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와 꽃의 나날

하우스 설립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모스키노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펼쳐 보인 상하이의 밤. 마법을 이룬 로셀라 자르디니가 <보그 코리아>에 인사를 건넸다.



반짝반짝 빛나는 고층 빌딩으로 이뤄진 거대한 마천루, 강을 따라 끊임없이 오가는 선박과 유람선,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 가량인 2,300만 명의 시민, 그리고 패션을 향한 열정과 욕망으로 들끓으며 비약적으로 성장 중인 상하이. 6월 13일 밤, 상하이의 수은주가 더 뜨겁게 달아 올랐다. 1983년 시작된 이탈리아 브랜드 모스키노의 30번째 생일 파티가 상하이에서 열린 것. 모스키노의 상징인 평화와 사랑을 표현한 구조물이 장식된 카바나, 흰색과 검은색 줄무늬 차양으로 장식된 쇼장 간판은 모스키노 로고로 반짝였다. 배우 장쯔이가 포토월에 등장했을 땐 그야말로 인산인해. 쏟아지는 플래시와 엄청난 환호성을 뒤로 하고 드디어 서른 번째 생일을 자축하는 모스키노 쇼가 시작됐다. 데이빗 보위의 ‘China girl’을 배경음악으로 2014 리조트 컬렉션이 끝난 후, 남성복과 아카이브 컬렉션이 차례로 이어졌다. 모스키노의 과거와 미래가 현재에서 조우한 밤이 지나고, 설립자 프랑코 모스키노 이후 하우스를 탄탄하게 이끌고 있는 로셀라 자르디니를 <보그>가 만났다.

VOGUE KOREA(이하 VK) 어제 쇼 때문인지 피곤해 보인다. 강행군을 했나 보다.
Rossella Jar dini(이하 RJ) 맞다. 6개월이 넘도록 컬렉션을 준비했다. 오늘은 하루 종일 아시아 언론과 만나느라 쉴 틈이 없다.

VK 내년 봄 리조트, 남성복, 게다가 아카이브 컬렉션까지 세 가지 쇼를 한꺼번에 선보였다. 리조트 컬렉션에 대해 이야기해달라.
RJ (기자가 입은 모스키노 블랙 드레스에 달린 진주를 가리키며)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진주와 꽃에 대한 이야기다. 의상 곳곳에 매치된 진주 목걸이와 뱅글, 혹은 테두리를 따라 진주가 장식된 재킷을 눈여겨보길 바란다. 또 컬렉션 중반부를 지나 등장하는 생동감 넘치는 꽃무늬, 중국풍 브로케이드 원단의 무늬 역시 리조트쇼를 상징하는 요소다. 모스키노가 사랑하는 러플과 트롱프뢰유 역시 빠질 수 없다.

VK 진주와 꽃이라! 아시아 여인들에게 무엇을 전하고 싶었나?
RJ 아시아 시장에 대한 우리의 마음이다. 아시아에서 일하는 바이어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쇼를 보면 나막신을 연상시키는 구두나 옷감의 무늬, 목선에 동양적 요소를 반영한 것이 눈에 띌 것이다. 동양의 전통 장식을 모스키노답게 해석했다.

VK 루이 비통 로고와 샤넬의 No.5를 수트와 티셔츠로 변형시킨 것처럼, 설립자 프랑코 모스키노는 화려함과 고급스러움을 살짝 비트는 유머와 풍자의 대가였다. 그의 철학이 이번에도 반영됐나?
RJ 다양한 방식으로 패러디를 즐긴 건 과거 프랑코 모스키노가 즐기던 방식이었다. 컬렉션에 따라 어떤 옷에선 풍자적 요소가 가미될 수 있지만, 이번 리조트 컬렉션은 그저 모스키노다운 옷을 만드는 데 집중한 것이다.

VK 모델 두 주앙이 첫 번째 옷을 입고 나올 때, 그녀가 쓴 중국 전통 모자가 패러디 아닐까 생각했다.
RJ 하하! 그건 패러디가 아니다. 일종의 오마주다. 아시아를 향한 환영 인사이자 고마움의 표현으로 그 모자를 떠올렸고, 하얀 러플 드레스에 매치했다.

VK 아시아 시장, 특히 중국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
RJ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 비롯됐다. 먼저 중국에서 모스키노에 대해 폭발적 관심을 보여줬다. 그것이 우리가 중국 시장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다. 모스키노의 미래를 위해 중국, 한국과 일본, 이 세 나라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사실 상하이란 도시 자체에 큰 의미를 둔건 아니다. 우리의 관심은 아시아 전체다. 그러니 다음엔 서울에서 쇼를 열지도 모른다.

VK 리조트 컬렉션에서 특히 판매가 기대되는 룩은 어떤 것인가?
RJ 처음 등장한 러플장식 화이트 드레스! 중국 전통 모자와 함께 ‘첫인사’를 건넨 것이다. 곧이어 나온 남성적인 재킷과 화이트 블라우스가 함께 매치된 의상. 또 중국풍 브로케이드를 활용한 의상이다. 입고 싶은 옷을 만들기 때문에 내년 봄 내 옷장에서도 자주 보게 될 것 같다.

VK 아카이브 컬렉션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도메니코 모두뇨의 ‘볼라레’에 맞춰 커튼이 걷히고 모델들이 등장했을 때 다들 탄성을 질렀다.
RJ 모두들 내게 그 이야기를 한다. 하하! 30년 동안 축적된 아카이브 가운데 옷을 고르는 게 쉽진 않았다. 프랑코 모스키노라면 어땠을까 고민했다. 프랑코가 그렸던 모스키노의 철학과 현재 내가 추구하는 방향을 조율하는 데 집중했다. 첫 번째 옷을 기억하나? 소가 그려진 빨간 드레스! 모스키노가 이탈리아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상징하는 아카이브 컬렉션의 대표 의상이다.

VK 프랑코 모스키노 시절부터 당신은 그의 뮤즈였다고 들었다.
RJ 하하! 맞다. 현재는 모스키노 하우스에서 팀원들에게 영감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 그들이 날 보고 ‘맞아, 저게 모스키노였지. 우린 모스키노에서 함께 일하고 있어’라고 자극받길 원한다. 그래서 매일 아침, 옷장 앞에서 어떤 옷을 입을지 고심한다.

VK 팀원들이 당신에게서 영감을 얻는다면, 당신의 영감의 원천은 뭔가?
RJ 여유를 즐길 땐, 늦은 저녁 느긋하게 영화를 본다. 영화 속 등장 인물과 옷을 유심히 관찰하는 게 취미다. 내년 봄 컬렉션 역시 영화를 보며 영감을 얻었다. 곧 다가올 밀라노 패션 위크에서는 블랙, 나비, 레이스가 어울린 컬렉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VK 마지막으로 당신이 생각하는 ‘레이디 모스키노’는 어떤 인물인가?
RJ 스스로 한계를 두지 않는, 자유로움과 우아함, 그리고 유머를 지닌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