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딕트 컴배비치의 영화 인생

영국 출신의 열정적인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이제 주연배우로서 그 입지를 확실히 다졌다. 셜록 홈즈에서 줄리안 어산지가 되기까지 그의 영화 인생은 얼마나 드라마틱했을까?



베네딕트 컴버배치(Benedict Cumberbatch)는 쉴 새 없이 떠든다. 불안할 때, 행복할 때, 혹은 요즘처럼 종종 두 가지 감정이 공존할 때 그러는 것처럼 말이다. 소호에서 점심을 먹으며 이 영국 배우(37세)는 전날 자신이 참석한 상영회에 대해 얘기했다. 빌 콘돈이 감독하고 그가 출연한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에 관한 영화 <더 피프스 이스테이트(The Fifth Estate)>의 1차 편집본을 보는 자리였다. 애들레이드에서 온 한 여성이 컴버배치에게 어산지의 호주식 비음을 제대로 해냈다고 말했다. “그 얘기를 듣고 굉장히 흥분했어요.” 그러나 한두 장면에서 자신의 구부정한 자세를 보고 화가 났다.

“저는 어산지가 좀더 뻣뻣하지 않고, 요가를 많이 한 사람처럼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라고 그는 등을 펴고 의자에 똑바로 앉으며 말했다. “약해 보이지만 중심이 강한, 그런 강인함. 그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침착합니다. 등을 꼿꼿이 펴지요. 그의 머리는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습니다.” 컴버배치는 머리를 몇 도 기울였다. “그에겐 아주 내성적이고 근엄한 면이 있습니다. 저는 그가 약간 더 록 스타 같길 바랐어요. 그에겐 거의 보이시한 분위기가 있어요. 그를 둘러싼 기쁨, 저는 그가 미소 짓길 바랐습니다.”

수달의 눈처럼 높이 자리한 찌를 듯한 청록색 눈, 자동차 범퍼 같은 광대뼈, 흐트러진 밤색 머리. 컴버배치는 비장하면서도 낭만적인 것을 갈구하는 듯한 멋진 외모를 지녔다. 그러나 그의 떠들썩함은 낭만주의 시인보다 <곰돌이 푸>의 ‘티거’에 가깝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트레이시 레츠의 희곡 <어거스트: 오세이지 카운티(August: Osage County)>를 영화화한 존 웰스 감독은 커다란 불안 덩어리라 할 수 있는 리틀 찰리 역을 TV에서 셜록 홈즈를 연기한 것으로 유명한 영국 배우에게 맡겨야 하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고 말한다(그는 아주 암울한 가족의 무서운 가장인 어머니와 의지가 강한 딸로 나오는 메릴 스트립과 줄리아 로버츠에게 도전해야 했다). 그 후 그는 컴버배치가 <셜록 시즌2>를 찍고 있을 때 자신의 아이폰에 녹화된 컴버배치의 오디션을 보았다.

“모두 그것을 보더니 ‘오, 좋아요!’라고 하더군요”라고 웰스는 말한다. 컴버배치는 완벽한 오클라호마 악센트를 구사하며 작은 보석을 펼쳐 보였다. 어머니 때문에 너무 겁을 먹은 나머지 심장이 몸 밖으로 튀어나올 것처럼 보이는 아들. “메릴이 저를 보고 환하게 웃더군요. 그건 ‘잘했어요’라는 의미입니다”라고 웰스는 말한다. “그는 전혀 조심스러워하지 않아요. 그게 사람을 약간 주눅 들게 할 수도 있어요. 늘 그가 당신보다 더 지적일지 모른다는 인상을 받게 되니까요.” 그는 웃었다. “자존심 상하는 일이죠.”



베네딕트 컴버배치라는 영국인이 올해 오스카의 사랑을 듬뿍 받을 영화에서 메릴 스트립과 줄리아 로버츠와 함께 연기를 하게 된 과정은 몇 가지 설명이 필요하다. 하지만 베네딕트 컴버배치라는 영국 배우의 존재 역시 그런 설명이 필요하다. 이런 멋진 이름을 가진 생명체가 아직도 존재한단 말인가? 그의 아버지 티모시는 배우 일을 시작한 60년대에 로열 코트 시어터의 모든 성난 젊은이들에게 잘 어울리는 칼튼이라는 성을 사용했다. 하지만 최근에 영국 팝 문화의 지배적인 정신은 아래쪽을 향해왔다. 즉, 머천트 아이보리(제작자 이스마일 머천트와 감독 제임스 아이보리가 설립한 영화사, 낭만적인 시대극을 많이 제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보다는 <트레인스포팅>이 대세였던 것이다. 대니얼 데이-루이스조차 계관시인의 아들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 아일랜드와의 연관성을 강조했다. 그러니 위대한 차세대 영국 배우는 가계도 어딘가에 해로우(명문 사립학교)에서의 교육과 빅토리아 시대 터키 총영사가 포함돼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는 수동 변속기입니다. 기어를 올리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지요”라고 개리 올드만은 말한다. 그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Tinker Tailor Soldier Spy)>를 촬영할 때 컴버배치를 처음 만났다. 이 영화는 컴버배치가 억제된 혼란스러움을 다 드러내면서 감정을 억누르는 영국인의 속성을 멋지게 해부한 연기로 관심을 받은 영화 중 하나다. “앤소니 홉킨스 같은 사람에겐 조용한 강렬함이 있습니다”라고 올드만은 말한다. “그는 고급 세단이죠. 베네틱트는 포르쉐 911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에 누가 그러더군요. ‘당신은 하룻밤 사이에 성공한 스타예요.’ 하지만 그건 하룻밤 사이에 일어나지 않았습니다”라고 컴버배치는 비트와 아보카도 샐러드를 주문하며 말했다. “이상하게도 어릴 때는 항상 서른두 살이 되고 싶었어요. 그냥 모든 게 편안하게 자리 잡는 나이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젊은 아빠, 안정된 커리어 등등. 서른두 살은 제가 항상 낭만적으로 생각하던 나이였습니다. 애늙은이였던 것 같아요. 한번은 선생님이 저를 윌리엄 블레이크에 비유했어요. 그건 약간 걱정스러운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도로변 묘지의 나무 위에 있는 천사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SF 블록버스터 <스타트렉 다크니스(Star Trek into Darkness)>에서 엔터프라이즈호 승무원들을 위협할 때 마지막으로 들은 그 풍부하고 팀 버튼스러운 바리톤 목소리는 헝클어진 머리에 특이한 매력을 지닌 그의 보이시한 분위기를 상쇄해준다. 빌 콘돈은 그것을 ‘첼로’라고 부른다. 그와의 대화는 하이든의 콘체르토 ‘알레그로 콘 브리오’와 비슷하다. 내가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것에 대해 스트립과 세세한 얘기를 나누어보았는지 묻자, 그는 영리하게 샛길로 빠져 어산지와 마가렛 대처 얘기를 살짝 건드리면서 10분(정확히 말하면 10분 32초)간 대답을 이어갔다. 그러나 엄격히 말해 실제 대답은 ‘노’였다. “미안해요. 제가 본론에서 벗어났나요?”라고 그는 마치 자신의 재기 발랄함이 부끄러운 듯 천진난만하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그의 어머니는 늘 그가 곧 셜록 다음 시즌을 시작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고 그는 말한다. 왜냐하면 말하는 속도가 두 배 빨라졌기 때문이다. “그의 음성 메시지는 우리 우정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예요”라고 여배우 레베카 홀은 말한다. 그녀는 열세 살 때 해로우에서 연극 <말괄량이 길들이기>에 출연한 그를 본 후 그와 친구로 지내왔다. “그 메시지들은 완벽한 대화예요. 아주 즐겁습니다.”

학교에서 그는 지나치게 에너지가 넘치는 소수의 학생 중 한 명이었다. 선생님들이 그 에너지를 연극으로 돌려놓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렇지만 그는 럭비도 함께 했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혼란스러워했어요. ‘낮은 태클을 당해 심하게 다쳤는데도 불평하지 않는 럭비부 녀석이 저기 있네. 그런데 봐. 지금은 가발을 쓰고 요정들의 여왕 티타니아가 되어 이리저리 활보하고 있잖아.’ 저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를 했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그의 연기에선 이런 에너지가 소용돌이치고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워 호스(War Horse)>에서 부하들에게 용감해지라고 말하는 목소리의 작은 떨림, 혹은 지난겨울 TV 드라마로 각색한 포드 매독스 포드의 <퍼레이즈 엔드(Parade’s End)>에서 그가 맡은 크리스토퍼 팃젠스가 안으로 삼키는 감정 등등. 20대 시절 대부분을 그는 영국 극장과 TV에서 일했다. 그러나 그를 영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어준 건 2010년 BBC 시리즈 <셜록>이었다. 그는 특히 메뚜기 떼처럼 모든 영화 세트장에 쫓아 다니고, 그가 출연하는 모든 연극 티켓을 일괄 구매하는 많은 여성 팬인 자칭 ‘컴버비치(Cumberbitch)’들의 추앙을 받고 있다.

“그것은 거의 원시적인 의식 같아요. 그에게 미친 중산층 여성들 사이의 기이한 디오니소스적(열광적인) 경험이지요”라고 대니 보일은 말한다. 그는 2011년 호평을 받은 <프랑켄슈타인>의 런던 공연에 그를 출연시켰다. 컴버배치는 여기서 과학자와 괴물 역을 번갈아 가며 연기했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을 지적인 배우라고 생각하면 아마 화낼 거예요”라고 보일은 덧붙였다. “그는 본능적인 배우입니다. 육체적이지요. 계속 자극을 주면서 끊임없이 먹이를 주어야 해요. 엔진은 늘 연료를 공급받아야 하니까요. 할리우드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기 위해 그를 연구하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착각입니다. 실은 그가 그들을 연구하고 있는 겁니다.”

<더 피프스 이스테이트>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을 위해 컴버배치는 줄리안 어산지에 대한 모든 정보를 흡수했다. 그는 포위당한 이 호주인이 이 프로젝트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 그와 짧게 이메일을 교환했다. 어산지와 일한 다니엘 돔샤이트-베르크(독일 출신의
위키리크스 전 대변인)의 회고록을 부분적으로 각색한 대본의 초기 버전을 읽어본 후 컴버배치는 어산지의 두려움이 정당하다는 걸 깨달았다. “우리는 많은 지문에 대해 의견이 충돌했어요. 왜냐하면 빌이 그를 반사회적 과대망상증 환자로 그리려고 하는 것 같았으니까요”라고 그는 말한다. 그는 어산지를 균형 있게 그리기 위해 소요된 긴 시간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어산지와 돔샤이트-베르크의 관계에서 홈즈와 왓슨의 흔적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유혹, 친밀감, 그리고 거절의 요소가 있어요. 그들은 거의 연인 같습니다.”

어산지를 어떤 식으로 그릴 것인지(소시오패스 혹은 록 스타? 지성 혹은 카리스마)에 대한 콘돈과의 논쟁은 현재 컴버배치의 커리어와 그가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방향을 보여주는 입체지도라 할 수 있다. 올드만은 자신이 감독할 영화에 출연해달라고 그를 설득 중이다. 그 작품은 에드워드 시대의 사진작가이자 영화의 선구자인 이드위어드 머이브리지에 관한 전기 영화다. “그의 스타성은 상승 중입니다. 수많은 영화가 그를 원하고 있어요”라고 올드만은 말한다. 연극 <햄릿>과 씨름하고 있는 두 남자에 관한 소문도 있다. “그가 자신의 카드를 제대로 쓴다면 두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겁니다. 그는 영화와 연극 양쪽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거예요.”

며칠 후 런던에서 전화를 건 컴버배치는 “머레이가 한 세트를 앞서가고 있어요”라고 말하며 흥분했다. 그는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에 가기 위해 짐을 쌌다. 올해의 라인업에는 롤링스톤스와 피닉스가 포함돼 있다. “20대 때보다 지금 더 20대처럼 느껴져요”라고 그는 말한다. 그는 20대를 대학에서 만난 여배우 올리비아 포렛과 연인으로 보냈고, 2010년 그녀와 헤어졌다. “아주 서서히 멀어졌어요. 우린 지금도 좋은 친구입니다. 나쁜 감정은 없었어요. 저는 그녀를 사랑하고 아낍니다.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그녀와 헤어진 후 그는 나미비아 평원으로 열기구 탐험을 떠났다. “그건 제가 혼자 한 가장 낭만적인 일이었어요. 다른 사람들은 모두 커플이었습니다. 그건 끔찍했어요.”

익스트림 스포츠의 회복력에 대한 이런 믿음은 2005년 남아프리카에서 영국 미니시리즈 <To the Ends of the Earth>를 찍고 있을 때 일어난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여배우 드니즈 블랙과 남아프리카 친구와 함께 총을 들이댄 6명의 남자들에게 자동차로 납치되었다. “당신이 그런 상황에서 기대할 수 있는 모든 감정을 경험했습니다. 공포, 싸움, 혹은 도망, 메스꺼움, 극도의 두려움, 흥분, 차분함, 그리고 체념.” 그는 그들을 설득해 그 상황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작품이 끝난 후 그 모든 감정을 가라앉히고 아드레날린을 발산하기 위해 아프리카에 머물며, 상어들과 수영을 하고 초경량 비행기에서 스카이다이빙을 했다. “그것이 그에겐 터닝 포인트였어요.” <스타트렉 다크니스>에 출연했고, 2004년 <호킹(Hawking)>에 함께 출연한 후 친구가 된 앨리스 이브가 말한다. “그때 자신의 설득력과 몸에 대한 통제력을 깨달은 것 같아요.”

똑같은 해방감을 느끼는 유일한 다른 활동은 연기라고 그는 말한다. 어산지를 연기하고 <어거스트>에 출연한 후엔 스티브 맥퀸 감독의 <노예 12년(12 Years a Slave)>, 피터 잭슨 감독의 <호빗> 프리퀄(드래곤 스마우그의 목소리를 연기한다), 그리고 <이미테이션 게임(The Imitation Game)>에서 수학자 앨런 튜링 역이 기다리고 있다. “제가 현재 일하고 있는 인구 중 4% 안에 들 정도로 운이 좋다면 그건 첫 번째 축복입니다. 두 번째 축복은 좋은 일자리를 얻는 겁니다. 세 번째 축복은 다양한 일을 하는 겁니다….” 네 번째 축복과 다섯 번째 축복도 있다(“다섯 번째는 제 길을 가는 겁니다”). 십중팔구 내가 듣지 못한 여섯 번째, 일곱 번째 축복도 있을 것이다. 그는 작별 인사(“오케이, 좋아요. 안녕히 가세요”)를 하는 순간까지 끊임없이 얘기를 늘어놓다가 숨 막히는 뉴욕의 햇살을 받으며 설리번 스트리트로 멀어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