 부모는 아기의 섭취, 소화, 배출 과정을 기록하는 소규모 역사가죠(저는 30보 거리에서도 기저귀 상태를 알아챌 수 있습니다!). 바닥에 깔린 매트 위에서 자동차 장난감을 갖고 놀다가 허리가 끊기는 것만큼 빠르게 늙도록 하는 것도 없죠. 제 인생에서 이렇게 많이 박수 친 적도 없고요(아마추어 연극 과정을 수강한 적이 있었는데 이 정도는 아니었어요). 그리고 졸린 머리가 어깨 위에 얹히는 그 순간만큼 좋은 건 세상 어디에도 없죠.
10.
이제 좀 우울한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육아 첫해는 겨우 알게 된 누군가와 작별하는 법을 배우는 긴 과정입니다. 아기는 너무 빨리 변합니다. 이제 막 그 시기의 아이에게 익숙해졌다 싶으면, 어느새 또 다른 아이가 되어 있죠. 그렇게 작은 이별을 반복합니다. 삶이란 하나의 서사가 아니라, 덧없는 매혹의 연속이라는 것도 금세 깨닫게 되죠. 어른들은, 특히 <보그> 칼럼니스트 같은 사람들은 이야기에 집착하지만, 아기들은 촉감에 빠져 있죠. 아기들은 이 모든 것이 깔끔하게 마무리되든 말든 관심이 없습니다. 아기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한 가지 생각만 존재합니다. ‘이게 무슨 맛이지?’
제게는, 아니 모든 부모에게는 아이를 낳기 전과 후의 삶이 있습니다. 아이를 낳기 전, 저는 딸아이에게 눈부시고 빛나는 세상을 가르쳐주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보니, 저는 학생이 되었습니다. 그 아이 뒤를 순진하게 종종걸음으로 따라다니며, 무심코 지나쳤던 세상의 면면을 하나씩 배우고 있죠. 제 딸 팁스(Tibbs)는 이 세상의 많은 것들이 사실은 별것 아니라는 사실을 가르쳐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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