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패션 스타

안나 델로 루쏘, 미로슬라바 듀마는 한마디로 패션 위크를 무대로 유명세를 탄 패션 스타들이다. 당대 트렌드를 제안하고 온갖 유행이 창출되는 패션 위크가 서울의 스타들에게도 새로운 놀이가 됐다.



요즘 패션 스타들은 어느 날 혜성처럼 등장한다. 전 세계 멋쟁이들이 몰려들고 스트리트 사진가들이 그들을 찍어대는 패션 위크야말로 패션 스타 로 거듭나기에 최적의 장소다. 스트리트 사진가와 수많은 패션 블로거들은 말하자면 그들을 발굴해내는 ‘스카우터’들. 나이 지긋한 패션 저널리스트들의 개탄과는 상관없이 리얼리티 룩에 대한 인기가 드높고, 스트리트 사진가들이 날이 갈수록 늘고 있는 한 그 현상은 계속될 것이다. 그래서일까? 요즘 들어 레드 카펫과 공항 룩에 신경을 바짝 썼던 셀러브리티들의 해외 패션 위크에 대한 관심 또한 부쩍 늘었다. 그도 그럴 것이 패션 위크는 생전 안 입는 이브닝 드레스 차림인 레드 카펫과는 달리, 그들의 리얼리티 패션 지수를 테스트하는 무대, 어쩌다 찍히는 공항 룩과는 달리 수많은 사진가 앞에서 그들과 ‘맞짱’ 뜨는 곳 아닌가.

지난봄, 방송 프로그램을 위해 파리 패션 위크를 방문해 ‘잭팟’을 터뜨린 방송인 김나영이 좋은 예다. 호리호리한 몸매와 작은 얼굴의 그녀(모델 출신답게)는 패션 위크 기간 내내 개성 만점의 패셔너블한 룩들을 거침없이 선보였고, 거기에 애교 만점 포즈까지 더해져 단번에 스트리트 패션 스타로 떠올랐다. 며칠 후 그녀의 사진이 프랑스와 이탈리아, 영국 <보그> 웹사이트에 등장했음은 물론! 그녀의 스트리트 패션쇼는 지난 9월 말부터 열린 파리 패션 위크에서도 이어졌다. 게다가 이번엔 프로그램이 아닌 스스로의 의지로 비행기를 탔고, 빅터앤롤프, 로샤 같은 패션쇼 초대 요청도 본사에 직접 했다. 베스트 프렌드인 디자이너 박승건이 역시 동행했고, 홍콩의 하비 니콜스 백화점 바이어 출신으로 파리에서 쇼룸 사업을 시작한 빌리가 그녀의 의상 협찬에 일조했다(로샤 쇼에선 2014 리조트 컬렉션의 튜브톱 드레스를 입고 프런트 로에 앉았다). 각각 밀라노와 런던을 방문한 이영애와 전도연, <보그> 화보 촬영을 위해 파리를 방문한 배두나는 패션 하우스의 공식 초대를 통해 이뤄졌지만, 드라마 종영 후 여행차 파리에 들른 한지혜는 개인적으로 지방시와 클로에 패션쇼를 찾았다. 패션에 ‘빠삭한’ 패셔니스타답게 그녀는 파리 <보그> 편집장 엠마누엘 알트의 ‘광팬’임을 자처하며 프런트 로에 나란히 앉았다.



“해외 패션쇼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은 사실입니다. 연예인들이 먼저 브랜드의 아시아 태 평양 지사나 해외 본사에 직접 연락하는 것은 물론, 국내 행사 때 만난 해외 본사 홍보 담당에게 따로 패션쇼 티켓을 요청하기도 하죠.“ “언제부턴가 해외 패션쇼장이 국내 연예인들에게 인기의 각축장이 된 것 같습니다. 인터넷이든 SNS를 통해서든 홍보 효과가 있으니 해외 팬들까지 고려한다면 브랜드 입장에선 환영할 만한 일이죠.” 여러 브랜드의 의견을 취합하면 결론은 비슷하다. 몇 시즌 전 소녀시대 멤버들을 초대한 버버리 코리아는 SNS 붐과 한류 덕에 큰 홍보 효과를 얻었고, 런던 본사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셀럽 쪽에서도 패션쇼는 브랜드를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특히 버버리 프로섬은 쇼를 할 때마다 디지털 프로젝트가 진행되기에 초청된 셀러브리티들이 이를 경험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죠.”

다만 해외에서 인지도가 낮은 국내 연예인들은 당연히 초대받기가 까다롭다. 만만치 않은 비용을 들여가며 쇼장까지 모시는 게 쉬운 일도 아니고, 곱지 않은 시선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간혹 자신의 홍보 자료까지 만들어 파리 본사에 패션쇼 티켓을 요청하는 연예인도 있는데, 이를 확인하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브랜드 홍보 팀들이 꽤 골치가 아프다는 후문. 또 쇼장 밖에서 요란한 촬영 세레모니는 있었지만, 정작 쇼에는 초대받지 못하는 씁쓸한 경우도 목격된다. “이번 시즌 불경기 탓인지 예전만큼 쇼장 앞이 패셔니스타들로 북적이진 않았습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국내 스타들의 톡톡 튀는 스타일이 눈길을 끌긴 했죠. 다만 ‘전략적 퍼포먼스’처럼 느껴질 때도 있어 그저 멋져 보이지만은 않았어요.” 누군가는 ‘이 모든 노력이 세계적인 패션 블로거가 되기 위해서’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어쨌든 지금 패션 위크를 둘러싼 풍경의 한 부분을 스타들이 차지하게 됐다. 그리고 개성 넘치는 셀럽들의 세련된 리얼리티 룩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폭발적이다. ‘공항 룩’ ‘입국 룩’은 물론, ‘쇼장 앞 스타일’도 검색 순위에 올랐으니까. 이제 서울 셀러브리티들도 패션쇼가 끝나자마자 컬렉션 사진을 보며 영감을 얻는가 하면, 패션쇼 현장을 직접 즐기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이런 적극적인 패션 트레이닝을 거친 뒤, K-POP 스타들처럼 서울 셀러브리티들 역시 국제적인 패션 스타가 될 수 있을까? 부디 그렇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