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가을 런던 남성복 컬렉션 리뷰

<보그닷컴>의 프렌즈이자 패션 칼럼니스트 여인해가 전하는 런던에서 열린 2014 가을 남성복 컬렉션 리뷰!



4번째 시즌을 맞은 런던 컬렉션 맨즈(일명 LC:M)가 지난주 막을 내렸다. 런던 맨즈 패션 위크의 매력은 화려한 아카이브와 무한한 리소스로 무장한 정통 브랜드들의 힘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것!

LC:M을 등에 업고 부활에 성공한 새빌로우는 처칠 경이 세계대전 당시 지하 벙커로 쓰던 ‘작전실(War Room)’에서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했다. 새빌로우 브랜드로 공식 인증된 26개 브랜드가 선사한 전쟁 박물관 속 장면들은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근사했다. 대부분 유리로 막힌 작전 회의실에는 역사에 고이 묻힌 여러 소품과 함께 새빌로우 테일러링을 빼 입은 신사들이 처칠 경 이하 각료들과 회의 장면을 연출했다. 전세계에서 온 패션 피플들은 좁은 통로를 따라 새빌로우 컬렉션을 관람한 후 탁 트인 바에서 위스키를 즐기는 여유도 즐겼다.

새빌로우와 쌍두마차를 이루는 세인트 제임스&제르마인 스트릿은 과거 세인트 제임스 궁으로 입궐하던 귀족의 단장을 담당하던 정통 거리다. 14개 브랜드가 최신 트렌드를 선보이는 자리로, 남자들의 로망인 화려한 자수를 입은 실크 드레싱 가운과 플로럴 프린트 셔츠 위에 돋보이는 둥근 모서리로 더 날렵해진 화이트 칼라, 그리고 페도라 모자 컬렉션 등이 눈에 띄었다. 언제 봐도 완벽한 정통과 동시대의 조합을 보여준 프리젠테이션.

LC:M 공식 텐트가 이번 시즌 빅토리아 하우스에 새 공간을 마련했다. 이전 장소인 프라이빗 클럽 호스피털 클럽은 제2의 장소가 됐고, 빅토리아 하우스는 더 넓고 탁 트인 캣워크를 제공했다. 쇼장 옆에 마련된 부스도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특히 프리젠테이션 룸에서는 브랜드의 소규모 전시가 한창이었다(정통 맞춤 구두로 유명한 ‘존롭’은 모던해진 시티 룩을 다양하게 선보였다).

최근 CEO로 전격 승진한 크리스토퍼 베일리의 버버리 프로섬은 한껏 힘을 뺀 느낌. ‘화가와 아티스트들의 감성’을 표현한 그는 블랙 일색의 클래식 아이템에 컬러풀한 실크 스카프나 카페트를 연상시키는 페브릭 장식의 빅백, 그리고 버버리 패턴의 담요로 액센트를 더했다. 로맨틱한 패턴을 확대한 셔츠와 회화적인 붓터치를 입고 재탄생한 코트가 돋보였던 컬렉션.



구찌를 떠나 톰 포드 인터내셔널 제국을 착실히 건설 중인 미스터 톰 포드는 자신의 런던 쇼룸에서 전세계 관객들을 맞았다. 수려한 외모와 화려한 입담으로 기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그가 이번 시즌에는 스포티한 요소를 잔뜩 소개했다. 하이라이트는 자신이 처음 선보였다는 빛 바랜 가죽과 흰색 테니스 슈즈(맞춤 신발 제작 과정을 통해 제작됐다). 톰 포드식 스포티즘은 날렵한 팬츠에(미스터 포드 역시 처음으로 스키니 팬츠 수트를 입었다) 볼록한 청키 니트, 패딩 코트를 매치하거나 방수되는 스포티한 수트 재킷을 연출하는 식.

한편, 펑크의 본고장답게 런던의 젊은 디자이너들은? 지난달 영국 패션 어워즈에서 신인 남성복 디자이너상을 수상한 애기&샘의 프린트 향연은 흑백으로 인해 좀더 성장된 모습을 보여줬고, 지난 시즌 독특한 여성복 룩으로 화제가 된 J.W. 앤더슨은 그래픽한 실루엣과 프린트, 그리고 자신의 시그니처인 아름다운 니트를 통해 또 한번 반향을 일으키는데 성공! 또 다른 니트웨어 디자이너 그룹 시블링은 내의를 연상시키는 롱 존스(Long Johns)에 페어아일 니트와 청키한 니트 웨어, 그리고 벨트로 조인 니트 가디건 등을 선보였다.

런던의 스트리트 풍경을 장악한 애스트리드 앤더슨나지르 마자하르는 과장된 로고, 그래픽, 그리고 프린트의 스포티한 전개를 이어갔다. 모자 디자이너로 시작해 프레젠테이션으로 일관하던 나지르에 대한 반응은 영국뿐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폭발적!

보리스 존스 런던 시장과 영국 편집장, 배우 데이빗 간디 등 각계각층의 주요 인사들이 적극 후원하는 런던 컬렉션 맨즈는 과연 100억 파운드 규모의 영국 남성복 마켓다운 입지로 나날이 성장 중이다.